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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빈 강정뿐인 산림대국,
낙엽송으로 꽉 채우자
 
글  윤홍로 기자
 
우리나라는 산림률 64%로 OECD 국가 중 4위인 산림 대국이다. 하지만 매년 필요한 목재의 84%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우리나라 산림은 속빈 강정이라고 한다. 이젠 수종 선택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또한, 정부는 국산 목재 소비 활성화를 외치면서, 정작 산림 정책을 관장하는 기관과 지자체는 국산 목재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우리에겐 북미산 목재보다 내구성이나 압축강도, 휨강도 등이 뛰어난 목조주택 건축용 낙엽송 목재가 있다. 목재가 좋다, 목조주택이 좋다는 말보다 국산 목재가 좋다, 국산 목재로 지은 목조주택이 좋다는 방향으로 국산 목재 활성화 정책을 전환할 때이다.

산림청에서 촬영한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 인근. 1970년에 비하면 산림녹화는 성공한 셈이다.

우리나라 산림률은 64%로, OECD 국가 중 1위 핀란드(73%), 2위 스웨덴(69%), 3위 일본(69%)에 이어 4위이다.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이어진 치산녹화 계획에 따라 약 206만 헥타르(ha=1만㎡)의 나무 심기를 완료해 현재 헥타르당 임목 축적이 142㎥(5톤 트럭 26대 분)으로 산림녹화에 성공했다. 이 점만 보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은 민둥산의 녹화는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림 대국임에도 최근 3년간 목재 자급률은 2014년 16.7%, 2015년 16.1%, 2016년 16.2%로 매년 84%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산림은 허울뿐인 속빈 강정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산 목재는 연료용?
연간 4조 원 가까이 우리나라가 목재를 수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산림 정책이 우선 나무를 심어 산을 보호하자는 ‘치산녹화’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1980년대 중반까지 아카시아 등 성장 속도가 빠른 나무를 많이 심어 숲은 울창해졌지만, 산림의 쓸모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쓸 만한 목재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숲 가꾸기 사업으로 연료용이 아닌 건축재나 가구재를 생산하는 용재림用材林도 조성해 왔다. 하지만 산림 정책이 100년, 아니 한 세대도 내다보지 못하기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임업인들은 “생산성이 낮은 소나무와 참나무 천연림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이 두 수종이 전 산림 면적의 5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면서, “집약 경영이 가능한 인공 용재 생산림 면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용재 생산림은 전체 산림의 10% 정도이며, 그중 낙엽송 용재 생산림만 목재시장에서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전체 산림의 12%를 차지하는 잣나무와 리기다소나무는 양적으로 비교적 풍부한 수종이지만, 입목 형질과 재질적으로 경쟁력이 낮아 사실상 용재림으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나무는 원목의 60% 이상 저급 펄프재로, 참나무는 20% 이상 연료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소나무와 참나무 천연림은 벌채 생산 과정에서 환경파괴라는 압력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대응해 산림 정부기관에선 “오래된 나무는 탄소 흡수 저장 능력과 수자원 능력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홍보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할 뿐이다.

수송 갱신이 필요한 소나무와 참나무 천연림은 벌채 생산 과정에서 환경파괴라는 압력까지 받는다.


