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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전에-도시화와 흙집

우리는 지금 자연을 옛날이야기 속의 풍경쯤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살고 있다. 풀 한 포기 뿌리내리지 못하는 회색 빛 도시에서 사는 삶이야말로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흙을 귀히 여기며 인체와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흙집을 짓고 살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삭막한 도심을 탈출해 전원에서 전통 흙집을 짓고 살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인간은 자연을 별개가 아닌 공존의 개념으로 보았다. 그 가운데 흙은 생명이 나서 자라고 죽는 구체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주세붕의 ꡒ바라는 흙사람이러니라. 일단(一團)의 화기(和氣)로다ꡓ 라는 시구가 있다. 자연과 완전한 조화를 이룬 사람을 ꡐ흙사람ꡑ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자연의 상징물인 흙은 모든 생명의 고향이다. ꡒ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ꡓ는 이야기가 이를 잘 표현해 주는 예라 하겠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 역시 같은 맥락으로, 결국 우리의 몸과 땅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이다.
이렇듯 생명과 흙은 불가분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흙을 멀리해 왔다. 1970년대 이 땅에 근대화 바람이 불면서, 우리는 전통 흙집(초가)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고 허물어 버렸다. 하긴 없앤 게 어디 집뿐이랴. 각종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내는 등 자연을 무차별하게 훼손시켰다. 그 결과 주거환경은 콘크리트 일색이고, 거리는 온통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였다. 이제 도시는 흙 한 줌,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삭막해졌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흙의 참가치를 잊은 채 마구잡이로 개발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연을 옛날이야기 속의 풍경쯤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살고 있다. 풀 한 포기 뿌리내리지 못하는 회색 빛 도시에서 사는 삶이야말로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흙을 귀히 여기며 인체와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흙집을 짓고 살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삭막한 도심을 탈출해 전원에서 전통 흙집을 짓고 살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ꡐ황토집 따라 짓기ꡑ라는 지면을 통해 내 손으로 전통 흙집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을 알기 쉽게 전하려고 한다. 전원 속에 흙집을 짓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는 분들에게 모쪼록 도움이 됐으면 한다.

황토집 짓는 순서

입지선정
삭막한 도심을 탈출해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 아담한 전원주택(황토집)을 짓고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ꡐ어디에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ꡑ 하는 물음은 난제(難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편리한 도시생활에 물든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교육환경, 의료시설, 문화시설, 교통여건 등이다. 사실 전원에서 도시처럼 이 같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한두 시간 떨어진 지역이라면 생활하는 데는 그다지 큰 불편은 느끼지 않는다. 입지 선정에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염원 없는 수려한 자연 환경과 잘 닦여진 진입로다. 여기에 이웃이 가까이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ꡐ한국전통초가연구소ꡑ에서는 최근 서울과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40~60대 남녀 각각 200명을 대상으로 ꡐ현 주거 형태의 만족도, 향후 전원주택의 필요성ꡑ 등에 대해 설문한 바 있다. 결과를 보면 단독주택 거주자는 20퍼센트,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거주자는 80퍼센트가 전원생활을 희망했다. 현 주거 형태에 있어서는 ꡐ만족ꡑ이 60퍼센트, ꡐ불만족ꡑ이 40퍼센트로 나타났다. 특히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사람들 중 10퍼센트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라고 했다. 또한 90퍼센트가 여건이 주어진다면 전원에서 흙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답했다. 전원으로 이주시 고려해야 할 점으로는 40대는 교육환경과 교통여건을, 50대 여성은 문화․편의시설을, 60대는 위치 등을 꼽았다. 이번 설문에서는 40대 젊은층이 전원생활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전원생활을 갈망하는 이유는, 혼탁한 도시생활과 콘크리트 일색인 주거환경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ꡐ전원생활=건강ꡑ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ꡐ전원주택=흙(황토)집ꡑ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90년대 말 ꡐ초가연구소ꡑ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흙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그리고 이들의 대다수가 ꡐ소장님은 왜, 아파트에 삽니까?ꡑ 라고 물어왔다. 당시에는 맞벌이하는 처지라 아파트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1999년 10월부터 2000년 3월말까지 6개월 간 경치 좋은 땅을 찾아 부산 근교를 수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땅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 4월 중순 당시 준농림지(현 계획관리지역) 내 전답을 구입해, 현재 연구소 사옥(30평 전통한옥) 1동과 부속채인 실험․연구동으로 초가집과 귀틀집, 잔디집을 각각 1동, 그리고 필자의 가족이 거주하는 전통 황토집 1동을 짓고 이젠 떳떳하게 흙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살고 있다.
그러면 전원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입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 첫손으로 꼽는 지역은 어떤 곳일까. 예전에는 산수경개(山水景槪) 좋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 터라고 말할 수 있다. 뒷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집 앞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개울물이 흐르며 저 멀리 아름다운 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그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여건을 비롯해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찾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원주택지는 경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했었다. 당시의 전원주택은 극소수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이른바 호화 별장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전원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도시하고의 근접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처럼 현저히 달라진 전원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호도 변화를 토대로 △교통의 편리성 △출․퇴근의 용이성 △배후도시를 기반으로 한 생활편의시설 인접성 △투자가치 등 제반 조건에서 탁월한 면모를 보이는 전원주택지를 발굴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것을 정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면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쳤으며, 무엇보다 전원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산출된 결과물이기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자금준비
입지 선정과 함께 중요한 것은 자금 준비다. 자금은 크게 집터를 장만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건축설계비, 토목공사비, 내부공사비, 조경공사비, 제세공과금, 예비비 등으로 구분한다.
공사가 진행되기 전,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 시공계획서를 꼼꼼히 작성해 적절한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야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아무런 계획 없이 공사를 진행하면, 도중 변동 사항으로 공기(工期) 지연은 물론 인건비, 현장관리비, 자재비 등의 과다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지출 항목을 세분화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의 연구소를 찾는 사람들은 첫머리에 ꡐ평당 얼마에 흙집을 지을 수 있냐ꡑ고 묻는다. 집을 짓는 데 있어 평당 건축비가 얼마인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자재를 사용해 어떤 형태로 집을 짓느냐에 따라 건축비가 평당 200만 원에서 300만~400만 원대를 웃돌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필자는 평당 공사비보다 여유자금에 맞추어 맞춤식 집을 지으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땅 사고 집 짓고 나서 자금이 고갈돼 주변 조경공사는 엄두도 못 내고 황량하게 집만 덩그러니 짓고 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면 전원으로 이주할 때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까. 50대 초반 직장생활자를 예로 들면 퇴직금, 저축, 현재의 아파트(주택) 매매 등이 총 자금일 것이다. 아래의 〈표〉와 같이 총 지출금액 이외의 노후생활자금을 확보해야만 전원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질 것이다. 田

■ 글 윤원태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소장 (051)620-4275 www.koreach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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