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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위치로 더없이 좋은 이 점포주택 건축주는 쾌적한 건물 환경 유지를 위해 상가 업종 구성을 사전에 생각해뒀다. 따라서 그에 맞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외장재 적용이 이뤄졌다. 자녀 둘을 둔 딸 가족도 들어와 살 예정이었으므로 쾌적한 공간이 되도록 설계를 요구했는데 이에, 패시브 하우스 기법을 일부 적용해 폐열회수 환기장치와 외부 전동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최길찬<건축사/시공기술사>

 

 

 

 



 

 

서판교 신도시 중앙로에서 세칭 먹자골목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위치한 땅, 최고의 위치에 있는 점포주택 건축주를 만나러 갔다. 이문택(76세)·홍민숙(73세) 부부는 몇 년 전 판교를 벗어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판교에 점포주택을 짓고 판교를 떠나지 않는 내력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며 600년부터 판교에서 살아온 연안이씨延安李氏44대(29대 첨사공파의 종손) 가문임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660년 나당연합군의 중랑장中郞將으로 소정방蘇定方과 함께 신라의 통일전쟁에 참전했던 당나라 장군 이무李茂는 전쟁이 끝나고 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신라에 귀화해 연안이씨의 시조가 됐고 그의 묘는 대전 국립현충원 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삼족오문화제전三足烏文化祭典'을 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연안이씨 26대손 연성군파延城君波이곤李坤(1462~1524, 현감직책)의 판교동 묘소 통비석 전면에 삼족오三足烏(세 발 까마귀,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양의 신으로 널리 숭배 받은 전설의 새)의 전통적 문양이 있어서 성남시 향토유적 제6호로 지정돼 있다. 현감을 지낸 26대조는 현재 판교신도시와 앞쪽 산(현재 남서울골프장 부지) 및 뒤쪽 청계산 일부를 국가로부터 녹읍으로 지급받아 정착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그 후손이 600여 년 대를 이어 살게 된 이유라고 한다.
판교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대대손손 이어온 땅이 수용되고 개발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재 살고 있는 용인시 구성으로 이주했지만, 구릉 이곤을 비롯한 수십 기의 세장世葬묘역이 있는 판교동으로 다시 들어와 살고자 대토로 받은 이주자택지에 건축을 결정하게 됐다.
"전에는 이런 걸 다 외웠는데 이젠 보지 않으면 기억이 나질 않아서 중요한 내용은 이렇게 적어두고 봐야 해"라며 두루마리 형태 한지에 자필로 빼곡히 적은 족보를 보며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에너지 고효율과 쾌적한 공간으로 건축 계획
상가 위치로 더없이 좋기에 점포 임대는 걱정할 이유가 없지만 식당이 아닌 커피숍과 같이 깔끔한 업종이 들어올 수 있도록 건축주는 고급스러운 외장 마감을 주문했다. 3층에는 결혼한 딸 부부가 8세, 5세 된 손주들과 함께 살기로 하고 2층은 2세대로 계획해 큰 쪽은 건축주 부부가 살고 작은 쪽은 침실 1개와 거실 겸 주방이 있는 형태로 계획해 전세를 주기로 했다.
건축비 상승이 있더라도 깔끔한 형태의 외관과 고급스런 현관출입구와 함께 어린 손주들을 생각해 건강한 주택, 에너지 효율이 좋은 주택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건축물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첫째, 판교 중앙로가 있는 남쪽으로 창문을 최소로 설치하고 시스템 창호 등을 채택해 자동차 소음의 유입을 최소화하기로 한다.
둘째, 1층 상가를 살리기 위해 도로 반대편인 동쪽에 계단실이 만들어져야 하므로 위층 주택 부분에서 창이 남쪽과 서쪽, 북쪽으로 나게 된다. 이 중 서쪽 창문은 여름철 오후 햇살이 들면 집안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해 냉방부하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쪽 창문은 시스템 창호를 설치하고 패시브하우스 계획 시 반영하는 '외부용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하기로 한다.
셋째, 아토피 같은 환경성 질환에 강한 건강주택을 만들기 위해 '친환경 건축자재'를 선호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건축물의 환기다. 아무리 좋은 자재를 사용해 집을 짓더라도 환기량이 부족하면 실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등에 의해 공기가 오염되거나 산소 부족 현상이 생겨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 2층과 3층에 환기 시 열에너지의 손실이 거의 없는 '열교환 환기장치'설치를 계획한다.

 

 



 

 

건축 진행에 따른 역할 분담
건축주와 첫 면담을 끝내고 나서 부인은 필자의 사주(생년월일시)를 받아 갔고 다음에 와서 곧바로 설계 계약을 했으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건축주는 1963년 당시 '해운공사'에 입사해 5.16군사혁명 후 학교로 발령받은 이래 교직에 평생을 몸담아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일흔을 넘긴 건축주는 젊을 때와 변함없이 테니스, 등산, 골프를 즐기는 낙천적인 성향으로 건축공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건축주 부부는 외장 디자인과 마감재 선택 등에 대해 시시콜콜 관여하지 않고 일체 필자에게 위임했다. "비록 건물 소유주는 건축주지만 건물이 마을 초입에 있어 눈에 띄는 위치에 있으니 '신영'에서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간 '신영'건물을 꽤 많이 봤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층, 3층 내부 마감에 대해서는 부인과 딸이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관여했다.
상당히 길어진 우기雨期로 공사기간이 꽤 늦어졌지만 9월에 사용승인을 득하고 등기도 완료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1층 상가에 대한 임대 문의가 꽤 많았는데 그 중 주변 시세보다 아주 좋은 조건(전세보증금 1억 원 + 월임대료 370만 원)으로 제안이 들어왔지만 식당인지라 거절하고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일부 '공인중개사사무소'와 '커피가 있는 유럽앤틱가구전시장'으로 임대차계약을 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건축주는 "식당보다는 연기 안 나고 분위기 있는 가구전시장이 들어오면 '신영'작품에 손상도 가지 않고 좋잖아요"하며 배려를 보이셨다.

 

 

 

최길찬은 건축사이자 시공기술사로 종합 건축 회사 ㈜신영종합건설, 전원주택 시공 전문 ㈜하이랜드건설, 설계 전문 신영건축사사무소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2006년 8월까지 KBS-1TV 6시내고향 <백년가약> 프로젝
트의 건축사 및 시공사로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주요 수상 내용으로는 강구조 작품상 주택부문설계 은상, 건설기술교육원장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감사패 등이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원사로 패시브 건축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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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찬의 집 이야기 9] 노후경제생활백서 점포주택 여섯 번째, 상가 구성이 분명하면 건축 방향도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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