산림청에서 발표한 최근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국산 목재 공급량은 518만㎥로, 그중 약 31%인 163만㎥가 보드용으로 공급됐으며, 그 다음이 바이오매스용(19%), 펄프·칩용(18%), 제재·합판용(16%), 한옥·목조주택용(4%), 표고자목용(4%), 톱밥용(1%) 순이었다. 대부분 연료용 저급재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재목, 한옥·목조건축재 등은 총 공급량의 20%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목재가 드물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바이오에너지용이 19%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임업진흥원이 우리나라 임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선 용재-후 연료재’를 제시한 이유이다. 임업 선진국의 경우 목재는 구조재, 가설재, 공학목재, 가구재 등 건축용으로 먼저 사용되고, 그것을 제재할 때 나오는 부산물이나 폐재를 파쇄해 2차 가공하거나 연료재로 최종 사용된다. 이것이 기후변화대응협약에서 말하는 목재의 순차적 이용 체계다.
산링청은 2035년까지 목재 자급률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으로 목재 유통 체계 개선과 소비 촉진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수종經濟樹種으로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업 선진국들은 소수의 수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뉴질랜드로 라디에타소나무 한 수종을 집중 육성해 세계적인 임업 경쟁력을 확보했다. 독일은 가문비 한 수종의 면적 비율이 37%에 달하며 참나무와 너도밤나무를 합하면 3개 수종이 64%에 이른다. 일본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28%에 이르러 용재 생산림의 수종 단순화 효과를 보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재목, 한옥·목조건축재 등의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기반시설 부족으로 목재 39.5% 방치
임산물의 운반과 산림의 경영관리에 필요한 산림 도로[林道]. 산림에 임도를 체계적으로 만들면 좋은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림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적정 임도는 헥타르당 산림 기본 관리 8.5m, 산림 경영 기반 14m, 목재 생산 26m이다. 현재 우리나라 임도의 총 길이는 19,728㎞이며 헥타르당 임도 밀도는 3.1m(독일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 캐나다 12.8m)로 절대 부족하다. 도로와 작업지 사이의 거리가 500m 이내인 곳에 임도가 없을 경우 작업지까지 접근성은 30% 미만에 불과하지만, 임도를 만들면 75% 이상으로 늘어나 접근성이 2.5배 높아진다. 접근성이 좋아지면 목재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도 1헥타르마다 낙엽송림은 5만 1천 원, 소나무림과 참나무림은 4만 9천 원, 잣나무림은 3만 6천 원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2014년 기준 벌채한 입목(8,763㎥) 중 60.5%만 수집·활용됐으며, 나머지 39.5%가 임도 등 기반시설 부족과 수집비용 과다로 활용되지 못했다. 임도는 고품질 국산 목재 생산·공급을 위해, 산림 자원의 지속 가능한 순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산림청은 2030년까지 헥타르당 8.5m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목재의 39.5%가 임도 등 기반시설 부족과 수집비용 과다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투자, 상속 대상인 사유림
우리나라 국토의 63%가 산림이며, 이 가운데 사유림이 68%, 국유림이 24%, 공유림이 7.6%이다. 사유림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임업 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사유림은 임지 가격 상승을 노린 외지 자본의 투자 대상이고, 규모도 상속되거나 매각되는 과정에서 분할돼 영세화, 단편화, 부재산주不在山主가 증가하고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사유림의 경우 211만 명의 산주가 평균 2헥타르를 소유하고, 부재산주가 전체 산주의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산주의 70%는 산림 경영보다 재산 증식, 묘지 이용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유림의 대부분은 과거 헐벗은 땅에서 빠르게 자라는 리기다소나무와 아카시아 등을 심었기에 수종이 단순하다. 또한 노령화된 나무들이 많아 탄소 저장 능력이나 목재로 활용 가치가 낮음에도 산주들이 벌채를 불법이라 생각하고 산을 방치하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2015년 벌기령(베어 쓰게 된 나무들의 나이)을 소나무는 50년에서 40년으로, 낙엽송은 40년에서 30년으로, 참나무류는 50년에서 25년으로 완화해 산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그 소득이 다시 산림에 재투자돼 임업이 활성화되도록 했다.

노령화된 나무들은 탄소 저장 능력이나 목재로 활용 가치가 낮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국산 목재로 지은 목조주택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국산 목재의 우수성 알릴 때
“조래산 소나무와 신보산 측백나무를 자르고 베어내어 여덟 자 한 자로 만들었네. 소나무로 만든 네모서까래, 크기도 하고 정침正寢은 높이도 지어졌네.”_《시경》, 노송魯頌
오래 전부터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살림집의 건축재로 쓰였음을 알게 해주는 시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소나무 하면 관동의 북쪽 깊은 골짜기에서 생산된 황장목黃腸木(금강송)을 으뜸으로 쳤다. 나뭇결이 세밀하고 옹이가 없으며, 겉은 희고 속은 노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시에서 말하는 측백나무는 우리나라의 오엽송五葉松으로 보이며, 중국에선 요동 연안인 요해지방에서 나는 해송자海松子이다.
요즘 목조주택 건축에 필요한 금강송을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원도와 경북 북부 지역에 분포하는 금강송 대경재 대부분이 문화재 보수용인데, 문화재 원형 보전의 원칙에 따라 대부분 소나무로 축조된 문화재는 반드시 국산 소나무 원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나무 소경재는 굽은 게 많고 현장에서 가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목조주택 건축용으로 잘 쓰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로 기붕-보 구조재로 국산 소나무와 목재 색깔, 무늬 등이 비슷한 미송美松으로 통하는 더글라스 퍼Douglas fir와 경골목구조 구조재로 캐나다산 SPF가 수입되고 있다.
“목재는 탄소를 줄인다, 수명이 길다, 재활용이 가능하다, 화재에 안전하다, 아름답다, 느낌이 좋다, 심신을 안정시킨다, 소음을 흡수한다,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환경 호르몬이 없다 …….” 우리가 제2의 숲이라고 하는 친환경 목조주택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목재문화진흥회에서 최근 실시한 목재 이용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친환경적인 재료로 목재 64.7%, 흙 32.8%, 석재 1.3%, 콘크리트 0.5%, 기타 0.7%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목재 이용 확대 정책에 따른 영향은 지구 온난화 예방 32.3%, 삶의 질 개선 34.4%, 기타 22.8%, 벌채로 인한 환경오염 10.5%순으로 나타났다.
목재에 대한 관심은 목조주택건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보면 국내 목조주택 건축은 2007년 6,966동, 2008년 8,191동, 2009년 9,053동, 2010년 9,585동, 2011년 1,1686동, 2012년 1,1826동, 2013년 1,1710동, 2014년 1,3062동, 2015년 1,5393동, 2016년 1,7043동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목조주택 건축에 필요한 구조재를 비롯해 내·외장재, 데크재 등 80% 정도가 수입산이다. 한 채당 목재 소비량을 30㎥ 정도로 추산하면 51만㎥ 정도로, 지난해만 수입 목재를 46만㎡ 사용한 셈이다. 이는 캐나다산 스프루스Spruce를 2016. 12 기준(㎥당 18만 9,000원)으로 약 870억 원에 해당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신축 단독주택(다가구 제외)은 6만 4,800채이며, 이 가운데 목구조가 25% 정도를 차지한다. 목구조 단독주택 증가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일본처럼 50%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젠 목재가 좋다, 목조주택이 좋다는 말보다는 국산 목재가 좋다, 국산 목재로 지은 목조주택이 좋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국산 목재 보급을 활성화하는 길이며, 국민들이 우수한 국산 목재를 피부로 접하고 느끼는 길이다. 우리에겐 목조주택 건축재로 수입하는 레드파인, 스프루스, SPF 목재보다 내구성이나 압축강도, 휨강도가 뛰어난 낙엽송이 있기 때문이다.

