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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호수, 아름다운 목조주택의 나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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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한 채의 주택을 짓는데 여러 명이 달려들어 3~4개월씩 소요되어 짓는다면 핀란드의 주택은 어마어마한 가격이 될 것이고, 실제 그만한 노동력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겨울이 길고 그 겨울, 낮의 길이가 매우 짧아 어느 경우보다 현장에서 신속하고 짧은 공사기간을 요구하는 시스템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는 앞으로 ‘준비된 주택’이란 의미의 ‘레디 하우스(Ready house)’가 주류를 이룰 것이란 전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핀란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조건 즉, 적은 인구와 비싼 노동 단가(單價), 그리고 기후 조건 등을 고려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꾸며진 거대한 ‘자동화 시스템’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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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11시간, 그리고 거기서 헬싱키까지 2시간 50분이 더 걸렸으니 비행시간만 무려 14시간.

인천에서 월요일 오후 1시 40분에 이륙했으나 우리보다 시차가 7시간 늦어 헬싱키 반따(Vantaa)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밤 10시 40분.

공항엔 ‘라포니아하우스(Lapponia house)’의 아시아 지역 수출 담당자 ‘요우코 스텔랴(Jouko Sytela)’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고, 그를 따라 호텔로 직행해 비로소 두 다리를 쭈욱 뻗고 누울 수 있었다. 피곤했던지 낯선 곳에서의 어색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헬싱키의 첫 날밤은 조용하고 편안했다.

어두컴컴한 핀란드의 겨울

다음날 아침, 요우코씨와 함께 ‘라포니아하우스’ 본사로 향했다. 핀란드 역시 이미 겨울로 접어들어 수도 헬싱키는 물론 핀란드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고, 낮의 길이 또한 매우 짧아져 있었다.

아침 9시가 넘어서야 조금 밝아지고 오후 4시쯤 되면 다시 컴컴해지는데 그 짧은 낮 동안 역시 매우 어두워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라이트를 켠 채 운행할 정도였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10시쯤 밝아져 2시쯤 어두워진다는데 좀더 겨울이 깊어지면 아예 낮이 거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반대로 여름엔 밤이 없는 백야 현상이 지속된다고 한다.

본사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낯익은 나무들이 스쳐 지나갔다.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와 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되는 수려한 자태의 전나무, 그리고 길고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는 ‘홍송(Red fine)이었다.

특히 홍송은 멀리서 보기에도 매우 크고 우람해 보였는데 우리나라의 소나무와 달리 수직으로 쭉 뻗어 올라가 한 눈에도 이용가치가 매우 크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요우코씨는 실제 이 홍송은 나뭇결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주택의 내외 벽체나 창호, 문 등 다양한 부분에서 쓰임새가 가장 많은 나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는 또 핀란드는 풍부한 산림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국의 삼림자원 보호를 위해 계획된 양만큼만 베고, 나머지 물량은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하여 사용한다고 했다. 또 베어낸 양 이상으로 조림사업도 함께 펼쳐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간 4백 채를 짓는 회사

‘라포니아하우스’ 본사까지는 헬싱키 시내에서 약 20분 거리.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 회사 CEO인 요우코 리히마키(Jouko Riihimaki)씨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몇몇 직원들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전체 직원은 65명에 이르지만 현재 이 곳 본사에는 10명이 근무하고 있고, 지난해(2000년) 모두 4백여채의 집을 지었다고 했다.

‘65여명의 인력이 연간 4백여채를 지었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에 대한 의문은 다음날 케미(Kemi)에 있는 공장을 방문하면서 풀렸다.

회사를 나와 요코씨와 함께 들린 곳은 헬싱키 근교의 세우라사리(Seurasaari). 일종의 야외 ‘전통 주거 박물관’쯤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섬이지만 다리가 놓여져 육지와 다름없이 다닐 수 있다. 2백~3백년쯤 되었다는 교회와 농가, 각종 저장고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핀란드의 전통 주택 양식과 생활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는 라포니아 하우스의 모델하우스가 지어져 있는 키르코누미(kirkkonummi)와 야르벤파(jarvenpaa) 등을 방문했다.

