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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국토해양부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하 연구단)은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경기도 용인 소재)에서 대중한옥 건축기술의 검증을 위한'실험 한옥(Mock-Up)'상량식을 개최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는 한옥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비싼 건축비와떨어지는 주거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4년간 140억 원을 투자해 기술연
구 개발을 해왔는데 이번 실험 한옥은 지금까지 연구의 성과물이다.
3.3㎡당 600만 원이라는 점만이 부각돼 상당수 언론에서는'반값 한옥'으로 불렀는데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왕직 단장(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은 이에 대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는"전통 공법으로 한옥을 짓는 경우와 비교하면 50% 정도 건축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그러나 이것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아쉽다. 기능적으로 미적으로 전통 한옥을 얼마나 계승하고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없다.
이번 실험 한옥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올 하반기부터 4차년도 연구에 들어간다. 실험 한옥에서 한단계 발전한'시범 한옥'을 내년에 짓는 것이 목표다.
김 단장은"실험 한옥을 보고'한옥과 조금 거리가 있지 않느냐'는이야기가 있다. 전문가뿐만 아니 일반인들도 인식이 높아져'한옥 맛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내년에선보일 시범 한옥은 디자인이나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등에서 한옥다운 느낌과 멋이 나도록 할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4일 서울시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 있는'관훈동 민씨가옥'에서 김왕직 단장을 만났다.

 

Q. 그간 연구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이제는 일반인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집에서도한국적인 것을 많이 찾는다. 남아있는 한옥은 조선 시대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문화재다. 외세에 의해 일방적으로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한옥을 현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그간 성장 중심으로 국토, 주택 정책을 펴다 몇 년 전부터'이제는 되돌아 봐야 할 때'라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 2006년부터 국가에서 한옥에 대해 관심을 갖기시작했고 이듬해인 2007년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 국토해양부와 명지대학교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한옥대중화를위한심층적인분석과기초적인연구를시작했다.

 

Q. 역사적인 측면에서 한옥의 단절을 말했는데 현대인들이 실제적으로한옥을 짓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건축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A. 맞는 말이다. 왜 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을 때 가장 문제 되는 게역시 높은 건축비다. 전통 공법 그대로 지으면 3.3㎡당 1,200만 원이넘게 드는데 이는 서민들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가격이다. 두 번째,한옥은 춥다. 전통 공법으로 잘 지어도 어쩔 수 없이 춥다. 여름에는 시원해 좋으나 겨울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살기에 버겁다.결국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연구단의 핵심 과제였다.

 

Q. 이번에 명지대 자연캠퍼스에 선보인 실험 한옥은 반값 한옥이라 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가격적인 부분은 해결한 것인가.
A. 이 부분이 참 애매하다. 정확하게 얼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있다. 어떤 창호를 쓰느냐, 얼마나 두꺼운 단열재를 쓰느냐 등에 따라건축 비용은 큰 차이를 보인다. 실험 한옥에 대해 언론에서 반값 한옥이라 해서 가격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실험 한옥을 3.3㎡당 600만 원에 지은 것은 맞다. 더 적은 금액으로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어느 수준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금액은 더낮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건축가 양심상 600만 원 밑으로 내려가면 그것을 과연 사람이 살만한'집'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Q. 몇 년 전 어느 지자체에서는 한옥마을을 조성한다면서 3.3㎡당 400만 원대의 한옥을 선보이기도 했다.
A. 직접 보기도 했으며 다른 관련 공무원으로부터'지자체에서는400~500만 원에 한옥을 짓는데 왜 안 되느냐'고 들은 적도 있다. 양심상그렇게는안된다고답했다.' 국가에서많은자금을들여연구하는데 더 낮추는 것이 어떻겠냐'라고도 한다. 그럼'직접 거기서 살아보고얘기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Q. 건축비를 낮출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A. 전체 건축 비용에서 목공사가 40%, 지붕과 창호 공사에서 각각20~25%를 차지한다. 결국 건축비를 낮추려면 목재 사용량을 줄이고지붕과 창호는 저렴하지만 성능은 부족하지 않은 제품을 찾든가 없다면 개발하든가 해야 한다. 실험 한옥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가장 큰이유는 전통 한옥에 비해 목재 사용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전통한옥은 기둥, 대들보, 서까래 등 굵은 목재가 사용되는 부분이 많다. 먼저 구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목재 굵기를 줄였다. 상인방, 중인방, 하인방으로 나뉘는 인방에 들어가는 목재 사용량도 엄청나다. 실험 한옥은 북미식 목조주택 벽체 시스템을 적용해 인방을 없앴고 전통 한옥에서 흔히 보이는 서까래를 원형이 아닌 각재화했으며 당골막이를 생략하고 부연도 달지 않았다. 125㎡(37.8평, 1층 89㎡, 2층36㎡) 실험 한옥 옆에 69.3㎡(21평) 전통 한옥을 지었는데 사용된 목재량이 비슷했다.


