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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우스 앤 가든 페어 2003

하우스 앤 가든 페어(HOUSE & GARDEN FAIR)는, 영국의 대표적 언론사인 《데일리 텔레그래프》사에서 주최하는 영국 제일의 주택 및 정원 관련 전시회로 금년 8회째를 맞았다.

금년에는 6월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의 일정으로 런던 올림피아(전시장) 1, 2층 전관에서 개최됐는데, 전시 면적은 서울COEX 1∼3층 전관을 사용한 것과 비슷했다.

참가업체를 통해 본 전시회의 성격은, 집을 새로 짓는 것보다는 가꾸고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인테리어나 디자인 관련 업체와 제품의 비중이 높았는데 국내 ‘리빙디자인페어’에 가까웠다.

총 500여 업체가 참가했는데, 행사명칭과는 달리 주택업체는 고작 3, 4개 밖에 안됐다. 또한 국내처럼 모델하우스를 지어 참여한 업체는 볼 수 없었다.

반면 시공 관련 50여 개의 인테리어업체가 참가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인테리어협회’에서는 별도의 전시관을 운영, 주택의 주된 공간인 침실이나 거실, 부엌 등을 최신 유행에 맞추어 꾸몄다.

각 공간마다 디자이너가 직접 방문객을 맞으며 컨셉에 대해 설명하고 비용 등 각종 질문에 답하는 것이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참여업체 숫자만으로 보면 가전, 가구, 조명, 커튼 등 디자인 및 아이디어가 가미된 생활용품의 참가 비중이 전체 50퍼센트에 달했다. 이외에도 화초재배나 조경, 정원용품 업체도 많이 참여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여행사나 호텔 체인 업체 등과 관련한 업종과 와인을 포함한 각종 음식물의 전시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전체 공간의 1/4쯤 되는 2층 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역할을 한 점이다. 국내 유사 전시회에서는 실질적으로는 거래가 이루어질지 몰라도 규정상 판매 행위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HOUSE & GARDEN FAIR’의 경우, 대부분의 전시품에 현장 판매를 위한 가격표가 함께 붙어 있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해 행사장 내에서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으며, 구매자들의 편의를 위해 전시장 내에서 별도의 유료 물품보관소를 운영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관람객의 대부분이 주부로, 아침 10시 오픈시간에 맞춰 15파운드(3만 원)의 입장료를 내고 백화점 세일 때처럼 줄서서 입장했다.

전시회 운영도 관람객의 성향에 맞춰졌다. 전시회 중앙에 자리잡은 원형 안내 데스크에서는 방문객의 관람 편의를 도왔으며, 50여 개의 좌석을 갖춘 카페테리아 8개가 전시장 내에 자리해 식당별로 샌드위치나 피자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했다.

아울러 요리를 비롯한 각종 강좌와 함께 손톱소제나 화장서비스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전시기간 내내 진행했다. 친지와 함께 방문한 관람객의 대부분은 쇼핑과 함께 각종 행사를 즐기고 마감시간에 임박해서야 커다란 쇼핑꾸러미를 들고 전시장을 떠났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금년 전시회의 관람객이 2002년(4만1311명)하고 비슷하다는데, 30만 명 이상인 국내 전시회보다도 오히려 더 많게 느껴졌다. 또한 현장판매가 많다 보니 참가업체들도 전시회에 매우 적극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시장도 관람객들이 장시간 머물기에 좋은 구조였는데, 유리로 된 높다란 돔형 천장이라 공기도 쾌적할 뿐만 아니라 자연 채광이 되므로 전시장 특유의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마이크나 앰프 등을 사용하지 않아 소음도 국내 전시회보다 훨씬 덜했다. 따라서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으면 마치 주택가 벤치에 앉은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전시장 내에서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는 2층에 마련된 음식물 전시 부스였다. 영국 전통음식을 비롯해 와인이나 치즈, 외국 음식 등을 전시 판매했는데 한결같이 시음·시식 코너를 운영했다.

참여업체가 많다보니 시식 코너만 두 번씩 돌아도 요기가 될 정도였다. 여기서도 ‘술 인심’은 좋아서 2000원하는 시음용 와인잔 1개만 구입해 와인 전시업체들을 돌면 두 병 정도는 거뜬히 마실 수 있었다.

판매가 전제가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모든 전시품은 정도는 달라도 관람객이 직접 시연하도록 진열됐다. 직접 손으로 만져 보고, 앉아 보고, 들어가 보고 그래서 마음에 들면 구매하는 시스템이다.

한편 안내용 카탈로그나 브로셔는 거의 없었으며, 간혹 있더라도 대부분 그림엽서 수준이었다. 여기에는 가장 특징적인 제품사진 한 컷과 연락처만 들어 있을 정도였다.

전시회 디렉토리조차 몇몇 광고업체 외에는 사진 한 컷 없이 아이템별로 상호, 주소, 전화번호, 홈페이지만 기재할 뿐이었다. 그래서 500여 업체나 참가했는데도 디렉토리는 100페이지 밖에 안 됐다.

이러한 부분은 관람객 대부분이 구매를 위한 주부들이라는 것도 한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시회처럼 버려진 카탈로그를 볼 수 없었다.

참가업체 대부분은 주최측에서 기본 틀을 제공한 조립부스 형태로 참여했는데, 아이보리색으로 깔끔하게 처리해 산뜻했다. 일부 인테리어 업체 외에 조경업체 정도만 별도로 디자인을 한 독립부스 형태로 참여했다. 그 또한 전체 디자인을 기본 부스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도록 해 통일성이 있었다.

많은 업체가 참여한 전시회에서는 벽난로를 비롯한 가구나 정원용품 등 디자인과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더 남는 것은 관람하기 쉽고 즐겁도록 제공한 편의시설을 포함한 주최측의 노하우를 살린 각종 서비스였다.

폐장 시간도 일자별 특성을 고려해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변화를 주어 운영했으며, 부스 배치도 분야별로 잘 구분해 배치도 하나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아울러 동선을 시원스럽게 형성해 답답함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2층 계단 난간 좌우를 장식한 작은 꽃들, 요소 요소의 벤치 및 휴식 공간은 세세한 부분을 배려한 주최측의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 아마도 이러한 것이 본 전시회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닌, 축제의 장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田

■ 글·사진 전원주택라이프 노영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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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찾아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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