점심은 소스를 얻은 치킨과 찐 감자 몇 알, 그리고 야채 정도. 1주일 정도 머물면서 대체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데 한국에서 가공식품류에 비교적 길들여져 있던 터라 그리 낯설지 않았다. 매 식사 때마다 소스를 얻은 고기와 생선류, 미트볼, 소시지 등이 빠지지 않았고, 여기에 찐 감자나 밥, 그리고 당근과 토마토, 양상치 등을 곁들여 먹었다. 어떤 음식을 먹든 빵 역시 빠지지 않았으며 이 때엔 치즈나 햄, 버터 그리고 커피가 함께 따라 다녔다.

요우코씨 댁에서의 사우나

핀란드에서의 첫날 일정이 끝날 무렵 요우코씨에게 청해 그의 집을 방문해 함께 사우나 하기를 원했다.

실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내비친 제안에 요우코씨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핸들을 자신의 집으로 돌렸다. 다른 가족들이 며칠 집을 비워 아무도 없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제안이었음에도 어렵지 않게 성사될 수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마켓(Market)에 들려 맥주 몇 병과 소시지를 사 가지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는 자신의 집에 대해 ‘라포니아하우스’ 자재로 자신이 직접 지은 집이며, 벽난로 역시 손수 만든 것이라고 했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손수 집을 짓는데 익숙해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먼저 벽난로에 불을 지폈고, 불을 지피면서 이 나무가 자작나무라고 알려주었는데 화력이 좋고, 연기가 심하지 않으며 다른 나무와 달리 타면서 ‘탁탁’ 나무 튀는 소리를 내지 않는 좋은 땔감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먼저 맥주 한 병씩을 나눠 마시고, 그의 집에 있는 사우나실로 들어갔다. 요우코씨에 의하면 사우나실에 들어가기 전에 한 병 마시고, 사우나를 마치고 나와 한 병 더 마시는 것이 핀란드에서의 일상적인 순서라고 했다.

요우코씨는 작은 양동이에 물을 담아 사우나실 한쪽에 놓고 간간이 화덕에 이 물을 뿌렸고, 나에게도 이 물 뿌리는 도구를 건넸다. 돌이 얹어진 화덕에 물을 뿌릴 때마다 ‘치익 치익’ 소리를 내며 고온의 수증기가 발산되었고, 뜨거운 열기는 이내 작은 사우나 내부를 후끈 달구었다.

요우코씨는 또 우리가 깔고 앉은 의자에 대해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자작나무가 옹이가 없기 때문으로 옹이가 있으면 살을 델 염려가 있어 대부분 자작나무로 사우나용 의자를 만든다고 했다.

샤워 부스에서의 냉수욕과 사우나를 번갈아 하기를 30여분, 지친 기색을 보이자 요우코씨가 먼저 자리를 떴다.

뒤 따라 거실로 나와 보니 요우코씨는 나를 위한 성찬(盛饌)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시지를 꼬챙이에 꿰어 벽난로 속의 자작나무 불 길 가까이 걸쳐놓자 소시지는 톡톡 터지며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지고, 별도로 준비한 빵과 야채, 그리고 맥주를 곁들이니 그야말로 성찬이 되었다.

속 옷 바람으로 눈 쌓인 그의 뒷마당으로 나섰으나 춥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매우 시원하고 상쾌했다.

‘테르모 팀버 하우스’와 ‘레디 하우스’

이튿날 아침. 중북부 지역에 있는 케미(Kemi)로 향했다. 케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타서야 비로소 컴컴할 수밖에 없는 ‘핀란드의 겨울’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 두터운 구름층을 한참이나 뚫고 올라가서야 비로소 태양 빛을 볼 수 있었다.

케미는 보스니아만 가장 안 쪽에 위치한, 스웨덴과 인접한 작은 도시로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헬싱키가 위도상 최남단이라면 케미는 대체로 북단에 속해 낮의 길이는 더욱 짧아 오전 10시쯤 밝아져 오후 2시를 넘기면서 어두워진다. 바람도 세고 기온도 낮았지만, 그러나 우리의 한겨울과 비교해 당시의 체감온도는 그렇게 낮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서울에서부터 털모자와 장갑, 목도리 등 만반의 준비를 해갔지만 케미에서 조차 쓸 일이 없었으니 결국, 이 것들은 고스란히 서울로 되가져가야 했다.

