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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생활, 30∼40대가 리드한다

요즈음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의식주(衣食住) 전반에 걸쳐 '웰빙(Well-Being)' 바람이 일고 있다. 심지어 웰빙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어야만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국내 유수 기업들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웰빙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는 추세다. 웰빙이 생활 속에 새로운 코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건강하고 풍요로우며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자'는 새 라이프스타일, 웰빙. 그 열풍을 타고 각종 공해에 찌든 도시를 벗어나 공기 맑고 경관 좋은 전원에 집을 짓고 생활하려는 젊은 층이 부쩍 늘어났다. 수도권 전철과 도로망이 잘 갖춰져 교외에서 도심으로의 출퇴근이 용이해졌는데, 집 값 비싸고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서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건강하고 쾌적한 전원주택이 젊은 층들 사이에서 웰빙의 종착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굳이 웰빙 열풍이 아니더라도 주5일 근무제의 본격 시행과 시중 여유자금의 유입, 신도시 개발로 인한 생활 편의시설 접근 가능성 상승으로 전원주택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본지 창간 5주년을 맞아 전원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전원주택시장의 동향을 살펴본다.

전원주택시장 활성화 무엇이 문제인가
대형에서 소형으로, 고급에서 보급형으로

건강과 환경이 중시되면서 전원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유년기와 청년기를 시골에서 보내고 편리한 생활 여건을 갖춘 대도시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일수록 전원으로의 회귀 본능이 강한 편이다. 도시에서 20킬로미터 이상 거리에 자연환경이 풍부한 지역은 지난 10년 간 노후 정착용이나 주말 휴양용으로 개발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전원주택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JMK 컨설팅 진명기 사장은 전원주택시장이 50~60평형대 나 홀로 고급주택부터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파트는 초기 소형에서 시작해 그 투자가치가 상승하면서 대형화 고급화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전원주택은 일단 크게 지어야 폼이 난다며 별장 개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목돈이 필요해 팔려고 내놓아도 아파트처럼 쉽게 팔리지 않았습니다. 투자가치는 물론 환금성도 떨어졌던 것입니다."

전원주택시장이 가장 활성화 됐던 때가 I.M.F체제 이전인 1997년이다. 외환위기 이후엔 진 사장의 설명처럼 투자가치나 환금성이 떨어져 급속히 위축됐다. 대한건설협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 말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5230여 개의 전원주택단지가 분양되거나 분양 예정으로 있었다. 그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그 가운데 50% 이상이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분양을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주택 개발 업체들 가운데 경영 부실로 공사를 할 수 없게 돼 허가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98년 고급 민박시설인 펜션(Pension)이 침체기를 겪던 전원주택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는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대도시에 인접한 전원주택지를 중심으로 점차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단적인 예가 남한강과 북한강을 낀 양평군의 지가(地價)가 30~40% 상승해 외환위기 이전의 시세를 회복한 것이다. 용인이나 광주, 남양주 등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자연 경관이 수려한 경기도권을 비롯해 강원도, 충청도, 제주도까지 펜션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외환위기 이전에 전원주택지로 분양하던 곳마저도 펜션단지로 간판을 바꿔 달 정도였다.

최근에는 웰빙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탈 도시화 바람을 타고 전원주택시장이 정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선진국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개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도달한 이후부터 전원으로의 이주가 활발했다. 미국의 경우, 도시 반경 30~40킬로미터 사이에 있는 주택 가운데 전원주택이 23%다. 일본도 17% 수준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2~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 강력한 부동산 안정대책을 쏟아내자 시중 자금이 전원주택(지)로 쏠리면서 재테크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광역 도로망 건설과 주5일 근무제 시행, 그린벨트 해제, 웰빙 열기에 탄력을 받은 실수요자의 증가로 전원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건강을 염두에 둔 환경 중시 풍조로 상류층은 전원형으로 잘 조성된 신도시 고급 아파트로 이주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20~30대 젊은 층들은 주택가격과 직장, 주거환경을 고려해 신도시 주변의 전원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주 패턴을 보면 서울 서남북지역의 거주자는 고양과 김포로, 서남지역 거주자는 김포와 강화로, 동남지역 거주자는 분당과 용인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의 전원행을 가로막는 울타리다. 즉 초창기부터 문제시 됐던 50~60평형대의 고급 전원주택이다. 하지만 젊은 층들은 단지형보다는 20~30평형대의 나 홀로 전원주택을 선호한다. 그런데 전원주택 시공업체들 대부분이, 평형에 별반 차이 없이 공사기간이 똑같이 들기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형 전원주택 건축을 꺼린다. 이는 전원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원주택 수요층은 고소득 생활자였으나, 지금은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른바 20~40대들, '전원주택 2세대'가 그 중심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웰빙족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타인의 평가를 받기보다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삶'을 살라고 한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의 메시지를 실천한다.

