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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국도따라 전원주택따라 인제에 지은 집

경찰생활 청산하고 가리산 중턱에서 가꾸는 또다른 ‘전원인생’


6백평을 평당 10만원씩 모두 6천만원에 구입했는데 길을 내고 터를 닦는데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 이 곳은 산중턱에 걸터앉은 천수답으로 바닥이 온통 진흙 밭이었다. 이 곳의 진흙을 모두 퍼내고 돌덩어리를 실어다 다시 메웠는데 모두 25차 분량의 돌들이 채워졌다.


강원도 인제 가리산줄기 중턱에 걸터앉은 명성산장. 아침이면 새들의 지저귐과 자욱한 안개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해 문을 연 이후 손님들의 감탄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정진돈 유금주씨 부부는 애초부터 이 곳 사람은 아니었다. 각각 수원과 서울에서 태어나 수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전형적인 도시사람들이다. 이 곳에 오기전까지만해도 줄곧 안양에서 살았다.

고향과 같은 도시를 벗어나 이 곳에 새 둥지를 튼 것은 96년 말, 남편 정진돈씨가 심장수술을 받고 직장을 그만두고 부터다. 안양경찰서 조직폭력반에 근무했던 정씨는 늘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급기야 심장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결국은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됐고 새로운 삶을 모색해야만 했다. 정씨 부부는 많은 생각이 스쳐갔지만 그해 여름, 휴가차 들린 인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속초에 묵었다가 따가운 햇살을 피해 계곡을 찾아 들었는데 그 곳이 바로 지금의 가리산 일대였다.

당시 이 근처 민박촌에 묵었는데 가족들은 자연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에 진한 감동을 받았고 그 곳에서의 며칠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었다. 특히 묵었던 민박집 주인이 도시에서 생활하다 이 곳에 혼자 내려와 민박을 경영하던 사람이었는데 주인의 모습이 무척이나 넉넉하고 평화로워 보였다고 한다.

도시에서 음식점도 경영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번잡한 도시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리 재고 저리 재다 보면 오히려 진행이 더디게 된다는 생각에 ‘이거다’ 싶으면 결정을 내려 버렸다. 방향이 결정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씨 부부는 인제로 내려와 땅을 얻었고 그 곳이 바로 지금 명성 산장이 있는 인제읍 가리산리다.

이 일대 6백평을 평당 10만원씩 모두 6천만원에 구입했는데 길을 내고 터를 닦는데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 이 곳은 산중턱에 걸터앉은 천수답으로 바닥이 온통 진흙 수렁이었다. 이 곳의 진흙을 모두 퍼내고 돌덩어리를 실어다 다시 메웠는데 모두 25차 분량의 돌들이 채워졌다. 토목공사비만 대략 8천만원 가량이 소요됐다.

기본적인 공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갔다. 별도의 설계도 없이 그동안 구상했던 계획들을 종이에 그려보고 이를 바탕으로 시공업자와 상의해 집을 지었다. 건축비도 만만치 않았다. 목조로 지었는데 서울에서 보다 자재값이 30%는 더 비쌌다.

우선 살 집을 먼저 지었고 이어 두 동의 숙소를 지었는데 97년 5월 착공에 들어가 그해 12월 모든 공사가 완료 됐다. 땅값과 토목공사비용, 건축비용 등 모두 5억4천만원가량이 들어가 당초 예상을 훨씬 앞질렀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첫해엔 서운하지 않을 만큼의 수입을 올렸다. 대략 3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7월20일부터 8월10일까지 20일간 모두 2천2백여만원이 들어와 이 때 대부분의 수입이 집중됐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기업체 연수나 대학생 MT, 래프팅을 즐기러온 사람들과 삼삼오오 찾아오는 개인 손님들이다.



정씨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한다. 지난 2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빨리 지났다. 당시 이 곳에 들어올 때만해도 큰아이 수영이가 6살이었고, 작은애 수지가 4살이었는데 큰애는 벌써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됐다.
사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일때만하더라도 애들이 학교에 들어가지 전 까지만 있다가 유금주씨와 아이들은 다시 도시로 나갈 작정이었다. 아무래도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학교 교육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시간은 참으로 빨리지나갔고 이미 큰 아이는 인제초등학교 가리산분교 1학년 생이 됐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시기를 놓쳐 도시로 다시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다.

이 곳에서의 교육에 대해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선은 애들이 좋아하고 정원이 43명에 불과한 분교이니 만큼 시설이나 교육 환경이 좋고 특히 인성에 바탕은 둔 교육이 마음에 들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수영이는 벌써 뒷산으로 달려간다. 유금주씨는 애들 아빠와 아이들을 볼 때면 절로 웃음이 머금어진다고 한다. 정진돈 유금주씨 가족의 꿈결같은 산중일기가 펼쳐지고 있다. 田

글·사진 / 류재청

“도심에선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 여기선 평범한 일상이 되고 있어요.
아이들을 볼 때면 ‘이 곳으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뿐이죠”

우리의 하루는 온갖 새들의 지저귐으로 시작된다. 아침이면 자욱한 안개가 우리집을 감싸고 새털구름, 양떼구름 등 갖가지 모양의 구름들이 몰려왔다 사라지곤 한다.
인제 깊은 산골 산등성이에 위치한 우리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색깔이 뚜렷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낯빛도 수시로 변한다.
이른봄엔 천연의 나물 축제가 열릴 만큼 갖가지 나물들과 이름모를 식물들이 집 주위로 지천이고 여름이면 우거진 나무 사이로 스며나는 싱그러운 풀 냄새가 우리의 정신을 깨워준다.
사실 처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올까’라는 생각으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내심 걱정했던 것보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갔다.
도심에서 살 때 보다 가족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몸도 더 건강해진 듯해 마냥 흐믓하다. 희귀한 벌레들을 잡아 곤충도감에 있는 것과 비교하며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이 곳으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도심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여기에선 아주 평범한 일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늘 똑같은 일상의 지루함임 반복됐던 도시생활에 비하면 이곳에서의 하루는 참으로 빨리도 지나간다. 아침인가 싶으면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그런가하면 이내 적막한 고요가 감도는 밤이 된다. 그러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처음에 가졌던 두려움이나 반신반의하던 생각은 모두 사라졌다. 고되기는 하지만 하루하루가 바쁘고 즐겁고 유쾌하다. 우리는 이 곳에서 매일매일 꿀맛 같은 단잠을 청한다.

글 정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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