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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활용한 선택
 
향과 창 그리고
차양에 답이 있다!

조민구 이사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사무국장
사진제공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www.phiko.kr


CONTENTS
01 왜 패시브하우스여야 하는가!
02 독일 패시브하우스 vs 한국 패시브하우스
03 환기! 이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04 단열재만 두꺼우면 된다? 그럼 열교는?
05 햇빛을 활용한 선택. 향과 창
그리고 차양에 답이 있다!
06 ‘기밀’ 우습게보면 큰 코 다친다.
07 신재생에너지와 제로에너지
08 패시브하우스 제대로 지어보자!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장 패시브한 방법, 향!
집을 짓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원칙적인 것은 집이 놓인 향이다. 어느 향으로 집을 앉히느냐에 따라 집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재실자의 쾌적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림 1] 천안 표준주택 6호

현재 필자가 속해있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이하 협회)에서 계획한 [그림 1] 표준주택 30형 모델이 서울에 위치할 경우, 정면이 남향일 때 단위면적당 연간난방에너지요구량이 난방 등유로 환산한 값 기준으로 3.7ℓ인데 반해, 북향일 땐 4.9ℓ로 약 30%의 난방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향만으로도 30% 정도 난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국내 정서상 주택의 향은 이미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건 대지의 상황과 사용자 편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패시브하우스라 하더라도 남향이 닫혀있고 북향이 주향으로 형성되는 상황의 대지라면 당연히 집은 정면이 북향이 되어야 한다. 이는 에너지 절약보다 재실자의 편안함과 쾌적함의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참고로 향에 대한 대원칙은 다음과 같다.
·남향을 기준으로 동, 혹은 서향으로 15° 이내가 가장 좋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서향의 뜨거운 일사를 고려해 동향으로 치우치는 것이 쾌적성 측면에서 더 낫다.
·주요 사용 실을 동향, 남향에 적극 배치하고, 부속실들을 북향, 서향에 배치하도록 한다.
·같은 바닥 면적이라면, 외기에 접하는 외벽의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형태를 단순화한다.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창의 성능은?
독일의 패시브하우스연구소에 따르면 “창의 단열 성능은 0.8W/㎡K 이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리고 패시브하우스의 경우 이 기준을 유리와 프레임에 각각 적용한다. 0.8W/㎡K 이하여야 하는 이유는 겨울철 중부유럽 기후를 기준으로 창 주변에서 추위를 느끼지 않는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결로와 곰팡이가 생기지 않을뿐더러 열적 쾌적감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창이 차가워지면 창 주변에서 냉기류(일명, 외풍)가 발생하며, 이는 재실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
그럼 ‘우리나라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협회가 수년 전 우리나라 전국 기상청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국내 기후에서 창의 최소 단열 성능을 계산해 보았다. 그 결과 [그림 2]처럼 나왔다.
[그림 2] 창호의 평균 열관류율 지도

[그림 2]를 보면 일부 영서 산간지방을 제외하고 중부지방은 거의 1.0W/㎡K 이하의 창을 적용하면 패시브하우스를 구현하는데 큰 문제없다. 남부지방은 1.2W/㎡K이며, 제주도는 중산간지역을 제외하고 1.4W/㎡K의 성능으로도 가능하다. 남부지방 및 제주도는 로이 삼중유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성능이 우수한 로이 복층유리를 적용하면 문제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기준을 떠나 창호의 성능은 높을수록 좋다. 이유는 에너지도 절약될뿐더러 훨씬 더 쾌적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리 성능은?

