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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한 방울 없이 한겨울 22도 유지
홍천 살둔제로 에너지하우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에서'그린홈 100만 호 프로젝트'를 전개하겠다고 밝히자,' 그린홈'이 주거 분야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태양, 풍력, 폐열, 지열, 수력 등을 이용한 그린홈 에너지 생산 기술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연구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대부분 태양 에너지를 직접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에 매달리는 추세다. 정부는 올해 태양광 주택 보조율을 지난해와 동일한 60%로 유지했다. 주택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가운데 75% 정도를 냉난방이 차지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태양광 기술로 냉난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급한 문제는 전기가 아니라 석유 에너지를 잡는 것이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내린천 변 살둔마을에 위치한,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를 개발한 이대철 씨는 1980년대 초반 경기도 용인시 마북리의 하늘 말 숲 속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전원주택이란 말이 나오기 이전이다. 그는 10년 전부터 주로 생태, 환경 그리고 에너지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대체 에너지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이 추운 겨울에 대비하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 연구 개발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대철 씨는 연구의 초점을 ▲건축비가 일반 주택과 같고 ▲집주인이 직접 시공 가능하고 ▲주자재의 표준화가 용이해야 한다는 데 맞췄다. 그 결과 지난해 석유와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도 겨울을 나는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밖으로 새는 열, 꼼짝 마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는 공학목재인 글루램(Glulam)을 소재로 한 팀버 프레임(Timber Frame) 구조로 건축 면적은 157.9㎡(47.7평), 길이는 21×7m, 높이는 4.8m다. 동짓날을 기준으로 집 안 끝까지 햇살이 들어오도록 좌향을 남쪽으로 잡고 동서로 길게 앉혔다. 공간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주방/식당, 거실, 서재, 방순으로 배치했다. 벽체 구조는 이대철 씨가 주문 생산한 SIPS(Structural Insulated Panels)로, 스티로폼(23.5㎜) 양쪽에 구조용 합판인
O.S.B.(11.1㎜)를 폴리우레탄 접착제로 붙인 것이다. 스티로폼은 흑연 가루를 첨가해 동일 밀도의 것보다 단열성이 25% 정도 더 높다. 그는 SIPS의 단열성과 내구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단열재에는 R값(Resistance Value : 열의 전달을 방해하는 재료의 능력을 나타내는 측정값)이 있는데 전원주택에 주로 사용하는 인슐레이션은 R-19 또는 R-30인 반면 SIPS는 그보다 훨씬 높은 R-60이 나옵니다. 또한 SIPS는 하중을 면 전체로 분산시키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4층까지 지을 수 있고, 실지로 일본 고베 지진 때 SIPS로 지은 집은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바닥은 기초 위에 슈퍼 R 알루미늄, 스티로폼(150㎜), 엑셀 파이프, 시멘트 모르타르, 현무암(20㎜)순으로 마감했다. 창문은 시스템 창호인데 일반 전원주택의 경우 창문 면적이 바닥 면적의 30%를 차지하는데 10%밖에 안 된다. 방향별로 창문 면적을 보면 바닥과 대비해 남쪽이 14%, 동쪽이 2% 이하, 서쪽이 5%, 북쪽이 2%라고 한다.
"창은 낮에 받아들이는 태양열과 밤에 새어나가는 열이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는데, 크기는 바닥 면적의 7∼10%가 적당합니다. 태양에너지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북쪽 창은 여름철 통풍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내고, 겨울철 단열 효과보다 태양열 실내 도입에 중점을 두어 실내 축열 기능과 일사日射가 없는 저녁 시간을 위해 덧문을 달았습니다."
덧문은 컬러 강판 사이에 75㎜ 폴리우레탄을 넣은 것인데 아침저녁으로 여닫는 불편함이 따르기에 광 센서 자동 개폐 장치를 개발 중이다. 거실에 2개, 부엌에 1개, 서재에 1개, 방에 1개씩 단 천창도 마찬가지다.

집 안 곳곳이 열 저장고
집 안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려면 최소 2시간 동안 환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SIPS로 지은 집은 안팎의 공기가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열이 빠져나가기에 창을 제대로 열지도 못한다. 이대철 씨는 이 문제를'열 회수용 공기 조절기(HRV)'로 풀어냈다.
"열 회수용 공기 조절기에 의해 바깥 공기는 지하 1.2m에서 집의 기초 위에 설치한 파이프를 따라 집을 한 바퀴 돌면서 지열로 데워진 뒤 실내로 들어옵니다. 이산화탄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열의 90% 정도를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에 넣어줍니다."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는 실내 온도가 22도인데 바닥 난방이 아니라 공기만 데우는 형태다. 바닥 난방을 위해 엑셀 파이프를 깔았으나, 주택 전면 덱(Deck) 좌측에 12.0㎡(3.6평)로 설치한 태양광 자동 추적 반사판이 제 기능을 못해 쓸모가 없어졌다. 온수 탱크가 너무 크고 분산광을 반사 못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라 겨울철 40도까지밖에 안 올라가기 때문이다.
난방 장치는 페치카가 유일한데, 이대철 씨는 목재 20㎏을 때면 48시간 복사열을 방출한다고 한다.
"페치카는 일반 벽난로보다 땔감이 1/8밖에 안 들고 내부 온도가 1200도까지 올라갑니다. 연도로 빠져나가는 열이 32도이고, 그 나머지는 내부에 잠깁니다. 온도 측정기로 페치카 외벽을 측정하면 70∼80도가 나옵니다."
이대철 씨와 함께 온도를 측정한 결과 집 밖은 5.9도였는데 집 안 공기는 22.8도, 내벽(황토벽돌)과 바닥은 24도였다. 태양(일사)이 없는 밤에 실내 기온이 떨어지면 페치카와 내벽, 바닥에서 복사열을 방출해 집 안 공기를 데우는 것이다.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는 현재 100% 한전 전기를 사용한다. 왜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지 않은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투자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합니다. 정부에서 태양광 주택을 지으면 60%를 보조하는데, 그렇더라도 투자비와 효율 면에서 아직까지 한전전기가 더 쌉니다. 살둔은 바람이 상당히 부는 곳이기에 전기는 작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충당할 예정입니다."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인증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일반 주택에 비해 90% 정도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그런 집(패시브 하우스)을 지으면 10년간 석유를 수입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감안해 50%를 보조해 준다. 이대철씨는 정부에서 태양광 주택은 60% 보조하면서 정작 3.3㎡(평)당 450만 원 건축비로 에너지를 90% 이상 절약하는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에는 보조는커녕 관심조차 안 보인다고 한다.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를 널리 보급하고자 인증제를 추진하는 이유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유가가 하락했지만, 미래학자들은 늦어도 2015년 후면 전 세계가 영구적인 석유 파동을 겪는다고 주장합니다. 여름철 더위는 참는다지만 겨울철 추위는 견디지 못합니다. 냉방이 아닌 난방이 문제인데, 바로 보급형 살둔제로에너지와 같은 주택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으니 농부인 내가 설계와 감리를 통해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인증제를 추진할 수밖에요. 현재 충북 괴산에서 50여 동을 짓기로 했는데, 그렇게 100동에서 1000동 늘어나면 먼저 국민이 인정하고 나중에 정
부가 인정해 주겠지요."
이대철 씨는 살기 좋은 둔덕(살둔)에다 에너지 절약형 주택에 관한 각종 시설물을 갖춘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센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고유가 및 기후변화협약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해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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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형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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