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2006년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귀농인 중 16.6%만이 농업 관련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귀농 인구 중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은 20%에 불과했다는 어느 조사 결과가 있다. 뒤집어 말하면 준비 없이 귀농한 사람이 84%에 이르고 귀농한 사람 중 80%가 정착에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귀농 관련 전문가와 귀농 선배들은 "배움과 준비 없는 귀농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이 농업, 농촌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발을 들여 놓는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글 ·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한국농업대학 031-229-5201 www.kn.ac.kr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여러 단체에서 귀농 · 귀촌과 관련된 교육이 진행된다. 귀농 · 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진행하는 교육에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는데 해마다 그 수가 늘었다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유는 귀농 · 귀촌을 실행해 실패한(도시로 U턴한)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가 아무 준비 없이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덤볐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문을 열었음에도 정원의 5배가 넘는 인원이 몰린 한국농업대학 '경기 귀촌귀농 학교'. 그 현장에 가보자.

막막하기만 했던 귀농…자신감 생겨

"유치부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말농장 체험 학습을 진행하다 제가 그만 땅의 매력에 푹 빠진 거예요."
경기도 안양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안숙영(43세) 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화성에 위치한 한국농업대학(이하 한농대)으로 향한다. 이곳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경기 귀촌귀농 학교'(이하 귀농 학교)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3~5년 후에는 안성으로 귀농할 예정이거든요. 땅도 구입해 놨으니 열심히 배우는 일만 남은 거죠."
한농대에 귀농 · 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올해부터 서울농업대학교에서 한농대로 옮겨 진행하는 경기도 지원 귀농 학교가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5: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귀농 학교를 운영하는 평생교육원 원장 서규선 교수는 "처음이라 홍보도 제대로 못했는데 50명 정원에 259명이 지원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면서 "특히 지원자 중에는 미국 유명대학 졸업자와 더불어 국내 유수 대학 출신자들까지 포함돼 최근 높아진 귀농 · 귀촌 관심도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귀농 학교는 밭작물반(25명)과 약용작물반(25명)으로 나뉜다.
매년 초 지원자를 모집하고 6개월 코스로 이뤄지며 기초 지식과 소양을 쌓는 이론교육과 실습 및 현장 교육이 진행된다. 한농대 귀농 학교 장점은 무엇보다 농촌 현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에 집중한다는 것.
서 교수는 "전반적으로 귀농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길게는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온 사람과 경쟁하면 백전백패 아니겠나. 우리는 현지인들이 할 수 없거나 관련 지식이 없어 어려워하는 직거래, 포장, 유통 등의 일들을 권한다.
귀농 학교 지원율이 높고 실제 참여 열기도 매우 뜨거운 이유도 이런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원자 현황을 보더라도 밭작물반은 3.7: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는 약용작물반은 2배 가까운 6.6:1이었다.
수강생 박승주(47세) 씨는 건축을 전공하는 미국 유명 대학 학사 출신이다. 그는 생태 도시를 설계하고 디자인한다. 대학 강의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작년 3월 용인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고는 올해 한농대 귀농 학교 약물작용반에 지원했다.
"농어촌을 대상으로 한 건축 계획이 좀 더 체계적일 필요가 있어요. 난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환경과 이웃을 고려하는 설계가 있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지요. 땅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땅을 알아야 사람을 알고 사람을 알아야 건축이 보이니까요."
강의실을 찾은 6월 13일. 한농대 김양식 학장의 특강이 있는 날이다. 50명이 가득 메운 강의실에는 때로는 웃음과 때로는 진지함으로 활기가 넘친다. 다시 안영숙 씨 말이다. "전원생활이 막연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교육이 정말 큰 도움이 됐죠. 아, 그리고 너무 재밌어요."



한국농업대학은?

농업 · 농촌을 이끌 후계농업인 양성을 위해 지난 1997년 설립된 한국농업대학(이하 한농대)은 3년제 국립대학이다. 재학생 모두에게 학비, 기숙사비 등 교육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재학생 국외 연수는 물론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으로 선진 농장 1년 장기 파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식량작물학과, 특용작물학과(약 · 특용작물 전공, 버섯 전공), 채소학과, 과수학과, 화훼학과, 대가축학과, 중소가축학과가 있으며 1학년 교양 및 농업전문지식 교육, 2학년 국내 · 외 선진 농장 실습, 3학년 창업 설계로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2008년 이 대학 졸업생 영농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정착률은 94.3%에 달하고 농가 연평균 수익은 7천8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시가구 연평균 소득(4천410만 원)보다 1.6배, 일반 농가 연평균 소득(3천197만 원)보다 2.2배 높은 수치다.
김양식 학장은 "생산 기술에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실습과 이론을 중시하는 '샌드위치 교육'이 큰 효과를 봤다"면서 "과학적이고 차별화된 영농 기술을 지닌 젊은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성과 덕에 올해 말 한농대는 수산양식학과를 신설하면서 이름도 국립한국농수산대학으로 바뀐다. 또 내년부터는 3학년을 마친 후 1년 전공심화과정을 둠으로써 학사 학위 수여도 가능해졌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쟁률 5:1 한농대 ‘경기 귀촌·귀농학교’ 인기 비결은 현지인과 공존하는 방법에 집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