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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씨의 정원은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겐 낙원 같은 곳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이 씨가 관리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서울서 있을 때보다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단다. 흙 한 줌 쥐어 본 일이 없는 그가 멀리 남해까지 와 흙과 풀을 벗 삼은 사연을 들어봤다.

한송이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뜰과숲 02-451-7579

 

 

 

 

 

 

정원에 대한 이정우 씨의 열정은 몇 년 전 이태리 북부 여행에서 느낀 감동에서 비롯됐다. 빛바랜 붉은 기와, 색이 화려한 정원, 코발트 아드리아해까지… 그 어울림이 왠지 모를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감동 주는 그림 같은 집과 정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단다.
여행의 잔상은 남해에서 되살아났다. 발아래 산봉우리 사이사이로 은근히 드러나는 쪽빛 바다가 아드리아해를 연상케 했고 120m 고지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에 망설일 틈 없이 이주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이태리 스타일의 차분하고 이국적인 정원을 드렸다.
"식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다"는 이 씨는 "내가 기운이 없으면 이들도 축 처지고 며칠 집을 비웠다 오면 금세 활짝 펴 반겨준다. 정원을 '가꾼다'는 말보다 '돌보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내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다"고 정원 일의 즐거움을 전했다.

 

 



 

 

남해 바다를 정원으로 끌어들인 잔디 마당

'향기 정원'이란 이름을 붙인 정원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시각적으로 먼저 와 닿는다. 은빛 억새와 너른 잔디 마당 그리고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이 시야에 가득 담겨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평평한 마당은 잔디만 깔아 단정하게 했고 경사진 기슭은 지형을 살려 억새를 비롯한 번식력 강한 식물들로 풍성하게 만들었다. 정면에서 우측 덱으로 이어지는 경사지에는 무성한 수풀 사이로 오솔길을 내고 디딤목을 깔아 정원 일이 수월하도록 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시야를 가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마당을 전부 잔디로만 채운 거죠. 세 살배기 손녀딸이 뛰놀다 넘어져도 푹신하게 받아 주니 크게 다치지 않아 좋고요."
옹벽이 높게 쳐진 자리라 정원 끝자락은 낭떠러지 같은 느낌인데 치자나무로 자연스럽게 경계를 대신했다.

 

 

작은 과수원 이룬 포도, 블루베리, 키위나무

경사지 중앙부와 우측에 탐스럽게 열린 포도, 키위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외에도 정원에는 30가지 허브, 블루베리 등 다양한 종이 뒤섞여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포도는 이태리 스타일 정원을 가꾸려다 보니 와인이 떠올라서 도전해 봤어요. 화학비료 하나 주지 않았는데 당도가 꽤 높아요."

 

 







 

 

해충이 먹지 않도록 하얀 종이옷을 입히는 작업도 일일이 이 씨가 직접 해냈다. 이 씨는 처음 포도나무를 심었을 때 관리 방법을 몰라 지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했다. 특히 빠르게 자라나는 이파리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포도에 제공돼야 할 당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란다.
덱 옆으로는 지지대 위로 키위넝쿨이 이리저리 엉켜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런데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데 비해 키위는 한쪽에만 드문드문 매달려있다. " 키위재배가 더 어려운 가봐요"물으니 이 씨는 허허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에요. 키위는 원래 암수 구별이 있어 두그루를 같이 심어줘야 열매가 열린대요. 그걸 몰랐지 뭐예요. 총 네 그루 심었는데 하나만 암나무였나 봐요. 한쪽에만 통통한 키위가 매달리네요. 그런데 원래 암수 구분은 꽃이 필 때까지 알 수가 없다네요. 내년엔 암나무를 몇 개 더 갖다 심으려고요."
블루베리는 이미 다 따 먹은 지 오래다. 농약을 일절 치지 않아 오며가며 재미로 하나씩 따 먹은 게 벌써 가지를 앙상히 드러냈다. 라벤더, 로즈마리, 멕시칸세이지 등 30가지 허브 잎도 기분에 따라 차[굮]로 우려 마시는 묘미를 준다.
아내는 허브차 얘기가 나오자 금세 집 앞 화단에서 라벤더 잎을 따 준다. 포도도 한 아름 안겨준다. 아내는 "여긴 뭐든 심으면 쑥쑥 자란다"고 했지만 이러한 부부의 넉넉한 마음씨가 정원을 풍요롭게 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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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남해 바다를 끌어안은 남해 이정우 씨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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