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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내진설계 &
주택구조별 내진성능


태풍, 장마, 가뭄, 폭설 등 매년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천재지변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지진만큼은 우리나라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7월 5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울산 시내를 흔들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때만 해도 우려의 소리는 크지 않았다. 두 달 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26일 잠정 집계결과 주택 4,994건, 공공시설 182건, 공장 247건, 소상공인 569건 피해당했다고 발표했다. 인명피해는 부상에 그쳤다. 그리고 우리에게 의구심을 남겼다.
‘과연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할까?’, ‘우리 집은 지진에 괜찮을까?’
우리나라 전체 주택 90% 이상이 지진에 취약해 내진 보완 및 내구성 검토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정부도 심각성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시행할 내진설계를 더욱 강화할 분위기다. 
이번 호에는 한반도에 닥친 중규모 지진에 대비해 국내 소규모 건축물의 내진 현황과 내진 보강방법 그리고 주택 구조별 안전성을 검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백홍기·김수진
참고자료
<소규모 건축물 내진보강 포인트> 국토교통부, 2010
<국내 내진설계기술의 현황 및 시사점> 대한산업공학회, 권지운, 2011
<활성단층의 이해: 최근의 연구에 대한 고찰> 대한지질학회, 김영석 외 3명, 2011
<내진설계와 건축물의 형태> 기문당, 김종성, 2015
<최근 한반도 내륙 지진의 특성> 한국지진공학회, 강태섭 외 3명, 2016

