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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다고요,
속은 꽉 찼습니다

최근에 의뢰를 받은 원고 중에서 이 글을 쓰는 게 가장 어려웠다. 많은 밤을 보냈으나 진도는 나가지 않고, 마감일은 다가오고……. 그 이유는 패시브하우스도 결국'주택'이기에 기획·설계 내용이 여느 집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비록 이론적으로는 꽤 어려운 접근이라지만, 거주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살기 좋은 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순 명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패시브하우스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다른 책에서도 수없이 다룬 열관류율, 에너지 요구량, 열교, 기밀 등 이론적 용어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이 책이 추구하는 바와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본고를 진퇴양난으로 빠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패시브하우스의 목표는 고효율, 경제성, 쾌적성이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패시브하우스는 이 세 가지의 균형이 무척 중요하다. 최근 웹을 검색하다가 패시브하우스의 공사비가 평당 1,000만~1,5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는 글을 보았다. 물론 사실이 아니지만, 마음에 내내 걸렸다.

본고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면서 패시브하우스의 기획·설계 목표를 설명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좋은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 사례는 젊은 목수가 패시브하우스의 구축 기법을 여러 경로로 배운 후 완성한 주택이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이 이 주택을 소개한 글과 사진을 통해 패시브하우스의 기획·설계에서 지향하는 바까지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사진 자림ENC 최정만 대표

이 주택은 어떠한지. 멋도 없어 보이고, 유치하기도 하고, 싼티도 나고, 그래도 한 번 짓는 집인데……. 과연, 실속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같을까. 지금부터 이 주택의 건축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자.
수직 벽과 벽이 만나는 부분이다. 목조주택은 기밀을 위해 조인트 부분 처리를 골조공사와 병행해야 한다. 이 부분은 가장 빠뜨리기 쉬우며, 공사 후 보강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OSB(Oriented Strand Board)를 치기 전에 기밀천을 골조에 댄 모습이다. 기본 규칙을 잘 지키면서 구조도 매우 깔끔하게 정성을 들여 시공했다.
수직 벽끼리 만나는 부분에 미리 기밀천을 대야 한다. 현장 관리자는 이 작은 면적을 시공하기 위해 기밀을 담당하는 팀을 불러야 하므로 비용 면에서 불리할뿐더러 공정도 꽤 성가실 수 있다. 그러므로 패시브하우스를 건축하는 목조주택회사는 최소한 이 정도 시공은 자체 목수팀에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장 정리도 잘한 모습이다. 청결한 현장은 좋은 건물의 기본이 된다.
이제 지붕으로 넘어가 보자. 1층 지붕과 2층 외벽이 만나는 부분이다. 누수를 방지하고자 외부에 투습·방수지를 외벽까지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추후 마감재를 설치할 때 외부 방수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모서리까지 밀어 넣고, 핀으로 단단히 고정한 후 누수를 막기 위해 핀 부분을 테이프로 밀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돌출 처마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이다. 이 역시 누수를 막고자 구조재와 접촉하는 부분을 꼼꼼히 테이프로 처리한다.
투습·방수지 위에 지붕 마감재를 얹고자 하지목을 설치한 모습이다. 이 부분은 외부 통기 지붕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목 사이로 통기가 이뤄지기에 습기로 말미암은 목구조 지붕의 하자를 현저히 줄여준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모서리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 작업을 할 때 외부 방수지가 찢길 확률이 높다.
돌출 처마 쪽 부분이다. 구조목과 하지목을 가지런하게 시공한다.
하지목 위에 지붕재를 얹고자 OSB를 덮는다. 통기용 틈이 보인다.
서까래 쪽에 방수 테이프로 가지런히 시공한다. 서까래 하부도 마찬가지이다.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물의 표면 장력으로 말미암아 내부 단열재 사이까지 물이 침투할 수 있다.
2층 지붕 구조재를 시공한 모습이다.
지붕 하지 패널을 댄 모습이다. OSB는 투습성이 떨어지기에 외부 통기 지붕을 위해 합판을 댄다.
외부와 만나는 부분 역시 외부 방수 테이프로 시공한다.
외부에 투습·방수지를 댄다.
투습·방수지 사이사이에 테이프를 틈새 없이 붙인다.
용마루 쪽 부분이다. 용마루에 이음매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 사진처럼 온장을 꺾어 붙여야 장력에 제대로 대응한다.
구조재와 만나는 부분이다.
외부 통기층을 위한 하지목을 가지런히 대고 OSB를 시공한다.
통기용 틈을 벌리고 OSB를 시공한다.
아스팔트 슁글을 시공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용마루에 올린 분홍색 포장이 아스팔트 슁글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스팔트 슁글은 투습이 안 되기에 목구조에는 반드시 외부 통기층을 만든 후 시공한다. 통기층 없이 시공하면 외벽에 투습성이 없는 열반사 단열재를 대는 것과 같다.

