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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목재 수요 감소로 수출 적극 나서 "나무만 파는 것 아니냐…"비판 목소리도

일본식 목조주택이 관련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자재를 들여오거나 기술 제휴를 맺어 일본식 목구조 공법으로 주택을 시공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 이제 일본식 주택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이것이 북미식 경량 목구조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북미식 주택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목조주택 시장에 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보여줄 것인지 진단해 본다.

홍정기기자



일본식 주택은 2″×4″혹은 2″×6″로 대표되는 북미식 경량 목구조에 비해 우리나라 전통 한옥과 유사한 기둥과 보 구조다. 경량 목조 주택보다는 굵지만 한옥보다는 얇은 자재를 사용하는 일본식 주택이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이유에 대해 전원주택 관련 종사자들은 ▲일본 내 목재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 ▲지리적으로 가까워 운송비가 절약된다는 점 ▲기후 여건이 비슷해 목재가 우리나라와 알맞다는 점 ▲예로부터 기둥과 보 구조를 사용해 두 나라간 주택에서 느끼는 감정이 유사하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생산량 늘어난 일본 목재 우리나라 유입

여전히 북미식 주택이 전원주택 목구조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미세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일본식 목조주택이 서서히 북미식 주택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 일본 목재나 기술로 주택을 지었다고 해 뉴스에 오르던 몇 년 전과는 달리 현재는 적지 않은 업체에서 일본 목재를 취급하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술 제휴를 맺어 우리나라에 세우는 주택에 일본 공법 그대로를 적용하기도 한다.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어느새 일본 주택 회사가 우리나라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일본식 주택이 영역을 넓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내 목재 생산량이 급증하자 마땅한 수요처를 찾기 위해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공격적인 목재 수출 전략을 펼친 데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은 코치현 임업진흥환경부 목재산업과 목재판매촉진팀 구로이와 준히코 팀장은 "현재 일본은 벌목 시기와 맞물려 목재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로이와 팀장이 전한 바에 따르면 코치현만 하더라도 한 해 생산되는 원목이 40만㎥지만 주택 수요가 높지 않아 공급을 감당치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일본 산림경제의 추락도 작용했다. 동경대학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안국진 씨 자료에 의하면 일례로 과거 일본 고도 경제 성장기에 벌채와 목재 가공 등으로 호황을 누렸던 쿠마노 지역 목재소가 현재는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인데 이는 높아진 인건비로 채산성이 맞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에 따르면 "젊은 이들은 떠나고 농촌은 예전부터 거주하던 이들이 지금은 고령화돼 벌목을 하려 해도 사람이 없다"고한다.
생산량은 많으나 주택 수요가 많지 않고 벌목할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다른 나라 저가 목재들이 일본 시장에 침투하면서 자국 목재 수요도 줄자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공격적인 수출에 나선 것이다. 실제 일본 내 목재 소비 동향을 보면 일본 국산재는 18.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국과 캐나다산 침엽수 원목과 제재목(20.1%),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이시아 산 활엽수 원목 합판 및 제품 등의 남양재(12.7%), 러시아산 북양재와 낙엽송(9.5%), 유럽 라미네이팅 목재(7%)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목재 스기, 히노끼

2004년 일본 임업백서에 따르면 인공림 수종 중 스기(삼나무, 44%)와 히노끼(편백나무, 25%)가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건축 자재로 쓰이는 두 수종은 일본을 대표하는 목재로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게 보인다.
먼저 스기는 외형적으로 가벼우면서도 곧은 게 특징이다. 습도에 강해 잘 휘거나 틀어지지 않아 건축 자재로 애용되는데 특히 피톤치드 함유량이 많아 웰빙 목재로 주목받는다. 거미, 해충, 좀벌레, 모기, 집 먼지 등의 생육을 저해하거나 번식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수요가 늘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히노끼를 '신神이 내린 선물'이라 칭할 정도로 최고급 목재로 통한다. 히노끼 천연목은 스기와 마찬가지로 피톤치드 성분이 함유돼 있고 살균, 정화 작용, 각종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피부 질환 완화 효과가 있는 히노끼 치올(정유) 휘발성 물질이 축적돼 발산하면서 인체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 외장재보다는 내장재에 주로 쓰이고 우리나라에는 히노끼 탕을 비롯한 여러 욕조 관련 제품이 인기다.
우리나라에서 히노끼에 비해 스기 수요가 많은 것은 전통적으로 스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인데 여기에 더해 목조 주택 시공 관계자는 작년에 스기 가격이 떨어져 공급량이 늘었다고 전했다.



일본식 주택 시공이 잦아지는 이유는?

