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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은 집 짓기 이야기 ⑥ 방수, 일조, 단열 및 환기 계획

이번 호가 '나의 작은 집 짓기 이야기' 연재 마지막 순서이다. 연재를 시작하던 6개월 전이 바로 어제일 같은데 벌써 연재를 마치게 되었다니, 전광석화의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글 이동헌<운영건축사사무소 대표>

<연재 순서>
1.부지 매입에서 계획까지
2.공사비용-1(부대비용골조공사비용전기 및 설비공사비용창호 및 잡철공사비용)
3.공사비용-2(바탕 및 내?외부 마감비용가구위생도기조명기구덱 공사비용)
4.외부 공간 및 조경 계획
5.실내 공간 계획
6.방수일조단열 및 환기 계획

이번 호는 그동안 연재했던 공간 계획과는 성격이 다른 채광환기단열방수 계획 부분에 대한 내용이다.
채광환기단열방수와 같은 기능이 간혹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을 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주택설계 일을 하다 보면 건축주로부터 형태와 재료에 대한 요구와 질문은 많지만채광?환기?방수?단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요구 사항이 많지 않다건축주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기능은 당연히 건축 설계자가 알아서 계획에 반영해 줄 것이라 믿는 모양이다설사 건축 설계자가 그러한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 알아서 잘 설계를 해준다 하더라도건축주는 설계 계획에서 어떻게 반영 됐는지 집고 넘어가야 한다그만큼 설계자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기능을 소홀하게 다뤄 문제가 발생한 주택을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건축 설계가 형태 지향적인 경향이 강하다 보니 채광환기와 같은 기본적인 기능이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 일조채광 계획
필자의 집은 정남향이라 햇볕을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오랜 시간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조 조건을 갖고 있다이러한 조건을 최대한 살리고 남쪽 햇볕을 집 안에 들이는데 유리하도록주택 모양을 동서로 길게 계획했다가능한 모든 실이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그러나 아쉽게도 아들 침실은 남향으로 배치하지 못했다대신 아침에 동쪽 햇볕이라도 느끼도록 동창을 만들었다.


채광계획

햇볕은 실내를 밝게 해주고 겨울철엔 집을 따듯하게 해준다거기에 살균작용도 있어 햇볕이 잘 드는 실내는 여름철 장마에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설계를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점 하나가 집은 가능하면 밝고 환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햇볕이 집 안 구석구석을 환하게 오랫동안 비춰야 한다밝고 환한 집에 사는 사람이 어둡고 답답한 집에 사는 사람보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얻는 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필자와 본인 가족에겐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 있음을 확신하며 살고 있다.


겨울철 거실에 햇볕이 들어온 모습(입주 전 사진)

한겨울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보일러를 끄는 것이다그럼에도 매월 가스요금은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보다 조금 더 나온다아파트는 위아래양 옆으로 집들이 배치돼 외부의 찬 공기를 막아주기 때문에구조상 단독주택의 난방비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그나마 남쪽에 설치한 창문으로 하루 종일 햇볕이 들어 실내를 데워준 덕에 난방비용을 줄이는데 큰 효과를 보았다또한자연광이 환하고 밝게 집 안 곳곳을 비춰주니 그 안에서 생활 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따듯해진다.

환기 계획


환기 계획

채광 계획이 겨울철 난방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듯이 환기 계획은 여름철 냉방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실내에 바람이 잘 통하고 환기만 잘 되면실내 온도를 낮추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 에어컨 사용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집을 짓기 전에 현장을 찾아 바람이 부는 방향을 살펴보곤 했다나뭇잎을 날려 보내 바람의 방향을 알아보니 남에서 북쪽으로 불었다주된 바람 길을 남북으로 생각하고 환기 계획을 세웠다환기가 잘 되도록 단위 실내 공간에 2개 이상의 개구부를 냈다또한창문의 개구부 면적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보했다.


