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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도시인이 로맨스처럼 귀농을 꿈꾸지만 이내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닥친다. 배고픔엔 장사가 없다고 당장 먹고살 일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농사 경험이 전혀없는 생계형 귀농자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행복은 스스로 찾는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하지않던가. 인생의 1막 2장, 행복한 귀농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귀농 선배들에게서 그 길을 찾아보자. 그 가운데 하나가 귀농인이 모여 경제 공동체를 꿈꾸는 '지리산약초마을'이다. 더불어 사는 곳이기에 외로움과 두려움이 덜하고 선배들에게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농사 기법을 익히기에 빠르게 귀농에 안착할 수 있다.

서상신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지리산 약초마을 055-962-8150 http://jirisan.nasee.net

 



시골집 툇마루에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다. 마을 이주를 앞둔 박 씨가 이웃이자 귀농 선배들을 위해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을 준비한 것이다. 찬이라야 된장찌개, 김치, 콩나물이 전부다. 그래도 새벽 5시부터 바삐 움직인 농부들에겐 달기만 하다.

" '자연을 보존하며 순리대로 살자'는 생각으로 만든 마을이에요. 농촌에선 혼자 살기 어렵기에 힘들 때 일손을 서로 돕는 두레 농법을 실천하고 있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각이 같고 호흡을 함께할 사람을 찾았어요."



자연의 선물 토종 약초 공동 재배

지리산약초마을은 부지 면적이 1만㎡이며 1차로 500∼1000㎡(150∼300평)씩 15개 필지를 3.3㎡(평)당 15만원선에 분양했다. 현재 14가구가 집을 지어 입주하고 1가구는 건축하고 있다. 구조 및 형태는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친환경 건축을 권유했다.
지리산약초마을은 임영빈 촌장이 직접 운영하는 장뇌삼長腦蔘재배 단지(33만㎡)를 갖췄다는 점에서 여타 전원마을과 구별된다. 장뇌삼은 장뇌 또는 장뇌산삼 · 장로長蘆 · 산양산삼이라고도 하는데, 산삼의 종자를 채취해 깊은 산 속에 씨를 뿌려 야생 상태로 재배한 것을 일컫는다.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건강한 삶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은 약초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약초는 비료를 비롯한 화학약품이 일절 들어가지 않아야 약성을 갖기에 재배 과정은 물론 수확 후에도 건강에 이로워요. 자연과 공생을 모색하는 마을 취지에 들어맞는 최상의 작물이지요."
지리산과 덕유산을 낀 지리산약초마을은 해발 600∼700m에 위치하고 북향이며 그늘이 차지하는 면적(70% 이상)이 많아 장뇌삼 재배에 이상적이다. 임 촌장은 필지 분양 조건으로 가구당 장뇌삼 1만 주(600만 원)를 구입하도록 했다. 장뇌삼 단지 조성과 관리에 필요한 제반 경비로, 모종 구입비와 간벌비 · 식재비에서 군郡지원금을 뺀 비용이다.

"장뇌삼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기에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해요. 심은 씨앗에서 80%만 수확한다 하더라도 5∼10년 후 부가가치가 상당할 거예요. 일차로 심은 지 3∼4년 된 장뇌삼은 유통회사와 공급 계약을 맺어 수익을 올릴 계획이에요."
현재 지리산약초마을은 장뇌삼 외에도 시기에 맞춰 표고버섯, 감자, 고구마, 고추, 김장 배추 등을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만 재배한다.
총무 김윤묵 씨는 "심은 지 얼마 안 됐기에 당장 소득을 기대할 상황은 아녜요. 지금은 텃밭에서 기른 작물들로 자급자족하는 정도죠. 우리가 가꾼 농작물을 상품화할 수 있을 때까지 자부심을 갖고 노력할 거예요"라고 전했다.





약초마을에서 배우는 귀농 노하우

임영빈 촌장은 지리산약초마을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자 공동 작물 재배 말고도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영농 교육에 중점을 둔다. 입주민은 도 ·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기본 이론을 습득하고, 귀농 20년 차인 임 촌장을 비롯한 귀농 선배들에게 실전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임 촌장은 도시에서 은퇴 후 귀농한 사람들 대부분은 독자적으로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첫해는 집을 짓느라, 다음 해는 집들이하기에 바빠요. 3년째 들어서면 비로소 전원생활을 실감하죠. 무엇을 할지 막막할뿐더러 농사를 시작하려 해도 쉽지 않아요. 그렇기에 귀농에 성공하려면 삶과 노동이 하나이면서 그 자체가 재밌어야 해요. 누군가 이끌어 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지리산약초마을은 2010년 추가로 15가구를 분양할 예정으로, 그 중 10가구는 약초 농장 옆 부지를 활용, 체험 농가 개념의 임대형 전원주택을 만들 계획이다. 전원주택단지의 경우 집은 있되 마을이 없는 곳이 많다. 닫힌 마음의 문에 비례해 담은 점점 높아지고… 도시의 아파트와 다를 게 무엇일까. 자연의 순리대로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의식으로 경제 공동체를 일구는 지리산약초마을 사람들. 이들이야 말로 행복한 귀농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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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삼 재배로 경제 공동체 꿈꾸는 지리산약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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