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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있었던 건축 박람회에서 눈길을 끄는 부스를 발견했다. Easy build라는 이름을 달고 건축사 3인이 나와 예비 건축주와 컨설팅을 하는 현장이었다. 주택부터 일반 건축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이던 세 건축사는 합리적인 가격과 전문화된 퀄리티를 바탕으로 토털 건축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게 됐다.
그들은"콘셉트가 강하고 비싼 건축물을 짓기보다 건축주를 위한 합리적이고 튼튼한 집을 만들고 싶다"며 예비 건축주들이 흔히 갖고 있는"건축사는 어렵고 불편한 존재다"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대중 앞으로 한 발 더 나서고 있다.
다음은 서울 성북동 사무실에서 길윤경(해밀건축사사무소 대표) · 이기주(위드에이건축사사무소 대표) · 홍양표(수가건축 대표) 세 건축사와 가진 일문일답.

 

Q: 세 사람이 처음 만난 계기가 궁금하다.
길윤경(이하 길): 국토해양부에서 주관한 친환경 건축 설계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총 40명의 건축사가 참여했는데, 세 사람의 나이가 비슷하고 생각도 잘 맞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Q: 힘을 합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길: 우린 윗세대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예전엔 건축사 간판을 달고 있으면 일이 끊임없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젠 아무 것도 안 하고 건축주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시대가 아니다.
우리끼리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힘을 모으게 됐다. 앞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친환경적인 주택, 건축물을 지어 볼 생각이다.

홍양표(이하 홍): 건축사는 건축주의 선택을 받아야 일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린 건축주에게 한발 먼저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의미로 1월엔 건축 박람회에 참가해 여러 예비 건축주를 만났다.
이기주(이하 이): 건축에 대해 총괄적으로 일하려고 모였다. CM(Construction Management)을 지향하고 있다.

 

Q: Easy build는 무슨 의미인가?
홍: 쉽다는 뜻의 Easy, 건축의 Architecture, 체계의 System 앞 첫글자를 따 합성한 말이다. 원가 관리부터 품질 관리, 공정 관리와 준공 후 관리 등 건축 전반의 과정을 맡아 건축주가 쉽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Q: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나?
길: 갓 시작한 상태다. 작년 9월에 첫 회의를 했으니 이제 반년도 안됐다. 1월 건축 박람회에 참가했고 홍천에 첫 프로젝트를 맡았다.
설계는 다 끝났고 허가받아 곧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Q: 건축주들을 만나 본 소감은 어땠나?
길: 예비 건축주들은 보통 건축사가 아닌 시공사부터 찾더라. 아마 건축사에 일을 맡기면 큰돈이 들까 지레 부담 갖고 어려워 한 듯 했다.


Q: 사람들은 왜 건축사를 어려워할까?
홍: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첫 번째일 것이고 성격이 확고해서 대하기 어렵다는 선입견도 있는 것 같다. 건축사 하면 프라이드가 강해 독단적으로 일할 거라 생각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다. 어차피 건축사가 지은 집에서 몇십 년간 생활할 사람은 건축주니까 우린 건축주 기준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길: 왜곡된 건축 문화가 굳어졌다. 설계비를 너무 아까워하고 시공사에 가면 편하고 저렴하게 지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시공사에서 부르는 가격이 저렴한 건 이미 지어 놓은 집과 흡사한 형태로 짓기 때문에 추가로 돈 들 일이 없어서다. 가까운 예로 택지지구에 있는 집들을 보자. 이름은 전원주택이지만 '복사-붙여 넣기'하듯 모양이 한결같다. 하지만 건축사가 짓는 집은 건축주가 원하는 독창적인 스타일대로 지을 수 있고 디테일이 다르다. 설계비 300만~400만 원 차이로 건축사를 어려워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돈은 시공비 한 평 값밖에 안 되는 가격이다.

 

Q: 구체적으로 건축사가 짓는 집엔 어떤 차이가 있나?
길: 우리도 최소한의 허가 기준에 맞춰 대충 뚝딱 그려내면 쉽다. 하지만 그런 도면은 스스로 부끄럽다. 엉성한 설계로 착공에 들어가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변수가 많이 생긴다. 그럼 시공 기간이 길어지고 오히려 추가로 드는 비용이 더 발생한다. 싼값에 덥석 시공사를 잡았다가 중간에 파투내는 업체도 많지만 그런 문화와는 다르다. 처음부터 전기 배선을 고려해 콘센트 위치 하나까지 잡아 정확한 설계도를 만들고, 시공자는 시공에만 온전히 집중하도록 서포트해서 좋은 집을 완성해 낸다.
홍: 집 한 채를 앉힐 땐 땅의 모양, 공간의 비움과 더하기의 완급조절 등 구조적이고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그 모든 것의 컨트롤은 건축사의 전공 분야다.

 

Q: 그럼 설계비는 얼마로 책정했나?
길: 기본 천만 원 정도다. 여기서 감리, 허가 비용 떼고 나면 남는 돈은 200만~300만 원이 될까 말까다.

 

Q: 세 사람이 일하는 것치곤 이익이 적다.
홍: 그래도 우린 일이 하고 싶다. 아직 젊기도 하고.(웃음)

 

Q: 처음 맡게 된 홍천 현장은 어떤 곳인가?
홍: 홍천에선 펜션 신축을 진행하고 있다. 설계는 다 끝났고 허가받아 착공 들어가면 되는 곳이다. 열교환기와 단열재에 신경 써 에너지 절약형 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길: 친환경 건축 설계 아카데미에서 홍천 살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견학한 적이 있다. 단열재를 잘 써서 별다른 난방기구 없이 한겨울에도 실내온도 22℃를 유지하고 있어 놀란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 배운 걸 펜션에 접목하고 있다. 가능한 저렴한 가격에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낼 생각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이: Easy build는 없는 회사다. 각기 다른 사무실이 있고 대표 웹사이트도 이제 준비 중이다. 앞으로 맡는 일이 생기면 세 사람이 각 지역의 지점 역할을 해서 일을 분배하기로 했다. 정확히 정해 둔 것은 없고 일단 의기투합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홍: 일단 일을 많이 맡아 경험을 쌓고 싶다. 그래야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길: 각자 작업하는 일이 있다. 전원주택뿐 아니라 단독주택, 상가주택 등 맡은 일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백희정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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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build의 길윤경 · 이기주 · 홍양표 건축사 “먼저 다가가는 친절한 건축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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