케미 공항에 도착하자 ‘메르야 코르카라-하르유(Merja korkala-harju)’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서로 초면이었지만 비행기에서 내린 동양인 승객은 혼자였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메르야씨는 케미 공항에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라포니아하우스’의 공장으로 안내했다.

공장 내부는 무척이나 넓었고, 대부분의 작업들이 이미 자동화되어 있었으며 각 공정마다 모든 작업들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연간 4백여채의 집을 짓는데 고작 65명의 직원이 모두 커버한다’는 말에 대한 의문은 비로소 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풀렸다. 그것은 바로 생산의 자동화와 생산과 시공이 분리된 시장 구조 때문이었다.

메르야씨에 따르면 핀란드의 주택은 과거 통나무 자체를 켜켜이 쌓아 벽체를 구성하는 전통 방식에서 지금은 벽체 가운데에 단열재를 넣은 ‘테르모 팀버 하우스(Thermo timber house)’로 옮겨가는 상태이고, 장기적으로는 이 보다 좀 더 진보된 조립식 개념의 ‘레디 하우스(Ready house)’로 이어질 것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그리고 이 공장에선 ‘테르모 팀버 하우스(Thermo timber house)’와 ‘레디 하우스(Ready house)’가 생산된다고 덧붙였다.

‘테르모 팀버 하우스(Thermo timber house)’는 일반적인 전통 통나무주택과 달리 안팎이 사이딩으로 구성되고 그 사이에 인슐레이션을 채운 주택으로 겉으로 보기엔 통나무주택과 같지만 실제 구조상으로는 오히려 일반적인 2×6 목구조주택 쪽에 더 가까운 편이다.

반면, ‘레디 하우스(Ready uouse)’는 우리말로 풀어보면 ‘준비된 주택’이란 뜻이다. 벽체의 구조 방식은 ‘테르모 팀버 하우스(Thermo timber house)’와 같지만 최대 가능한 범위까지 공장에서 마무리지어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도록 한 시스템이다.

창문까지 달린 벽체가 완성, 출고되는 만큼 현장에서의 건축 기간은 1~2주 정도에 불과한데, 그러나 그만큼 부피가 커져 운반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고, 이미 현장에서 이뤄져야할 공정이 대부분 공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출고 가격도 2~3배정도 비싼 편이라고 한다.

체계적인 주택 시장 구조

공장을 둘러보고 받은 느낌은 집을 ‘짓는다’는 개념보다는 집을 ‘판다’는 개념이 더 강하다는 인상이었다.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현장에서 각양각색으로 지어지고 있지만, 핀란드는 이미 자동화시스템에 의해 완제품화 되어진 여러 모델 중 하나를 건축주가 선택하는 시스템이었다.

마치 완구점에서 조립식 비행기를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인데, 그렇다고 건축주의 의도나 개인적인 생각이 전혀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기본 구조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보다 건축주 개인의 생각이 조금 덜 작용할 뿐이다.

이로 인해 시장구조도 우리와는 차이를 보였다. 우리의 경우는 ‘주택회사=시공회사’라는 등식이 성립되지만 핀란드는 ‘라포니아 하우스’와 같은 주택 생산회사와 중간 유통망 그리고 시공사 또는 시공자들로 분리된 시스템이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보일러 시장 구조와 비슷한 상황으로 여러 보일러 생산 업체가 있고, 그 하위에 대리점 등 유통망이 있고, 또 그 하위에 최종 판매 및 시공자들이 있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그리고 보일러 생산업체가 품질보증에서부터 설치 기준이나 사용에 따른 기술적인 지원, 그리고 아프터서비스의 범위나 기간까지 보장하듯, ‘라포니아 하우스’ 역시 자신들의 주택에 대해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책임지고 있다.

이 같은 주택구조와 시장구조는 뒤 이어 방문한 대규모 제재 및 제지 공장 ‘스토라 엔소(Stora enso)’와 시모(Simo)에 있는 키르시(Kirsi) 부인 댁을 방문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세 번째 날. 메르야씨와 함께 산타크로스 마을이 있는 랩랜드(Lapland)의 중심지 로바니에미(Rovaniemi)로 갔다. 케미에서 북동쪽으로 약 1백20km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2시간 정도 걸린다.

이 곳은 산타크로스의 고향으로 인공동굴을 조성해 만든 ‘산타 파크’가 있고, 주변으로 산타마을도 있다. 산타마을엔 여러 곳의 기념품점과 산타 우체국, 그리고 실제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 관광객들을 맞이해 준다.

