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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전통과 현대 건축기술의 접목 제2의 부흥기 맞은 중목 구조 주택

기둥-보 방식 중목구조는 오래됐으며 우리에게 친근한 목구조 가운데 하나다. 전통 중목구조는 대단면 부재를 사용해 연결 부위에 장부맞춤(연결에 필요한 촉을 내는 것) 하거나 활엽수 목재 핀을 꽂아 고정했다.

중목구조는 적은 수의 대단면 부재를 사용함으로써 부재 간격을 늘릴 수 있고 자재와 인력을 절감할 수 있으며 보통 목재를 노출하므로 목재의 수려한 질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반면, 부재 간 연결 부위에 하중이 집중되는 단점이 있다. 특히 지진에 취약해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 사망자의 80% 정도인 5,000여 명이 전통 구법 중목 구조 주택에 깔려 사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중목구조는 한때 경량 목구조에 이 밀려나기도 했으나 관련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이후 부재나 시공 기술 부분에서 진화하고 있다. 바로 전통 구법과 차별화한 재래 공법 중목구조이다. (사)일본목조주택산업협회 조사 자료를 보면 일본은 목조주택의 70%를 재래 공법 중목구조가, 20%를 경량목구조가, 10%를 프리패브 공법이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식 중목구조란 이름으로 우리나라 목조주택시장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한다. 이와 같은 일본 재래 공법 중목구조의 엄청난 인기는 우리나라의 기둥-보 방식 중목구조인 신한옥 보급 정책을 되돌아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홍로 기자

자연스러운 나무의 무늬는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숲에서와 같은 향기가 집 안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효과를 준다, 흡음성이 뛰어나 소음을 차단해 준다, 열을 흡수해 저장·방출함으로써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조절한다, 목조주택 거주자들은 암 발생률이 낮으며 평균 연령이 높다 …….

이렇듯 수많은 장점을 지닌 목재는 선사시대 움집에서부터 오늘날 목조주택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5천 년 건축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수십 년 역사에 지나지 않는 콘크리트가 전국을 덮다시피 한 지금, 수많은 사람이 마치 유전인자에 끌리듯 목조주택을 갈망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 목조주택에서 눈에 띄는 목재의 상당수는 구조재가 아닌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내장재다.

구조재인 목재를 드러내 목조주택의 격을 한껏 높이면서 온몸으로 보고 만지고 목향木香을 맡을 순 없을까. 요즘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내는 기둥-보 방식 중목구조 또는 중량(골) 목구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다. 

중목구조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존하는 건축 방식 중 오래된 기둥-보(Post & Beam) 구조로, 그 이름은 북미식 경량목구조가 등장하면서 무거운 목재를 구조부재로 사용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즉, 경랑목구조 이전까지만 해도 중목구조는 세계적으로 전통적이면서 대중적인 건축물이었다. 우리나라의 한옥과 일본의 전통 가옥, 서양의 통나무주택이나 팀버프레임주택 등이다.

일본은 목조주택 중 재래 공법 중목구조가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대단면 구조부재는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싸며, 현장에서 기둥과 보·도리의 결합 부분을 다듬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공사 기간이 길어지며 건축비가 높다는 이유로 겨우 명맥만 유지해 왔다.

또한, 기둥과 벽체가 접촉하는 부위에 틈이 발생해 기밀도가 떨어져서 발생하는 열 손실은 정부에서 “2025년까지 제로에너지 주택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라는 분위기에선 걸림돌이 아닐 수 없었다.

중목구조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존하는 건축 방식 중 오래된 기둥-보 구조로, 그 이름은 북미식 경량목구조가 등장하면서 무거운 목재를 구조재로 사용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 일본의 전통 가옥, 서양의 통나무주택과 팀버프레임주택 등이 중목구조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기둥-보 방식 중목구조가 지닌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결과물이 녹아든 것이 우리나라의 신한옥과 일본의 재래 공법 중목구조 주택이다.