다락 창문 사진

다락 창문은 환기 계획상 중요한 부분이다아래층의 더운 공기가 다락으로 모여 창문을 통해 원활히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다락의 평균 층고가 1.8m 이내여야 하기 때문에 창문을 크게 하면그만큼 전체적인 층고가 낮아져 무작정 키울 수는 없었다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다락의 층고를 계획한 뒤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창문을 크게 했다.

환기 계획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창문이 열리는 부분의 면적일 것이다일조채광을 위해 창문의 크기만 키우고개구부 면적을 확보하지 않으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결국 탁해지고 데워진 실내 공기는 에어컨을 이용해 개선할 수밖에 없다.
창문과 창문 개구부 크기 및 창문의 열리는 방식 등은 건물 외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이 때문에 환기보다 디자인을 중요시하기도 한다실제 고급스런 건물에서 창문의 주된 역할인 환기는 제쳐두고 조망과 외형에 중점을 두고 계획한 것을 자주 본다그런 경우 자연 환기보다 기계 설비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봄부터 가을까지 자연 환기를 필요로 하는 기간이 꽤 길다환기 계획은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으면서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 단열 계획

채광 계획은 겨울철 난방비환기 계획은 여름철 냉방비와 관련 있는 반면단열 계획은 사계절 냉?난방비와 관련 있다
단열 처리가 잘될수록 외부 온도에 의한 영향을 덜 받는다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은 그 만큼 냉?난방을 가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그에 따른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주택의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채광이나 환기 성능을 높이는 것과는 다르게 비용이 수반된다보통 좋은 단열재를 두껍게 사용하고단열 성능이 뛰어난 창호로 시공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집은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적용했다.

-외부 마감은 드라이비트로 시공
드라이비트는 단열과 외부 마감을 일체화한 외장 마감재이다외단열 공법이라 단열 성능도 좋지만외장 마감까지 해결하면서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도장 마감이라 다른 건식 마감에 비해 외부 오염이 빠르다는 게 단점이다.하지만 몇 년에 한 번씩 도장 해주면 오히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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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실내 측 벽면에 열 반사 단열재 시공


열 반사 단열재 시공 사진

드라이비트 시공만으로 단열의 건축법 기준을 충족할 수는 있었지만외벽의 실내면에 단열 시공을 한 번 더 해,성능을 높이면서 겨울철 결로 방지 효과도 기대했다내부 단열재로 6mm 두께의 열 반사 단열재를 적용했다두께는 얇아도 단열 효과는 50mm 스티로폼을 대체할 정도라 열 반사 단열재를 실내 측에 적용함으로써 외기에 대응하는 단열 성능을 상당 부분 높일 수 있었다열 반사 단열재 공사비용에 약 150만 원이 추가됐지만 비용 이상의 효과를 얻어 만족감이 크다이 때문에 주택 설계를 의뢰하면 가능한 내단열과 외단열을 모두 적용하도록 권한다.

-PVC 이중 창호 적용

가격이 저렴하면서 단열 기능이 뛰어나 PVC 이중 창호는 주택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창호이다창틀이 PVC로 되어있고 창문이 이중으로 설치되므로 한겨울 추위에도 실내 측 창틀에 결로 현상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창문 유리도 이중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유리 부분의 단열 성능도 매우 뛰어나다단창이면서도 깔끔한 모양의 시스템 창호에 비해 PVC 이중 창호가 디자인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기능만 따지면 결코 시스템 창호에 뒤떨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시멘트 보강블록 구조체 시공


시멘트 보강블록 시공 사진

단열을 생각해 시멘트 보강블록 구조로 시공한 게 아니었다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었다의도한 건 아니지만 직접 살아 보니 시멘트 보강 블록조가 철근콘크리트조에 비해 단열 성능이 뛰어남을 알게 됐다재료의 열 저항값은 큰 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나 구조체의 앞면과 뒷면을 단열재로 막을 경우엔 상황이 많이 다른 듯싶다시멘트 보강 블록조의 앞면과 뒷면을 단열재로 막을 경우 시멘트 블록의 내부에 중공층이 형성돼 열 저항값이 콘크리트 구조체에 비해 높아지는 것 같다
시멘트 블록 구조 자체가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경량이고 단열 효과까지 생겨 실내가 철근콘크리트조에 비해 쾌적하다.

