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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는'건축가들의 목조건축/마을 만들기 작업'이라는 세미나가 전우문화사가
후원하고 현대목조건축연구회와 (사)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가 주최한 가운데 지난달 5일 열렸다. 여기에
서는 이날 내용 중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 소장의 '채 나눔, 전통 공간의 재현'을 정리해 싣는다.
최 소장은 강연을 통해"여러 건축물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한된 면적 내에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적잖이 고민했다"며"이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우리나라
고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 나눔 기법이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이 소속된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는 단
독주택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 건축물, 각종 시설물 등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건축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리 홍정기 기자 글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최삼영 대표 02-3143-0057 www.kawadesign.co.kr 사진 석정민 작가

편집자 주註

 


고택에서 얻은 깨달음, 채 나눔
조상의 지혜를 현대에 실현하다
리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것을 진부하거나 식상 하다고 해서 버리는 일이 흔하
다. 건축 기법을 떠나 조상이 물려준 삶의 지혜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근래 재조명 받고 있는 채 나눔이라는 건축 기법 역시 조상이 집을 지으면서
늘 써오던 방식이다.
도심지 주택을 접근하다 보면 여러 제한된 조건에 부딪혀 이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안
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좁은 면적에서 어떻게 하면 각 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 하는 것
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주택이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라면 거주하는 사람에게 맞
는 건축이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와 같은 고민을 덜어준 것이 바로 조상이 사용하던 채 나눔이다. 나는 이를'반半건축'이
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완성된 집이면서도 이후 사용자가 의도에 맞게 얼마든지 변형을
시킬 수 있기에 그렇다. 앞으로 거주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든지, 집주인이 누가 되든지 집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융통성 있는 집, 삶을 담아내는 집이 가능해졌다.
고택에서 배우는 채 나눔의 지혜
건축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3대 고택을 꼽으라면 윤증 고택, 병산 서원, 향단을 들겠다.
윤증 고택은 당시 보기 드문 혁명적인 배치 기법을 보여준다. 사랑채를 마당 한가운데
둔 담이 없는 집이다. 사랑채 주위에 연못과 마당을 둠으로써 동네 사람들이 자유로이 이
를 이용토록 배려한 것인데 큰 사랑은 동네 사람들의 교류지 역할과 수학하는 이들의 열띤
토론의 장이 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어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
이 탄생된 것이다.
병산 서원은 도심지 주택을 건축하면서 했던 고민의 많은 부분을 덜어준 곳이다. 서원
내'만대루'에서 바라보면 마당과 더불어 저 멀리 펼쳐진 병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조는
넓은 마당을 조성해 인위적인 자연을 가꾸기보다 외부 자연을 자연스레 집 안으로 끌어들
이는 것을 택했다. 이를 응용하면 도심지 작은 마당에서도 충분히 외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향단은 마당을 내부 공간에 담아낸 특이한 구조다. 마당을 중심으로 각 실을 배치했는데
실이 앉혀질 자리를 잡고 남겨진 공간에 마당을 놓은 것이 아니라 마당을 짓고 나서 그 주
위를 둘러 실을 배치한 것이다. 향단에서 마당은 비워진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늘을
향해 열린, 하늘을 담아낸 채워진 공간이다.
이러한 고택들에서 얻은 지혜는 고스란히 작업물로 이어졌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
동에 자리한 민마루 단지 내 여러 주택들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타운하우스인 동백 아펠바
움까지 채 나눔 기법이 적용됐다. 가치 있는 조상의 유산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사례1 대지에 순응하는'민마루 주택'
채와 채 사이에 앞뒤 마당이 구성돼 채 사이를 이동하며 조경,
덱을 만나게 하고 단독주택이 가지는 즐거움을 마당을 통해 회
복한다. 중정 조경을 기준으로 회回자형으로 순회하는 동선 체계
를 구축하고 식당과 거실의 외부 공간 확장 개념으로 덱을 설치
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외부와 단절되는 아파트와
구별되게 현관-중정-식당-후정으로 이어지는, 내외부가 중첩돼
만나게 되는 구조다. 깊이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 연출됐으며 중
정을 통해 하늘을 공간 깊숙이 끌고 들어온다.


사례2 외부로 열린 사이공간'민마루2-205스튜디오'
집은 경사면과 대지 형태에 따라 배치되고 산의 흐름에 의
해 채가 분리됐다. 협소한 대지의 채 나눔은 주거 동과 작업
실 동을 분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됐다. 작지만 사적인
중정이 형성됐고 루걹하부와 같은 공간을 제공했다. 각 공간
은 독립적이면서도 덱에 의해 공유되는데 서로 솔리드
(Solid)하든 보이드(Void)하든, 사이공간의 형태로 모호한
경계를 형성한다. 각 공간은 모두 사이공간으로 열려 있으며
또 그 사이공간은 외부로 열려있다. 이를 통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마당이 만들어졌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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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Ⅱ-채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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