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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펜션】 욕심은 비우고 감사와 여유를 채우다 '비움펜션'
- 조선 말기 화가 북산 김수철의 <송계한담도>를 보면 개울가 소나무 아래로 한가로이 앉아 담소하는 다섯 선비가 있다. 그림 속 선비들의 모습은 소나무와 바위와 냇물과 마찬가지로 풍경 일부가 되어 있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유포리 금당계곡 물이 흐르는 강가 건너편에서 비움펜션을 바라보니 <송계한담도>와 닮아 있다. 그곳에는 금당산을 마주하며 선비 대신 자연을 벗 삼은 네 채의 건물이 놓여 있다.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윤홍로 기자 취재협조 비움펜션 010-9933-3874 www.biuum.com 다른 지역보다 봄이 한달 뒤에 찾아온다는 강원도 평창엔 영상 10℃를 웃도는 3월에도 쌓인 눈이 그대로다.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지역에 비해 봄이 한 달 늦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던 3월의 어느 날 찾은 펜션 마당에는 몇 주 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4월호에 실릴 사진이라 당황하기는 펜션지기나 본지 기자나 마찬가지였다. 고즈넉한 풍경에 매료돼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오롯이 감상하다 보니 걱정도 잠시뿐, 펜션의 이름처럼 근심과 걱정을 모두 비워내고 펜션지기의 이야기를 한 아름 채워갈 요량이 생겼다. 펜션지기 이동호씨의 선한 인상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펜션과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풍요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끝없이 채우려는 욕망 대신 비움을 통해 새로움과 여유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여유로움을 나타내는 한쌍의 두루미 조각상. 복층으로 구성된 독특한 익스테리어가 눈에 띄는 담談실. 송계한담 松溪閑談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연구원으로 25년간 일한 펜션지기 이동호 씨는 50대에 접어들며 은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소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이 50이 되면서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고 차근차근 준비했죠.” 우선 서각 작가로 활동 중인 아내 이찬옥씨의 작업 공간 마련과 펜션지기의 취미 활동을 고려해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도심보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결심했다.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지금의 펜션부지에 자리한 별장이 마음에 들어 당장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 아내와 둘이 내려왔다.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은 펜션지기 부부가 거주하기로 하고 건물 3채를 더 앉혀 펜션을 운영하기로 했다. “주말 손님 위주로 아내와 둘이 여유롭게 운영하려고 시작했어요. 비수기 때는 아내와 오붓이 여행도 다니고 하려고요.” 이동호 씨는 펜션을 계획하며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바빴던 천편일률적인 관광보다 아무도 없는 빈 길을 걸으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하찮게 여기던 자연을 품에 안으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이유에서 펜션 이름도 ‘비움’이라 짓게 됐죠.” 객실의 이름 또한 특별하다. <송계한담도>에서 한 글자씩 가져왔다. 소나무 송松자를 딴 송실, 시내 계溪자를 딴 계실, 한가할 한閑자를 딴 한실, 이야기 담談자를 딴 담실까지 총 4개로 이뤄졌다. 천창을 달고 부상형으로 지은 2층 침실과 회전 계단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장식을 배제한 깨끗하고 소박하게 꾸민 객실 내부. 청결함이 돋보이는 화이트 색상의 침구. 소박한 마음, 담박한 집“전원생활을 결심하면서 건축박람회에 수시로 참여했어요. 무엇보다 집을 예쁘게 짓고 싶어서 외국의 건축 디자인 자료들을 많이 조사했죠.” 부지를 선정하자 바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외국의 시공 사례들을 살피다 보니 개성 있는 집들이 많아 여러 모델 중 하나 고르기가 어려웠다. 시공사가 제시한 3개의 모델을 모두 지어 보고 싶은 마음에 각기 다른 디자인의 3개의 동을 앉히게 됐다고. “평창이 추운 지역이라 단열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공기工期를 줄이고 친환경성을 고려해 투 바이 식스(2″×6″) 경량 목구조를 택했죠.”컬러는 동별로 다르게 하고 목재 사이딩과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해 내츄럴함과 모던함을 강조했다. 실내는 깨끗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꼭 필요한 가구 외에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펜션지기가 취미로 그린 그림과 아내의 서각 작품을 배치했다. 청결함을 돋보이려고 화이트 색상의 호텔식 침구를 마련했다.주위가 조용하고 한적하다 보니 커플이나 젊은 연령층보다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단다.“칠순잔치 같은 가족 행사 때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가족 단위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요즘 유행하는 스파는 들이지 않았어요.” 별도로 지은 바비큐장은 20여 명의 인원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펜션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 방송사에서 장소 섭외 요청도 들어왔다. 청춘남녀의 만남을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외부의 노출이 적고 조용한 이곳이 제격이었단다.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모던하게 지은 펜션.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모던하게 지은 펜션. 금당계곡 물을 따라 길게 연결한 덱과 길 끝에 설치한 바비큐장. 건물 곳곳에 서각 작가인 아내 이찬옥 씨의 작품이 전시돼 있 다. ‘비움펜션’만의 특별함을 물었다.“우리는 특별한 건 없어요. 손님이 다치거나 불상사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화재와 상해보험에 가입한 것. 그리고 먼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오셔서 잘 쉬시다 가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주차장까지 배웅 나가서 배꼽 인사 드리는 게 전부에요.”50세 중후반을 바라보는 이들 부부의 소박하고 담박한 마음에서 진심이 느껴졌다.“사실 전원 생활과 취미 생활을 즐기며 경제적인 면으로 도움을 받으려 펜션을 시작했지만, 초창기라 펜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특히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아내에게 많이 미안해요.”한 달 늦게 찾아와 두 배로 반겨질 봄이 오면, 그때는 초심으로 돌아가 여유를 갖고 전원 생활을 만끽하겠다는 펜션지기의 소망이 하루 빨리 꽃 피우길 바란다. 펜션지기 부부가 거주하는 관리동.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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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펜션】 욕심은 비우고 감사와 여유를 채우다 '비움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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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전원주택】 부부 플로리스트의 담박한 집
