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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옥이라는 이름으로, 반값 한옥이라는 이름으로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중심이 되어 은평한옥마을 내 시범 한옥이 탄생했다.
현대건축이란 내용에 한옥이란 형식을 씌운 한옥 아닌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도심지 내 재개발지구 등 더 이상 아파트화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한옥마을이란 도심형 주택 단지를 목표로 하는 듯하다. 비용적
측면을 최대한 고려해 다루기 어렵고 공종이 복잡한 한옥 목구조 뼈대,
흙일 등을 대체하고 일반 기술자들이 손쉽게 다룰 수 있는 한옥의 빌라화,
한옥의 아파트화를 꾀하는 것은 아닌지. 한옥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외치면서
'한옥의 정체성’을 근본에서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민간 위주 현대 한옥의 성과물들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0여 년 축적한 소중한 자산들이다. 당장 눈앞에 성과를 내려는 행정 편의주의가
현대 한옥의 발전적 노력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식韓式목구조 맞배지붕 현대 한옥.

소나무, 황토, 토기와 등 이러한 전통 재료의 장점에 대해 누구 하
나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문제는 가격이
비싸고 재료가 부족하고 공종이 어렵고 현대건축의 요구 성능에 미치
지 못한다. 그렇기에 재료를 계속 교체하고자 하는 시도, 이것이 기술
개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_2013 auri 국가한옥센터 한옥 포럼, 이
강민의‘한옥 신기술의 확산 전략’주제 발표 중에서.


한식 목구조 팔작지붕 겹처마 현대 한옥.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현재 민간에서 짓는‘현대 한옥’은
이미 새로운 시도와 경험들을 축적해 왔다. 전원주택 붐이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서구식 경량 목조주택이 대세를 이루던 당시에 건
강주택이면서 건축비가 저렴한 흙(황토)벽돌집, 황토집이 건축주 직영
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건축 회사들에 의해 일정 정도 구조적
견고성과 살림집으로서 규모를 갖추면서 2004∼2005년경 전통 한옥
살림집과 결합한‘현대 한옥’으로 분화했다. 이처럼 민간의 살림집은
자기 역사성을 가지며 황토집(흙벽돌집, 경량 목구조 흙집 등)과 현대
한옥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민간 중심의 한옥 현대화
행인흙건축은 현대 한옥을‘외형은 한옥이되, 내부 공간은 현대 주택이
고, 기능은 황토집’이라 정의했다. 여기에 ‘몸 살림, 마음 살림, 이웃 살
림’이란 살림집 정신을 계승한다고 표명했다.