여기엔 대단면 부재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프리 컷’, 대단면 부재의 사용 폭을 넓힌 공학 목재인 ‘집성재集成材’, 기초 또는 토대와 기둥 그리고 기둥과 보의 결합 부분 강도를 높인 ‘접합 철물’, 구조재와 외벽재 접촉 부분의 열 손실을 차단한 ‘샛기둥[間柱] 벽체’ 등의 건축 기술이 있다.

한편, 목재와 철물 사용 그리고 기둥-보 구조에 북미식 경량목구조의 전단벽(샛기둥 벽체)을 차용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식 중목구조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프리 컷은 공사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자동화 기계로 부재를 미리 생산하는 방식이다.

부재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프리 컷’ 시스템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에 따라 온도와 습도 변화가 심한 기후에선 단열 효과가 높고 습도를 적당하게 조절해 주는 목조건축이 최적이라고 한다. 바로 골조가 대단면 수직부재인 ‘기둥’과 건축물의 앞뒤를 연결해 주는 수평 부재인 ‘보’, 건축물의 좌우를 연결해 주는 수평 부재인 ‘도리’로 이뤄진 우리의 한옥이다.

그러나 한옥 한 채를 지으려면 간잡이그림(설계도)을 기준으로 숙련된 목수들이 현장에서 톱으로 나무를 절단하고 끌로 홈을 파고 손대패로 마무리했다. 자연히 많은 노동력과 공사기간 증가로 인해 건축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람의 손으로 치목治木하기 때문에 부재 간의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고, 기둥-보 구조 기술 전수의 단절은 인력 확보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도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프리 컷 Pre-Cut 공법이다.

프리 컷은 공사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자동화 기계로 부재를 미리 생산하는 방식이다. 1970년대 기술 개발 초기 단계엔 단순히 부재를 기계를 사용해 공장에서 사전 가공하는 것을 의미했으나, 1990년대에 이르러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일본 목조주택시장에서 전통(재래식) 목조축조구법木造軸組構法에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컴퓨터 지원 설계도면(CAD: Computer Aided Design)·제조(CAM: Computer Aided Manufacturing)와 연계된 부재의 기계 가공은 컴퓨터에 도면을 입력하면 수치 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가 이를 공장에 있는 기계에 전달해 기계가 가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예전 간잡이그림은 현재 CAD로, 현장 치목은 CAM에 의한 공장 기계 생산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집성재는 품질이 균일하고 크기가 큰 목재 재료를 얻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단면 부재의 사용 폭을 넓힌 공학 목재 ‘집성재’
한옥에선 집의 크기를 칸으로 나타내는데, 칸이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길이이자 면적이기도 하다. 부재의 치수에 따라 다르지만 예전엔 보통 6자에서 12자 사이, 즉 1.8∼3.6m마다 기둥을 한 개씩 배치했다. 현대엔 집 안에 기둥이 많으면 답답할 뿐만 아니라 가구 배치 면에서도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목재의 한계인 치수, 길이, 모양, 구조 성능 등을 개선한 집성재다.

“특별한 강도 등급에 기준하여 선정된 목재를 섬유 방향이 서로 평행하게 집성, 접착하여 공학적으로 특정 응력을 견딜 수 있도록 생산된 제품.” 이것이 한국산업규격(KS F3021)과 <건축 설계 기준> 제8장 목구조항에서 정의한 공학 목재인 집성재의 정의이며, 국제적인 명칭은 글루램Glulam(Glued-Laminated Timber)이다.

집성재는 품질이 균일하고 크기가 큰 목재 재료를 얻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집성재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목적과 같이 목재의 자연 친화적인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재료의 균일함을 확보하고, 그 크기와 형태의 제한이 없어져 용도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집성재는 한마디로 작은 목재를 모아 붙여 큰 목재를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목재에서 결점의 존재는 구조적으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러한 목재들을 결점이 분산되도록 모아 붙이면 더 이상 결점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또한, 집성재가 사용되는 위치와 목적에 따라 집성재를 구성하는 목재의 요구 성능이 다르다. 따라서 이에 맞는 목재들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면 저품질의 목재를 사용하고도 고품질의 집성재를 제작할 수 있다. 이렇게 균일한 품질과 예측 가능한 설계는 건축 자재로 사용할 때 구조적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한다.