- 신혼집은 좁은 공간과 한정된 예산, 가구와 기본 살림살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부가 원하는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편의성과 전원주택의 자연을 두루 갖춘 주택이라는 콘셉트로 수지구 고기동에 지은 이현덕 씨 집은 이런 욕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그는 매일 아침 정원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파트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었던 행복이다. 글 이종수 사진 백홍기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건축구조 중목구조(철물공법) 용도지역 자연녹지지역 대지면적 312.00㎡(94.38평) 건축면적 61.43㎡(18.58평) 연면적 119.25㎡(36.07평) 1층 61.43㎡(18.58평) 2층 57.82㎡(17.49평) 건폐율 19.69 % 용적률 38.22 % 설계기간 2015년 3월 ~ 2015년 6월 공사기간 2015년 7월 ~ 2015년 9월 공사비용 580만 원(3.3㎡ 당)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외벽 - 실리콘페인트(STO 로투산페인트), 적삼목루버 내부마감 벽채 - 에덴바이오 천연벽지 천장 - 에덴바이오 천연벽지 바닥 - 이건 강마루 단열재 지붕 - 압출법 보온판 50mm + 에코바트 R30 외벽 - 네오폴 70mm + 에코배트 R19 내벽 - 에코배트 R19 창호 케머링창호(39mm 삼중유리) 주방기구 리빙플러스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계림) 조명기구 LED 매입조명, 간접등 설계 및 시공 블루하우스코리아(주) 031-8017-5002www.koreabluehouse.com 흔히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혹은 일상에서 잠시 쉬어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광고인 박웅현의 말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산다면 굳이 집을 떠나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며 사는 이현덕 씨 부부. 결혼한 지 1년 반이면 ‘반半신혼’이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할 시간과 추억은 가구와 소품이 되어 집 안 곳곳에 담겨 있다. 사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지면, 아무리 마당이 있는 전원생활이 부럽다 해도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현덕 씨도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았다. 어느 날 집에 놀러 온 친구의 아이 때문에 층간소음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층간소음 때문에 이제 막 재미를 들인 기타를 연주하기도 쉽지 않았다. 문득 자유롭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택으로 이사할까 고려해봤지만 그 역시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좋은 건축물은 매개 공간이 풍부하다. ‘매개 공간’은 복작복작한 도로에서 개인 공간인 집 안으로 들어갈 때 정서적 심리 상황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택의 경우 대문에서 현관 사이의 마당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내부와 외부를 연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바비큐를 하고 바람을 쐬는 등 실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거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데크 또한 내부와 외부를 연계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건축주가 각별히 신경을 써서 주문한 현관문을 열면 왼쪽으로는 화장실과 2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연결돼 있고, 현관 오른쪽으로는 거실과 주방, 식탁 같은 공적인 공간이 연계돼 있다. 각 공간들을 지나는 동선은 2층과 넓은 데크로 이어져 모든 공간을 엮어 준다. 부부의 행복한 정원에서 그러던 차에 아내와 함께 우연히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고기동을 지나게 됐다. 도로와 떨어져 있어 비교적 한산한 데다 아파트를 팔면 전망 좋은 집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마당을 정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 점에 마음이 동한 부부는 주저 없이 이곳에 집을 짓기로 했다. 물론 이런 생활도 적성에 맞아야 즐길 수 있는 법. 반려동물만큼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게 식물인지라 신경 써서 정원을 가꾸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다행히 부부는 워낙 식물을 좋아해 예전 집에서도 베란다 가득 화분을 두고 식물을 키웠다. 사실 이들 부부는 양재동 화훼단지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정원 식재는 아시는 분이 도와주셨어요. 배롱나무와 소나무, 주목, 단풍 덕분에 제법 정원 틀은 갖춰진 것 같아요. 둘 다 바쁘다 보니 관리하기 쉽게 넓지 않은 정원이면 만족해요. 앞으로 내년 봄부터 야생화를 심으면서 사계절 꽃이 있는 정원으로 잘 가꿀 계획입니다.” 시원하게 개방한 거실과 주방 너머 바로 앞마당 데크가 보이는데, 이것은 수평적 열림을 강조하는 장치다. 배롱나무와 소나무, 주목, 단풍과 야생화로 가꾼 정원 덕분에 실내에 자연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공간을 훨씬 웅장하게 만들어준다. 집 안 어디서든 나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끽할 수 있다. 오픈형으로 구성한 이 집은 흐르고 열리고 그래서 서로 통하는 공간이 된다. 정원을 새롭게 꾸밀 수 있었던 건 남편 이현덕 씨의 바지런함 덕이다. 분재와 난초 전문가인 남편은 화분에 키워온 여러 나무와 난초를 정원에 멋스럽게 옮겨 심을 예정이다. 또 화훼 시장에서 각종 꽃모종을 사와 심고, 지금도 매일 아침 출근 전 정원에 나가 물을 주고 돌본다. 이런 꾸준한 ‘관심과 애정’으로 완성되고 있는 정원은 정원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처럼 조화롭고 질서 정연하다. 부부는 요즘처럼 날이 좋을 때 정원 데크에 나가 과일도 먹고 차도 마시고 책도 읽는다. 아파트에서 결코 누릴 수 없었던 삶이 가능해졌다.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공간은 살리고, 디자인은 심플하게 정원 외에도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부부의 뚜렷한 요구사항이다. 넓고 개방된 거실, 아일랜드 식탁이 어울리는 부엌을 짓고 싶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블루하우스코리아를 알게 돼 의뢰했다. 그렇게 집을 짓고 보니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돼 바깥출입이 쉽고, 대지 위에 발을 붙이고 사니 왠지 땅 기운을 더 많이 받는 기분이 든다. 더군다나 애견을 키우는 처지에서 거실에서 바로 나가면 맘껏 뛰놀 수 있어서 좋고, 마당에 개인 정원을 가꿀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 됐다. 집을 짓기 전, 부부는 심플하고 살기 편안한 집, 관리하기 쉬운 집이길 바랐다. 그래서 가구보다는 집 구조와 인테리어 마감재에 집중했다. 소파, 침대, 식탁 등 자주 사용하고 부피가 큰 가구 이외에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을 최대한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현덕 씨 부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집을 잘 버무려낼 시공사를 찾다 블루하우스코리아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처음 계획보다 몇 가지 수정한 것들이 있지만, 의뢰할 때 원했던 만큼 완성된 것 같아요. 