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이동일은 흙집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목표로 황토집 건축을 선도해 왔으며 그간의 시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현대 한옥'과 '현대 흙집'을 전원주택의 한유형으로 정착시켜 왔다. 2007년부터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삼거리에 '행인한옥문화센터'를 조성 중으로 현재 현대 한옥의 정형을 보여주는 살림집 전시관을 완공해 운영 중이다. ㈜행인흙건축 대표이자 (사)전원생활협회 이사,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새집줄게 흙집다오》《황토집 바로짓기》등이 있다.
㈜행인흙건축 033-344-0983 www.hangin.co.kr



전원주택 붐이 일던 1990년대 중반 이후 황토집은 건강주택으로 주목을 받았을 뿐 서구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 조적조나 콘크리트 주택과 같이 일반화된 건축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다양한 실험을 거친 황토집이 대중적 인정을 받고 유형별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동일 <㈜행인흙건축 대표>


황토집이 건강주택으로 주목 받을 뿐 일반화된 건축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한 그 원인은 기획력과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은 개인들에 의해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나 개인의 취향에 따른 직영 건축물들이 대부분이었던 점에 기인한다. 이러한 이유로 황토집 하면 흙벽돌집이나 귀틀집, 목심 흙집, 담틀집 등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배우면 손쉽게 지을 수 있는 건축물로 이해됐다. 하지만 겨울이 문제였다. 벽의 균열과 나무와 흙의 틈새 한기가 현대인이 살아내기엔 부적합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 중에 90년대 말 한옥 목구조 뼈대에 현대식 지붕 형태를 갖추고 벽체를 흙벽돌로 쌓는 퓨전 황토집이 등장했다. 그나마 구조적으로 안정된 살림집 형태를 갖추었으나 한옥 목구조 뼈대와서구의 박공지붕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비에 약한 벽체의 단점도 그대로 노출됐다. 천장의 웃풍과 창틈의 한기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현대주택으로서의 마감 또한 미약했다.

2009년, 유형별 정착화 단계로 진입

2009년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동안의 다양한 실험과 경험 축적, 이론화 과정을 거쳐 명실상부한 현대인의 살림집으로 대중적 인정을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황토집이라는 모호한 호칭과 별개로 유형별 정착 단계를 지나 제각기 시장성을 확보해 가고 있다.
그 첫째는 여전히 구들방 형태의 부속사를 원하거나 질병 치료 목적의 토담집, 목심 황토집 등 저렴한 건축비용으로 건축주 직영 공사가 가능한 유형들이다. 황토집 짓기 학교 등 그 분야의 전문 교육 기관들이 생겨남으로써 나름의 전문성을 다지고 있다.
두 번째는 시공 업체가 중심이 된 목구조 방식의 황토집인데 현대인의 살림집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그런데 같은 목구조 방식의 황토집이라도 지붕 모양, 벽체 방식, 창호, 난방, 마감 방식에 따라 차이가 많다. 전통 한옥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고, 주방과 화장실 등 현대주택의 기능들만 접목시킨 개량 한옥도 있으며, 외형은 한옥이되 공간구성은 현대주택이고 기능은 황토집인 새로운 개념의 현대 한옥도 있다.
세 번째는 전라남도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한옥마을 만들기 사업을 계기로 프리컷(Precut) 방식이 도입돼 대량 신축사업도 가능해졌다.
네 번째는 서구 경량 목구조, 철골조, 조적조, 철근콘크리트조의 기둥, 슬래브 구조(뼈대)와 결합한 황토집 유형이다. 한옥 형태의 황토집보다 저렴한 황토집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만하다.
이렇듯 황토집과 관련된 건축시장은 유형별 분화를 거쳐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건축비를 포함해 황토집의 중층성과 대중성을 얻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집에서 마을로, 공공건물로 나아가는 대중화 기대

황토집이 전원주택 선호도 1위라고는 하지만 이러저러한 우려와 건축 비용 문제 등으로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2009년을 고비로 그러한 기우는 많이 해소되고 있는 듯 보인다. 황토집 시장화 10년의 결과이다.
문제는 대중성을 얻어가고 있는 만큼 준비된 시공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시공업체가 수도권 중심으로 편재돼 있는 것도 대중화의 한계로 지적된다. 지방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관 주도의 한옥마을 만들기 사업은 그 결과를 좀 더 지켜보아야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장은 앞서가는데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편에서는 황토집 상승 분위기를 타고 전통 한옥으로 경도되거나 다른 한편에선 한옥마을로 성과를 내려는 조급성도 보인다. 여기에 기존 건축 업체들의 상혼商魂이 더해진다면 한발 한발 내딛어 온 신뢰성에 흠집이 날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서구 목조주택 단지를 분양하던 전원주택단지 시공사들이 기획 · 시공력도 없으면서 한옥 단지를 조성한다고 분양 팸플릿을 돌리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 황토집이라는 용어는 건강주택, 이 시대 우리 살림집으로 예비 건축주들에게 인지되었다. 많은 시공업체가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으로 시공 영역을 바꾸려고 하는 현실은 이를 반영한다. 일반 건축과 달리 각 유형의 시공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꾸려내지 않으면 어렵기에 시간은 더디 걸릴 것이나 2010년을 고비로 새로운 전환점에 서리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소망이 있다면 황토집이 이 시대 우리 살림집의 전형으로뿐만 아니라 공동체성을 회복해 나가는 마을로 나아가는 일이다. 생태적 삶과 이웃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미래의 마을을 꿈꾸어 볼 만하다. 더불어 교육시설 의료시설 공공시설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길을 열어야 한다. 모쪼록 2010년이 그 원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원주택 2009 결산 / 2010 전망 - 황토집] 불편함으로 위축됐던 황토집, 현대인의 살림집으로 거듭나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