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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생활을 위해 수익성만 고려해 대지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수익을 따지면서 점포주택과 비교할 때 보다 안락한 주거환경을 고려한다면 주거 전용 택지도 고려해볼 만하다. 갓 일흔을 넘긴 건축주는 일산 아파트와 일본 오사카 주택을 모두 처분하고 용인에 다가구주택을 신축해 일정 수익도 얻으면서 손주들 재롱 보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최길찬<건축사/시공기술사>

 

 

최길찬은 건축사이자 시공기술사로 종합 건축 회사 ㈜신영종합건설, 전원주택 시공 전문 ㈜하이랜드건설, 설계 전문 신영건축사사무소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2006년 8월까지 KBS-1TV 6시내고향 <백년가약> 프로젝트의 건축사 및 시공사로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주요 수상 내용으로는 강구조 작품상 주택부문설계 은상, 건설기술교육원장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감사패 등이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원사로 패시브 건축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031-712-0494 cafe.daum.net/greenhousing www.syhiland.com

 

 

 



 

 

건축공사가 끝나고 준공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곱게 연세드신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 아, 저분이 건축주시로구나.' 건축설계를 하고 시공하는 동안 건축주 세 따님들만 만나 협의하면서 일을 진행했다. 이유인즉, 건축주는 건축물이 당신 맘에 들지 않으면 속이 상할까봐 아예 일본에서 지내다 준공을 하면 들어온다고 했다. 그 말을 따님들한테 누차 들어온지라 건축주는 아주 고집스럽도록 당당한 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따듯한 캔커피를 건네주는 건축주 모습에서 삶의 연륜과 젊은 시절 고운자태를 느낄 수 있었다.

 

 

수익 발생과 가족 모두를 고려한 건축설계

건축주 김길자(71세) 님은 남편을 가슴 속에 묻고 혼자 생계를 책임지며 세 딸을 훌륭히 키워낸 장한 '어머니'다. 생계유지와 자식들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건축주는 용인에 둥지를 틀면서 그동안의 삶에 방점을 찍고 새롭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건축주는 1984년 일본으로 건너가 김치와 채소를 팔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왔다. 세 딸을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학을 졸업시키고 훌륭하게 성장시켜 두 딸은 출가했고 막내딸은 직장을 다닌다.
한때 종암동에 직접 단독주택을 지어 살기도 했지만 최근 일산신도시에 아파트 한 채와 일본 오사카에 집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달해 삶의 여건이 더욱 풍요로워졌고 경제적 여유도 생겼으나 흰 머리카락이 늘수록 외로움은 더해가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져 마음을 다스릴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일산 아파트를 3억 2,000만 원에 처분하고 오사카 집도 팔아,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을 합해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봄부터 판교신도시를 비롯해 경기도 일원에서 대지를 구하던 중 6월경 맘에 드는 땅을 계약하고 설계에 착수했다.
건축설계 조건으로는 일정 수익이 있어야 하며 결혼을 하지 않은 막내딸과 함께 살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이웃한 손주녀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었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 식구들이 함께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 세월이 흘러 몸이 불편해도 무리 없이 오르내리기 위해 작지만 기능적인 엘리베이터 설비가 필요했다. 건축물 외관은 그저 어느 주택가에 있는 평범한 다가구주택의 모양을 하되 품위를 갖춘 절제된 형태로 계획했다.

 

 

 

 

그리고 공사가 시작되면 당신께선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장을 정리하고 그쪽의 삶을 거두어 오시겠다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건축공사 중에 현장을 보면서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본 건물에 살고 싶은 욕구가 없어질 수 있기에 차라리 보지않는 편이 낫겠다 판단한 것이다.
골조공사가 끝나고 마감이 진행되면서 개성 강한 세 따님들은 내외부 디자인은 물론 마감 자재 선정까지 많은 부분에 의견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가끔 의견이 부딪치기도 했고, 타일 한 가지를 선정하기 위해 서울을 꽤 여러 번 드나들기도 했지만 대부분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죽전택지지구의 특성

대부분 신도시 이주자택지는 도시계획상 1층이 상가 2, 3층이 주택인 형태로 총 가구수는 3~4가구 정도로 계획된다. 죽전택지지구도 예외는 아니지만 본 블록의 경우 도시계획상 총 6가구 3층 이하로 하되 주택만 들어가는 형태로 돼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1층에 상가가 있고 2층과 3층이 주택으로 계획할 수 있으면 그 수익성이 배가돼 좋을 것 같지만 건축주는 이런 대지를 마다하고 주택만 들어가는 곳의 필지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1층에 상가가 있는 경우 세칭 '먹자골목'이 만들어져 저녁이면 고기 굽는 냄새에 시달리고 밤늦도록 음악 소리와 취객 소음으로 정서적 피해를 받을까봐 싫으셨다. 과연 그런 환경에서 손주들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저녁산책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했을 것이다.
본 대지가 속한 블록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근린상업지구와 그 너머로 중심상업지구가 있으며 대지의 앞뒤(남북)로 산 능선 끝이 발달해 대지가 속한 블록은 자연히 산능선 끝자락 계곡부에 위치한다.
블록 뒤쪽(동쪽)은 계곡 높은 부분에 해당하며 블록형 단독주택지(상당히 고급스런 저층형 아파트와 빌라)가 있고 고급 단독주택들도 배후에 있어 주택지로는 아주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건축 후일담

3월경 입주 후 5월 건물 사진을 찍고자 연락드렸더니 흔쾌히 방문하라고 하셨다. 부족한 솜씨로 사진촬영을 해야 하는데 훼방꾼들이 나타났다. 큰따님의 아이들이다. 카메라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앞에 나서 포즈를 취한다. 금세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그들의 아지트 다락으로 안내까지 해준다.
"아저씨 여기도 찍어요. 여기가 우리 놀이방이에요!"
현재 막내딸과 큰딸 가족(4명), 건축주 모두 6명이 함께 산다. 1층 필로티에 널찍한덱(Deck)과 그네를설치했는데 바로앞 공원과연계돼 마치 공원까지 앞마당으로 쓰는 기분이다. 특히 더운 여름철이면 이 공간이 더욱 유용해질 것이라 한다. 남은 부지 일부는 텃밭으로 활용해 각종 채소를 심고 4층 위에 설치한 다락도 아이들 놀이 공간으로 훌륭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옥상에서는 가끔 삼겹살 파티를 열어 훈훈한 가족애도 다진다.
1층에 상가를 넣을 수 있는 일반적인 점포주택용지보다는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주거 환경만큼은 조용하고 쾌적하다. 더욱이 공원과 맞닿아 녹지가 잘 이뤄져 있고 학교도 가까워 아이들 키우기 좋다 보니 죽전택지개발지구 내 여타 점포주택용지보다 인기가 좋은 주거지역으로 정평이 나있다.
노후생활을 위해 수익성만 고려해 대지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사례와 같이 안락한 생활을 우위에 둔다면 주거전용 택지도 고려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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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찬의 집 이야기 4] 수익성과 안락함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다면 다가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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