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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 허물고
5천만 원 들여 지은 집 강진 오휴당
직접 지은 집은 품 안의 자식처럼 애정이 가기 마련이다.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본인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고, 또 짓는 과정에서 많은 추억이 담겨 있기에 어떤 집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토목공사부터 건축 전 과정을 셀프 시공한 강진 오휴당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글 사진 박창배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전남 강진군 도암면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자연취락지구
건축구조 경량철골조
대지면적 466㎡(140.96평)
건축면적 90㎡(27.22평)
건폐율 19.31%
연면적
90㎡(27.22평)
다락 40㎡(12.1평)
용적률 19.31%
설계기간 2017년 5월~9월
공사기간 2017년 10월~2018년 7월
설계 및 시공 오유정·오정효 010-6710-1793
건축비용 3.3㎡당 185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ESP 패널 150T
벽 - EXP 패널 100T
데크 - 아연각관, 합성방부목(20T)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벽 - 석고보드
바닥 - 포쉐린타일, 데코타일
계단실
디딤판 - 스프러스마감재 2×6
창호 이중유리 페어(휴그린, KCC)
난방기구 화목난로, 기름보일러
입구. 건축주가 직접 쌓아 올린 돌계단이 자연스럽게 집으로 안내하는 듯하다.
현관.

시골은 눈과 귀가 편안하고 계절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마력이 있다. 이러한 마력에 빠져들면 높은 빌딩과 소음이 난무하는 도심에서는 견디기가 어렵게 된다. 건축주 오유정·오정효 부부가 귀촌을 선택한 이유다. 집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하는 대로 직접 짓기로 했다.

“나만의 생활공간을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시골에는 마땅히 믿을 만한 건축업자가 없다는 것과 시골 건축업자들의 임금 수준이 너무 비싸다는 게 한몫했죠. 도시에서 건축 일을 옆에서 도와주던 이들이 시골로 내려와 전문가 행세를 하기도 하고, 자재 선정의 불합리라든지 자잿값을 부풀리는 경향도 많거든요.”

건축주 부부는 집터를 선택하기 위해 고려한 우선순위가 몇 가지 있었다. 우선 땅값이 평당 10~15만 원 선이면서 총액이 5,0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 바다와 (보이지는 않더라도) 가까울 것, 주변에 관광지가 위치하여 향후 민박까지 가능한 위치일 것, 도로에 인접할 것, 면 소재지와 가까워 최소한의 공공 인프라 이용이 가능한 위치일 것 등이었다.
거실. 천장 높이를 3.5m로 높게 하고 메인 난방으로 화목난로를 설치했다.
거실과 한 동선으로 이어진 식당과 주방. 식탁과 조리대, 의자 또한 건축주가 손수 만들었다.
다이닝 공간에 앉으면 커다란 창으로 주작산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건축 전 과정을 셀프 시공
대상지는 해남, 강진이었는데 3년이 넘는 매물 검색 끝에 지금의 자리를 만났다고 한다.

“할머니 한 분이 사시다가 몇 년 전 돌아가셔서 빈집으로 남아있는 141평(인접 부지 포함 441평)의 매물이었어요. 제가 원하던 조건을 모두 만족한 데다 집 한쪽에 15m가 넘는 오래된 팽나무가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마당도 널찍해서 좋았죠. 구옥을 리모델링할까도 했는데, 천고가 낮고 공간도 협소해서 결국 허물고 다시 짓기로 했어요.”

주택은 토목공사부터 설계·시공, 설비(상하수도 전기 포함), 도기, 타일까지 전 공정을 직접 시공했다. 공정별 시공 방법은 유튜브 등을 통해 배우면서 차근차근 진행했다. 설계 시 첫 번째로 고려했던 점은 가능한 창을 크게 내는 거였다. 배치는 구옥이 서향이었는데, 정면에 자리 잡은 주작산의 해 질 녘 풍경이 일품이어서 구옥과 같은 방향으로 앉혔다. 메인 벽체로는 건축 패널을 사용했다. 패널의 취약 점 중 하나가 철판으로 막혀있기에 소위 집이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부 벽체 일부는 탈취 효과, 습기 조절 등의 장점이 있는 황토벽돌을 이용해 만들었다.
중간 부분에 책장 겸 수납공간을 설치해 공간을 분리했을 뿐 실내 공간은 전체적으로 한 공간이다.
차를 마시며 TV를 보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공간.
침실 공간에는 건축주가 직접 만든 2층 침대가 있고 바닥에는 전기온돌매트를 깔아놓았다.
욕실의 타일과 도기 또한 건축주가 직접 시공했다.

층고를 높여 공간이 넓어 보이게
인테리어 메인 콘셉트는 층고를 높게 하고 공간 분리를 최소화하여 탁 트인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화장실까지도 벽체만을 이용해 문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아내의 반대로 실패했다고 한다.

중앙 책장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열려 있고, 층고를 높게 해 실면적보다 넓어 보이도록 실내공간을 만들었다. 중앙 책장을 기준으로 전면은 3.5m로 층고가 높지만 후면은 2.7m로 낮게 설계했다. 이는 층고가 낮은 쪽 위쪽에 다락을 만들어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다락은 아직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있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명확해지면 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메인 난방으로는 화목난로를 선택했다. 바닥 난방도 시공했지만, 화장실과 다용도실을 제외한 내부가 한 공간으로 넓다 보니 화목난로가 경제적이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화목난로의 주 연료인 장작도 1톤 트럭 1대 분량을 3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화목난로를 선택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위치 선정이었다. 벽에서 1.5m 띄워야 하고 연통의 경우 수직 부분이 수평보다 더 길어야 했다. 위치 선정에 대한 고민으로 1주일을 할애했다고 한다.

바닥은, 책장을 중심으로 나뉘는 두 공간 중 이동이 많은 주방 및 거실 공간은 잿빛 포세린타일로 마감하고, 침실 공간은 화이트 톤의 데코 타일로 시공해 공간 분리의 느낌을 살렸다.
다락 계단실.
다락은 아직 활용도가 명확하지 않아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있다.

26평 집 짓는데 5,000만 원 소요
집 짓는데 소요된 비용은 5,000만 원을 넘지 않았다. 보조 인력은 건축주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작업일 경우에만 썼다. 필요한 자재는 지역에서 건축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재상을 수소문하여 거래처로 삼았다. 자잿값에서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창호의 경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철거된 것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타일과 목재는 인터넷 구매를 이용했다. 건축주는 지금 다시 짓는다고 하더라도 가격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집 짓는 것보다 옹벽을 쌓는 게 더 힘들었고 오래 걸렸어요. 가격은 지금 다시 짓는다고 해도 동일한 가격에 맞출 수 있습니다. 당시 패널 가격이 지금보다 저렴했고 대부분의 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찾아보면 아직도 시멘트블록 하우스라든지 흙부대 주택과 같이 저렴하게 건축할 수 있는 방법은 있거든요.”

대나무 숲이 병풍처럼 집을 감싸고 있어 시골의 정치가 물씬하다.

구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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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02월 특집 6] 구옥 허물고 5천만 원 들여 지은 집 강진 오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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