예쁘거나 보여주기 위한 집은 원하지 않았거든요. 땅이 마음이 들고 블루하우스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사례나 경험 후기가 괜찮아서 선택했는데, 대표님이나 임직원들이 정말 친절했습니다.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계약하고 집을 맡겼죠.” 시공사는 이런 기본 틀을 바탕으로 부부와 논의 끝에 튀지 않고 담박한 집을 짓되, ‘휴식’이라는 키워드로 콘셉트를 정했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자연스레 집은 쉬는 공간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하루의 대부분이 직장에 매여 있지만, 집만큼은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지어드리고 싶었죠.” 집의 위아래를 연결해주는 목재 루버 계단을 경계로 마당과 직접 면하는 1층에는 거실과 주방 및 다용도실과 같은 공공적 성격의 공간과 화장실을 배치 2층은 건축주의 서재와 테라스, 안방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나눴다. 신혼의 꿈을 담은 집으로 20%로 한정된 건폐율과 넓은 마당을 활용하기 위해 박스형으로 집을 계획했고, 자칫 단순할 수 있는 매스에 2층의 베란다와 거실 쪽 캐노피, 자연스러운 적삼목 루바로 포인트를 주기로 했다. 실내는 넓은 공간을 원한 건축주의 바람대로 천장을 최대한 높이는 작업을 먼저 했다. 덕분에 복도부터 거실까지 중목 구조를 노출시키면서 탁 트인 느낌을 냈다. 벽에는 천연벽지로 백색의 깔끔한 이미지를 입히고, 목재의 따뜻한 질감을 포인트로 줌으로써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집이라는 통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화이트 톤을 기본으로 하되 블루로 포인트를 주었다. 불필요한 인테리어 장식은 지양하고 깔끔하게 가구를 배치함으로써 모던함을 더했다. 건축주의 요청으로 안방은 잠만 잘 수 있는 공간과 드레스룸으로 한정했다. 대신 다락이 없는 지붕을 활용해 경사천정과 우물천정으로 계획해 다양한 공간감을 부여했다. 오늘도 남편은 정원을 가꾸고 아내는 집을 꾸민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빡빡한 도시 아파트 생활을 느낄 수 없다. 가끔 옆집 정원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데크에 앉아 있으면 길 가던 동네 주민과 눈도 마주친다.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와 이 집에서 이제 한 달 남짓 지냈지만, 이현덕 씨 부부는 이곳 생활이 매우 흡족하다. 한번 손에 들어온 물건은 애지중지 사용하고, 한번 터를 잡은 집에 오랫동안 살고 싶은 마음처럼, 이들 부부는 이 집에서 예전과 다른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 건축주가 요즘 재미를 들인 기타를 치고 음악을 감상하는 곳이면서 게스트룸으로 활용하는 공간, 여기에서도 개방감과 분리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책상 옆에 커다란 창문을 설치했다. 계단을 올라 복도를 지나니 자연광이 쏟아지는 복도식 파우더룸이 이어지고 욕실로 연결된다. 예산을 분배하고 공간을 설계하는 데 선택이 필요했다. 지하를 파서 검도를 하고 기타를 치고 싶은 개인적인 멀티 공간을 포기하는 대신, 2층에 옥외 휴게 공간을 넣었다. 부부가 침실에서 바로 정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베란다를 알차게 공간을 구획했다. (위 사진) 정원에 있는 자연석과 정원등 (아래 사진) 정원 전경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 www.countryhome.co.kr잡지구독 신청 www.countryhome.co.kr:454/shop/subscription.asp (스마트폰은 현재 무통장 입금 신청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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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전원주택】 부부 플로리스트의 담박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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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한 집] 각국의 책이 있는 연구소와 생물학박사의 집 - 광주 315.6㎡(95.6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연곡리· 대지면적 : 653.0㎡(197.9평)· 건축면적 : 315.6㎡(95.6평). 1층-257.0(77.9평) 2층-58.6(17.7평)·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구조·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외벽마감 : 시멘트 사이딩, 치장벽돌, 원목 사이딩· 내벽마감 : 실크벽지, 루버· 천 장 재 : 실크벽지, 루버· 바 닥 재 : 강화마루·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더존하우징1644-3696 www.shwh.co.kr 집 주변으로 어른 키보다 큰 옥수수가 전원의 정경을 더하고 바나나처럼 좌우로 길고 둥그스름하게 닦인 300평 텃밭이 자연의 생명력을 과시한다. 지형이 연꽃이 물에 뜬 모양이라 하여 연골[蓮谷]이라 불려온 이 마을에는 원시 자연이 잘 보존돼 있고 부엽토가 다량 생성돼 숲 속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생물학박사 김기태(65세) 씨는 10년 전 양지바르고 살기 좋은 이곳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연곡리에다 부지를 마련해놓고 그간 먼 산 바라보듯 하다, 이제야 때를 만나 집을 지었다. 수십 년간 수집한 책의 보관 장소를 궁리하다 퇴직과 때를 맞추어 연구소 겸 집을 지은 것이다. 건축은 건축 박람회에서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고 마음에 들어 더존하우징에 맡겼다. 시멘트 사이딩과 아스팔트 슁글로 벽과 지붕을 마감해 담박해 보이는 이 목조주택은 마을 진입로에서 보면 덩치가 우람해 펜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 올해 5월 주택 완공 후 입주하자 행인이 펜션이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한다. 건축면적이 315.6㎡(95.6평)인데 박공 지붕의 물매를 이용해 만든 3개의 다락방까지 포함하면 전체 바닥 면적은 330.0㎡(100.0평) 정도 돼 공간 활용도를 최대화한 설계자의 의도가 엿보인다.내부에는 방을 꽤 많이 드렸다. 실내가 복잡한 구조가 아님에도 방 이름을 달아놓아야 적응할 정도로 첫 방문객을 헷갈리게 한다."이 곳은 남편이 지난해 영남대 생물학과 교수직을 퇴직하고 자연생태연구소 겸 주택으로 사용할 요량으로 지은 집이에요.수십 년간 모아온 책과 연구자료들을 보관하고 연구생들이 와서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또 그림 그리는 딸아이를 위해 화실까지 마련하다 보니 방이 많아졌네요."아내 김희명(60세) 씨 또한 교수로 성신여대에서 불문학을 가르친다. 직장이 서울에 있기에 서울 집을 아직 정리하지 못하고 서울과 광주 이중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고된 쪽은 가사를 돌보는 아내일 터. 그래도 김희명 씨는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거야 두말할 나위 있나요"라며 힘든 내색이 없다. 주택 겸 연구소 용도의 실용성 살린 공간공간 계획은 건물 정면 중앙부 현관과 거실을 중심으로 좌측은 주거 공간, 우측은 작업 공간으로 구획된다. 이 두 가지 공간의 경계에 놓인 거실은 학생을 비롯해 손님이 자주 방문할 것을 감안해 전면에 분합문을 설치, 한옥의 대청처럼 편리하게 드나들도록 했다. 규모를 크게 내어 많은 사람이 둘러앉도록 하고 식당과 일자로 오픈시켜 개방감이 극대화됐다.최근 들어 주방의 면적을 축소하는 추세인 데 반해 이 주택은 보기 드물게 그 면적이 넓다. 김희명 씨가 가사를 편하게 하도록 널찍한 주방을 특별히 주문했다고. 주방에서 딸의 화실과 통하고 화실에는 마당으로 통하는 외부 문을 설치해 사용의 편의를 더했다. 화실 앞쪽에 드린 방은 손님 방 및 다용도로 사용되는데 단체 숙소로써도 될 정도로 큼직하다. 그 앞, 건물 전면 쪽에 김기태 씨의 연구실이 있다.