스콧 니어링은 웰빙의 표본으로 인식되는데, 교수직을 버리고 미국 버몬트에서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다가 1983년 100살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자신의 전원생활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제 정신을 갖고 살게 하는 삶의 한 본보기"라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이데올로기를 차치하고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대한 염증이 그로 하여금 전원행을 택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자아실현(自我實現)과 본연지성(本然之性) 회복에 대한 목마름이 자연인으로의 회귀(回歸)로 표출됐는지도 모른다.

한편 유럽에서는 금전 수입과 사회적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려는 다운쉬프트(Down Shift)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웰빙하고 무관하지 않은데, 이들은 주거지를 도시의 화려한 삶과는 거리가 먼 전원으로 옮겨 살고 싶어한다. 그러면 삶의 질에 대한 욕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우리는 어떠할까?

《월간 전원주택라이프》에서는 전원주택과 전원생활에 대한 연령대별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해 홈페이(www.countryhome.co.kr)를 이용해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총 2332명이 설문에 응했는데 30, 40대가 69%의 높은 관심을 보여 '전원생활=노후생활'이란 고정 관념을 깼다. 그 결과를 보면, 30∼39세가 41%(952명)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40∼49세 662명(28%), 20∼29세 436명(19%), 50∼59세 241표(10%), 60세 이상 41표(2%)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이 전원주택 실수요자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58%가 전원주택 관련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고 답했는데, 이는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젊은 층이 전원주택시장 전면에 나섰음을 반증한다.

그러면 이들이 전원생활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74%로 가장 많았으며 건강 문제(14%), 교육 문제(4%), 경제적 이유(4%), 주택문제(3%)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이 앞에서도 밝혔지만 '현재 대도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유년기와 청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전원에 대한 회귀 본능이 강하다'는 점이다. 돈과 지위만을 좇아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삭막한 도시생활에 대한 환멸이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스콧 니어링의 예에서처럼 생명의 근원인 자연(전원)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종의 자기반성일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건강문제를 꼽았는데, 온 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취재 차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졌다" "이제야 사는 맛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여기 아이의 건강을 위해 전원생활을 시작한 조원금 씨 가족을 보자. 충북 청원군 남이면 산세 좋고 양지바른 시골 마을 어귀에 25평 황토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가족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청주시내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18개월 된 아들이 아토피성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것이 못내 안쓰러워 전원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2003년 11월, 내부 평면을 현대식 아파트 구조로 설계한 전통 흙집을 짓고 이사했다.

아이 건강을 위해 전문가에게 의뢰해, 하인방 밑으로 소금과 참나무 숯을 10㎝ 두께로 깔아 벌레의 서식을 예방하고 항균과 항습 효과를 높였으며, 흙벽을 15㎝ 두께로 해 실내 공기 정화는 물론 수분 조절력이 뛰어 나도록 설계했다. 이주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아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보면서 조원금 씨 부부는 행복해 한다. 사실 조원금 씨는 3월 초 내린 폭설로 길이 막혀 3일씩이나 직장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다. 길이 뚫린 바로 그날 만났음에도 아들 건강을 위해 전원행을 잘 선택했다고 할 정도다.

한편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은, 순수 주거 목적으로 전원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전원주택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 64%가 순수 주거용 전원주택을 선호했다. 다음이 수익형 전원주택(펜션) 19%, 휴일·주말을 위한 휴식형 전원주택 17% 순으로 나타났다.

전원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가 적응하지 못한 채 도시로 유턴하는 사례가 많았다. 광주군 퇴촌면 한국전원부동산 양정일 컨설턴트는 "요즘에는 전세로 나온 전원주택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단 전원에서 살아 보고 전원주택을 지어 완전 이주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실속파들이다. 만약 이들이 처음부터 전원주택을 짓거나 구입했다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까지 금전적, 정신적 그리고 시간적으로 엄청난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직업을 바꿔 완전 귀농(歸農)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도시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쾌적한 전원 속 보금자리에서 훌훌 떨쳐 버리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여기에는 수도권을 사통팔달로 가로지르는 광역 도로망의 개통으로 심리적 거리감이 짧아졌으며,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출퇴근에 따른 부담감이 준 대신 온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텃밭을 일굴 수 있는 여가 시간이 증가한 것도 한몫을 했다.

전원주택 입지 선택 기준으로 66%가 생활 편의시설보다는 공기 좋고 물 맑은 자연환경을 꼽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만은 않다. 또한 전원주택이 밀집한 단지보다는 부대낌 없는 나 홀로 전원주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젊은 층이 증가함에 따라 전원주택의 규모는 점점 작아지는 추세다. JMK 컨설팅 진명기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부지 300평 이상에 연건평(延建坪) 60평 이상으로 지은 전원주택은 환금성이 떨어진다. 전원주택 2세대라 불리는 젊은 실수요자를 끌어들여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방갈로형 전원주택을 보급해야 한다. 한 곳에 60평짜리를 짓기보다는 15평짜리 네 채를 공급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별장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후 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시장이 형성됐고, 2000년대, 들어 '건강과 삶의 질'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젊은층, 이른바 전원주택 2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당면한 문제는 작은 평형의 중저가 전원주택을 개발 보급하여 대중화시키는 것이다. 田
■ 글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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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시대 건강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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