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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활의 3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데 의생활이나 식생활의 대부분이 주거住居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가운데서도 집을 으뜸으로 친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에게 집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좋은 집에 살면 마음도 즐겁고 꿈도 화려하다"라고 말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봉래산 중턱의 단층 목구조 황토집에서 만난 하수돈(77세)·남공영(74세) 부부 가족에게서 집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흙 냄새 나무 냄새 물씬 나는 황토집이라 그런지 부부는 물론 자녀인 하애란(46세) 씨와 하정필(37세) 씨 모두 얼굴에 화기和氣가 돌았다. 이들 가족은 그토록 바라던 황토집을 한국전통초가연구소(소장 윤원태)의 설계 및 기술 지도를 받아서 직영으로 지었기에 집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모든 생명의 고향인 황토로 지은 집에서 이들 가족의 정겨운 삶을 들여다보자.


건축정보
·위 치 :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황토집
·대지면적 : 364.0㎡(110평)
·건축면적 : 85.6㎡(25.9평)
·평면구조 : 현대식 一자형 겹집
·벽체구조 : 황토 이중 심벽치기(두께 18㎝)
·벽체마감 : 황토 맞벽 후 내·외벽 순수 황토 미장
·공간구조 : 구들방 1, 방 2, 거실, 주방/부엌, 욕실, 다용도실, 현관, 덱, 누마루
·창 호 재 : 외부 - 우드 컬러 새시, 내부 - 목재 세살문
·바 닥 재 : 황토 + 운모 + 백모래 혼합 황토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난방시설 : 전통 구들 및 기름보일러
·정 화 조 : 10인용 오수정화조(혐기여상폭기방법)
·건 축 비 : 3.3㎡당(평) 400만 원
·공사기간 : 2007년 9월 ∼ 2007년 11월
·설계 및 기술지도 : 한국전통초가연구소 052-263-3007,
www.koreachoga.co.kr


부산항과 해운대·광안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봉래산 중턱에 지은 85.6㎡(25.9평) 목구조 황토집이다. 스카이라인을 삼켜버린 아파트 물결과 판에 박은 듯한 빌라 일색인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황토집으로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淡泊하다는 표현이 걸맞다.

지난해 11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 건축공사를 마치자마자 입주한 까닭에 정원과 텃밭을 미처 가꾸지 못하였음에도 주변 분위기가 산만하기보다 조용하고 편안하다. 영도의 진산鎭山인 봉래산 중턱에 걸터앉은 터에 황토집을 수수하게 앉혔기 때문일까. 이곳의 지명인 청학靑鶴은 날개가 여덟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한 상상의 새로, 이 새가 울면 천하가 태평하다고 한다. 청학이란 지명은 우리나라에 몇 곳 더 있는데 선사시대 조개무지〔貝塚〕가 발견된 이곳처럼 대체로 사람 살기에 평안하여 주거 역사가 매우 깊다. 이렇듯 좋은 터에다 자연의 상징물인 황토로 살림집을 지었으니 주위가 안온하고 사람이 화기를 띠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을 닮은 건강한 집

하수돈 씨 가족은 현 대지 364㎡(110평)에 자리한 낡은 슬래브집을 헐고 목구조 황토집을 개축改築했기에 여느 건축주와 달리 부지 마련에 따르는 번거로움을 피했다. 대개 땅값 비싼 도시에서는 투자 가치를 고려하여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다가구주택을 짓는다. 이들 가족은 단독주택 그것도 도시에서 문화재나 사찰 말고 살림집으로는 보기 드문 목구조 황토집을 고집했다.

