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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02
“그래서, 저 여기 살아요”


자신이 속한 사회적 위치를 생각해보자. 누군가의 부모 혹은 자식, 회사 직원, 친구들의 고민상담자. 나를 지정하는 이 많은 이름은 한번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몇 차례 이름표는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을 것이고, 자신도 거기에 맞게 본인을 바꿔왔을 것이다.
전원 속 삶을 사는 이들 대부분에게는 거주지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스스로 지금 삶의 가치를 되묻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가족을 위해, 오래된 자신의 꿈을 위해, 신념을 지키고 싶어서 도시가 아닌 또 다른 주거지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작은 감동을 준다. 자신에게 장소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거주지가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전원 속 다양한 삶의 모습을 3가지로 분류해 소개하고자 한다.

김수진

01  “전원생활, 제 로망이었죠”
대부분 엄마들은 질색하지만 아빠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본다는 종합편성채널 MBN의 시사 교양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은 찾아가기도 힘든 산골 오지에 터를 잡고 자연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슷한 내용이 방송될 수도 있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MBN의 간판 프로그램으로써 많은 시청자의 사랑받으며 4년째 장수하고 있다.
해외에도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있다. 영국의 방송인 베어 그릴스Bear Grylls가 출연한 <MAN VS WILD>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주인공이 어디서든 생존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소를 가리진 않지만 대부분 정글 같은 야생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생존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일반인들이 만든 자체 생존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예로 유튜브에서 ‘집짓는 남자’로 유명한 Primitive Technology는 숲 속에서 아무런 도구 없이 집을 짓는다. 산에 널린 돌과 흙, 나무를 이용해 작은 집부터 그릇, 각종 사냥도구까지 만드는 모습은 감탄을 절로 일으킨다.
사람에게는 자연에 대한 회귀본능이 있다. 애써 만들어낸 도시의 편리한 문명을 등지고 산이나 바다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린 것 같다. 문명의 편리함은 포기하고 인간 그 자체로 얼마나 자연 속에서 어울러 살 수 있는지를 TV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며 말이다. 흔히 말하는 ‘전원생활의 로망’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특히 40~60대의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은 필연처럼 다가온다. 실제로 전원생활이나 전원주택, 귀농귀촌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세대다. 이들은 어릴 적 농어촌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아 전원생활에 대한 반감이나 두려움도 적다. 그러다 보니 농어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감도 있는 것. 전문가들은 “전원생활에 대한 기대가 높은 중장년층들은 비싼 집이나 좋은 건축자재보다는 자연 속에서 산다는 심리적 만족도가 더 비중이 높다”면서도 “경제력이 가장 좋은 세대라 좋은 집이나 화려한 전원생활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큰데 원주민들과 함께 잘 지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NTERVIEW 
“순화된 마음에 고요한 평화가 찾아왔죠”

결혼 후 줄곧 대구의 아파트에서 생활한 서용원, 이현숙 부부는 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을 그리워했다. 틈나는 대로 교외의 부지를 살피고 전원주택을 둘러봤다. 그러나 도심을 떠나 생활하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 문제가 걸렸다.
그러기를 몇 년, 잠시 외국의 주택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너른 마당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 모습에 참교육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책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삶의 지혜를 습득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전원행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지금의 부지를 만난 건 그 무렵이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대로에서 불과 100m쯤 들어온 곳이었는데, 큰 소나무 두 그루가 시선을 차단하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숲 속에 푹 파묻힌 듯 고요하고 정갈했다.
“이곳 산들이 참 예뻐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로 산이 삥 둘러싸고 있으니까 주위 경치가 더욱 아름답게 보여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관찰하기 좋다는 것. 이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서용원, 이현숙 씨 가족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 특별함은 다름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마음을 열고 바라보는 자연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순하게 정화된 마음에는 고요한 평화만이 남는단다. 작은 동물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반딧불이가 깜깜한 밤을 반짝이며 날아다닐 때, 이러한 자연의 작은 변화도 때로는 신비롭고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사계절이 다르듯, 하루에도 풍경이 수시로 변해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신기하고 재밌어요. 전원생활이 주는 가장 큰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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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2. “그래서, 저 여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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