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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三代가 함께 사는 주택 02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리터루족
최근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바로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가족의 형태가 소형화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러한 시장 수요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과 육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바로 리터루족returoo族(return; 돌아오다 + 캥거루族의 합성어)의 등장이다. 조부모와 아이의 양육을 분담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합쳐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3대 가구가 전체 가족 유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지난 2010년보다 0.8%P 증가했다. 또한독립하지 않은 25세 이상의 미혼자녀와의 동거 형태도 매년 증가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각 건설사도 그간 소형 물량에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중대형 물량 공급도 늘리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시흥, 용인 등 경기도 일대에 중대형 아파트 분양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리터루족의 등장으로 아파트 시장뿐만 아니라 단독주택 시장에도 변화의 발아가 움터오고 있다. 은퇴 후 50·60대 부부 중심이 됐던 단독·전원주택 시장에 최근 젊은 부부+조부모 세대의 동거 형태 주택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
실제로 얼마 전 SBS ‘좋은 아침’ 프로그램에서 형제 부부와 조부모 등 세 가구가 파주에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지은 사례가 방영돼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주택주인 아들은 조부의 건강과 경제적 이유로 함께 살기로 했다고 건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서울 성북동에 소형주택을 지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부부 사례도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울산에 거주하는 김 모(63) 씨와 정 모(60) 씨 부부도 아들 내외, 두 손자와 함께 거주할 집을 짓기 위해 얼마 전 울주군에 토지를 매입했다. 김 씨는 “공무원으로 맞벌이 하는 아들 부부에게 경제적으로나 아이 키우는데 도움 주고 싶어, 함께 살 집을 짓자는 우리 제의에 아들 부부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찬성했는데 그 모습이 왠지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주도권 따라 가구 형태 달라져
부모 세대와 자녀 부부 세대는 어떻게 함께 거주하고 있을까? <3대가족을 위한 공동주택 실내 공간의 가변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3대 가구 형태는 주로 네 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먼저 부모 주도형. 독립적인 부모 세대에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부부) 세대가 얹혀사는 형태다. 부모 세대가 가사의 주도권을 갖고 자녀 세대 생활을 돕는다. 반대로 부모가 경제력이 없고 연로한 경우 자녀 세대 주도의 형태를 띤다. 이 경우 부모는 독립된 주거 공간을 사용하지 않거나, 만약 주거 공간이 있더라도 자기 방에서 주로 생활하게 된다. 이 두 가지 가족 형태 모두 세대 간 밀접하게 교류하게 된다. 하지만 각 세대의 생활 독립성을 추구하며 식사 등의 행태는 함께, 혹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이 두 형태는 공간 일부분을 분리해 사용하거나 주택을 아래, 위층으로 분리해 사용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상호의존형이 있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형태로, 일반적으로 부모 세대가 경제력이 있어 생활권 일부를 담당하거나 가사 일부를 분담한다. 서로 어느 정도 독립된 관계를 형성하며 역할관계도 동등한데 사적 공간 요구가 크다. 보통 같은 공간 내에서 동거하며 식사나 놀이 등을 함께 하는데 같은 층에서 대부분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독립형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한 주택에 거주하지만, 각각 독립된 생활을 하는 형태로 가사와 생활 등 대부분 공간을 독립적으로 사용한다. 보통 부모 세대가 건강하고 경제력이 있는 경우 이러한 형태를 선호한다. 공간 형태도 주 생활 분리요구도가 높은데, 출입구를 따로 설치하거나 주택 자체를 분리하기도 한다.
한편, 기혼 자녀와는 얼마나 떨어져 지내야 할까? 아무리 배 아파 낳은 자녀라도 결혼한 자녀의 개별적인 독립성 보장은 필수다. 단순히 기혼 자녀만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인 아닌, 부모 세대의 독립성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혼 자녀라고 해도 함께 거주하는 것을 추구했지만, 2004년 발표된 <수도권거주 50대 중년층의 3대 동거주택에 대한 의식변화> 연구에 따르면, 한 주택 내 거주(12%)보다는 한 대지 내 두 주택(24%)이나 걸어서 10분 이내(28%), 또는 걸어서 30분 이내(25%)서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지에 두 주택이 놓이는 경우가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비율을 보인 것으로 미뤄볼 때, 해당 실제 니즈는 답변보다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같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년층이 생각하는 3대 가구를 위한 최소 면적은 102.3㎡(31평)~132.0㎡(40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후에 필요한 개인실의 넓이는 49.5㎡(15평)를 선호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에도 해당 면적의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우리집엔 어떤 주택이 괜찮을까?
그렇다면, 3대 가구를 위한 주택은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우리 사회와 비슷한 일본 사례를 들어본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3대 가족형 주택의 공간구성 특성 및 유형에 따른 연구>에 따르면, 가족형 주택의 유형은 총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가족에 해당하는 유형은 어떠한 것인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노인 부부와 자녀 부부, 손자녀(2명) 총 6명을 위한 2층 주택 기준).

동거형 1층
동거형 2층
동거형_현관과 욕실, 거실 및 식당 등 주요 공간구성 요소가 모두 하나씩 계획됐으며 모든 구성원이 함께 나눠쓰는 형태. 침실을 제외한 대부분 공간이 공용 공간의 성향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침실을 제외하고는 독립성이 큰 공간은 거의 없다. 보통 1층은 부모 세대를 위한 공간이 된다. 이 세대를 배려한 전통적 침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과 식당, 부엌을 일체화해 시야가 탁 트이게 구성한다. 2층에는 손자녀 침실을 두고, 화장실은 구성원의 편의를 위해 각 층에 계획된다. 다른 층들보다 작게 두 층 사이에 지은 메자닌mezzanine 층에는 수납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융합형 1층
융합형 2층
융합형_현관과 계단은 공유하지만, 욕실과 거실, 부엌 등은 세대 간 구성원의 요구나 성향에 맞게 적절히 분리 또는 공유한다. 동거형보다는 분리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가족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틀을 같이 한다. 노인 부부 세대와 자녀 부부 세대가 각각 생활공간에서 독립적 취사가 가능토록 계획하는 경향이 있으며, 욕실은 1층에 주로 있지만 화장실은 각 층에 계획한다.

분리형 1층
분리형 2층
분리형_현관과 계단만 공유하며 그 밖에 거실이나 식당, 욕실, 화장실 등은 세대별로 따로 계획하고 분리해 세대 간 독립적 생활과 프라이버시 확보에 중점을 둔다. 함께 하는 융합보다는 세대원의 편의를 중요시한다. 대신 유대감은 현관이나 관련 공간을 공유하고 세대 간 상호접근성도 높아 가족 유대감을 높인다. 이러한 유형은 현관으로부터 계단을 통해 상층으로 연결되는 동선의 독립성을 확보한다. 주 침실의 위치도 상하로 겹치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독립형 1층
독립형 2층
독립형_두 개의 현관을 두고 세대 간 생활공간을 분리한 유형. 완전히 분리한 형태의 주거 공간을 각각 계획하는 형태로 세대별 독립성이 가장 강하다. 부분 임대나 매매가 가능한 형태로 전문가들은 이를 활용하면 도시내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각각의 소유권을 구분하기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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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특집] 삼대三代가 함께 사는 주택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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