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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선택은 설계 작업 시 힘든 일 중 하나다. 조명을 선택할 때에는 조명 회사에서 보낸 각종 카탈로그를 산처럼 쌓아두고 작업을 한다. 전화번호부만큼이나 두꺼운 카탈로그를 일일이 뒤져가며알맞은조명을찾아보지만설계에어울리면서도가격이적당한제품을그리쉽게찾을수없다.
빛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와 두 가지 표현이 있다.
빛과 불빛이 바로 그것이다. 빛은 자연광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고 불빛은 인공적인 조명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두 가지 빛 모두 건축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빛 즉 자연광을 자연스럽게 실내로 끌어들이는 작업은 설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창의 개념이나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큰 창을 많이 낼수록 실내가 밝아질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창 크기와위치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설치할 벽과의 균형이다. 설계를 의뢰하러 온 고객들에게벽이 있어야 비로소 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끈기 있게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파트전면 창에 익숙해진 생활습관으로 인해 더욱더 힘든 설득을 해야 한다. 적절한 위치에 알맞은 크기의 창을 통해 빛을 끌어들이는 것이 설계자의 몫이라면 그것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것은 건축주의 몫이다.
두 번째는 불빛, 즉 조명에 관한 이야기다.
불빛은 어둠 혹은 그늘과 함께해야만 의미가 있다. 생활습관의 차이일까 아니면 문화의 차이일까. 유럽에서는 차가운 형광등보다 백열등을 많이 사용하며 직접조명보다 은은한 간접조명을 선호한다. 유럽인들은 방의 구석까지 비춰 줘야만 조명의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어둠과빛의 공존을 받아들인다.
어떤 공간에 어떤 색의 어떤 조명을 쓰느냐 하는 것은 설계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곳에서 생활하게 될 사람도 같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무조건 방의 구석구석까지 빛을 밝혀 한치의 어둠이 없어야 할 것 같은 선입견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밤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바라보던 파리 시내의 그리 밝지도 화려하지도 않던 아른아른 거리는 불빛들의 향연은 내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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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빛과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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