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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이 활성화되면서 농촌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 마을들은 전통문화 체험 관광 인프라 구축과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으로 관광객 유치에 한창이다. 여기 ‘구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색 테마 체험마을이 있다. ‘평창강이 시작되는 황토구들마을’로, 전통 먹거리와 우리네 잠자리 문화인 구들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조성한 곳이다. 평창군 친환경모델 마을로 선정되기도 한 이곳은 연간 방문객이 5천여 명에 이르며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을 올린다. 임정훈 (48세) 사무장을 만나 황토구들마을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글·사진 최영희 기자   자료 협조 황토구들마을  011-229-0415
http://goodeul.go2vil.org






[전통구들체험관, 음식문화체험관, 목공체험관, 기와집 숙소 등을 마련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황토구들마을.]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백옥포2리, ‘평창강이 시작되는 황토구들마을’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벗 삼아 살아가는 43가구, 90여 명의 주민이 조성했다. 장평나들목에서 2km 정도 떨어져 뒤로는 와우산, 앞으로는 석이봉과 중무산이 둘러싼 마을은 금당산에서 시작한 금당계곡이 마을을 가로지르며 절경을 만들어 낸다.
처음부터 소위 잘나가는 마을은 아니었다. 풍광이 빼어나 사람 살기 좋기로 이름난 백옥포2리도 산업화 열풍과 그로 말미암은 이농 현상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가구 수가 점차 줄어들자 주민은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마을 화합을 도모하고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의식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졌고 마침내 이들은 ‘구들’을 테마로 한 전통테마 마을 조성을 계획했다. 2005년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지원받은 2억 원으로 ‘구들 체험관’을 완공하고, 2009년에는 강원도 새농·어촌 건설 사업으로 5억 원을 지원받아 ‘기와집 숙소’까지 마련하면서 황토구들마을은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기와집 숙소는 구들 체험 교육 기간에 교육생 숙소나 민박집으로 이용하고, 이외엔 주민 사랑방으로 활용해 마을 쉼터 역할을 한다.]

귀농인·도시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전통구들체험관, 음식문화체험관, 목공체험관, 기와집 숙소로 구성한 황토구들마을은 운영위원 5명, 자치위원 7명이 중요 안건을 논의·심의해 운영한다. 핵심 프로그램인 구들 교육은 사무장 임정훈 씨가 담당하는데, 그는 귀촌을 결심한 후 삼척 한옥 학교를 수료하고 화성 동탄과 경주 주요 사찰을 돌며 한옥 짓기 경험과 구들 노하우를 쌓았다. 그 후 경북 문경 ‘조선요’에 머물며 전통 가마를 통해 아궁이의 원리와 구들의 진수를 터득했다. 몇 년 동안 실전에서 쌓아올린 경험을 토대로 그는 황토구들마을에서 기술만이 아닌 구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한 건강한 집짓기를 전파한다.




[임정훈 사무장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구들 교육을 하고 있다.]

인근 한옥 학교와 연계해 이론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들 만들기 실습을 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니 함실만들기 체험 교육을 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는 두 달에 한 번씩 같은 교육을 진행한다.
“귀농을 희망하는 분들도 많이 찾지만, 전통문화의 향기와 추억을 만끽하고자 하는 일반 가족 단위 체험 관광객들도 많아요. 또한, 학생들의 전통 교육장으로도 인기가 있답니다. 미니 함실 만들기 체험은 직접 미니 구들을 만들어 그 아궁이에서 피운 불로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도시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시골 정서를 느낄 수 있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만족도가 높아요.”


[야외에서 우리나라 전통 국궁체험을 즐기는 아이들.]




[미니 함실 만들기 체험은 직접 미니 구들을 만들어, 그 아궁이에서 피운 불로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시골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기와집 숙소는 구들 체험 교육 기간에 교육생 숙소로, 이외에는 민박집으로 운영하며 교육생이나 관광객이 없을 때에는 주민 사랑방으로, 마을 쉼터 역할을 한다.
음식문화체험관에서는 계절별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가마솥 오곡 잡곡밥, 토종 콩 손두부 만들기, 느릅지기 국수 누르기 체험이 가능하고, 야외에서는 전통국궁체험 및 목공체험, 친환경 팝콘 튀기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을에 체험하러 온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마을은 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조, 수수, 기장 등의 친환경잡곡을 생산·판매하는데 전년도에 이로 벌어들인 수입이 1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맛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우든펜 만들기 체험.]


[배운 기술을 적용해 직접 구들 만들기를 체험하는 사람들.]

