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하우스 조기 정착을 위하여
신•재생에너지처럼 패시브 하우스도 인센티브 필요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주거의 유형과 형태가 거주의 질이 높은 전원으로, 개성을 살리는 단독주택으로 바뀌고 있다. 바로 전원주택인데,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겨울철 난방비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냉난방 비용을 줄이면서 쾌적하게 생활하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이다.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는 패시브 건축물이란 “일반적으로 난방을 위한 설비 없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 면적당 연간 에너지 요구량이 15㎾/㎡(약 1.5ℓ) 이하여야 하며, 이는 건물을 고단열, 고기밀로 설계하고 열 교환 환기장치를 이용해 환기로 인해 버려지는 열을 철저하게 회수함으로써 가능하다(신·재생에너지는 필수 요소가 아님)”고 한다.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 주택에 비해 연간 에너지 요구량을 85∼90% 절감하기에 그만큼 냉·난방비와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는 “일반 주택에 비해 10% 미만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 패시브 하우스 건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10% 추가 비용은 나라별 패시브 하우스 자재, 설계, 시공 기술 그리고 공급 가치 체계(Supply Value Chain)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건물의 총 생애 주기를 고려하면 가치를 높이고 초기 추가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렇듯 패시브 하우스는 친환경성, 경제성, 쾌적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많은 건축주가 패시브하우스가 아닌 중앙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주는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등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 쪽으로 접근한다. 패시브 하우스를 미래의 가치가 아닌 현재 가격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패시브 하우스를 전제로 액티브 하우스, 에너지 플러스 하우스 순으로 접근해야 주택이 친환경 개미 발전소 역할을 하면서 후대에 채무로 물려줄 원전을 한 기라도 더 줄일 수 있다. 앞뒤가 바뀐 접근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패시브 하우스의 보급 확산, 그 걸림돌은 무엇일까. 패시브 하우스 컨설턴트인 이정현 ㈜해강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에게 해법을 들어보자._편집자 註
글 이정현 자료 월간 전원주택라이프 DB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전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이며, 에너지 고갈과 온실가스 문제는 시급을 다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다. 2013년에도 우리는 블랙아웃에 대한 공공연한 공포 속에서 지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비롯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지나치게 원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전력 공급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배운 수요와 공급의 법칙 그리고 가격 형성에 대한 기초지식만으로도 향후 에너지 가격에 대한 예측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당면한 에너지 문제들을 풀어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액티브적인 접근은 경제성의 한계에 부딪혀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와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계 재정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지출을 줄이는 것(패시브적인 접근)이 우선된 상태에서 수입을 늘리는 것(액티브적인 접근)이 이상적이다.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와 생산 측면에서 말하자면,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패시브적인 기초가 이뤄진 상태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적인 접근이 따라와야 한다
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패시브 하우스의 개념이 소개되고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하지만 최근 건축과 관련한 화두 중에 패시브 하우스만큼 폭넓은 층에서 거론되는 것이 있을까 싶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패시브 하우스가 현재 건축이 안고 있는 시대적인 문제, 특히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과 건강 그리고 쾌적성 향상에 대한 솔루션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빠르게 진화시킨다.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그 장점에 걸맞도록 제대로 건축된 패시브 하우스 사례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거창한 로드맵만 제시하고 세부 플랜과 지원에 무관심한 정부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해법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향상으로 잡고 2017년부터 모든 신축 건축물의 패시브 하우스화, 2025년부터 제로 에너지 하우스화를 의무화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눈에 띄는 정책상의 변화나 실질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패시브 하우스의 중요한 축 중의 하나인 건축물의 기밀 기준조차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부터 모든 신축 건축물의 패시브 하우스화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2017년 남북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것보다 어려워 보인다. 기술 자립이 전제되지 않은 패시브 하우스는 기술 역량 부족으로 인한 저기능화와 수입 제품 사용에 따른 고비용 구
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려면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패시브 기준을 만족하는 자재를 개발하는 업체와 패시브 건축물을 짓는 건축주에게 정부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어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장려해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뛰는 아기는 없다.
