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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전체 약 600필지의 이주자택지는 보통 필지당 265㎡(약 80평) 정도고 10여 필지가 330㎡(약 100평) 이상으로 계획되는데 건축주가 당첨된 필지는 354.5㎡(107.2평)이나 되는 초대형 택지다. 이웃 점포주택형태와 달리 경사지를 잘 이용해 합법적으로 1층 상가를 확장해 인지도 높은 건물을 완성했다.

글 · 사진 최길찬<건축사/시공기술사>

 

 

 

최길찬은 건축사이자 시공기술사로 종합 건축 회사 ㈜신영종합건설, 전원주택 시공 전문 ㈜하이랜드건설, 설계 전문신영건축사사무소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04년 7월부터 2006년 8월까지 KBS-1TV 6시내고향 <백년가약> 프로젝트의 건축사 및 시공사로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주요 수상 내용으로는 강구조 작품상 주택부문설계 은상, 건설기술교육원장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감사패 등이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원사로 패시브 건축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031-712-0494 cafe.daum.net/greenhousing www.syhiland.com

 

 

 



 

 

 

경기도 의정부시 40대 중반의 김남용 · 박경자 부부는 1980년 중대 결심을 했다. 공직자로 보장된 남은 15년의 삶 대신 낮선 곳에서 처음 시작하는 장사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공직자 신분에 누리는 연금과 자녀교육비 등 노후에 대한 보장을 모두 포기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당시 판교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우회전 하면 좁은 2차선 지방도가 얕은 청계산 허리를 감싸듯 돌아 들어가고 개발제한으로 오래된 집 여러 채가 낮은 처마를 맞대며 흡사 시골 장터 같은 동네를 형성하고 있었다. 우측으로 담배 가게도 있고 정육점도 있었다. 약 200여 미터 버스를 타고 동네를 벗어나면 판교 들판을 지나 청계산 고갯길을 넘어 안양으로 가거나 직진을 하면 수원과 용인을 지나 남쪽으로 향하는, 주막집 같은 삼거리 동네인지라 당시로선 제법 상권의 중심이었다. 김 씨 부부는 이곳에서 식당업을 시작했다. 타지에서 스며들어 힘든 세월을 겪으면서도 주민과 싫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화초 가꾸기가 취미인 조용한 성품의 부인이 만들어 가는 사업과 가정은 나날이 번창했다.
지금 60대 중반인 김 씨 부부는 아직까지 큰소리로 부부싸움을 한 번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서로를 존중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은 인품을 갖춘 이들이다.

 

 

 

경사지 이용으로 넓은 상가 면적 확보
판교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농지와 집이 수용되면서 사업을 정리하게 됐지만 복이 많아 그런지 보행자도로를 낀 큰 필지가 당첨됐다. 전체 약 600필지의 이주자택지
(건폐율 50%, 용적률 150%, 3층까지 가능한 점포주택)는 일반적으로 필지당 265㎡(약 80평) 정도고 10여 필지가 330㎡(약 100평) 이상으로 계획되는데 김 씨 부부가 당첨된 필지는 354.5㎡(107.2평)나 되는 초대형 택지다. 판교도서관으로 향하는 곳에 전면 15m 도로, 좌측으로 10m 보행자전용도로, 후면에 8m 도로가 있고 앞뒤 도로 레벨 차이가 1.9m 정도인 땅이다.

 

 

 



 

 

 