공적 기능과 사적 기능의 각기 다른 용도의 공간이 한 지붕 아래 배치됐는데 김기태 씨는 실내에서 이동이 편한 데다 대지를 최대한 활용해 건물을 올리고자 했기에 굳이 채를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수학하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30여 개국을 누비며 해양생물을 연구한 바 있는 김기태 씨는 여러 외국어에 능통해 그동안 다양한 언어로 된 생물학 관련 서적을 수집해 왔다고 한다. 내용이 출중한 구하기 힘든 서적임에도 언어에 대한 한계때문에 많은 이에게 일독을 권하지 못함이 늘 안타까웠단다. 평생 연구와 지식 전파에 힘써 온 그답게 연구소 서재는 마을 주민에게도 열어둘 예정이다.거주공간 1층에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건물 전후면 쪽으로 침실을 드리고 2층에는 1층 소회小會를 위한 거실에 비교하면 더욱 오붓한 분위기의 응접실과 방, 두 개의 다락방이 있다. 방 위로 다락방이 하나 더 있는데 한적한 분위기가 돌아 명상이나 다과를 하기에 적당하다. 게다가 창을 통해 내다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 조망이 좋다.복층 형태의 주거 공간은 보다 아늑하게, 단층의 작업 공간은 방마다 외부로 통하는 문을 설치해 개방적이고 사용에 편리하도록 디자인됐다. * 기자가 방문한 7월의 어느 날 마침 서울대 물리학 석 · 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1박 하고 청소하는 중이었다. 김기태 교수는 10년 전 자신이 집필한 책《건강과 바다》를 학생들에게 한 권씩 나눠주며 한 사람 한 사람 상 앞에 불러 놓고 덕담을 베풀었다. 사각 모양의 똑같은 공간에서 출발할지라도 사용자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달라짐은 당연한 얘기지만 김기태 교수와 학생들이 그 단순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했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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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한 집] 각국의 책이 있는 연구소와 생물학박사의 집 - 광주 315.6㎡(95.6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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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한 집] 집이 건강하면 삶이 즐겁다, 85.6㎡(25.9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 인간 생활의 3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데 의생활이나 식생활의 대부분이 주거住居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가운데서도 집을 으뜸으로 친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에게 집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좋은 집에 살면 마음도 즐겁고 꿈도 화려하다"라고 말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봉래산 중턱의 단층 목구조 황토집에서 만난 하수돈(77세)·남공영(74세) 부부 가족에게서 집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흙 냄새 나무 냄새 물씬 나는 황토집이라 그런지 부부는 물론 자녀인 하애란(46세) 씨와 하정필(37세) 씨 모두 얼굴에 화기和氣가 돌았다. 이들 가족은 그토록 바라던 황토집을 한국전통초가연구소(소장 윤원태)의 설계 및 기술 지도를 받아서 직영으로 지었기에 집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모든 생명의 고향인 황토로 지은 집에서 이들 가족의 정겨운 삶을 들여다보자.건축정보·위 치 :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황토집·대지면적 : 364.0㎡(110평)·건축면적 : 85.6㎡(25.9평)·평면구조 : 현대식 一자형 겹집·벽체구조 : 황토 이중 심벽치기(두께 18㎝)·벽체마감 : 황토 맞벽 후 내·외벽 순수 황토 미장·공간구조 : 구들방 1, 방 2, 거실, 주방/부엌, 욕실, 다용도실, 현관, 덱, 누마루·창 호 재 : 외부 - 우드 컬러 새시, 내부 - 목재 세살문·바 닥 재 : 황토 + 운모 + 백모래 혼합 황토·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난방시설 : 전통 구들 및 기름보일러·정 화 조 : 10인용 오수정화조(혐기여상폭기방법)·건 축 비 : 3.3㎡당(평) 400만 원·공사기간 : 2007년 9월 ∼ 2007년 11월·설계 및 기술지도 : 한국전통초가연구소 052-263-3007, www.koreachoga.co.kr부산항과 해운대·광안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봉래산 중턱에 지은 85.6㎡(25.9평) 목구조 황토집이다. 스카이라인을 삼켜버린 아파트 물결과 판에 박은 듯한 빌라 일색인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황토집으로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淡泊하다는 표현이 걸맞다.지난해 11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 건축공사를 마치자마자 입주한 까닭에 정원과 텃밭을 미처 가꾸지 못하였음에도 주변 분위기가 산만하기보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영도의 진산鎭山인 봉래산 중턱에 걸터앉은 터에 황토집을 수수하게 앉혔기 때문일까. 이곳의 지명인 청학靑鶴은 날개가 여덟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한 상상의 새로, 이 새가 울면 천하가 태평하다고 한다. 청학이란 지명은 우리나라에 몇 곳 더 있는데 선사시대 조개무지〔貝塚〕가 발견된 이곳처럼 대체로 사람 살기에 평안하여 주거 역사가 매우 깊다. 이렇듯 좋은 터에다 자연의 상징물인 황토로 살림집을 지었으니 주위가 안온하고 사람이 화기를 띠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을 닮은 건강한 집하수돈 씨 가족은 현 대지 364㎡(110평)에 자리한 낡은 슬래브집을 헐고 목구조 황토집을 개축改築했기에 여느 건축주와 달리 부지 마련에 따르는 번거로움을 피했다. 대개 땅값 비싼 도시에서는 투자 가치를 고려하여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다가구주택을 짓는다. 이들 가족은 단독주택 그것도 도시에서 문화재나 사찰 말고 살림집으로는 보기 드문 목구조 황토집을 고집했다.하정필 씨는 가족 모두 바벨탑을 쌓듯 하늘로 치솟는 아파트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담담한 집을 원했다고 한다."아버지가 종종 보송보송한 흙을 냄새가 좋다며 담아오셨는데, 그 흙을 볼 때마다 뭔가에 끌리듯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 가족이 자연스럽게 황토집을 꿈꿨는지도 모릅니다. 아파트로 이주하는 편이 수월하지만 우리 정서에 맞지 않기에 힘이 좀 들더라도 낡은 집을 헐고 황토집을 짓기로 했습니다."여기에 초등학교 교사인 하애란 씨는 집은 살자고 짓는 것이지, 보자고 짓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생활의 일부분인 집을 건강하게 지어야 그 안에 깃들인 삶도 건강합니다. 성인병이다 문명병이다 하는 것이 건강보다는 편리함만 추구했기에 생겨난 것입니다. 나무와 흙과 돌만으로 지은 우리 집은 투박할지 모르지만 건강하기에 살수록 정이 듭니다." 봉래산 명물, 도시형 황토집대지는 원래 2단으로 나뉜 주머니형으로 등산로에 접한 상단은 비탈진 텃밭이고 앞집과 경계를 이루는 하단은 집터였다. 그렇기에 기존 슬래브집은 습하고 외풍이 심해서 불편한 데다 앞집에 가로막혀 답답했으며 외부에서 집이 빤히 들여다보였다. 하정필 씨는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소장에게 자문을 받아 개축 계획을 세우면서 그러한 단점을 보완했다고 한다."대지의 형태와 조망을 고려하여 기존 집터와 텃밭의 위치를 맞바꿨습니다. 도로를 따라 집을 一자로 앉힌 결과 집 안 가득 햇살이 들이치고 시선을 던지면 바다 건너 산에까지 닿습니다. 또한 진입로에서 현관에 이르는 거리가 짧아지고 집 앞에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넓은 마당이 생겼습니다."이 집은 한국전통초가연구소에서 전통 흙집 짓기 기술을 익힌 3명의 목수가 윤원태 소장의 기술 지도를 받으며 지었다. 