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 느티나무의 풍성한 그늘은 한숨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화합과 단결, 번영을 상징하며, 고목은 마을 수호신 역할도 한다. 이러한 ‘느티나무 거리’가 있는 작은 농촌 마을에 도심에서 온 부부가 든든한 집을 지었다.
글과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대구스틸하우스
HOUSE NOTE
DATA
위 치 경북 군위군 군위읍
대지면적 899.00㎡(272.42평)
건축면적 111.16㎡(33.68평)
연 면 적 144.90㎡(43.91평)
1층 111.16㎡(33.68평)
2층 33.74㎡(10.22평)
건 폐 율 12.65%
용 적 률 16.12%
건축구조 스틸구조
용 도 계획관리지역
설계기간 2015년 2월 ~ 2015년 3월
공사기간 2015년 4월 ~ 2015년 7월
공사비용 2억2천만 원(3.3㎡당 478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스페니쉬 기와
외벽 - 황토벽돌
내부마감 벽, 천장 - 실크벽, 편백 루바, 타일
바닥 - 강화마루
창호 - LG 파워슬림 이중창호
단 열 재 지붕 - 에코배드 인슐레이션 R30-24
외벽 - 에코배드 인슐레이션 R19-24
내벽 - 에코배드 인슐레이션 R11-24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계림
난방기구 가스보일러
설계 및 시공
대구스틸하우스 053-525-5340 www.ks-housing.co.kr
기업을 운영하는 건축주 안영근 씨는 군위읍 인근 산업 단지에 회사를 두고 있다. 대구에 있는 집까지는 1시간 30분. 출퇴근이 쉽지 않았다. 결국, 회사 인근에 집을 마련하기로 하고 집터를 알아봤다. 부동산을 통해 회사와 10분 거리에 작은 마을을 찾았다. 지척에 두고도 마을이 있는 줄 몰랐다. 큰길에서 마을까지는 500m. 넓은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큰길에서 보이지 않는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아름드리나무가 반긴다. 마을 곳곳에도 고목이 눈에 띈다. 농가가 그렇듯 농한기라 길가엔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다. 마을 중심을 지나자 새로 지은 집이 보인다.
이웃이 먼저 반겨, 정이 넘치는 곳
간혹 ‘필 꽂혔다’라는 말을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인가에 한순간 마음이 끌렸을 때 사용하는 속어다. 건축주 아내가 그랬다. 여느 한적한 농촌 마을과 다를 바 없는 오곡리 마을을 둘러보다 고목에 필이 꽂힌 것이다. 물론 지천에 널린 게 나무다. 그러나 이 마을 고목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나 보다. 시골생활을 싫어했던 아내의 마음을 한순간에 움직였으니 말이다.
집터는 농가와 인접한 배밭을 더해 부족한 대지를 확보했다. 경사진 배밭은 평평하게 깎아냈다. 땅을 다질 때 쏟아져 나온 돌은 나지막한 돌담으로 쌓았다. 땅이 거칠어 집터 다지는 데만 1주일을 허비했다. 이후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집을 지으면서 어려웠던 점은 집 앞 개울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건설한 것이다. 하천점용허가 받는 절차도 까다롭고, 불과 개울 폭이 3m밖에 안 되는 다리를 설계하는 비용도 적지 않게 들었다. 그나마 집 앞으로 흐르는 개울이 풍수적으로 좋다고 하니 위로가 된다.
사실 시골에 집 지을 때 많은 사람이 가장 어려워한 게 원주민과의 관계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낯선 외지인이 마을 분위기를 해칠까 하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공사할 때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부는 그러한 걱정이 처음부터 없었다. 공사를 시작하자 시끄러운 소리를 문제 삼기는커녕 할아버지가 인부들을 위해 매일 커피 대접까지 했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웃이 반겨주니 부부 내외도 절로 정들 수밖에 없다.
“농사짓지 않아도 이웃에서 갖다 주는 게 많아 먹을 게 넘쳐요. 정이 넘치죠. 그러니 우리도 마을에 정이 들 수밖에요. 얼마 전에 이웃 할머니가 산에서 땔감 구하다 발목을 다친 거예요. 급한 마음에 아내가 먼저 병원으로 모셔 치료받게 해드렸죠. 이제는 외지인이 아니라 이웃사촌이 됐죠.”
3대를 위해 튼튼한 집 골라
건축주는 땅부터 매입해놓고 어떤 집을 지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집은 일단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손자가 커서도 사용할 수 있는 집을 생각했어요. 미국에 태풍이 덮쳤을 때 스틸로 지은 집만 남았다는 걸 봤어요. 그래서 대구에서 스틸 구조 전문 업체를 찾아 직접 얘기를 들어봤어요. 설명 들으면서 스틸로 결정했어요.”
스틸의 장점은 역시 견고함과 친환경 소재라는 점이다. 친환경 주택이 유행 타며 목조가 대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골조만 다를 뿐 황토벽돌로 실외를 마감하고 편백 나무로 실내를 마감했으니 별반 다를 게 없다. 친환경 주택이라 함은 골조뿐만 아니라 마감재와 가구의 영향도 크다. 친환경으로 집을 짓고도 눈이 따갑거나 기침과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건 가구와 인테리어 소재에 사용하는 MDF 합판에 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친환경을 말하면서 단순하게 구조체만 따진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금속은 열전달이 높아 단열에 취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다. 스틸 구조체는 견고하면서 얇고 ㄷ자 구조로 돼 있다. 그 안에 단열재를 채워 열 손실이 극히 낮다. 밖으로 새는 열이 적어 따뜻한 공기가 실내에 오래 머무르니 난방기기를 오래 가동할 필요가 없다.
집 정면 좌측으로 태양광이 보인다. 연간 일조량이 풍부해 일정한 전기를 생산한 덕에 전기가 남아돈다. 태양열 시설도 만들어 따로 급탕시설을 가동하지 않아도 부부 내외가 사용하기에 넉넉하다.
실내 공간은 버려진 공간이 없도록 복도를 최소화하고 모든 공간의 접근성이 좋도록 거실 중심으로 각 실을 배치했다. 거실 앞 데크는 면적이 넓어 여러 사람의 야외활동에도 넉넉하다. 손자들이 왔을 때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단연 다락. 별이 많이 보이는 지역이라 천창으로 쏟아질 듯한 별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아한다.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말한다. 빈 곳에 침실, 주방, 생활을 담아 거주 공간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살면 비로소 꽉 채워진다. 여기에 철 따라 풍성함을 들고 찾아오는 이웃까지 있으니, 부부의 삶은 풍요와 여유가 넘쳐흐른다. 그들의 웃음 너머에는 분명한 행복으로 채워져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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