한국목조건축협회 이원열 부회장은 "얼마 전부터 일본식 주택 시공이 활발하다. 50년대부터 조림에 들어간 일본이 벌목 시기가 오자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수출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어찌 보면 소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지자체에서 수출 업체에 보조금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목재가 수입되자 주택 시공 기술까지 들어왔다. 이원열 부회장은 "목재가 들어오면서 일본식 공법으로 집을 짓는 업체들도 늘었는데 이는 목재와 주택 시공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볼 때 일본식 주택시공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늘어난 목재 공급으로 주택 시장까지 증가했다는 분석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법이 맞지 않으면 시장에서는 외면받기 마련. 홈포인트코리아 유혁민 이사는 "일본 건축 시스템이 품질이나 관리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선진화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일본식 주택이 선전하는 이유를 선진화된 건축 시스템에서 찾았다. 유 이사는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로 일본 건축주들은 내구성에 상당히 민감하다. 최소 30~40년을 보장하는 주택을 짓기 위해 규격에 맞는 목재를 사용하는데 이를 검증하고자 지난 몇십 년간 정부 주도로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그렇게 검증된 자재와 공법이 우리나라에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예로 유 이사는 일본식 주택에 적용되는 외벽 환기 공법을 들었다. 이는 방습지 위에 쫄대나 철물을 댄 후 마감해 인위적으로 공기층을 형성해 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결로를 방지할 수 있어 단열 성능을 높이고 주택 수명도 늘리는 효과를 얻는다.
동화SFC하우징 노문호 팀장 역시 일본식 주택 우수성에 대해 기준 자체가 없는 우리나라 단독주택에 비해 일본은 상당히 발전된 기준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노 팀장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집이 아니라 사람이 살다 보면 좋아지는 집을 지어야 한다. 우리나라 공동주택(아파트) 건축 기준은 세계 어디를 내놔도 손색없지만 단독주택 시장은 아무런 기준이 없다. 건축주에게 좋은 집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일본식 주택 장점은 검증된 기준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식 주택 공법을 대표하는 것은 '프리-컷Pre-Cut'시스템이다. 주택에 쓰이는 모든 목재를 공장에서 다듬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되는 것으로 이는 건축 비용을 아끼고 공기를 단축시킨다. 프리-컷 시스템에서도 핵심은 접합 철물.
우리나라 전통 한옥과 같이 기둥과 보 구조를 사용하기에 자재를 정밀히 다듬고 계산해 내는 전문 목수 작업을 접합 철물로 대신한 것이다. 알려진 것만으로 우리나라 10여 개 업체가 이프리-컷 시스템을 도입해 한옥을 시공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



나무만 팔아주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일본식 주택이 지어지는 경로를 분석해 보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일본에서 자재를 들여와 우리나라 시공 업체가 짓는 경우 ▲ 일본 시공 업체와 업무 및 기술 제휴를 맺고 그 쪽 시공 전문가와 함께 혹은 그에게 조언을 얻어 시공하는 경우 ▲ 일본 소재 건축 회사가 우리나라에 지사를 설립하고 시공하는 경우다. 이들의 공통점은 목재와 기술 모두 일본식 그대로를 따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목조주택 관련 종사자들의 우려하는 바가 있다.
한국목조건축협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경민목재 이경호 회장은 일본식 주택에 대해 묻자 "부정적으로 본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북미식 경량 목구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 나무 팔아준 것밖에 없다. 설계도 기술도 남은 것이 없다. 대비하지 않으면 일본식 주택 관련 시장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사한 구조를 지닌 일본식 주택 인기도 높아지리라 예상한다. 우리는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 쪽에서 보내주는 대로 무작정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품을 요구하고 기술을 요구하고 설계를 달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옥 관련 시공 업체 관계자 또한 "일본 중목구조와 우리나라 기동-보 구조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아무리 정서상 유사하더라도 생활양식이 틀린데 무조건 일본식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여러 공법이 우리나라에 유입됨으로써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무턱대고 수용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 이 회장과 유사한 주장을내놨다. " 결국은 우리 손으로 우리실정에 맞는 선진화 된 건축 기법을 내놔야 한다. 그것이 경량 목구조가 됐든 기둥-보 구조가 됐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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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가 일본식 주택이 우리나라에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들은 선진화된 건축 시스템, 철저한 사전 · 사후 관리, 검증된 자재와 공법 등 일본식 주택이 지니는 장점이 적지 않음에도 아직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맞지 않는 부분을 고쳐 실정에 맞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그것을 게을리 할 경우 앞선 몇몇 전문가의 지적처럼 '나무만 팔아주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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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LIGHT] 보폭 넓히는 일본식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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