현장이 산 중턱 경사지인 데다 골목이 워낙 협소하여 자재 반입이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하 씨는 덤프트럭 20대 분량의 자재를 운반하고 목재를 다듬는 과정에서 민폐民弊를 끼쳤음에도 묵묵히 참아 준 동네 분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등산로 어귀에 평상을 만들어 놓았다. 평상은 지금 주민은 물론 등산객이 오가면서 쉬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살림집은 사람이 중심이어야현대식 一자형 겹집으로 구들방 1개, 방 2개, 거실, 주방/부엌, 욕실,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현관 앞에는 덱을, 거실 앞에는 전통 가옥의 사랑채처럼 누마루를 설치하여 안팎이 서로 소통하도록 했다. 벽체는 두께 18㎝로 황토 이중 심벽치기를 한 후 내·외벽 모두 순수 황토로 마감했다. 바닥은 건강성을 고려하여 하인방 밑으로 황토를 40㎝ 두께로 다진 다음 마사(5㎝), 참숯(8㎝), 마사(5㎝), 황토(10㎝)순으로 깔고 XL파이프를 설치한 후 다시 굵은 마사(3㎝)와 황토(6㎝)를 깔았다.하정필 씨는 하루에만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을 지었다고 한다."도시에서는 흔치 않은 황토집인 데다 못 하나 안 쓰고 나무를 짜 맞춘 뒤 대나무를 엮어서 황토 심벽치기를 하는 광경이 신기해서인지 집 짓는 내내 구경꾼이 몰렸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은 모처럼 제대로 짓는 집을 본다며 좋아했습니다. 우리 집은 이제 4월 벚꽃축제로 유명한 봉래산 명물입니다."집 안에는 주방을 제외하면 가구가 별로 없다. 여기에 대해 하애란 씨는 방마다 원목으로 붙박이장을 짜서 그렇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가구만 들여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림집이 마치 가구 전시장처럼 사람이 아닌 가구가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수돈·남공영 부부는 황토집은 안팎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공기가 쾌적하다며, 그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하고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고 한다.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집이다 보니 그 속에 깃들인 삶도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들 가족의 얼굴이 온화하고 집 안에 화목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아닐까.田글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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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단독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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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한 집] 집이 건강하면 삶이 즐겁다, 85.6㎡(25.9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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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응해 흙과 나무로 지은, 제주 30평 단층 목구조 흙집
- 건축주 지연배·차금연 부부는 무려 1년여의 공을 들여 남제주군 남원읍 태흥리 완만한 오름 능선 위에 30평 단층 목구조 흙집을 손수 앉혔다. 소박미가 물씬한 홑처마며 위의 절반은 박공이고 아래 절반은 네모꼴인 팔작지붕 그리고 옹이가 박힌 굵고 거친 원목 기둥은 뒤의 솔숲과 조화를 이뤄 담박미를 더한다. 은은한 흙 냄새와 편백 향이 가득한 실내는 오량천장을 내어 대청마루의 조형미를 한껏 살렸다. 100퍼센트 흙과 나무만을 사용해 오랜 기간 품을 들여 완성한 이 집은 제주의 아름다운 속살에 아늑히 깃들었다. 제주도의 봄은 화려하다. 샛노란 유채와 화사한 왕벚, 섬들이 잠긴 옥빛 바다와 진녹색의 야자수…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찔한 풍광들이 봄 햇살 아래 넘실댄다. 하지만 이는 제주도가 지닌 아름다움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관광 명소를 조금만 벗어나면 섬 땅 제주의 소박하고 질박한 삶 풍경과 마주한다. 바닷가 낮게 엎드린 가옥과 가지런한 돌담, 마을 어귀에 빼곡한 바람막이 삼나무, 오름과 오름을 잇는 부드러운 능선 그리고 그 위에 봉긋한 무덤들… 혹자는 목가적 서정에 맘이 설렐 터이고, 혹자는 섬의 고단한 역사에 아득히 젖어들 게다. 관광지의 풍요로움을 좇는 이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그러나 한 번 뇌리에 담아두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제주의 진경(眞境)이다. 최근 이곳에 섬의 속 살결과 조화를 이룬 수수하고 담박한 집 한 채가 앉혀졌다. 건축주 지연배·차금연 부부가 무려 1년여의 공을 들여 손수 지은 남제주군 남원읍 태흥리의 30평 단층 목구조 흙집이다. 풍경 속 아늑히 깃든 집 이 집은 해안에서 내륙으로 치닫는 첫 번째 오름 능선에 짙푸른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바다를 굽어보는 정남향에 자리한다. 진입로 초입에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솔숲에 옴팍 안긴 형상이다. 무기교의 소박미가 물씬한 홑처마 팔작지붕과 옹이가 박힌 굵고 거친 원목 기둥 그리고 통나무 단면이 드러난 외벽에서 이 집이 완성되기까지 들인 시간과 품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반듯한 장방형의 입면에는 그 흔한 덱도 놓여 있지 않고, 마당에는 울도 담도 쳐져 있지 않다. 어디에도 뽐내고 으스댄 흔적이 없다. 본디 그 자리인 듯 주변 풍경에 아늑히 스며들었다. 날렵하고 세련된 사기그릇보다는 투박한 질그릇을 연상시키는 집의 모양새에서 건축주 부부의 담백한 심성을 엿볼 수 있다. 지연배·차금연 부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3년 전 정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부인 차금연 씨가 남편보다 6개월 먼저 이곳에 터를 잡았다. 남대문시장에서 일명 ‘또순이’로 불리며 20여 년간 의류 도매업을 건사해 온 그녀는 2002년 봄, 가족과 일밖에 모르고 내달렸던 삶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고 제주행을 택했다. 건설 현장에서 미장일을 하던 남편은 이직의 어려움을 들어 극구 반대했지만, 이미 살 집까지 구해 놓고 마음을 굳힌 아내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속 깊은 막내아들이 제주행에 기꺼이 동참했고, 남편 역시 6개월 후 제주도로 내려왔다. 아내는 제주행 결심을 하면서부터 손수 흙집을 짓겠다고 맘먹었다. 시장통에서 억척같이 살아내면서 혹사시킨 심신을 회복하자면 흙집만큼 좋은 약이 없을 듯싶었다. “평생 흙내를 그리워하며 살았어요. 유년시절 뛰놀던 산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죠. 20대 초반에 첫아이를 낳았던 집이 바로 흙집인데 밤새 젖먹이에게 시달려도 아침이면 몸이 개운하고 가볍더군요. 그래서 세상살이에 심신이 피곤할 때마다 그 흙집을 생각했죠. 나이 들면 꼭 흙집에서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100% 흙과 나무만 고집 부부는 2003년 초봄, 1년여의 발품을 판 끝에 남제주군 남원읍 태흥리에 위치한 임야 362평을 매입하고, 그해 4월 본격적인 집짓기에 들어갔다. 힘들고 더디더라도 100퍼센트 흙과 나무로 이뤄진 집을 짓기로 마음먹고 그간 틈틈이 책을 통해 공부해 둔 전통 방식을 좇아 찬찬히 일을 추진해 갔다. 기초공사는 간편한 콘크리트 줄기초 대신 터를 판 자리에 참숯과 천일염을 깔아 해충과 습기를 차단하고, 그 위에 자갈을 깔아 터를 다진 후 다시 높이 40센티미터로 자연석을 쌓아 기단을 올리는 옛 방식을 고집했다. 당시 소요된 자갈과 자연석만 무려 15톤 트럭 11대 분량에 달했다. 집의 뼈대를 이루는 목구조재는 제주산 편백(扁柏) 원목을 현장에서 일일이 다듬고 손질해 사용했다. 