1. 덤벙 주초 방식은 전기 설비 배관의 필요성과 견고성을 얻기 위해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방식으로 바꿨다.
2. 나무기둥과의결속을강화하기위해‘十’자형간이주추를고안했다.
3. 국산 소나무의 길이가 가능하던 10자(303㎝) 이내의 칸 구조에서 거
    실, 주방, 방 등 현대식 공간 구조로 기둥의 배치가 달라짐으로써 목
    재도 치수가 가능한 캐나다산 더글라스 퍼 등으로 대체했다(물론,
    비용적 측면도 고려했다).
4. 벽체 공법이 변화함으로써 인방은 생략, 소로와 장여 등 장식적 요
   소를 배제하고, 기둥과 도리와 보로 집을 짜는 민도리 방식의 기본
   골격을 갖추면서도 전통 한옥에 비해 상당한 비용을 절감했다.
5. 처마 지붕은 전통 한옥의 맞배지붕과 팔작지붕(홑처마, 겹처마) 형 
   태를 취하되 흙을 올리는 지붕 단열이 아니라 천장 단열을 중시하
    며, 기와는 건식 형태(암수 일체형 개량 한식 기와 또는 평판 기와)의
    치장재로 성격을 바꿨다. 원형 서까래와 평고대, 개판으로 처마를
    구성하고, 전체 지붕 선은 덧지붕으로 곡을 잡아 공기층이 형성되는
    이중 지붕 형태를 취했다.
6. 천장은 공간별 특성을 고려해 거실 공간에만 별도의 내부 오량 천
    장(도리와 보로 구성한 구조에 장연과 단연 서까래를 걸고 개판으
    로 마감한 노출 천장)을 구성하고, 그 위에 열반사단열재로 단열을 
    보강했다. 방은 평천장으로 목재 상을 걸고 열반사단열재를 고정한
    후 화재 예방을 위해 석고보드를 한 장 고정하고 마감재로 황토보
    드를 사용했다. 2층 거실이나 툇마루 등 공간에 따라 고미서까래(사
    각 서까래 형태) 천장이나 반자 천장 형태로 전통 한옥의 디자인을
    살렸다. 
7. 기둥과 기둥 사이 인방을 매개로 수수깡이나 싸릿대로 외를 엮어 흙
    을 치던 심벽 방식에서 단열 기능이 높고 시공이 용이한 흙벽돌 조 
    적 벽체 방식으로 바꿨다. 나무 기둥과 흙벽 이음매의 틈(나무 기둥
    의 수축으로 발생)에서 발생하는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8치(약 24
    ㎝)나무 기둥과 흙벽돌(폭 20㎝)을 안쪽 선에 맞춰 쌓고 나무 기둥과
    상부 도리를 감싸면서 폭 10㎝ 작은 흙벽돌을 쌓음으로써 벽체의
    단
열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비의 들이침을 방지하기 위해 창틀 하단
    부는 방화벽을 응용한 방수벽(전돌이나 치장 벽돌 쌓기)을 덧대지
    않고 벽체와 일체화시켜 미적인 측면과 하자 관리에 혁신을 이뤘다.
8. 창과 문은 현대인의 생활(전망과 단열)을 고려해 현대식 창호(새시, 
    페어 글라스)를 사용하되 창은 세살 목창과 결합한 삼중창으로, 문
    은 서구식 방문 형태와 한식 미닫이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실용성
    과 한옥의 미 모두를 담아내고자 했다.
9. 주방과화장실을내부화(현대화)하고전기, 통신, 화장실설비의배관·
    배선을바닥과벽체에매립함으로써현대주택으로손색이없도록했다.
10. 외부 목재는 오일스테인, 내부 목재는 천연스테인을 도장함으로써
      방수, 방충 및 내구성을 강화했다.
11. 내벽은 한지 벽지로, 방은 한지 장판으로, 공용 공간인 거실 등은 현 
      대식 온돌마루(정마루)로 마감해 기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대인
      의 눈높이에 맞췄다.
12. 전등은 한옥과 어울리도록 살과 한지를 사용한 등 형태를 기본으로
      거실엔 주물 등과 처마 등을 사용했다.
13. 싱크대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맞춰 서구식 입식 부엌으로 구성하
      고 화장실 또한 타일과 삼목 루버 등의 벽체와 천장 마감, 현대식 도
      기(세면기, 양변기)를 사용했다. 
14. 건축주의 취향과 정서에 따라 구들방과 누마루, 툇마루, 쪽마루 등을 
      배치하고, 서구식 벽난로도 공용 공간의 보조 난방 기구로 결합했다.
15. 한옥의 기단은 양반가의 권위적 느낌이 들어 민간의 토방(처마의 물
      떨어지는 지점에 돌이나 벽돌로 단을 지어 마당과의 경계를 구분하
      는 것) 형태를 적극 권장하고,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화강석 경계석
      과 판재로 간이 기단을 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16. 자재 시방서를 공개화하고, 각 공종별 시공팀들을 유기적으로 연계 
      (시스템화)해 치목을 제외한 현장 공사기간을 3개월 여로 단축해 현
      장 관리비를 낮췄다.


‘十’자형 간이 주추에 결속한 나무 기둥.