작은 목재는 작은 힘을 버틸 수 있다. 이러한 목재를 모아 붙이면 더 큰 힘을 버틸 수 있다. 또한 집성하는 양에 따라 얼마든지 큰 집성재를 만들 수 있으며 집성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큰 원목은 구하기도 힘들지만 구조적 내구성과 치수 안전성이 필요한 건축 자재로 사용될 때 반드시 건조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큰 목재는 건조하기도 힘들고 매우 오랫동안 건조해야 한다. 그러나 집성재의 경우 작은 목재를 이용하기 때문에 집성하기 전에 쉽게 건조할 수 있어 제품으로 만들어진 집성재는 큰 크기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건조돼 치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초 또는 토대와 기둥 그리고 기둥과 보의 결합 부분 강도를 높인‘ 접합 철물’.
                                  경민산업㈜의 기둥-보 구조 
부재 결합 부분의 강도 높인 ‘접합 철물’
기둥과 보, 기둥과 도리 등을 결구하기 위해선 맞대서 잇는 부분을 깎아야 하기에 그만큼 단면 치수가 줄고 하중에 대한 지지 강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옥의 경우 부재 간의 접합 방식은 크게 ‘이음’과 ‘맞춤’으로 나눈다. 이음은 부재를 길이 방향 혹은 평행으로 연결하는 방식이고, 맞춤은 부재가 직각 또는 일정한 각도를 이루며 접합되는 방식으로 여기엔 수직 부재와 수평 부재의 맞춤 그리고 수평 부재와 수평 부재의 맞춤이 있다. 이러한 부재 간의 이음과 맞춤은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목조주택 붕괴의 주원인은 기와와 지붕 위 흙 미장의 많은 무게를 구조 부재들이 지탱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기둥-보 목조주택 건축 시 대부분 부재 간 연결 부위에 철물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지붕에 기와 시공을 위한 흙 미장 대신 경량목구조 건식 지붕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 전통 목구조 주문 주택 회사들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현재 여러 가지 부재 결합 철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히노키야 [檜家] 주택의 철물 시스템을 보면 기둥에 내진 보강 철물을 고정한 후 여기에 내진 철물에 맞게 홈을 낸 수평 부재인 보와 도리를 12㎜ 볼트로 고정하는 구조다.

부재는 집성재뿐만 아니라 편백(히노끼, 노송나무) 부재를 사용하며 지진과 풍하중에 견디도록 기둥 상부와 다른 기둥 하부를 대각선으로 잇는 경사재(가새)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기둥-보 방식 중목 구조에 샛기둥을 첨가해 단열성과 구조성을 높이는 추세다.

복합 구조 벽체 적용, 단열 내진 보강
중목구조는 보통 기둥과 기둥 사이에 간주를 넣고, 그 사이에 단열재를 충진한다. 그리고 내·외장 바탕을 확보하기 위해 안쪽엔 내화 석고보드, 바깥쪽엔 구조용 합판을 댄다. 우리나라나 일본 전통 가옥의 흙벽 또는 판자벽 대신 서구식 경량목구조의 내력과 단열을 겸한 전단 벽체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산림과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신한옥 ‘그린’의 내진성이 뛰어난 이유는 기둥-보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뼈대 구조와 경량목구조 전단벽체를 합체한 복합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지진 때문에 생긴 수평 하중을 뼈대와 벽체로 분산해 접합 강성을 높여준다.

또한, 기존 기둥-보의 접합성을 높이기 위해 무거운 지붕으로 누르던 것과 달리 가벼운 지붕을 얹을 수 있어 지진의 흔들림에 훨씬 유연하다. 실제로 그린은 지진 실험 결과 전통 기둥-보 구조나 북미식 경량목구조에 비해 내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평 변위(좌우 흔들림: 수평으로 움직인 거리) 15㎜에서의 하중지지 용량이 전단벽체를 적용한 경량목구조보다 최고 23% 높았다. 이는 기존 한옥과 비교해 최고 7배 향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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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짓기】 제2의 숲, 중목구조 주택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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