지붕은 서까래 위에 알매(짚을 썰어 넣어 반죽한 흙)를 7센티미터 두께로 두 번 올려 한식 토기와를 얹었다. 벽체는 편백 통나무를 30센티미터 길이로 토막을 낸 후 반죽한 제주 찰흙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부부는 안팎으로 집의 모양새가 갖춰지자 흙이 잘 마를 때까지 기다려 2004년 봄 드디어 새 집으로 이사했다. 공사를 시작한 지 꼬박 1년이 흐른 뒤였다. “그냥 쉽게 갈 일이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핀잔을 수없이 들었죠. 하지만 흙집의 효능을 이미 알고 있는데 벽돌과 시멘트를 사용해 날림으로 짓고 싶지는 않았어요. 전문지식이 없어 구들도 못 놓고 여기저기 엉성한 구석도 많지만 흙과 나무만을 사용했다는 자부심 하나는 자랑할 만하죠. 장마철 비닐을 두르느라 밤잠 설쳤던 일, 흙을 만지느라 손이 퉁퉁 부었던 일, 쉽게 가자는 남편이랑 다퉜던 일… 집 안팎 구석구석에 추억이 서려 있죠. 정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집이에요.” 땅과 하늘의 기운을 가득 담아 나무와 흙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수수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하기는 집의 내부 또한 마찬가지다. 햇살을 충분히 끌어들이기 위해 남향인 집의 전면에 배치한 거실은 황토 모르타르로 내벽을 마감하고 통나무 단면을 그대로 노출시켜 실내에서도 은은한 흙내와 나무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바닥은 편백 원목으로 짠 우물마루를 깔고 오량천장을 내어 한옥 대청마루의 개방감과 청량감을 살려냈다. 거실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부부의 안방과 서재를, 우측에는 화장실과 옷방을 앉혔는데, 특이한 점은 화장실을 제외한 개인 공간의 천장이 모두 개방돼 있다는 것이다. 거실 천장과 각 실의 천장을 통으로 이은 이러한 구조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집 안 어디서든 공유하고픈 차금연 씨의 의도가 빚어낸 결과다. 때문에 거실의 전면창과 각 실의 교창, 솔숲으로 통하는 후면의 문을 모두 개방하면 집 전체가 하나의 대청마루인 듯 청량한 기운이 집 안 곳곳에 충만하다. 별다른 가전의 힘을 빌지 않고 지난여름을 거뜬히 넘길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흙과 나무가 주는 토속적 정감에다 은은한 흙 향과 편백 향까지, 마치 삼림욕장에 온 듯 기분이 상쾌해요. 여름철 창호를 모두 개방해 두면 말 그대로 솔숲 정자 그늘 아래 앉은 듯 기분이 상쾌하죠. 얼마 전에는 집안 어른의 소개로 젊은 내외가 아토피를 앓는 아이를 데리고 한참을 머물다 갔는데 붓기와 가려움증이 거짓말처럼 나아서 돌아가는 걸 보고 내가 정말 좋은 집을 지었구나 싶었죠. 우리 가족만 누리기에는 정말 아까운 집이에요.” 함께 나누고픈 흙집의 효능 차금연 씨의 말마따나 혼자 누리기에 아까운 이 집은 한 달 전부터 새로운 주인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주위 사람들의 ‘집 좀 내놔라’는 성화에 못 이겨 일반인들을 상대로 민박을 경영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이들 부부는 이사할 요량으로 집 옆에다 11평 규모의 작은 흙집을 새로 짓고 있다. 새 집은 시일이 급한 관계로 바닥과 지붕만 흙으로 올리고, 벽체는 벽돌을 쌓아 황토 모르타르로 마감할 계획이다. 흙과 나무로 제대로 지은 집은 남에게 내주고 정작 본인들은 반쪽짜리 흙집에 들어앉는 셈이다. “집을 완성한 후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끊임없이 찾아드는 사람들을 보고 좋은 집이란 결코 혼자 소유하려 해서는 안 되는구나 싶었어요. 왜 본채를 내주냐며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지은 흙집에다 사람들을 들여야죠. 그래야 집 지은 사람으로서 할 말이 있는 거고요. 낯선 이곳에 내려와서 무얼 해먹고 살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소일거리가 생겨 일거양득인 셈이죠.” 팔등신의 날렵한 집은 매운 손끝과 많은 공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마음을 담고 정을 붙인 소박한 집은 자연에 순응하는 도리만 알면 누구나 지어낼 수 있다. 지천에 널려 있는 흙과 나무와 돌에다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진지한 마음과 몸에 배인 성실함이면 족히 가능한 일이다. 이들 부부는 건축미학을 뽐내는 집보다는 사람 사는 훈기가 느껴지는 집을 짓고 싶었을 게다. 이제 그 집을 완성했으니 사람살이의 정겨움을 한껏 누려볼 일이다. 이들 부부에겐 그것이 타인에게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일이다. 田 글 송희정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읍 태흥리 ·부 지 면 적 : 362평 ·대 지 면 적 : 200평 ·연 면 적 : 30평 ·건 축 구 조 : 단층 목구조 흙집 ·내·외벽마감재 : 황토 모르타르 + 통나무 ·지 붕 재 : 개량형 한식 기와 ·천 장 : 오량천장 ·바 닥 재 : 거실- 우물마루, 방-황토 모르타르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식 수 공 급 : 수도 ·시 공 기 간 : 2003년 4월 ∼ 2004년 3월 ·건 축 비 : 평당 430만 원 ■설계·시공 : 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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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응해 흙과 나무로 지은, 제주 30평 단층 목구조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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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의 숨결을 일치시킨 안성 31평 목조주택
- 31평 단층 목조주택(2″×6″)으로, 높지 않을뿐더러 단조로운 지붕이며 외벽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에서 쉬이 만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집이 아닌,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한 집이다. 이렇듯 땅이 지닌 조건 안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기에 따듯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배치를 보면, 북측 진입로 쪽에다 집터를 앉혀서 넓은 마당은 물론 하늘과 맞닿은 들녘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또 건축주의 연령에 맞추어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 사이의 단을 낮췄다. 건축주는 전원으로 이주하고부터 결혼한 이후 자신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즐긴다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오는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전원마을. 나지막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듯한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살기에 좋고, 살아갈수록 편안해지는 집은 무엇일까? 모름지기 자연과 인간을 친화적으로 맺어주는 집일 것이다. 여기 자연의 숨결을 보듬기라도 하듯 하늘과 땅 사이에 나지막하게 엎드린 채 삶을 평안하게 담아내는 집이 있다. 31평 단층 목조주택(2″×6″)으로, 높지 않을뿐더러 지붕이며 외벽이 단조로워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에서 쉬이 만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집이 아닌,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한 집이다. 이렇듯 땅이 지닌 조건 안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기에 따듯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아름다움은 이 집에 담긴 어머니와 자식 간의 정(情)에서 찾을 수 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드높은 존재다. 