캐나다산 더글라스 퍼로 전통 사괘맞춤한 구조.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바로 한옥 현대화를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한옥은 춥고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켰으며, 나아가 전통 한옥과 비교해 적정한 건축비(한옥 목구조
맞배지붕 현대 한옥 3.3㎡(평)당 650만∼700만 원, 팔작지붕 홑처마
현대 한옥 3.3㎡당 750만∼800만 원, 겹처마 현대 한옥 3.3㎡당 850만
원 선)로 대중화의 토대를 구축했다.


창틀 하단부 외벽은 방화·방수 기능의 전돌을 쌓고 내벽은 건강성
흙벽돌을 쌓고, 그 사이에 열반사 단열재를 넣어 단열성을 높인다.


기와는 건식 형태(암수 일체형 개량 한식 기와 또는 평판 기와)의
치장재로 성격을 바꿨다.



신한옥과 반값 한옥의 고향은
이러한 민간의 성과물이 존재하는데, 국토교통부는 한옥기술개발연구
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연구 용역비를 들였으며,‘ 한옥기술개발연구단’
의 성과로 신한옥, 반값 한옥이란 결과를 선보였다.“ 목재 소요량 40%,
공사 기간 30%를 각각 줄이고 초경량 신소재 기와 등 현대 건축 재료
를 사용해 건축비를 전통 한옥 대비 60% 수준인 3.3㎡당 685만 원까지
낮추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은평한옥마을에 위치한 2층의 도심형 한
옥을 연구 성과를 집약한 중간 성과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
본 현대 한옥의 성과는 이미 그러한 결과물들을 충족하고도 남지 않는
가. 신한옥이라 이름을 붙인 내용물에 있어 더욱이 한옥이라 할 수 있
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한옥의 정체성을 묻는다면 ① 뼈대(구조) 방
식②처마지붕형태③벽체방식이핵심일것이다.


은평한옥마을 내 시범 한옥.


민간에서 지은 한식 목구조 팔작지붕(겹처마) 복층 현대 한옥.

뼈대(구조) 방식 뼈대를 세우는 나무를 원목을 사용하지 않고 대형 집
성목을 사용해 뒤틀림이나 갈라짐을 방지했다고 한다. 주추와 기둥의
결합, 도리와 보 등 이음과 맞춤을 전통 사괘맞춤이 아니라 철물을 이
용해 보강한다고 한다. 당연히 집성재라는 소재는 사괘맞춤을 할 수 없
다. 그러니 철물 보강이 필요하고, 숙련된 한옥 목수들이 아니라도 일
반 목수가 할 수 있으니 공정이 빠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비용적
측면만 강조한 결과이다. 기둥 하나를 세우더라도 기둥뿌리와 머리를
살피고 못 하나 박지 않으면서도 기둥, 도리, 보를 견고하게 맞춤하는
구조 방식은 한옥 건축의 정수이다. 나무기둥과 흙벽 사이 이음매 틈의
벌어짐은 이미 흙벽돌 이중 쌓기 등의 보완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한옥의 장점은 오래된 구옥을 헐었을 때 목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
성도 있다. 집성재의 수명을 원목의 수명에 어찌 비교할 것이며, 생태
건축으로서 한옥에 비견할 것인가.


은평한옥마을 시범 한옥의 뼈대 구조.


처마 지붕 형태 얼굴의 생김새로 각 민족을 구분하듯 지붕 모양은 각
나라의 건축 양식을 대변해 준다. 처마와 지붕의 곡은 기능성에서나 미
적으로나 한옥을 표현하는 상징성과 같다. 격과 용도에 따라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합각이 있는 팔작지붕으로 나뉘고 부연을 덧댄 팔작지붕
을 특히 겹처마라고 부른다. 지붕 가구의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반값 한
옥이라 통칭하는 신한옥은 한옥 구성의 세부적 요소들과 특성들을 무
시하는 비전문성을 나타내고 있다. 암키와와 수키와가 있는 전통 토기
와는 흙을 올려야 하는 하중 부담과 노동력,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스
러운 측면이 크다. 그래서 민간에선 이미 건식 형태로 암·수키와가 하
나로 된 개량형 한식 기와를 보편화했다. 재료에 있어 시멘트 가압 기와
라는 선입견이 존재하지만, 수명 50년에, 코팅 처리하면 전통 기와에
떨어지지 않는 맛을 표현할 수 있다. 특히 맞배지붕 같은 경우 평판 기
와(지중해풍 수입 기와 등)를 사용함으로써 한옥이면서도 서구적인 느
낌의 현대 주택을 연출할 수 있다.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 젊은 층의 수
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과 한옥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건식 공법으로 경량 신소재 화산재 기와를 개발
해 사용한다는 것은 신한옥의 특성으로 보기 어렵다.