인접 땅 소유주들은 앞뒤 도로의 경사 차이를 이용해 지하가 한 층 있는 4층 점포주택을 선호했다. 이렇게 할 경우 지하층은 전면도로보다 낮아지는 불리함과 높고 시원한 천장 고 확보 또한 어렵다. 문제는 지하층이 상업적 위계가 큰 15m 전면도로(전면도로가 낮은 곳에 위치)에 면해 1층의 역할을 해야 하고 정작 1층 상가는 상업적 위계가 낮은 후면도로에서 1m 정도 높게 설치돼 상업적 기능이 약하게 된다. 지하층과 1층 모두 도로에 면해 있지만 시원스럽게 높고 넓은 온전한 상가를 계획하는데 문제를 가졌음에도 땅 크기가 75~80평인 대부분의 이웃들은 4개 층을 원할 수 밖에 없다.
김 씨 부부도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으나 부부를 설득했다. 경사지를 이용해 화장실을 별도로 분리만 하면 이웃보다는 2배 이상 넓고(경사지를 적절하게 이용할 경우 창고와 화장실을 제외한 순수 매장 크기가 50평 정도가 가능) 층고도 높아 인지도 좋은 근린상업지구 내 1층 상가에 버금가는 상가를 만들 수 있는 계획안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건폐율 50%인 땅에 화장실, 창고, 계단 모두 포함해 53평이 가능해 순수한 매장은 40평 정도밖에 만들수 없지만 본 건물은 1층 층고가 4.5m로 충분히 높고 순수한 판매장만 50평이고 별도로 주방과 화장실을 건폐율에 관계없이 합법적으로 계획했다.
대지 경사를 이용해 높은 층고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화장실과 주방을 바닥은 1층과 같은 레벨이지만 층고를 낮게 하고, 그 위에 지상 주차장을 계획해 지하층으로 인정받아 건폐율과 용적률의 제한을 피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설계 기법은 필자가 도심지 소규모 필지를 계획할 때 종종 도입해 건축주에게 좋은 평을 받은 적이 많아 자신 있게 3개 층으로 계획할 것을 건의할 수 있었다(참고로 주변 같은 블록 필지의 경우 대부분 4개 층으로 계획했으며 언급한 바와 같이 지하층이 불완전한 1층 역할을 한다).

 

 

 

합리적인 공간구성으로 인기 얻은 상가
원고를 쓰기 이틀 전 건축주 부부를 만나 필자를 선택하게 된 동기와 남들보다 한 개 층이 부족하게 계획한 설계를 받아들인 이유 그리고 공사가 끝나고 지금 살면서 느낀 점을 물었다.
"필지 자체가 넓고 건축면적에 대한 큰 욕심도 없어 한 층이 부족하더라도 불편한 마음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20여 년 사업 경험으로 볼 때 1층 층고가 낮거나 도로보다 1층 바닥이 낮거나 높으면 상가로서의 매력
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금 걱정했던 것은 이웃의 4층 건물보다 우리 건물이 낮아 보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최 건축사가 해결해주었고 결과적으로 먼저 준공한 건물들을 제치고 1층 32평 상가를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50만 원에 임대했다. 그러고도 전망이 더 좋은 17평 상가가 남아 있다. 오늘도 이 상가를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지만 많은 사람이 다니는 보행자도로에 면하다 보니 업종을 잘 골라 임대하려고 한다."

 

 

 



 

 

 

부부는 "최 건축사 의견을 들어 가정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왜 아까운 면적과 돈을 들이느냐, 건강도 좋은데'라고 하기에 '아니 그럼 평생 젊어?'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무거운 짐을 나를 때나 손주들과 함께 드나들 때 엘리베이터가 있어 아주 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건물 보온이 잘 돼 아침이 되면 보일러를 끈다며 좋은 말만 했다.
건물 내부 사진을 촬영할 때 박경자 씨는 싱크대 위 꽃 사진 찍는 것도 잊지 말라 했다. 박 씨는 식당을 운영할 때도 늘 화초를 키웠는데 집 3층 남쪽 발코니에서 화초를 키우는 행복이 더하다고 말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화초에게 말을 거는 그녀를 보면서 문득 건축을 업으로 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2월호부터 연재한 최길찬의 집 이야기를 이번 호로 끝맺습니다. 12호에 걸쳐 직접 설계 및 시공 감독한 점포주택을 촬영하고 점포주택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신 최길찬 님께 고마움의 뜻을 전합니다. 최길찬의 집 이야기는 www.countryhome.co.kr이나 과월호를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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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찬의 집 이야기 12] 노후경제생활백서 점포주택 아홉 번째, 경사지 잘 이용하면 상가면적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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