유리는 유리를 구성하는 종류, 단열간봉, 충진 가스 종류, 유리 사이 간격, 몇 겹의 유리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성능이 제각각이다. 로이유리에 14~16㎜ 정도의 단열간봉을 적용하고 전열성능이 우수한 아르곤가스를 주입한 삼중유리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단열성능이 좋은 유리다.
유리는 난방 기간 동안 불투명 벽체처럼 열을 외부로 손실하지만, 투명한 성질로 태양 빛을 집 안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비록 창을 통한 열의 손실이 같은 면적의 벽체를 통한 손실양보다 몇 배 이상 많지만, 그 이상으로 태양에너지를 집 안으로 들여오므로 창을 내는데 인색할 필요 없다. 
태양에너지를 집 안으로 들여오는 특성을 일사에너지투과율이라 하고 g 값이라 표현한다. g 값이 클수록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투과시킬 수 있으며, g 값이 0.5(단위 없음)라고 하는 것은 태양의 총에너지 중 유리를 통과하는 태양에너지 양이 50%라는 것이다. 독일의 패시브하우스는 g 값 기준이 0.5 이상이지만, 겨울철 풍부한 일사량을 가진 우리나라는 0.4 정도만 되어도 충분한 일사를 실내로 끌어들일 수 있다.
참고로 아래 [그림 3]은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표준주택의 집 전체 열손실량과 열획득량에 대한 그래프이다. 창을 통한 열손실량보다 열획득량이 조금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림 3] 표준주택의 에너지밸런스
출처: Energy# 건물 에너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삼중유리 시스템 창과 복층유리 이중창

[그림 4] 틸트앤드턴 시스템 창

[그림 5] 복층유리 이중창
 
패시브하우스에서는 [그림 4]처럼 흔히 틸트앤드턴 시스템 창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그림 5]의 복층유리 이중창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두 창에 로이 코팅한 유리를 사용한다면 실제로 로이유리 삼중창이 조금 더 유리하기는 하나, 복층유리 이중창의 단열 성능도 거의 비슷하다(각각 유리 종류에 따라 단열성능과 일사에너지투과율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두 창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림 6] 복층유리 이중창의 침기 예시

그것은 바로 [그림 6]처럼 기밀성능에 있다. 틸트앤드턴 시스템 창은 기밀성능이 대단히 우수해서 패시브하우스용은 거의 바람이 새지 않는다. 반면, 우리가 흔히 쓰는 복층유리 이중창의 미서기 시스템은 창을 아무리 꼼꼼하게 만들어도 바람이 샐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기밀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유리는 사중이라 단열이 잘되지만 기밀성능이 좋지 않아 외기의 찬바람이 창틀 틈새로 들어오면서(이것도 외풍이라 한다. 외풍은 창틈으로 밀려들어 오는 찬바람을 일컫기도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실내공기가 차가운 유리면을 만나면서 생기는 기류를 말하기도 한다) 창을 차갑게 하고, 난방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게 한다. 또한, 프레임과 유리 가장자리 표면 온도가 낮아 결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여름에는 외기의 뜨거운 열기와 다량의 습기가 실내로 침입해 냉방과 제습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
복층유리 이중창은 기밀성능이 나쁘기 때문에 패시브하우스에는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침기에 의한 결로 및 곰팡이 발생확률이 높으며, 또한 열적으로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 불편을 감수한다면, 경제적이고 고장 등으로 인한 유지관리 측면에서 더 유리한 면이 있기에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라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북측 창은 열손실만 많아 설치하면 안 된다?
예전에 저에너지 2층 주택의 인증을 진행했는데, 당시 주택은 설계자가 에너지손실을 우려해 지레 겁을 먹고 북측 벽에 창을 설계하지 않았다. 도서 검토 시에 북측 벽에도 창을 적극 설치할 것을 권장하였으나, 설계자와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북측 벽에 창 없이 시공하고 말았다. 그 집은 겨울에는 따뜻하기 그지없지만, 간절기와 여름철을 너무 어렵게 지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맞통풍이 되지 않아서 집 안에 고인 열기를 신속하게 빼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열 교환 환기장치가 있기는 하나, 이 장치는 최소한의 환기량을 보장하는 장치일 뿐 환기의 모든 기능을 다 충족할 수 없어, 집을 설계할 때 원활한 통풍을 통한 환기를 적극 고려해야만 한다. 이는 통풍뿐만 아니라 조망, 실내 조도 확보, 소음 차단 등도 창의 중요한 역할이기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열이 조금 더 손실되더라도 북측에도 반드시 필요한 곳에 적절한 면적의 창을 설치해야 하며, 이를 통해 좀 더 쾌적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집, 단열 성능 강화 위해 창을 바꿀까?
물론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기존 집의 단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수년 전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 「시골 마을 집들의 성능 개선방법에 관한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시골집들의 공통점이라면, 벽체 단열은 거의 되어 있지 않고, 창의 벌어진 틈새로 끊임없이 찬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유리 표면은 햇빛을 받지 못해 언제나 결로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집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단열 성능을 강화했다. 기밀성능, 벽체 단열 성능, 창호 단열 성능, 환기장치 네 가지 요소를 각각 한 개씩 혹은 여러 개를 조합하여 시공했다.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은 벽체와 창호의 단열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었다. 반면, 창호 성능만 높인 집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의 성능을 끌어올렸지만, 벽체에 곰팡이로 인한 하자가 발생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기존 집의 실내 습기를 빈약한 창 틈새로 배출해주거나 유리 표면에서 결로 형태로 제거했지만, 단열성과 기밀성능이 많이 향상된 복층유리 이중창으로 교체하면서 실내 습기가 실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창 표면에 결로도 발생했다. 결국, 갈 데 없는 실내 습기가 벽체의 취약한 부분에 모여 곰팡이와 결로를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집의 단열 성능 강화를 위해 창만 교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며, 전문가와 상의해 벽체 단열 성능까지 고려해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차양’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차양은 태양의 일사를 제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그림 7] 표준주택 사례에서 붉은색 점선으로 표시된 것처럼 냉방 부하의 60% 이상이 창을 통해 유입됨을 알 수 있다. 태양 일사에너지만 차단해도 여름철 냉방에너지를 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림 7] 외부차양 없는 표준주택 냉방부하
[그림 8] 외부차양을 설치한 표준주택 냉방부하
 