은평한옥마을 내 시범 한옥의 벽체 구조.


벽체 방식 핵심적 문제는 벽체에 대한 부분이다. 국토교통부의‘한옥
이 대안이다’라는 자료를 보면 은평한옥마을 내 시범 한옥은 흙벽으로
하지 않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전기아연도금강판(EGI: Electrolytic
Galvanized Iron)을 짜 넣고, 그 위에 황토 바름으로 되어 있다. 보도
자료 중 붙임에 의하면‘벽체 1: 핸디코트+시멘트 보드+띠장+방습지
+O.S.B.합판+2″×4″각재+미네랄 울+단열재+O.S.B.합판+석고보드
+한지 마감 / 벽체 2: 핸디코트+고인성 패널+우레탄 단열재+합판+각
파이프+차음 시트+황토 흡음재+황토 패널+한지 마감’으로 되어 있
다. 구들과 마루가 한옥의 상징이듯 흙벽은 인체의 생체 리듬을 살려내
는 건강주택으로 현대인이 선호하는 황토주택의 기본이다.
한옥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스러워 황토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보급되는
흙집의 유형은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기도 한다. 2층 시범 한옥의 경
우 1층과 2층 사이에 기와 걸이 처마가 없다. 벽체가 흙벽이었다면 불
가능한 일이다. 핸디코트로 마감한 외벽으로 인해 흙벽을 보호할 층간
기와 걸이 처마 없이 곧바로 2층을 올렸다. 때문에 상가 건물이나 일본
식 집의 느낌이 완연한 것이다. 


흙벽은 인체의 생체 리듬을 살려내는 건강주택으로 현대인이
선호하는 황토주택의 기본이다.




민간에서 사용하는 사방의 보나 도리가 기둥 위에서 맞춰지도록
이들과 기둥머리를 따 내서 엇갈리게 끼우는 전통 사괘맞춤(주먹장 맞춤).



신한옥이라는 이름으로, 반값 한옥이라는 이름으로 국토교통부가 주관
하고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중심이 되어 은평한옥마을 내 시범 한옥이
탄생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그 결과물은 현대건축이란 내용에 한옥이
란 형식을 씌운 한옥 아닌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도심지 내 재개발지구 등 더 이상 아파트화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한옥
마을이란 도심형 주택 단지를 목표로 하는 듯하다. 비용적 측면을 최대
한 고려해 다루기 어렵고 공종이 복잡한 한옥 목구조 뼈대, 흙일 등을 대
체하고 일반 기술자들이 손쉽게 다룰 수 있는 한옥의 빌라화, 한옥의 아
파트화를 꾀하는 것은 아닌지. 프리-컷 방식을 도입해 건축비를 낮추고
대량 한옥 건축을 가능하게 만든 전라남도 행복마을 조성 지원 사업이
성과와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듯, 정부가 나서 지원하는 이른바 신한
옥도도심형한옥으로서성과와한계가분명히드러날것이다.
문제는 한옥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외치면서‘한옥의 정체성’을 근본에
서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민간 위주 현대 한
옥의 성과물들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0여 년 축적한 소중한
자산들이다. 당장 눈앞에 성과를 내려는 행정 편의주의가 현대 한옥의
발전적 노력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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