둘째, 주요 자재의 국산화율이 낮다. 결국 패시브 하우스의 핵심 자재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술 역량 부족과 고비용의 한계에 직면한다. 기술 역량의 부족은 기술적인 지원을 자재 수입 업체에 의존하는 바, 특히 초기 적용 시에는 때때로 시공의 시행착오로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자재가 고성능 창호, 열 회수 환기장치, 열교熱交 차단재 등이다. 이러한 자재를 국내 생산으로 대체할 때 비용적인 측면의 기여뿐만 아니라 개발과 시장 적용이란 과정을 통해 기술 역량을 증대해 안정적인 기술 정착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자재들은 일부는 대기업의 아이템이고 일부는 중소기업의 아이템이지만, 시장성 즉 제한적인 국내시장의 규모를 이유로 자재 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미래에 대한 투자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둘째, 주요 자재의 국산화율이 낮다. 결국 패시브 하우스의 핵심 자재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술 역량 부족과 고비용의 한계에 직면한다. 기술 역량의 부족은 기술적인 지원을 자재 수입 업체에 의존하는 바, 특히 초기 적용 시에는 때때로 시공의 시행착오로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자재가 고성능 창호, 열 회수 환기장치, 열교熱交 차단재 등이다. 이러한 자재를 국내 생산으로 대체할 때 비용적인 측면의 기여뿐만 아니라 개발과 시장 적용이란 과정을 통해 기술 역량을 증대해 안정적인 기술 정착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자재들은 일부는 대기업의 아이템이고 일부는 중소기업의 아이템이지만, 시장성 즉 제한적인 국내시장의 규모를 이유로 자재 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미래에 대한 투자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셋째, 패시브 하우스 디테일이 정착되지 않은 설계사무소이다. 국내에는 바로 시공할 수 있는 높은 완성도를 가진 패시브 하우스 설계도면을 제공할 수 있는 설계사무소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국내에 들어선 대형 패시브 하우스 건축물은 대부분 유럽 건축사들에 의해 설계됐다. 또한, 주택의 경우 건축 설계에 대해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풍토에서 인허가 위주의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척박한 환경이 문제 중 하나겠지만, 건축이라는 영역에서 건축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넷째,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시공사이다. 건축의 전체적인 밸류 체인에서 최종 소비자인 건축주와 가장 가까이 있는 시공사는 최소 비용으로 하자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최단기간에 생산해내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일 것이다. 그것이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다 보니 내용물은 빠지고 3.3㎡(평)당 단가만 말하는 고질적인 레드오션의 깊은 늪으로 빠진다. 일부 앞서나가는 시공사를 보면 어떻게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이동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지만, 결국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것은 미래 시장에 대한 예측,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배움 그리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넷째,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시공사이다. 건축의 전체적인 밸류 체인에서 최종 소비자인 건축주와 가장 가까이 있는 시공사는 최소 비용으로 하자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최단기간에 생산해내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일 것이다. 그것이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다 보니 내용물은 빠지고 3.3㎡(평)당 단가만 말하는 고질적인 레드오션의 깊은 늪으로 빠진다. 일부 앞서나가는 시공사를 보면 어떻게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이동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지만, 결국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것은 미래 시장에 대한 예측,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배움 그리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섯째, 건축 전반의 공정에 대해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건축주의 관성이다. 요즘 건축주는 예전에 비해 젊어졌고 집 짓기에 대한 공부를 참 많이 한다. 온라인에 익숙하다 보니 가격 비교에 상당히 능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다운로드한 자료에 대한 비용 지불을 심리적으로 불편해한다. 건축 설계는 복제가 아닌 창작의 영역이다.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정착돼야 디테일한 설계 문화가 자리 잡는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패시브 하우스가 유일한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당면 과제이다.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패시브 하우스의 전파와 확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협회와 단체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제로에너지건축협회, 한국파시브디자인연구소,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한국건축기밀협회 등에서 패시브 하우스 관련 교육과 세미나를 통해 사실상 우리나라 패시브 하우스 시장을 개척해 왔으며, 당분간 이들 협단체의 주도하에 시장이 성장하리라고 생각한다. 2014년 새해에도 더욱 많은 공헌을 기대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田
*패시브 하우스 시공 과정(1월호 108페이지 참고) 남양주 108.4㎡(32.8평) 3리터 하우스
시공: 풍산우드홈㈜ 02-3414-8868
글 이정현
이정현 님은 ㈜해강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이다. 패시브 하우스 컨설턴트로서 고단열, 고기밀 자재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국제로에너지건축협회 사무처장, 한국목조건축협회 에너지고효율건축T/F팀장, 한국건축기밀협회 총무이사이다.
㈜해강인터내셔널 02-416-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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