빗물 처리 계획

빗물 처리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계획 했다.
첫째는 방수 문제로 빗물이 실내로 침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둘째는 건물 외부 면에 쌓여있던 먼지가 빗물에 흘러내리면서 건물의 외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방수 계획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빗물이 창틀 주위로 스며들지 않게 한 것이다빗물이 외부 마감 안의 골조면을 타고 흐르다 창틀을 통해 실내로 물이 넘칠 수 있다이런 경우 외부 마감재를 뜯어내고 창틀 주위를 방수 작업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옥상의 두겁 부분이나 슬라브 바닥또는 옥상 바닥 드레인 주변의 방수 상태가 불량한 것은 간단하게 보완할 수 있다하지만 창틀은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빗물이 새지 않도록 창틀 주위를 밀실하게 한 후 아스팔트 방수지로 방수처리 했다.


입주한지 2년 반 동안 큰 비도 여러 차례 왔지만빗물이 새어 들지 않았다.

두 번째 내용인 외벽 오염 문제도 빗물 처리와 관련해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건물 외부 면에 먼지가 쌓여 있다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면서 물때 자국이 생긴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드라이비트 건물의 경우 이러한 오염 자국이 석재나 조적 마감보다 더 심하게 표시난다건물 외부 오염의 주된 근원은 두겁 부분과 창대 부분이다.

경사지붕은 지붕 끝에 처마 홈통을 달기 때문에 지붕에 쌓여있던 먼지가 외벽을 타고 흐르는 일은 거의 없다두겁 부분과 창대 부분에 미세하게 쌓여있던 먼지들이 빗물에 쓸려 내려가면서 오염 자국을 만드는 게 대부분이다.두겁 부분과 창대 부분의 철판을 절곡해 끝 면을 벽면 보다 돌출시켜 빗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그러나 아쉽게도 한 곳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오염자국이 심하게 생겼다.


외벽면 오염 사진

위 사진에서 오염된 부위는 지붕의 샌드위치 패널 시공자가 경사지붕의 방향을 반대로 시공하면서 빗물이 흐르면서 생겼다현장에서 지붕틀을 해체하고 경사 방향을 바로 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나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집을 지어 고생하던 상황이라 다시 시공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아쉬운 대로 전면에 물구멍을 내고 커버를 씌워 빗물 처리를 해보았지만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았다그 결과 빗물을 따라 흘러내린 물때 자국이 지금처럼 심하게 발생됐다건물 도장을 다시 할 때 오염 부분의 빗물 처리 계획을 다시 정리할까한다어쨌든 이러한 오염 자국이 빗물 처리를 잘못한 사례로서 좋은 본보기가 될 듯싶다.


집은 사람과 유사한 점이 많다.
사람과 집 모두 건강하고(구조), 성격(기능좋고()이 있음을 추구한다. 6회에 걸쳐 필자의 집을 이야기 하면서 주로 성격(기능)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주택 구조 부분과 미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주택설계에서 많은 시간을 기능과 관련된 계획에 할당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합리적인 공간 배치 및 동선 연결사생활 보호조망채광환기단열빗물 처리 등 기본적인 기능들이 잘 해결될 때거주하는 사람도 쾌적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짓고 이사와 살게 된지 2년 반이 지났지만지금도 늘 아침에 일어나 안방을 나서며 밝고 쾌적한 거실을 마주할 때마다집을 짓고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밝고 환하고 쾌적한 공간은 아침마다 내게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최소 비용으로 지은 집이지만기본적인 기능 부분에 있어선 많은 시간과 고민을 통해 계획했다그러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특별히 금전적인 비용을 들이지는 않았지만생활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 생각한다편한 집쾌적한 집에서의 삶은 지혜롭고 성격 좋은 배우자와 사는 것만큼 나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 이동헌 대표의 나의 작은 집 짓기 이야기 연재를 이번 호로 마칩니다. 지난 6개월간 연재해 준 이동헌 대표에게 본지 애독자를 대신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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