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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 중앙 높이가 160㎝ 정도인 삼각형 구조이기에 서서 다니기에는 좀 불편하지만, 좌우 구석에 잘 사용하지 않는 귀중한 물건들을 수납하고 중앙에 앉아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기도 한다. 어린 아들 방 다락은 장난감으로 도배하다시피 하여 놀러 오는 아이들에게 꿈속의 공간이다. 안방 다락은 드레스룸으로 이용한다. 계절에 따라서 필요한 옷 몇 가지만 꺼내 입고 철이 지난 옷들을다락방으로 올려 보내니 방 안에 옷장이 필요 없을 정도다.

— 본문 중에서


황인찬



나는 강화도 농촌에서 태어났다. 중농中農이던 우리 집은 중부지방 전형적인 구조인 '口'자 형태였다. 부엌 옆에 소 외양간과 땔감을 쌓아 두는 창고 등을 배치한 상당히 큰 집이었다. 안채는 300여 년 된 초가(새마을운동 때 슬레이트로 바꿈)고 사랑채 등은 시멘트 기와집(그때도 토기와는 비쌌나 보다)이었다.
마음껏 뛰놀며 자라던 그 집은 형님이 사시면서 70평이 넘는 벽돌 슬래브집으로 새로 지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내 마음속의 고향집은 그 한옥뿐이다. 지금 생각해도 집 구조가 참 좋았다. 요새도 아들 녀석을 재우느라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하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포근하던 고향이 그리워져 어느새 눈시울이 젖어들곤 한다.
그런데 그 한옥 천장에서 쥐들이 대운동회를 자주 열었다. 곡식이 많은 가옥이니 쥐들이 늘 창고에 들어왔다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방 안 천장에서 놀았다. 밤에 잠들만 하면 쥐들이 뛰노는데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맞배지붕 다락의 편리성과 활용성
이런 경험을 한 나는 우리 집을 지으면서 천장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대들보에서 마루도리(종도리 : 제일 높은 데 있는 도리)까지 '∧'형태로 생긴 공간에 추위를 막고자 반자를 설치하는 작업을 없애려고 설계했다. 방 안의 삼각형 공간을 전부 다락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계단을 만드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잘만 하면 15평 이상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때문에 멋진 팔작 지붕이 아닌 맞배지붕으로 지었고, 현재 우리 집은 35평이지만 50평 이상으로 사용한다.
우리 집을 찾은 사람마다 '지붕 모양 때문에 한옥 같지 않다'고 한결같이 평가절하平價切下한다. 아쉽지만 나도 거기에 수긍한다. 아름답게 펼쳐진 팔작지붕은 하늘의 둥근 모습을 표현하고 우주의 무한한 기운을 상징한다. 사각형 지붕 아래 기둥 부분은 땅의 기운을 상징하면서 한옥은 우리 전통 가옥으로 이어져 왔다. 나 역시 우리 집을 팔작지붕으로 멋지게 짓고 싶었지만, 다락을 이용하려는 편의성과 시공상 비용을 줄이고자 과감히 서양식 지붕 형태를 지향한 것이다. 지금도 우리 집은 지붕 모양 때문에 과소평가를 받고, 나 역시 마음에 차지 않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떻게 하랴.
맞배지붕 한옥은 편리성과 활용성 때문에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관심거리일 것 같다. 각재 서까래를 깔끔하게 대패질하고, 그 위에 덮는 개판도 보이는 부분만 반턱 따기와 함께 깨끗하게 대패질하면 두 번 다시 손질할 필요 없는 훌륭한 장식 역할을 한다. 실제로 올봄에 전라북도의 한 살림집을 지을 때, 그 집 주인도 우리 집과 똑같이 다락을 넣어 달라고 주문해 그대로 시공했다. 그 집은 주인이 우리 집보다 설계를 잘해서 훨씬 효율적인 다락이 나왔다. 내가 목수일을 했는데도 우리 집보다 더 좋아 조금 배가 아픈 것은 무슨 심보일까?

우리 집 자랑거리, 다락
다락에 마루를 깔 때 사용한 부재는 귀틀과 판재다. 귀틀을 대들보끼리 연결하는 구조를 택했다. 가로 2치(6㎝)에 세로 4치(12㎝) 각 재를 거의 한자(30㎝) 간격으로 배치했으니 튼튼함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판재는 두께 1치(3㎝)에 넓이 5치(15㎝)를 사용했는데 반턱 따기를 하고 숨은 못치기(못머리가 표면에 보이지 않도록 못을 박음)를 했다.
다락 중앙 높이가 160㎝ 정도인 삼각형 구조이기에 서서 다니기에는 좀 불편하지만, 좌우 구석에 잘 사용하지 않는 귀중한 물건들을 수납하고 중앙에 앉아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기도 한다. 어린 아들 방 다락은 장난감으로 도배하다시피 하여 놀러 오는 아이들에게 꿈속의 공간이다.
안방 다락은 드레스룸으로 이용한다. 계절에 따라서 필요한 옷 몇 가지만 꺼내 입고 철이 지난 옷들을 다락방으로 올려 보내니 방 안에 옷장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렇게 편리하고 유용한 다락을 세 개씩 만드느라 한 달 이상 걸렸고 재료 값도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우리 집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로 대대로 남을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 아니 몇백 년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면, 집을 지을 때 얼마나 심사숙고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락에 깔아 놓은 판재를 틈새 없이 짜 맞췄음에도 문제가 생겼다. 인테리어 효과를 노려 다락 밑 부분을 노출 식으로 꾸몄는데 겨울을 나고 보니까 나무가 마르면서 틈이 벌어져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목구조 집의 단점은 나무가 마르면서 틈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웃풍 때문에 내가 쓰는 방만 그대로 두고 안방과 아이방 천장을 합판으로 가리고 한지로 도배했다. 잘 대패질해서 멋지게 보이는 천장 모습이 아까웠지만, '춥다'는 아내의 잔소리(?)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한지로 도배하고 말았다.
이렇게 대청과 다락 작업을 한 달 이상 걸려 마치자, 어느새 더위는 물러가고 2004년 9월이 코앞에 다가왔다. 집을 짓기 시작한 지 만으로 1년이고 햇수로 2년째지만 집이 완성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제부터 구들을 놓아야 하는데… 또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론은 알지만 실제로 구들을 놓아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다음에 '구들 놓기'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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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 이야기 ⅩⅡ] 꿈속의 공간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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