THEME 01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구

액체상태의 지구 핵은 4,000℃가 넘는다. 핵을 둘러싼 맨틀은 그 열기로 뜨겁게 달궈져 꿈틀거린다. 그리고 맨틀은 지구의 껍질인 지각으로 덮여있다. 크고 작은 20개 정도의 판으로 구성된 지각은 일 년에 2~20㎝ 이동한다. 미미한 움직임이지만 거대한 힘으로 산을 만들고 땅을 가르며 바다를 나눠 오늘날 지구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지진은 지각이 이동하며 서로 상대운동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진동의 물결이고, 지구가 살아있다는 지구 내부의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때론 강력한 지구의 신호가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처럼 에너지가 큰 파장은 주로 대륙판 경계에서 나타나며,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이 잦은 이유도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필리핀판 경계에 있어서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위에 있어 대규모 지진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동안 기록된 역사에 없다는 게 맞다. 한반도를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한 것도 몇 만 년 주기로 찾아오는 대규모 지진을 현시대에 적용하는 건 의미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주에서 진도 5.8의 중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또다시 지진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반도에도 진도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뒀다.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느 나라보다 지진 연구에 앞선 일본도 각종 데이터 자료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지진을 예상할 뿐이다. 그렇다면, 한반도가 안전하다는 주장을 믿어도 될까? 분명한 건 안전을 보장할 만큼 국내 활성단층에 관한 연구와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01 한반도 지진의 특성
9월 21일 예고 없이 찾아온 진도 5.8의 경주 지진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진동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인명피해는 부상 48명에 그쳤지만, 건축물과 기물 파손 4천 건으로 재산 피해가 107억 원에 달했다. 10월 11일 현재 471회를 넘어선 여진은 중규모 지진 진도 4.5를 동반하며, 시민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지진은 대륙판 이동이나 지각 암석에 쌓인 응력 에너지에 의해 암석이 부서지면서 발생한다. 대규모 지진은 수십에서 수백㎞에 달하는 10여 개의 대륙판이 맨틀 위를 이동하면서 서로 부딪치고 포개지는 과정에서 응력 에너지가 오랜 시간 쌓이면서 발생한다.
주요 7개 대륙판 / 출처: 위키백과
한반도 단층지도
한반도 활성단층
한반도는 대륙판 경계와 떨어져 지진 발생이 적고 규모도 작은 ‘판내부 지진환경’에 있다. 지진의 규모는 지각 운동에 의해 쌓인 응력 에너지와 비례하는데, 유라시아판 위에 있는 한반도는 응력 에너지가 작은 환경에 있어 상대적으로 강한 규모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낮게 봤다.
판내부 지진은 판의 운동으로 일정한 지역에 쌓인 응력 에너지가 지각의 약한 부분을 파괴하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지질층을 활성단층이라 한다. 활성단층은 신생대(제3기) 이후의 현재 지질시대인 제4기에 활동하거나 활동할 수 있는 단층을 말한다. 국내 활성단층은 이기화 교수가 1983년 한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양산단층의 활성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학계뿐만 아니라 원전업계에서도 논쟁이 뜨거웠다. 한반도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1990년대 초 한국과 일본 공동연구 POSEIDON(Pacific Orient Seismic Digital Observation Network) 프로젝트에서는 양산단층 남부에 제4기 활성단층을 확인했다. 이후 한반도 남동부에 대한 조사로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인근에서 50여 개의 활성단층을 추가로 확인했다. 활성단층은 지진의 90%가 발생하고, 중규모 지진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층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규모를 산정하려면 활성단층의 길이, 이동 거리, 활동 횟수, 응력 에너지와 관련한 보다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된 단층은 500여 개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활성단층의 개수와 활성단층에 응력 에너지가 어느 정도 축적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경주지진이 땅속 12~15㎞ 지점 양산단층에서 발생하면서, 한반도 활성단층 존재여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02 지진에 의한 2차 및 간접 피해 우려
지난 9월에 울산사회조사연구소에서 울산시민 1만9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강진이 발생했을 때 어떤 위험을 가장 두려워하는가’라는 질문에 49.9%가 ‘핵발전소에 의한 2차 피해를 가장 두려워한다’고 답했다. 이어 28.4% 응답자가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 21.7%가 화학공단 파괴로 유해성 화학약품 유출에 의한 2차 피해를 꼽았다.
파도와 같은 파장을 일으키는 지진은 건물뿐만 아니라 기반시설까지 파괴하고, 지진해일은 모든 걸 삼켜버린다. 이처럼 지진은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간접피해, 기반시설 파괴에 따른 2차 피해가 더욱 큰 참사를 불러오기도 한다.
1906년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지진은 가스관을 파괴하면서 도시 곳곳에 화재를 일으켰다. 화재는 나흘간 이어지면서 도시를 마비시키고 전체 건물 90%인 2만5천 채를 불태웠다. 이 사건으로 샌프란시스코는 도시의 80%를 잃어 도시기능을 상실했다.
지진해일은 해저에서 일어난 지진에 의해 발생해 감지하기 어렵고 전파 속도가 빨라 대처하기 어렵다. 2004년 인도네시아 서쪽 수마트라 섬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이 인도양 연안 국가를 덮쳐 25만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2만여 명을 희생하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켜 5년이 지난 현재 원전 반경 40㎞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1900년 이후 네 차례 지진해일이 관측됐다. 모두 동해 일본 근해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에 의한 해일이다. 가장 큰 피해는 1983년 5월 일본 아키다현 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에 의한 해일이다. 진원지에서 가까운 곳은 해수면이 15m 상승했고, 중부 동해안 지역은 2~4m 해수면이 상승했다. 당시 해일이 동해 내륙까지 침범해 사망과 실종 등 5명의 인명피해와 선박과 건물, 시설을 파괴해 3억 7천만 원의 재산피해를 끼쳤다.
지진에 의한 기반시설 파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도로 파괴는 복구를 위한 현장접근과 피해자 이송을 어렵게 하고 수도 단절은 식수 부족과 화재진압을 어렵게 한다. 이외 댐이 무너져 홍수가 나거나 수도, 전기, 통신이 파괴돼 산업을 마비시켜 사회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처럼 지진은 예상하기 어려운 피해를 보여주므로 신속한 대피요령과 더불어 다양한 체험 등의 교육과 대처 방안을 준비해야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03 내진설계 사각지대  ‘소규모 민간건축물’
「건축법」 제5장 건축물의 구조 및 재료 등 제48조(구조 내력 등)에 따르면, “건축물은 고정하중, 적재하중, 적설하중, 풍압, 지진, 그 밖의 진동 및 충격 등에 대하여 안전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현재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건물 높이 13m 이상, 기둥 간격 10m 이상인 건축물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2층 이하의 건축물은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돼 대다수 서민이 거주하는 소규모 민간건축물은 지진에 취약한 게 현실이다.
소규모 민간건축물은 전국에 약 680만 동이 있고, 이 가운데 45만 동인 6.7%만 내진 성능을 확보한 상태다.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서울은 민간건축물 내진 비율이 12.47%, 중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경남과 울산은 각각 5.16%와 11.81%로, 전국 민간건축물 90% 이상이 내진설계가 되어있지 않다. 특히, 1970대부터 급증한 저층 주택들은 노후화로 지진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한반도에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대부분 소규모 민간주택이 붕괴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1995년 고베지진과 1999년 대만지진,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올해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지진에서 대부분 저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중진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할까?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 방재연구소에서 지진 예측 시뮬레이션을 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진도 6.5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국적으로 약 7천 명의 사망자와 10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 피해는 서울 전체 건물의 1%가 전파되고 38만 동인 60% 정도가 부분적으로 손실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정부는 내년부터 2층 이상 주택도 내진설계 의무화하고 기존 주택에 대한 내진보강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주택 내진보강은 신축할 때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한 점이 지진 방재대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04 내진설계란
내진설계는 지진에 대한 건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구조설계다. 건축물의 강도와 연성을 높이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축물의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제진, 면진 등의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연성을 키우는 것이다. 또한, 내진설계에서 지반의 측방 유동에 따른 구조물 기초 파괴, 구조물 자재 구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지반 특성을 고려한 지반 분류와 설계스펙트럼도 내진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반 분류가 적절하지 않아 내진설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구조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설계스펙트럼은 지진 통계를 기준으로 값을 도출해 내진설계에 반영하지만, 국내 지진 통계자료가 부족해 미국의 통계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내진설계를 하려면, 먼저 국내 지반 특성에 적합한 지반 분류와 설계스펙트럼을 먼저 갖춰야 한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미국 서부와 일본의 내진기술은 앞서있지만, 국내 내진설계의 수준은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이는 구조설계기술보다는 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6층 이상의 건축물 설계에선 구조전문가가 참여해 설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2~5층 건축물은 구조전문가 협력 없이 건축사가 내진설계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11년 1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표본검사 한 3~5층 건축물 20개 가운데 11개 건축물이 내진성능 미달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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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특집] 01. 단독주택 내진설계 & 주택구조별 내진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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