힐링 명소를 꿈꾸다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으로 세 차례에 걸쳐 ‘농촌현장포럼’을 진행했다. 주민과 농촌 활동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 문제점을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발전된 미래를 그렸다.
주민들이 그린 청사진 중 가장 핵심은 힐링이 핫키워드인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명상 요가와 5대 항암 약초 중 하나인 유근피를 재료로 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건강과 치유가 테마인 힐링 프로그램이다.
평창나들목과 곧 들어서는 서울-강릉 고속철도 평창역에서 5분 거리, 번화하지 않고 시골 정취를 고스란히 지닌 풍광이 좋은 마을이라는 이점을 살려 황토구들마을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田




☞Interview----------------------------------------------------------------------------


황토구들마을 임정훈 사무장
“건강에 좋은 구들, 불편함과 수고스러움도 고려해야”

구들을 놓기 전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나.
귀농·귀촌하는 사람 중 내 손으로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이 많은데, 구들 놓는 기술을 배워 직접 놓고자 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난방 교육, 특히 구들을 가르치는 곳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가만히 보면 단순 구들장을 놓는 기술만 전수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구들은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다. 한옥이 몇 세대를 거치며 지역의 풍토와 기후, 거주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면, 구들은 한옥 난방의 정수다. 그래서 구들을 놓기 위해서는 집을 짓기 위한 집터에 대한 예비지식이나 구들 생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집터에 대한 이해란 무엇인가.
집을 지을 때부터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집터에 물이 나는지 혹은 물길이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다. 물길이 없거나 물이 안 나는 곳을 집터로 골라야겠지만, 부득이한 경우 집터를 높이거나 물길을 돌려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아궁이를 놓고자 한다면 반드시 불과 상극인 물길을 고려해야 한다. 굴뚝 놓는 옛 어른들이 말하기를 “아궁이는 바람 시작하는 곳에 만들고 굴뚝은 바람 끝나는 데 만들어라”라고 했다. 아궁이에 불 때는 계절이 겨울이므로 겨울바람 방향을 봐야한다. 바람 방향을 잘 모를 때는 그 지역에 오래 산 이웃에게 묻고, 그 지역의 지형과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파악해 집터를 잡고 아궁이를 놓을 위치를 잡아야 불이 잘 든다. 구들을 잘 놓기 위해서는 고래 위에 구들장만을 잘 얹어 놓는 것이 아니라 집과 집터에 대한 예비지식을 가지고 불이 잘들 수 있도록 물을 잡고 바람의 길을 터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구들 인기가 높아지면서 잘 못된 이야기들이 퍼지고 있다.
구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이들을 보면 아궁이에 불을 한 번 때면 석 달 열흘 간다는 칠불사의 아자방을 예를 들며, 한 번 땠을 때 오래가야 구들을 잘 놓는 것으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 때서 석 달 열흘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나무를 때야하는지, 아궁이의 크기는 또한 얼마나 커야하는지…. 건강을 생각해서 구들 놓아보자고 생각하며 배우는 이들에게는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한 번 때면 오래가는 편리함만을 생각하고 때는 과정의 불편함과 수고로움은 생각하지 않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의 어리석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군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어릴 적 시골에 살아본 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끼니 때 밥을 지으려고 불을 때며 방을 데우고 새벽녘에 식어지는 방을 덥히려고 군불을 한 번 더 땐다. 우리 조상들은 왜 이런 불편을 감수 했을까? 구들을 두껍게 놓고 오래간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환절기 낮에는 따듯하고 밤에는 추운데, 실제 생활에서 며칠씩 달궈진 구들방은 낮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조상은 구들장을 얇게 놓음으로써 아침저녁으로는 금방 따듯하게 하고, 낮에는 빨리 식어 차갑게 했다. 이런 방식으로 온도 조절을 한 것이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책이나 교육은 탁상행정으로 돌아간다. 너무 교육에 연연하지 말고 이웃 주민에게 교육받거나 현장에서 부딪혀라. 언론이나 매체에 기사화 되는 것들은 대부분 포장됐거나 미화됐다. 교육을 100시간 받아야 귀농정착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잘못 아는 이들이 많은데, 교육 이수 시간이 포함되긴 하지만 미미하게 반영되기에 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길 바란다.

☞구들이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우리나라 문화의 독창성을 인정해주는 한국어 12개가 실렸다. 김치, 한글, 막걸리… 그중에 하나가 ‘구들(온돌)’인데 ‘아궁이에서 방바닥 밑으로 난 통로를 통해 방을 데우는 난방’이라고 표기한다. 온돌은 한자이고 구들은 순수한 우리말로 ‘구운돌’ 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구들의 원리는 열 전도를 이용한 복사 난방으로, 아궁이를 통해 데워진 구들에 열을 저장했다가 서서히 복사열을 방출해 방바닥이 따듯해진다.

☞구들 관련 용어 정리
구들: 방 밑 화기火氣를 통해 난방하는 시설.
구들돌: 고래 위에 깔아 방바닥을 만드는 얇고 넓은 돌.
아궁이: 방이나 솥 따위에 불을 때기 위해 만든 구멍.
함실: 방고래 아래 있으며 불이 타는 보일러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
고래: 불길과 연기가 나가도록 구들 장 밑으로 낸 고랑.
고임돌: 고래 둑이라고도 한다.
개자리: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무르게 하려고 온돌방 윗목 밑에 고래보다 더 깊이 파놓은 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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