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우리나라 건축물 10채 중 7채 지진에 무방비
김수진  사진 일본 기상청

지난 4월 14일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에서 리히터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해 건물 붕괴, 수 십 명의 인명 사고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지진은 우리나라 부산, 울산 등 남부지방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무척 강했다. 이어서 16일에는 남미 에콰도르에 리히터규모 7.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사망자만 500명이 넘을 정도의 큰 피해를 보았다. 
전 세계가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이른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최근 지진은 일본과 에콰도르를 포함해 인도네시아와 대만, 필리핀, 러시아 동부해안 지역, 아메리카 대륙서부, 멕시코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진으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닐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이제는 지진에 대한 내진 설계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부산·서울, 지진에 가장 취약해 
지난해 12월 이노근 새누리당 국회의원(현 당선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자료 제출받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축물 중 내진설계된 비중은  불과 34.6%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물별 내진성능 확보 현황을 살펴보면, 의료시설이 그나마 가장 내진성능을 많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의료시설 대비 52.3%로 절반 조금 넘는 수치다. 이어서 공동주택 46.6%, 단독주택은 30.7%, 기타 29.8%였다. 반면, 가장 안전에 신경 써야 할 학교는 26.4%에 불과했고 공공업무시설도 21.5%에 그쳤다.
광역지자체별 현황을 살펴보면, 세종시가 56.1%로 내진성능 확보 비중이 가장 높았고 경남(45.1%), 충남(44.6%)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비중이 가장 낮은 도시로는 부산(26.3%), 서울(26.7%), 대구(27.6%), 인천(29.3%) 등이었다. 사람이 많이 사는 대도시가 오히려 지진이 취약한 것. 이노근 의원은 해당 자료를 통해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된 수도권 등이 내진성능 확보비율 하위권에 속해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지진과는 상관없는 국가로 인식됐다. 유라시아판 동남쪽에 위치해 판의 경계로부터 수백 km 떨어진 판 내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일본과 같은 판 경계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낮고 규모도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지진 발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5년 간 국내 지진 발생 현황을 보면, 2011년 44건, 2012년 49건, 2013년 86건, 2014년 39건, 2015년 46건을 기록했다. 문제는 그 강도다. 지난 1월부터 4월 17일까지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총 17차례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1차례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이 늘고 강도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관련 학계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강도 3.0 이상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며 관련성에 대해서 부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내진설계 세계 최고 수준
현재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관련 제도나 건축 환경은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 내진설계는 지난 1988년 의무화됐다. 1978년 충남 흥성에서 규모 5.0의 지진으로 가옥 및 성벽이 붕괴된 것이 계기가 돼 마련된 것. 이후 건축법과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6층 이상 또는 총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는 내진설계 반영을 의무화했다. 이후 2005년에는 3층 이상 또는 1천㎡ 이상 건축물로 기준을 강화했고, 현재는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 건축물로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일본 등 선진국의 제도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 내진설계 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1978년 사망자 28명에 건물 7,400호 반·전파라는 피해를 입은 미야기宮城 현 지진 후 적극 법령 마련을 추진해왔다. 직후 일본은 진도 5 정도의 중규모 지진에서는 경미한 손상, 진도 6~7 정도의 대규모 지진에서는 붕괴하지 않을 정도로 건축할 것을 의무화하는 ‘신新 내진기준’을 도입했다. 이 기준은 지금까지도 내진설계법의 뼈대가 되고 있다.
건축물의 구조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고안해 낸 계산법은 정교하기로 유명하다. 지진하중과 등가 1유도제, 등가 점성감쇠, 한계상태와 한계변형 등의 항목을 계산해 종합 분석하는데 무척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지진 형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내진설계에 따른 등급 또한 구체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건물 규모나 구조에 따라 최하 1등급에서 최고 3등급으로 구분되는데, 붕괴나 건물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공통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거용 주택은 2등급을 만족하며 아무리 저렴하게 지어진 건물이라도 1등급은 되어야 건축허가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건축물의 95%가 내진화 기준에 맞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사실상 건물 붕괴로 인한 사상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법서 제외된 건축물 10채 중 8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3층 이상의 건물에만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만약 지진 발생 시 단독주택이나 저층 건축물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현재 내진설계와 관련한 법 기준에 제외되는 저층 구조물은 우리나라 전체 건물의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1988년 이전 건축물과 1988~2005년 사이 세워진 3~5층 건물도 무방비 상태다.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건물 상당수가 지진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 특히 2~5층 사이의 필로티를 갖춘 공동주택 및 사무실, 주택이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건축학회가 2011년 발행한 ‘우리나라 내진설계 현황 및 문제점’에 따르면 지진 발생 시, 필로티 부분이 집중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저층 건물인 만큼 내진 설계가 안돼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내진설계가 가장 취약한 지역이 부산, 서울 등 대도시라는 점도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법 제정 이전에 지어졌거나 2층 이하의 건축물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유도정책을 통해 지진에 대비하고 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세금 혜택을 통해 민간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지원하는 것. 실제로 지난해 서울 은평구는 민간소유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지원에 나선 바 있다. 3층 미만이거나 1천㎡ 미만의 민간소유 건축물을 신축,대수선 시 내진설계를 적용하면 지방세를 경감한 것. 서울 강남구도 오는 2018년까지 내진설계 대상이 아닌 건축물이 내진성능을 확보할 경우 지방세를 감면한다. 지난 4월 광주광역시 북구에서는 민간소유 건축물 내진보강 설계 시 지방세 감면 계획 설립과 함께 통대장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지진 교육을 실시했다. 이밖에도 대구와 김해, 상주, 목포, 여주, 울산 등 전국 많은 지자체에서 다양한 지원책과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한편, 모든 주택의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정 시 건축비 및 사회적 비용 증가와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한반도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부터 확인하고 신중히 개정에 관해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ISSUE] 우리나라 건축물 10채 중 7채, 지진에 무방비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