이 주택에 외부차양을 설치하면 [그림 8]과 같이 전체 냉방부하 중 거의 4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여름철 차양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냉방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름철 실내 쾌적성이 월등히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림 9] 외부전동차양(EVB라고도 한다)

[그림 10] 고정차양 설치기준
 
[그림 9]와 같은 외부 전동차양은 태양 일사에너지를 거의 90% 가깝게 차단하지만, 내부차양은 단지 15% 정도만 차단하므로 제대로 된 일사차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차양을 설치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유리는 태양의 일사에너지는 잘 투과하지만, 실내에서 발생하는 열은 외부로 거의 투과하지 않기 때문에, 태양의 일사에너지가 유리를 통과하기 전에 막아줘야 효과가 있다.
그 외에도 처마나 창 상부에 고정차양으로 일사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고정차양은 남향에서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며, [그림 10]과 같은 기준에 따라 설치해야만 외부전동차양 대비 50%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의할 사항은 동향이나 서향에서는 태양일사가 창 면에 거의 수직으로 들이치기 때문에 고정차양의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므로, 동·서향은 외부전동차양을 사용하거나 가급적 창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더불어 패시브하우스 경우 우리나라 겨울철 맑은 날씨의 풍부한 일사가 실내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오히려 너무 더워질 수도 있기에 외부전동차양으로 일사를 적절히 조절하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물론, 방범 역할이나 사생활 보호 등 부가적인 기능도 있다. 근래에는 외부전동차양을 취급하는 업체가 다양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공할 수 있게 되어 적극 설치를 권장하는 바이다.
올해 유난히 더운 여름철을 지나고 있는 현재, 우리 협회의 화두는 ‘냉방부하 저감 방법과 효율적인 냉방’이다. 그중에 가장 패시브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대안의 첫 번째가 바로 ‘외부전동차양’이다.

문의 충청북도 흥덕구 오송생명로 208-9, 2층 201호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T 070-7601-1368 E chomg03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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