낙엽송은 구조용재나 집성재 등 새로운 용도로 개발돼 이젠 국산 목재 시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목재 자원이다.

국산 목재 시대 견인하는 낙엽송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6.6%를 차지하며 침엽수로는 소나무(35.8%) 다음으로 많이 자라는 낙엽송. 일본이 원산으로 1904년에 도입돼 표고 1,200m 이하 해변을 제외한 중부 이남에 식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낙엽송은 더글라스 퍼, 북미 낙엽송, 북양 낙엽송 등과 함께 낙엽송류로 분류된다.
낙엽송은 현재 소나무, 잣나무, 백합나무 등과 함께 온대 중·북부 지역에서 용재를 생산하는 대표 조림수종이자 경제수종이다. 1990년대 초반 소경재가 생산됐으나 당시 미성숙재가 대부분이라 건축용 비계목으로 사용됐다. 
2000년대 들어 중·대경재 생산이 시작되고 구조용재나 집성재 등 새로운 용도로 개발돼 이젠 국산 목재 시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목재 자원이다. 연간 약 38만㎥ 용재가 생산되며 그중 55% 정도가 제재용으로 이용된다. 한편, 낙엽송은 국내 주요 인공 조림 수종으로 목재 생산이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생존에 필수인 산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환경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낙엽송의 탄소 저장량이 승용차 3.7대분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낙엽송 역학 성능 북미 목재보다 월등
국산 낙엽송과 북미산 목재의 역학 강도를 비교한 결과 ▲전건비중은 국산 낙엽송 0.61이고 더글라스 퍼 0.54, 헴록 0.45 ▲휨강도는 국내 낙엽송이 986이고 더글라스 퍼 872, 헴록 794 ▲압축강도는 국산 낙엽송이 532, 더글라스 퍼 498, 헴록 500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산 낙엽송이 북미산 목재에 비해 내구성과 휨강도, 압축강도 면에서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낙엽송의 압축강도와 휨강도는 국내 침엽수 중에서 으뜸이며, 일본 원산지 낙엽송보다 우수하다. 우리나라 낙엽송의 생장이 완만해 연륜 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공성, 고온 고압 건조로 해결
예전에 목조건축 현장에서 낙엽송을 다루는 목수들은 “낙엽송은 톱이 안 먹고 못이 튄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목 밀도를 조절할 때 나온 간벌 목재가 주로 생산되던 시기엔 낙엽송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미성숙재의 재질 특성 때문에 뒤틀림이 심해 가공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시기 낙엽송은 거의 대부분 탄광용 갱목이나 건축용 비계목으로 쓰였다. 산림과학원에서 발간한 《경제수종, 낙엽송》엔 이와 관련해 “낙엽송은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에 비해 비중이 높고, 미성숙재가 많이 포함된 소경재를 이용하면서 나선형 목리(나뭇결)로 인한 뒤틀림 등이 심하기에 생긴 속설로 여겨진다. 최근 구조용재로 사용되는 낙엽송에 대해서는 고온 압체 건조를 하여 뒤틀림 등의 건조 결함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일반화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지로 중부목재유통센터에선 고온고압건조기에서 120℃ 이상 찌고 건조시키는 공정을 통해 낙엽송의 취급을 어렵게 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낙엽송, 목조주택 구조재로 안성맞춤
낙엽송은 제재목으로 구조재를 비롯해 데크재, 내장재, 계단재, 마루판 등 쓰임새가 많다. 특히 구조재로 이용되는 경우 KS 규격이나 이와 동등한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고시한 침엽수 구조용 제재 규격의 허용 응력應力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낙엽송은 침엽수 구조재 중 허용 응력 수준이 가장 높은 수종군에 속한다”면서, “이는 구조재로서의 성능이 가장 우수한 수종 중 하나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낙엽송은 1973년부터 시작된 5차례 산림기본계획 기간, 침엽수 중 가장 많은 총 42만 헥타르 면적에 조림됐다. 그로부터 30~40년이 지나 목조주택용 구조재 등 경제성을 갖춘 용재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2009년 기준 연간 용재 생산량은 약 38만 7천㎥로, 수종 갱신을 위해 벌채 중인 리기다소나무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수종이다. 하지만 2010년 바이오 순환림 조성사업으로 인해 현재 낙엽송 용재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바이오 순환림이란 속성수를 심어 목질계 바이오에너지(펠릿)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대상 수종은 백합나무를 중심으로 참나무류, 자작나무, 아까시나무, 포플러, 리기테다소나무이며, 대상 조림지는 산림 면적의 27%를 차지하는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갱신 대상 임지다. 그리고 조림 적지는 토지 생산성이 높고 임도 등 기계화 인프라가 구축된 지리적 접근성이 좋은 지역, 경사가 완만해 조림 및 벌채 작업에 기계화가 용이한 지역이다. 즉, 낙엽송을 베어낸 그 자리에 저비용 고생장성 수종인 백합나무를 펠릿 생산용으로 심자는 것이다. 미국이 원산지인 백합나무는 미국 목재시장에서 옐로 포플러Yellow Poplar란 이름으로 거래되며 레드오크, 체리목 등과 함께 건축재가 아닌 주로 가구재로 이용되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국내 최초 목조주택 건축용 용재로 개발한 낙엽송은 한 세대를 넘기지도 못할 것이다. 임업인들 사이에서 “낙엽송을 베어낸 그 자리만이라도 반드시 낙엽송을 심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묘목을 심어 용재로 이용되기까지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이 걸린다. 친환경 건축의 대표로 상징되는 목조주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는 전량 수입 목재로 목조주택을 지으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CLT와 하이브리드 건축에 국산 목재를 
본지本誌에서 2017년 1월호에 소개한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이전제 교수의 주택인 ‘국내 최초 CLT 공법 적용한 수퍼-E 하우스’