특히 어린이들은 산타할아버지 앞으로 가서 자신의 그림 일기장이나 편지를 보여주는데 이 때 산타할아버지는 굵고 낮은 음성으로 칭찬을 해주거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그러나 산타마을에는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낮의 길이가 워낙 짧다보니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고, 오늘은 다시 헬싱키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일정을 마치고 케미 공항으로 핸들을 돌렸다.

케미 공항을 떠나 헬싱키 반따 공항으로 돌아오자 역시 요우코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고, 호텔에 여장을 풀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요우코씨는 다음날 일정에 대해 오전엔 라포니아하우스 CEO 및 회장 등 임원진과 미팅이 있고, 저녁엔 크리스마스 파티가 예정되어 있다고 알려주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한 달 가까이 남았는데 무슨 크리스마스 파티냐’는 질문에 핀란드는 이미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에 돌입하고, 이 때부터 직장동료나 친구 그밖의 지인(知人)들과 모임을 갖는다고 했다. 그리고 정작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3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차분히 보낸다고 했다.

다음날 저녁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선 과일즙에 술을 섞고 여기에 땅콩과 건포도를 넣어 따뜻하게 데운 크리스마스 전통주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맥주, 와인, 보드카 등이 연이어 나왔고, 음식으로는 태국 음식이 준비되었다.

CEO인 요우코 리히마키(Jouko Riihimaki)씨는 직원들에게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나눠주었는데 어린이용 장난감이나 건축용 장갑 등 그닥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엉뚱한 선물이었다.

그의 엉뚱한 선물에 모두들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하며 즐겁게 두어 시간을 보낸 뒤, 일부 직원들은 돌아가고 몇몇 직원들만이 2차로 시내에 있는 술집에 들려 나머지 ‘작은 크리스마스’의 여흥을 즐겼다.

유럽에서 전기료가 가장 싼 나라

다음날 오전, 라포니아 하우스의 임원진들과 미팅을 가졌다. 한국과 핀란드의 주택 시장에 대한 궁금증이 상호 교차 질문되고, 답변되었다.

이 자리엔 코트라(KOTRA) 핀란드 지부 황인선씨가 동석해 핀란드어로 유창하게 통역을 해주어 그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황인선씨는 어린 시절 이 곳 헬싱키로 이민 와 20년째 이 곳에서 살고 있는 교민이었다.

이 자리에서 확인된 내용들을 몇 가지 추려 보면 우선 핀란드 주택의 흐름이 과거 통나무만으로 짓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95년 이후 벽체 사이에 단열재를 채우는 ‘테르모 팀버 하우스(Thermo timber house)’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통적인 통나무주택에 비해 ‘테르모 팀버 하우스(Thermo timber house)’가 단열 효과나 시공 기간 등 여러모로 월등하기 때문이고, 전통 공법보다 나무가 갈라지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밝혀진 사실은 라디에이터로 공기를 데우는 방식 외에 바닥 난방, 즉 우리처럼 열선이나 온수 파이프를 매설해 난방 하는 방식도 매우 흔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난방 에너지원은 과거 기름에서 지금의 거의 전기로 완전히 바뀌었는데 이는 핀란드의 전기료가 유럽에서 가장 싼 나라 중 하나라는 점과 정부에서도 대기오염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전기를 적극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축열식 난방시스템이 적용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선 태양열이나 지열(地熱) 또는 퇴비를 발효시켜 이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택의 건축비용은 정부가 주관하는 주택청약예금을 들거나 은행에서 빌리게 되는데 은행 이자는 연리 3.5% 정도로 비교적 싼 편이고, 10년~30년의 장기 대출이 가능해 자금을 마련하는데는 큰 부담이 없다고 한다.

카르후싸리(Karhusaari)와 랜드보(landbo)

닷새째 되던 날은 헬싱키 주변 마을인 카르후싸리(Karhusaari)와 랜드보(landbo)에 들렸다.

내일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오늘이 핀란드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일주일 가까이 머물렀지만 첫날이나 마지막 날이나 어두컴컴한 대낮 분위기는 변함이 없었으며 이러한 어두컴컴한 상황은 겨우내 두어 달간 지속된다고 한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고, 핀란드는 토요일이 대부분 휴무이기 때문에 요우코씨의 아들 디노와 딸 자스민이 함께 동행했다.

