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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다른 전원주택

조선소나무와 황토가 어우러진 ‘2층 목구조 흙집’

건축 역시 이규학씨가 손수 진행했다. 인부들을 불러 직접 진두지휘를 했는데 기둥이나 보 등 기본 골격만 목수인 아버지의 도움을 얻었다. 골조로 사용된 소나무는 원주일대를 헤매 다닌 끝에 어렵게 구한 오대산 조선소나무. 벽체는 황토와 통나무를 이용해 쌓았다. 외벽은 황토와 통나무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고, 내벽엔 스티로폼으로 단열을 한후, 석고보드로 덮고 다시 황토로 마감했다.


주거용 주택이라기 보다는 카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느낌은 내부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 어느 것 하나 집주인의 손길과 의도가 숨어있지 않은 게 없다. 집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일대에서는 아주 독특한 집으로 통한다.

이규학씨 집은 겉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물론, 건축 자재에서부터 시공방법, 내부 구조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점이 아주 많다.

특히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이 집의 몇 가지 독특함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거리. 임시로 걸쳐놓았던 통나무가 지금까지 그럴듯한 계단 역할을 톡톡히 한다.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쓰다 남은 통나무 조각을 세워 징검다리식으로 만든 진입구도 특별한 느낌이다.

벽난로 역시 소박한 옛 멋이 그대로 묻어 있다. 이 벽난로의 굴뚝은 2층 아이들 방으로까지 이어진다. 안방에 바닥에 깔린 솔잎도 방문객에게는 이색적인 풍경. 한마디로 집주인의 고집스런 철학, 뚝심, 의지 등이 아주 잘 나타난 그런 집이다. 이 집의 모티브는 지은지 4백년이 넘은 전통 한옥. 이규학씨는 이 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여주군 대신면 전통한옥에서 생활했다. 바로 이 전통한옥에서 살면서 느낀 구조와 장단점이 바탕이 되어 지금의 집이 탄생한 것이다.

이규학씨가 여주군 여주읍 연라1리에 지금의 땅을 마련한 것은 지난 95년. 주위 사람의 소개로 아내 민경숙씨와 한 번 와서 보고는 이내 결정을 내버렸다. 준농림답 1천25평으로 평당 1만5천원씩 주었다.

본격적인 건축은 이듬해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생각이 담긴 설계대로 집을 짓기로 했다. 시멘트집이나 멋을 한껏 부린 현대식 전원주택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작업의 우선 순위는 토목공사. 과거 논이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지반 다지기는 필수였다. 논흙을 모두 퍼내고 모래와 자갈을 1m높이로 다지고 다시 그 위에 콘크리트를 쳤다. 다행히 이 일대 지반이 마사토여서 논흙만 퍼내면 물이 스미거나 지반이 내려앉을 염려는 없다는 게 주위의 얘기였다.

건축 역시 이규학씨가 손수 진행했다. 인부들을 불러 직접 진두지휘를 했는데 기둥이나 보 등 기본 골격만 목수인 아버지의 도움을 얻었다. 골조로 사용된 소나무는 원주일대를 헤매 다닌 끝에 어렵게 구한 오대산 조선소나무.

벽체는 황토와 통나무를 이용해 쌓았다. 외벽은 황토와 통나무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고, 내벽엔 스티로폼으로 단열을 한후, 석고보드로 덮고 다시 황토로 마감했다. 벽체 두께는 30cm정도. 밖에서나 안에서나 온통 황토 빛이다.

96년 10월경 시작된 건축은 이듬해 5월경에 끝났다. 약 7개월 가량이 소요됐는데 처음 지어보는 집인데다 겨울에는 황토작업을 할 수 없어 공사기간이 다소 길었다. 총 건축비는 1억원 정도. ‘창호를 좀더 좋은 것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대체로 자신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집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그동안 살아본 결과, 흙집의 좋은 점은 바로 쾌적한 실내 환경 유지. 지난 2년간 생활하면서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탁월할 습도조절 능력이었다. 내내 습도계를 달아 놓고 생활했는데 장마철 70%정도로 올라가는 것을 제외하면 1년 내내 거의 50%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곳은 주변에 민가가 없는 데다 나지막한 야산으로 둘러싸여 외부 환경 역시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곳. 주변 분위기와 황토집이 잘 어울린다. 이규학씨가 원하던 그런 곳이다.

이규학씨는 과거 농민운동에 관여했었고, 여주군 농민회를 조직하고 초대회장도 지내 농촌 생활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편이었다. 그가 이런 집을 짓고 사는 것도 ‘독특한 집을 짓겠다’는 단순한 발상이 아니라 분명한 철학적 무게가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류재청

솔잎을 방바닥에 깔아보세요 이규학씨는 소나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특히 조선소나무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 집 역시 조선소나무들이 떠받치고 있다. 이규학씨의 기억으로는 어려서 군불을 땔 때 스며 나오는 조선 소나무와 솔잎의 향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또 목수가 소나무를 켜거나 대패질을 할 때 풍기던 솔 향기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방박닥에 솔잎을 깐 것도 바로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 반신반의하며 시험삼아 깔아본 솔잎이 방안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은은한 솔잎향기가 상쾌하다. 적당한 쿠션 역할도 나쁘지 않은 느낌.

이규학씨 얘기로는 솔 향기가 2~3년은 지속된단다. 그리고 예전 우리의 선조들은 실제 이러한 솔잎을 깔고 생활했다고 한다. 요즘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솔잎이 활용되고, 음료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되새겨진다는 게 이규학씨의 얘기다.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연라1리
부지면적: 준농림답 1천25평(이중 2백평 대지전용)
부지구입년도: 95년
당시 부지구입금액: 평당 1만5천원(준농림전)
현 주변부지 시세: 평당 6만~8만원, 대지 20~30만원
건물형태: 2층 목구조 흙집
시공: 직접 시공
공사기간: 96년 10월~97년 5월
건평: 55평(1층 33평, 2층 22평)
실내구조: 1층 방2, 주방, 욕실, 거실 2층 방3, 욕식, 거실
방위: 남서향
총건축비: 1억원
골조: 조선소나무
벽체 및 외벽마감: 황토, 나무
단열재: 스티로폼 80mm
내벽마감: 석고보드, 황토
지붕마감: 시멘트 기와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비용 2백만원)
주변 가구수: 주변 4백m이내 없음(연라1리는 1백30가구)
생활권: 여주읍(5Km, 승용차 1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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