하정필 씨는 가족 모두 바벨탑을 쌓듯 하늘로 치솟는 아파트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담담한 집을 원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종종 보송보송한 흙을 냄새가 좋다며 담아오셨는데, 그 흙을 볼 때마다 뭔가에 끌리듯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 가족이 자연스럽게 황토집을 꿈꿨는지도 모릅니다. 아파트로 이주하는 편이 수월하지만 우리 정서에 맞지 않기에 힘이 좀 들더라도 낡은 집을 헐고 황토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초등학교 교사인 하애란 씨는 집은 살자고 짓는 것이지, 보자고 짓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생활의 일부분인 집을 건강하게 지어야 그 안에 깃들인 삶도 건강합니다. 성인병이다 문명병이다 하는 것이 건강보다는 편리함만 추구했기에 생겨난 것입니다. 나무와 흙과 돌만으로 지은 우리 집은 투박할지 모르지만 건강하기에 살수록 정이 듭니다."

봉래산 명물, 도시형 황토집

대지는 원래 2단으로 나뉜 주머니형으로 등산로에 접한 상단은 비탈진 텃밭이고 앞집과 경계를 이루는 하단은 집터였다. 그렇기에 기존 슬래브집은 습하고 외풍이 심해서 불편한 데다 앞집에 가로막혀 답답했으며 외부에서 집이 빤히 들여다보였다. 하정필 씨는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소장에게 자문을 받아 개축 계획을 세우면서 그러한 단점을 보완했다고 한다.

"대지의 형태와 조망을 고려하여 기존 집터와 텃밭의 위치를 맞바꿨습니다. 도로를 따라 집을 一자로 앉힌 결과 집 안 가득 햇살이 들이치고 시선을 던지면 바다 건너 산에까지 닿습니다. 또한 진입로에서 현관에 이르는 거리가 짧아지고 집 앞에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넓은 마당이 생겼습니다."

이 집은 한국전통초가연구소에서 전통 흙집 짓기 기술을 익힌 3명의 목수가 윤원태 소장의 기술 지도를 받으며 지었다. 현장이 산 중턱 경사지인 데다 골목이 워낙 협소하여 자재 반입이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하 씨는 덤프트럭 20대 분량의 자재를 운반하고 목재를 다듬는 과정에서 민폐民弊를 끼쳤음에도 묵묵히 참아 준 동네 분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등산로 어귀에 평상을 만들어 놓았다. 평상은 지금 주민은 물론 등산객이 오가면서 쉬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살림집은 사람이 중심이어야

현대식 一자형 겹집으로 구들방 1개, 방 2개, 거실, 주방/부엌, 욕실,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현관 앞에는 덱을, 거실 앞에는 전통 가옥의 사랑채처럼 누마루를 설치하여 안팎이 서로 소통하도록 했다. 벽체는 두께 18㎝로 황토 이중 심벽치기를 한 후 내·외벽 모두 순수 황토로 마감했다. 바닥은 건강성을 고려하여 하인방 밑으로 황토를 40㎝ 두께로 다진 다음 마사(5㎝), 참숯(8㎝), 마사(5㎝), 황토(10㎝)순으로 깔고 XL파이프를 설치한 후 다시 굵은 마사(3㎝)와 황토(6㎝)를 깔았다.
하정필 씨는 하루에만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을 지었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흔치 않은 황토집인 데다 못 하나 안 쓰고 나무를 짜 맞춘 뒤 대나무를 엮어서 황토 심벽치기를 하는 광경이 신기해서인지 집 짓는 내내 구경꾼이 몰렸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은 모처럼 제대로 짓는 집을 본다며 좋아했습니다. 우리 집은 이제 4월 벚꽃축제로 유명한 봉래산 명물입니다."

집 안에는 주방을 제외하면 가구가 별로 없다. 여기에 대해 하애란 씨는 방마다 원목으로 붙박이장을 짜서 그렇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가구만 들여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림집이 마치 가구 전시장처럼 사람이 아닌 가구가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수돈·남공영 부부는 황토집은 안팎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공기가 쾌적하다며, 그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하고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고 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집이다 보니 그 속에 깃들인 삶도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들 가족의 얼굴이 온화하고 집 안에 화목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아닐까.田


글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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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한 집] 집이 건강하면 삶이 즐겁다, 85.6㎡(25.9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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