2012년 제정한 <목재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과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목적은 더 많은 국산 목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결국 건축재로 수요를 확대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저품질의 국산 원목, 생산 기반시설 미비, 고층 아파트 위주의 주거 문화 등 목재와 건축을 연결하기란 국내 현실에서 매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과연 그럴까? 한국임업진흥원 산업지원팀 박병수 팀장은 “저급 목재로도 고층 아파트의 건축이 가능한 기술들이 목재 이용 선진국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면서, “그것이 바로 CLT(Cross-Laminate Timber)라 불리는 공학목재이다”라고 말한다. 본지本誌에서 2017년 1월호에 소개한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이전제 교수의 주택인 ‘국내 최초 CLT 공법 적용한 수퍼-E 하우스’가 그것이다.
교차집성판 또는 CLT라 불리는 공학목재의 개발과 상용화는 목재를 이용한 단독주택 및 타운하우스는 물론 다층 건축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건축물로부터 발생되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세계적인 목재 이용의 혁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CLT로 실내를 장식한 거실.

CLT란 제재목 층재를 합판처럼 서로 교차해 접착·집성한 구조용 목재로 첨단 목재 가공 기술과 건축구조공학이 융합돼 목조건축물을 고층화 및 대형화시킨 혁신적인 공학 목재다. CLT 생산은 소경 간벌재(솎아베기한 직경 18㎝ 이하 나무) 등 저품질 원목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규격화된 제재목(층재)의 대량 생산을 통해 국산 목재의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CLT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나, 도입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박병수 팀장은 “단지 제도적, 법제적인 체계 구축 노력이 조금 늦었을 뿐이다”면서, “먼저 공공 건축물의 목재 이용 활성화 법제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목재 자원은 없지만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적극적인 영국이 왜 대형 목조건축의 대명사가 됐고, 캐나다정부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두 배나 되는 소나무딱정벌레 피해목 처리를 위해 <목재 우선 법>을 시행하고 CLT 공장 건설을 적극 지원했는지. 그리고 가까운 일본에서 <공공 건축물 목재 이용 촉진법>을 시행하고 중장기 CLT 생산 설비 확충 로드맵에 따라 정책을 지원하고 있는 이유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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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특집] 01. 속빈 강정뿐인 산림대국, 낙엽송으로 꽉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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