Q. 앞서 건축가로서의 양심을 이야기했는데 개인적으로 실험 한옥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A. 성과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건축비를 대폭 낮추면서 현대인이 거주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한옥을 선보였다는 점은 성과라고 할수 있으나 전통 한옥 고유의 멋이 없어진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실험 한옥을 보고 나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무래도 한옥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인식이 향상돼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다음에 지을 때는 좀 더 한옥의 멋이 살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옥의 멋을 느끼면서 현대 주거성능을 발휘하는 한옥을 목표라고 봤을 때 개인적으로 실험 한옥에 80점 정도 주고 싶다.


Q. 실험 한옥에 이은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A. 3년 차 연구를 진행한 결과물이 실험 한옥이다. 일종의 테스트 한옥으로 봐줬으면 좋겠고 올 하반기부터 4년 차 연구를 시작하는데 실험한옥을 통해 나온 문제점들을 보완해 보다 향상된 한옥을 짓는 것이 목표다. 내년에 선보일 주택은'시범 한옥'이 될 것이다. 앞서 실험 한옥에 대해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는데 덧붙이자면 공간에 대한 연구가 더있어야 할 것 같다. 대청과 툇마루가 있는 전통 한옥과 달리 실험 한옥은 사방이 다 막혀 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다. 외부로 통하는공간이 없으니 답답하고 아파트와 다를 것이 무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청에 대한 개념을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하는데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에너지 낭비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4년 차 연구의 핵심이 될 것이다. 공간적으로 미학적으로 전통 한옥을 어떻게 계승하느냐가 관건이다.


Q.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에는 건기연(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기술 자문으로 패시브하우스 공법을 적용한'그린 한옥'이 선보였다.
A. 우리에게도 그런 요구가 있었다. 주택 에너지 사용 총량을 줄이라는것인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면 단열재 두께가 30㎝ 이상 돼야 한다. 이 커다란 단열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종 결과물인 주택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만 생각하지 말고 그 주택에 쓰이는 자재 생산에 투여되는 에너지 사용량도고려해야 하지 않겠나. 친환경, 생태 관련 제품을 말할 때 이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작은 하나부터 친환경적인지 생태적인지를 따지는 것처럼 패비스하우스도 그래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끝으로 할 말이 있다면.
A. 잠깐 언급했는데 전통 한옥에서 전이 공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전통 한옥을 보면 방을 나와 대청에서 툇마루로 내려오고 신을 신고 한단을 내려와야 마당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우리 몸이 외부 온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반대로 안으로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내외부 온도 차이를 갑작스레 느끼게 되면 건강에 좋을 리없다.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 있다. 이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리고한옥에 살려면 건축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더위와 추위에도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와 같기를바란다면 냉정하게 말해 한옥에 살지 말아야 한다. 한옥에 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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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600만원실험한옥선보인한옥기술개발연구단김왕직단장 “실험한옥에80점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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