외벽으로 일반 투 바이 식스(2″×6″) 목구조로는 고단열을 이룰 수 없고, 외부에 어정쩡하게 EPS 단열재를 대면 투습을 방해하기에 투습이 용이한 단열재를 대고자 하지목을 설치한다. 물론, 외벽도 OSB 대신 투습이 용이한 소재를 사용하면 좋지만, 아직 국내에는 그런 자재가 없다.
하지목 사이에 투습이 용이한 암면 단열재를 끼운다. 단열 성능이 높아지고 목구조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보기에는 쉽지만, 상당히 많은 손이 필요하다.
암면 단열재를 채우지 않은 외부 돌출 배관 자리로, 배관을 관통한 후 암면 단열재로 메운다.
외부에 투습·방수지를 댄다. 만약, 이 공정 전(외부 암면 단열재를 시공한 상태)에 비가 온다면 큰 낭패를 본다. 그러한 이유로 목구조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시공법이다. 목구조는 일단 구조체를 완성하면 구조체와 단열재가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우선적으로 외부에 투습·방수지를 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날씨와 솜씨가 잘 맞아야 하는 시공법이다.
외부로 빠져나온 전선 주위에 테이핑한다.
투습·방수지 사이 이음매에 테이핑한다.
배관 주위에 테이핑한다.
개구부 주위를 확실히 접착해야 추후 하자를 막을 수 있다.
돌출 처마 부위와 외벽 부분이다.
이제 실내로 들어가 보자. 배관 관통 부분에 기밀층이 깨지지 않도록 밀폐한다. 보일러 배관이라면 온도가 높기에 해당하는 열을 감당할 수 있는 소재로 접착한다. 실란트Sealant의 경우, 내열 실란트가 따로 있다.
환기 장치 관통 부분에 테이핑한다.
난방 배관 관통 부분에 테이핑한다.
기밀천 사이와 창호 접합부를 꼼꼼하게 시공한다.
셀룰로오스 단열재를 넣으면 기밀천이 부풀어 오른다. 석고보드를 시공할 때 다시 들어간다.
개구부 모서리는 장기적으로 취약한 부분이기에 다시 한 번 테이프로 보강한다. 사진은 조금 더 길게 붙여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배관 주변 모습
기밀성 테스트이다. 이 테스트는 사진처럼 내부의 기밀층을 확보하고, 창호에 유리를 끼운 다음 곧바로 하는 것이 좋다. 보강할 시간과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준공 후 테스트는 인증을 위한 시험에 국한해야 한다. 실내 마감재를 시공하면 누기 부분을 찾기도 어렵고, 보수·보강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창호 주위 연기가 안정적이다.
배관 주위 연기가 안정적이다.
전선 배관은 사진과 같은 마개를 사용해 기밀을 확보한다.
테스트 결과 50㎩에서 0.57회가 나왔다.
외부에 마지막 마감재인 사이딩을 시공한다.

패시브하우스 시공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보았다. 비록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초라하지만, 이 정도면 내실 있는 주택이 아닌지. 모름지기 이 주택의 거주자는 평생 추위 걱정과 하자 걱정 없이 따뜻하고 좋은 공기 질 속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 바로 패시브하우스가 지향하는 주택이다.

볼품없어도 좋다. 예산에 맞춰 최대한 건강하고 쾌적한 주택을 지었으니까. 물론, 여기에 디자인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모든 것은 비용 추가로 이어진다. 예쁘고, 튼튼하고, 건강한데다 건축비까지 싼 집은없다. 바로 단독주택시장이 공업화(현장 조립형)로 가야 하는 이유이다. 건강하고 예쁜 주택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내용이 결국 패시브하우스 기획·설계 과정에 녹아들어야 한다. 모쪼록 패시브하우스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 이론적 내용은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홈페이지(www.phiko.kr)를 참조하기 바란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
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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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 짓기】 글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패시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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