카르후싸리(Karhusaari) 역시 섬이지만 작은 다리가 놓여져 육지와 다름없었는데 비교적 부유층이 사는 마을로 집의 크기도 웅장했고, 주변이 모두 바다이기여서 대부분 보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집과 집의 간격이 꽤 멀었고, 도로가 잘 만들어져 한층 여유롭고 조용했으며 산과 나무 그리고 바다와 인접해 한 눈에 보기에도 꽤 비싼 동네임을 알 수 있었다.

카르후싸리(Karhusaari)와 랜드보(landbo) 공히 지붕 형태와 컬러풀한 외벽의 색이 인상적이었다. 지붕 형태는 대부분 단순한 ‘박공지붕’이 가장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는 적설량이 많아, 내린 눈이 쌓이지 않고, 잘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꺽인지붕(박공 지붕을 한 번 더 꺾어준 형태)도 더러 눈에 띄었으나 이는 예전의 모델이고 최근에 지어지는 집들은 꺾인지붕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성채(城砦)를 연상케 하는 복잡하고 웅장해 보이는 주택들도 가끔 보였지만, 대체로 주택의 외형은 단순한 편이었고 경사가 급한 박공지붕에 사각의 형태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외부 형태와 달리 외벽의 색깔은 붉은색 과 노란색, 푸른색 계통으로 크게 나누어져 비교적 화려했다.

마을을 둘러보는 중엔 간혹 건축 현장도 눈에 띄었으며 의외로 블록이나 벽돌을 이용해 지은 집들도 적지 않았다. 벽돌집의 경우엔 벽체 자체를 벽돌로 쌓은 경우가 있는가하면, 내부는 목구조 형식을 띠면서 외부 마감만 벽돌로 한 경우로 나뉜다고 한다.

거대한 ‘자동화 시스템’의 나라

핀란드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튿날 오전 일주일 동안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요우코씨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헬싱키 반따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핀란드를 방문하기 전 가졌던 의문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의 1.5배에 이르는 비교적 넓은 국토를 고작 5백18만(2000년 12월 기준)명이란 적은 인구가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는 점이었다. 이러한 의문은 돌아가는 길에 다소 풀렸는데, 한마디로 핀란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자동화(自動化) 시스템’의 나라였다.

땅은 넓고, 인구는 적었던 만큼 모자라는 노동력을 집중적인 교육을 통한 전문성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커버했으며, 이미 이러한 결과는 정보통신분야를 비롯해 각 부문에서 골고루 나타났다.

주택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한 채의 주택을 짓는데 여러 명이 달려들어 3~4개월씩 소요되어 짓는다면 핀란드의 주택은 어마어마한 가격이 될 것이고, 실제 그만한 노동력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겨울이 길고 그 겨울, 낮의 길이가 매우 짧아 어느 경우보다 현장에서 신속하고 짧은 공사기간을 요구하는 시스템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는 ‘준비된 주택’이란 의미의 ‘레디 하우스(Ready house)’가 주류를 이룰 것이란 전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핀란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조건 즉, 적은 인구와 비싼 노동 단가(單價), 그리고 기후 조건 등을 고려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꾸며진 거대한 ‘자동화 시스템’의 나라였다.田

■ 글 사진 류재청


■‘코트카’에서 열릴 2002년 주택 박람회

몇몇 건축 및 주택 관련 박람회가 있지만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특이한 전시회는 올 7월 ‘코트카’에서 열리는 주택박람회다. 이 박람회는 단순한 실내 전시회가 아니라, 일정한 규모의 땅을 마련해 전국 각지의 주택 업체들이 이 곳에 모여 집을 짓는데 대략 70~80채의 주택이 지어진다고 한다. 관람자들은 이 곳에 들려 집 짓는 과정을 보기도 하고 나중에 완성된 집을 사기도 하고, 또 땅이 있는 사람은 상담을 통해 별도의 건축을 의뢰하기도 한다고 한다.
해마다 새로운 지역을 선정해 열리기 때문에 매년 그 만한 규모의 마을이 새로 생기는 셈인데, 올해는 7~8월 경 헬싱키 동쪽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코트카’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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