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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일과 담벽락 ‘자취를 감춘 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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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황토 바람이다. 반가운 일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일단 관심을 갖는 자체가 얼마나 큰 변화인가? 어지간한 신문광고란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황토침대, 황토 건강법, 황토찜질, 황토요법, 황토의 신비 등 황토를 앞세운 새로운 물결이 넘실거린다.
얼마 전에도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부터 아파트에 도입된 온돌 시공법에 대해 듣게 되었다. 황토온돌은 아니지만 구들의 원리를 이용하여 윗목과 아랫목의 차이를 두었다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주거 문화의 계승이 고층 아파트까지 이어진 셈이다.
현대 건축은 소재의 다양성, 구조의 다양화, 지역의 초월성 등에서는 엄청난 발전을 가져 왔다. 하지만 생명의 근본인 흙을 배제함으로서 인간성을 황폐화시키는데 선두주자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이는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는 모두 흙에서 비롯돼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흙으로 치장된 집에서 흙의 마음, 흙의 성품으로 흙의 문화를 일구던 선조들의 발자취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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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순서
1 조상의 삶이 담긴 우리네 살림집 ‘한옥’
2 규모설정에서 기둥 세우기까지 ‘작은집이 길하다’
3 입주상량과 수장 “평당 얼마 들었소”
4 흙일과 담벼락 ‘자취를 감춘 흙일’
5 다린초당과 공동체 문화의 열린 공간 ‘마당’





집에 있어서 흙의 역할

입주상량이 끝나고 수장재가 모두 제자리를 잡으면 집은 거의 그 규모를 드러내고 이제 마무리 단계만 남게 된다. 벽을 쌓고 지붕을 올리고 구들을 놓고 바닥을 들이는 등 이제 남은 것은 마감을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한옥을 비롯한 우리네 조상의 집에 있어서 이러한 마감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단연코 흙이다. 마감공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간을 나누는 일, 벽체, 바닥, 산자 바르는 일, 구들놓기, 부뚜막 만드는 일, 담을 쌓는 일 등 실로 흙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고 용도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흙이 우리 건축의 재료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랜 역사가 있다. 선사시대의 움집에서 보여지듯 최초 인간은 흙으로 둘러싸여 생명을 보존했다.

그리고 이러한 흙은 다시 집이란 것이 어느 정도 형태를 잡았던 고대에도 고래등같은 기와집에서 초가삼간까지 흙은 어떠한 형태에서 든 모두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심지어 나무기둥을 쓰지 않고 흙벽돌이나 토담집으로 만 짓는 집도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흙은 우리네 조상의 건축물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는 흙이란 것이 어디서나 구하기 쉽고 보온과 습기조절 뿐 아니라 장식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지극히 작은 집에서부터 규모가 큰집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아니 될 땅의 모성을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기 때문이었다.

땅의 모성을 갖는 흙

현대의 건축에 있어서 벽체는 대게 벽돌과 통나무 그리고 철골과 유리 등이 사용되어진다. 때로는 돌로 된 벽도 볼 수 있으나 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덧붙인 치장용일 뿐이다. 반면 한옥에 있어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흙이 주된 재료가 된다.

벽체를 세울때 나무가 골격을 형성하는 주된 재료라면 흙은 목재로 된 골격을 감싸고 받쳐주는 살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즉 건물의 외피를 이루는 흙은 땅의 모성을 갖는 재료로서 성주신의 살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다.

나무가 흔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귀틀집(여기에도 흙은 많이 사용되어진다.)을 제외하면 벽체를 꾸미는 일은 거의가 흙으로 이루어진다. 형편이 넉넉한 집은 강회, 백토, 모래를 1:1:1의 비율로 섞어(이것을 삼화토라 한다)면회(面灰)하기도 했지만 역시 그 기본은 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여 오늘날에 적합한 한옥을 지으려고 할 때 과연 이것이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진흙을 구하기도 쉽지 않거니와(물론 다른 재료도 마찬가지다.)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기술자를 만나기도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한옥의 생활화 또는 보급에 대한 까다로움이 생겨난다. 때문에 만일 전문가들이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 한옥재료를 규격화하고 보편화한다면 한옥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리라 여겨진다.


민들레울 본관의 벽체

민들레울 본관의 벽체는 안쪽에 흙벽돌을 쌓고 바깥부분은 구운 옛 적벽돌로 둘렀다. 그러나 머름을 들인 문벽선과 접한 부분에는 일부 시멘트 벽돌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산자를 엮어 진흙으로 맞벽을 치고 나아가 회벽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옛 방식이나 이를 거스르게 되었다. 보일러를 들인 바닥도 시멘트가 사용되었다. 곰살맞은 토역꾼을 못 만난 탓도 있거니와 난방과 시공상의 용이 만을 쫓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옥’의 건축에 있어서 쉽지 않은 면인 바 부분적인 현대적 소재의 선택을 이 방면의 전문가들이 제대로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초가의 담벼락

초가(다린초당)의 담벼락은 대부분 흙으로 처리하였다. 중깃을 만들고 거기에다가 외를 엮어 양쪽에서 흙을 쳐대는 방식이다. 그 방법은 먼저 찰진 진흙에 짚을 고루 섞고 물을 주면서 이겨댄다.

그리고 잘 이겨진 진흙을 한쪽부터 쳐대기 시작하고, 한쪽 편에 바른 흙이 어느 정도 말랐을 때 다시 맞벽을 치는 것이다. 교육관으로 사용될 초가는 이러한 맞벽치기로 처리됐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급하게 서둘다보니 끝처리를 고려하지 않았다.

초벽 위에 사벽을 할 때 시멘트가 섞이어 너무 아쉽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곰살맞은 미장이를 만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집주인의 철두철미하지 못함이 더욱 큰 탓이다.

지붕

한옥을 지으려고 할 때에 가장 신중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 지붕의 형태다. 반자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까래를 기준으로 하여 치받이 한 안쪽이 천장이고, 바깥에서 보는 형상을 지붕이라 하는데 이 지붕의 형태에 따라 집의 규모나 모양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붕의 형태로는 기와 지붕과 초가지붕을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지붕은 겉모양은 사뭇 다르나 자연을 닮은 선의 미학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취를 감춘 흙일

오늘날 땅의 모성을 가진 흙이 건축재료로써 쓰이는 경우를 극히 드물다. 아니 기존의 흙을 이용한 건축물 자체도 찾아볼 수 없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시공상의 편리함만을 좇은 점과 관리의 번거로움을 기피한 탓 일게다.

물론 근대화의 과정에서 급속히 도입된 서구적인 주거 문화의 편입이야말로 말할 것도 없다. 70년대 우리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초가집은 새마을 운동을 거치면서 농촌을 깨끗이(?)한다는 이유로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라는 노래와 함께 사라져 갔다.

그리고 이어 새 주택 보급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80년대에는 그나마 지붕만 갈린 토담집마저 통째로 뜯겨 나가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금은 그 흔하던 토담집하나 제대로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 있던 시골의 흙집들은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저 구석진 곳에서 폐허로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건축의 재료로써의 흙은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현대 건축의 시공상의 편리와 관리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땅의 모성을 가진 흙은 집의 재료로써의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다시금 흙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이른바 황토바람이다.

황토로 된 집이 인간의 건강한 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흙을 건축의 재료로써 다시금 찾고 있다. 어쨌건 반가운 일이다. 흙으로 치장된 집에서 흙의 마음, 흙의 성품으로 흙의 문화를 일구던 우리네 조상들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田


■ 글·정순오 (민들레울 대표 031-544-0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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