자식 뒷바라지하랴, 걱정하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하나둘 늘어가는 줄도 모른다. 이 집은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큰아들 내외가 전원에 마련해 드린 안식처다. 박연화(57세) 씨는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 금천구 독산동의 아파트에서 미혼인 작은아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 작은아들이 직장을 구하고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집안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공장 밀집지역이라 그럴 만한 공간조차 없었다. 그럴 즈음 평택의 아파트에서 사는 큰아들 내외가 어머니의 무료함을 달래 드리고자 전원생활을 권유했다. 박연화 씨는 전원에서 텃밭을 일구고 화초를 가꾸면서 지내면 몸을 움직일 일이 많겠다 싶어 선뜻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전원주택 부지를 찾아 나선 지 1년 만인 2004년 봄, 공인중계사사무소를 통해 큰아들 집에서 20분 남짓한 거리의 안성 노곡전원마을을 알게 됐다. 큰아들 집과 가깝고, 교통 여건도 좋고, 이웃할 만한 집도 여러 채 있고… 여러모로 노후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큰아들은 평당 40만 원에 180평 부지를 구입했다. 설계와 시공은 신영건축사사무소에 맡겼는데, 큰아들이 인터넷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다음카페(http://cafe.daum.net/greenhousing)에 올린 최길찬 소장의 가식 없는 글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간을 하나로 모아 배치를 보면, 북측 진입로 쪽에다 집터를 앉혀서 넓은 마당은 물론 하늘과 맞닿은 들녘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렇듯 전면에 개방감을 주면서 조망을 확보했음에도 남의 간섭을 안 받는데, 이는 들녘보다 부지 자체가 높기에 가능했다. 주 출입구를 북쪽에 내고, 도로와 현관 앞 후정(後庭) 역할을 하는 덱 사이에 레드파인 방부목으로 이미지 월을 설치하여 동선을 분리했다. 또한 이미지 월에는 현관문과 일직선으로 두 개의 개구부를 설치하여 답답함을 없앴다. 이 집은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두 개의 침실과 욕실을, 우측에는 거실과 식당 겸 주방 그리고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연면적 31평임을 감안하여 침실은 작게, 거실과 식당은 최대한 넓게 뽑아 전면에 배치했다. 현관은 바닥과 벽을 밝은 색상의 자기질 타일로, 천장은 실크벽지로 마감해 넓고 깔끔하게 꾸몄다. 중문을 열면 고정창과 마주하는데, 그곳으로 마치 하나의 액자처럼 중정(中庭)이 바라보인다. 중문의 경우 대개 미닫이문을 다는데, 작은 공간이라 답답함을 덜고자 외여닫이문을 선택했다. 이 공간의 특징은 북측 도로에서나 남측 중정에서나 이미지 월과 현관 그리고 고정창을 통해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지는 것이다. 안전성과 실용성 강조한 공간 배치 건축주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곳이 거실로, 전면창과 천창을 통해 푸른 하늘과 너른 들녘이 펼쳐진다. 바닥은 강화마루로, 천장은 루바로, 벽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실크벽지로 마감했다. 소파가 놓인 벽면 모서리에는 두 개의 고정창을 내 비스듬하게 북측 도로와 현관 입구를 바라보도록 했다. 물론 밖에서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동틀 녘에서 해거름까지 볕이 드는 거실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면 마음까지 푸근해진다는 박연화 씨.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의 높이 차를 두지 않아서 그런지 마치 햇살 가득한 들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천창에 걸린 보름달은 또 어떻고요. 아파트에 살 때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여기에서는 날마다 펼쳐지고 있어요.” 거실 우측에 딸린 주방 겸 식당의 공간 연출은 독특하다. 거실에서 식당과 디자인이 예쁜 쿡탑은 보이게, 설거지 그릇을 담아 놓는 싱크볼은 안 보이게 처리했다.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거실의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반대로 거실에서 쉴 때도 쿡탑을 볼 수 있다. 벽보다는 터진 공간을 바라보면서 편안하게 요리하도록 한 것이다. 또 젊은 사람도 음식물을 끓이다 깜박 잊곤 하는데, 안전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주방은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비치한 다용도실로 통한다. 거실 우측의 작은 방은 손님용인데, 창문을 의자에 앉은 눈높이로 냈다. 안방 양면에 낸 창도 마찬가지다.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건축주를 위해 앉은 눈높이로 창을 내 전면으로는 마당이, 측면으로는 중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리석 인조타일로 마감한 욕실은 작은 수납장을 심플하게 설치했다. 또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욕조와 칸막이 사이를 충분히 띄웠다. 건축주의 연령에 맞추어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 사이의 단을 낮췄다. 덱에도 핸드레일을 없앤 대신 키 작은 의자를 길게 늘어뜨려 걸터앉도록 했다. 정오가 되면 덱 한가운데로 소나무 그림자가 떨어진다. 이곳에 목재 테이블과 흔들의자를 놓을 계획이다. 보통 주차장은 주택의 외부에 배치하곤 한다. 그런데 이 집은 주차장이 마당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차장의 한쪽 면은 막힌 듯하면서 뚫려 있다. 이 때문에 집 안에서 바라볼 때, 주차장은 이웃한 집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는 담 아닌 담 역할을 겸한다. 건축주 박연화 씨는 전원으로 이주하고부터 결혼한 이후 자신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즐긴다고. “시골로 간다니까, 친구들은 외로움을 탈 거라며 걱정했어요. 그런데 지금껏 한번도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정원을 가꾸고, 책 읽고, 뜨개질하고… 외로움을 탈 짬이 없는 걸요. 이제는 더 바빠질 것 같아요. 텃밭 가꾸랴, 꽃 심으랴, 이웃 할머니와 나물 캐러가랴. 살맛 난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어요.” 전원생활을 하면서 아파트에 살 때보다 아들들이 더 잘 모인다고 한다. 손주들이 맨발로 마구 뛰어다녀 덱에 칠이 벗겨졌을 정도라고. 단층집이라 가족이 서로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 더 정겹고, 손주 녀석들은 가기 싫다며 때까지 쓴단다. 이 집을 통해 작은 평형은 단층이 내부 면적을 더 넓게 사용하고, 땅을 밟기 쉬워 편리함이 돋보인다는 것을 엿보았다. 최길찬 소장은 이 집을 짓고 나서 건축쟁이로서의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혼자 사시는 어머님을 위하여 아들 내외가 준비한 이 집은 멋보다는 편안하고 아늑하며 깔끔한 건축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건축주로부터 ‘어디를 가나 항상 비판으로 일관된 친구도 이 집을 보고 칭찬만 하더라’면서 ‘너무 만족스럽다’는 말을 듣고는 건축쟁이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田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송희정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대 지 면 적 : 180.59평(597.00㎡) ·연 면 적 : 30.57평(101.07㎡, 16.93%) ·건 축 면 적 : 31.55평(104.31㎡, 17.47%) ·건 축 형 태 : 2″×6″ 단층 목조주택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시더사이딩 ·지 붕 재 : 컬러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식 수 공 급 : 지하수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시 공 기 간 : 2004년 7월∼10월. ·건 축 비 : 총 1억 3500만 원(주차장, 조경공사비 포함) ■설계 : 신영건축사사무소(02-592-0494) ■시공 : 신영건설(02-59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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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의 숨결을 일치시킨 안성 31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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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비우고 감사와 여유를 채우다 평창 '비움펜션'
