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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대지 조건 하에 면적을 최대한 활용해 건물을 올린다는 것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설계사, 건축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답이 떠오른다. 특히 서판교 80평 대지에 건축한 이번 점포주택은 전면도로와 면한 지하1층을 상가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나 도시설계지침 상 제한조건에 따르다 보니 고민이 따랐다. 수익률에 근거해 지하1층과 지상1층 상가 면적을 분배함으로써 건축주와 필자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최길찬<건축사/시공기술사>

 

 

 

 

 

 

판교신도시가 만들어지기 전 해당 지역에 터를 잡고 살던 분들의 땅과 집이 수용되면서 보상금과 함께 주어지는 혜택으로 택지나 아파트 입주권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수용이란 도시계획법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사업을 위해 공공기관이나 사업시행자가 일괄로 토지, 건물, 농작물 등을 법에 의해 매수하는 행위다.
판교동 상가주택 건축주 윤종찬(70세) · 정을순(64세) 부부는 택지와 아파트 입주권 사이 선택의 기로에서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한다. "땅에서 살아왔기에 땅을 원했어요."
건축주는 파평윤씨 후손으로 지금도 판교신도시 끝자락 백운저수지 위 선산에서 12대 선조의 시제를 지내고 있다. '12대X30년'이면 자그마치 360년이다. 그러니 360여년 동안 대대로 이곳을 떠나지않고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것이다. 파평윤씨는 윤관장군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정승도 많았지만 조선시대 예종, 덕종, 성종 삼대에 걸쳐 우리나라 최초로 수렴청정을 한 정희왕후(수양대군의 부인), 연산군의 어머니이자 성종의 후궁인 폐비윤씨, 성종의 계비 정현왕후,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수렴청정으로 유명한 문정왕후까지 5대에 걸쳐 강한 카리스마의 왕후를 배출한 가문이다. 그러한 내력을 알게 된 때문인지 건축주가 살아온 얘기를 들으면서 꿋꿋함으로 달관한 분이라 느껴졌다.
건축주는 과거 판교신도시 서판교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화산운동에서 논 2마지기 농사도 지으면서 LG건설(자재구매부)에서 근무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로 그 이듬해 권고사직 했으나 특유의 근면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 측에서 촉탁사원 형식으로 연장 근무를 제안했다 한다. 그런데 그는 젊은이들에게 그 기회를 넘기고 25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퇴직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건축주 아들은 한때 가족이 살 집을 스스로 지어 보겠다며 꿈을 키웠으나 건축주가 만류해 그 꿈을 접고 전공과 다른 금융 회사에 입사했다. 세월이 흘러 이번에 집 지을 기회가 오자 아들은 점포주택 건축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재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위와 의기투합해 서판교 점포주택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그리고 설계와 시공사를 결정함에 있어 아들과 사위가 필자 회사를 적극 추천하고 설계부터 공사까지 일괄진행하는 인연이 됐다.

 

 

 

설계를 위한 주요 제한조건
대지조건 분석 : 대지는 2면 도로에 접하고 있으며 전면도로보다 후면도로가 2.9m 높고 전면도로의 폭은 15m이고, 후면도로 폭은 8m이다.
도시설계지침 주요내용 : 건축물은 지상3층 이하(필로티 포함)로 해야 하며 연면적 40% 이내에서 근린생활시설(상가)을 만들 수 있으며 주택부분은 3가구이하로 해야한다.

 

 

 

설계 주안점… 수익을 극대화하라
신도시 상가주택 설계 주안점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는 수익률의 극대화고 둘째는 주인세대를 포함한 주택의 편의성이다. 수익률 극대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는 상가부분에 대해 몇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1층 상가의 문턱은 도로와 레벨 차가 없어야 한다. 상가 진입을 위해 계단이 하나 늘어나면 그만큼 상가 수익이 떨어지고 임대료도 내려간다.
둘째, 법정한도 내에서 최대한 면적을 크게 계획해야 한다. 본 건축부지는 레벨이 낮은 전면도로에 면해 지하층을 계획하고 높은 후면도로에 면해 1층을 만든 후 그 위로 주택 2개 층을 넣을 수 있는데 문제는 전체 연면적 대비 40%만 상가로 이용할 수 있는 제한 조건으로 얼핏 계산해 봐도 80평 대지면적에 건폐율 50% 용적률 150%면 지상 3개 층에 120평 건축물이 된다. 이 중 상가 할당을 보면 '120평 X 40%=48평(1층 계단실은 주택전용으로 감하면 3.7평)'으로 나온다. 그리고 지하층에 상가로 사용될 수 있는 면적이 '48-40+3.7=11.7평'으로 계산돼 고작 11.7평 정도를 전면도로에 면하는 지하1층으로 계획할 수 있다.
도로의 상권 형성 위계 상 본 대지의 경우 전면도로에 면할 수 있는 지하1층(전면이 노출돼 도로에서는 1층처럼 보임)의 상권이 지상1층보다 더 중요한 땅이어서 지하1층에 37평 정도의 상가를 계획하고 40% 할당 면적 중 잔여분인 19평 정도를 지상1층에 올리고 건폐율상 남는 부분인 17평 정도(40-19-3.7=17.3)를 필로티(주차장으로 이용)로 계획해 연면적에서 제외키로 계획했다.
이러한 설계 내용을 건축주에게 제안했더니 법정한도 내에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계획을 흔쾌히 수락해 공사계약까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사 후기
상가 부위 마감재는 세련되고 모던한 이미지를 표현하며 상가 느낌이 나도록 화강석을 계획했고 주택 부위는 건축을 전공한 건축주 아들과 사위의 의견을 반영해 벽돌을 계획했다. 건축주는 대를 이어오며 오랜 세월 지켜온 동네에 대한 감회가 분명 남다를 것이다. 그는 오래도록 살아도 변함이 적고 덜 튀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집을 원했다. 건축주는 벽돌과 화강석의 조합을 만족스러워 했다.
공사가 완료되고 생각보다 넓게 만들어진 지상1층 상가와 덤으로 얻은 듯한 지하1층 상가를 보고 그 면적에 대단히 만족하셨다. 다만, 상가 업종 및 임대 금액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아직 상가 임대가 해결되지 못했다. 상가 계약은 2년일지라도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가 스스로나가지 않을 경우 5년 동안 계약을갱신할 권리를 세입자가우선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임대료 상승률도 법정 9% 이내로 정해져 있다. 이런 이유에서 처음부터 좋은 인연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입자를 찾고 있다 한다.

 

 

 

 

 

 

최길찬은 건축사이자 시공기술사로 종합 건축 회사 ㈜신영종합건설, 전원주택 시공 전문 ㈜하이랜드건설, 설계 전문 신영건축사사무소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2006년 8월까지 KBS-1TV 6시내고향 <백년가약> 프로젝트의 건축사 및 시공사로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주요 수상 내용으로는 강구조 작품상 주택부문설계 은상, 건설기술교육원장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감사패 등이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원사로 패시브 건축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031-712-0494 cafe.daum.net/greenhousing www.syhi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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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찬의 집 이야기 6] 노후 경제생활백서 점포주택 네 번째 - 상가 문턱은 도로와 레벨 차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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