- 조선 말기 화가 북산 김수철의 <송계한담도>를 보면 개울가 소나무 아래로 한가로이 앉아 담소하는 다섯 선비가 있다. 그림 속 선비들의 모습은 소나무와 바위와 냇물과 마찬가지로 풍경 일부가 되어 있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유포리 금당계곡 물이 흐르는 강가 건너편에서 비움펜션을 바라보니 <송계한담도>와 닮아 있다. 그곳에는 금당산을 마주하며 선비 대신 자연을 벗 삼은 네 채의 건물이 놓여 있다. 글 최영희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취재협조 비움펜션 010-9933-3874 www.biuum.com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지역에 비해 봄이 한 달 늦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던 3월의 어느 날 찾은 펜션 마당에는 몇 주 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4월호에 실릴 사진이라 당황하기는 펜션지기나 본지 기자나 마찬가지였다. 고즈넉한 풍경에 매료돼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오롯이 감상하다 보니 걱정도 잠시뿐, 펜션의 이름처럼 근심과 걱정을 모두 비워내고 펜션지기의 이야기를 한 아름 채워갈 요량이 생겼다. 펜션지기 이동호(57세) 씨의 선한 인상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펜션과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풍요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끝없이 채우려는 욕망 대신 비움을 통해 새로움과 여유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송계한담松溪閑談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연구원으로 25년간 일한 펜션지기 이동호 씨는 50대에 접어들며 은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소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이 50이 되면서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고 차근차근 준비했죠.” 우선 서각 작가로 활동 중인 아내 이찬옥(54세) 씨의 작업 공간 마련과 펜션지기의 취미 활동을 고려해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도심보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결심했다.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지금의 펜션부지에 자리한 별장이 마음에 들어 당장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 아내와 둘이 내려왔다. 별장으로 사용되던 곳은 펜션지기 부부가 거주하기로 하고 건물 3채를 더 앉혀 펜션을 운영하기로 했다. “주말 손님 위주로 아내와 둘이 여유롭게 운영하려고 시작했어요. 비수기 때는 아내와 오붓이 여행도 다니고 하려고요.” 이동호 씨는 펜션을 계획하며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바빴던 천편일률적인 관광보다 아무도 없는 빈 길을 걸으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하찮게 여기던 자연을 품에 안으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이유에서 펜션 이름도 ‘비움’이라 짓게 됐죠.” 객실의 이름 또한 특별하다. <송계한담도>에서 한 글자씩 가져왔다. 소나무 송松자를 딴 송실, 시내 계溪자를 딴 계실, 한가할 한閑자를 딴 한실, 이야기 담談자를 딴 담실까지 총 4개로 이뤄졌다. 소박한 마음, 담박한 집 “전원생활을 결심하면서 건축박람회에 수시로 참여했어요. 무엇보다 집을 예쁘게 짓고 싶어서 외국의 건축 디자인 자료들을 많이 조사했죠.” 부지를 선정하자 바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외국의 시공 사례들을 살피다 보니 개성 있는 집들이 많아 여러 모델 중 하나 고르기가 어려웠다. 시공사가 제시한 3개의 모델을 모두 지어 보고 싶은 마음에 각기 다른 디자인의 3개의 동을 앉히게 됐다고. “평창이 추운 지역이라 단열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공기工期를 줄이고 친환경성을 고려해 투 바이 식스(2″×6″) 경량 목구조를 택했죠.” 컬러는 동별로 다르게 하고 목재 사이딩과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해 내츄럴함과 모던함을 강조했다. 실내는 깨끗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꼭 필요한 가구 외에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펜션지기가 취미로 그린 그림과 아내의 서각 작품을 배치했다. 청결함을 돋보이려고 화이트 색상의 호텔식 침구를 마련했다. 주위가 조용하고 한적하다 보니 커플이나 젊은 연령층보다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단다. “칠순잔치 같은 가족 행사 때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가족 단위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요즘 유행하는 스파는 들이지 않았어요.” 별도로 지은 바비큐장은 20여 명의 인원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펜션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 방송사에서 장소 섭외 요청도 들어왔다. 청춘남녀의 만남을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외부의 노출이 적고 조용한 이곳이 제격이었단다. ‘비움펜션’만의 특별함을 물었다. “우리는 특별한 건 없어요. 손님이 다치거나 불상사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화재와 상해보험에 가입한 것. 그리고 먼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오셔서 잘 쉬시다 가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주차장까지 배웅 나가서 배꼽 인사 드리는 게 전부에요.” 50세 중후반을 바라보는 이들 부부의 소박하고 담박한 마음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사실 전원 생활과 취미 생활을 즐기며 경제적인 면으로 도움을 받으려 펜션을 시작했지만, 초창기라 펜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특히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아내에게 많이 미안해요.” 한 달 늦게 찾아와 두 배로 반겨질 봄이 오면, 그때는 초심으로 돌아가 여유를 갖고 전원 생활을 만끽하겠다는 펜션지기의 소망이 하루 빨리 꽃 피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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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비우고 감사와 여유를 채우다 평창 '비움펜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