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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전원주택】 새소리와 햇살로 아침을 여는 소형 저에너지 주택
- 충북 제천시 백운면 천등산 해밀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소형주택. 충주-제천 38번 국도 다릿재 터널 인근에 천등산을 등지고 메론산과 냉산이 바라보이는 아늑한 둥지 같은 대지에 자리 잡고 있다. 건축주가 어렸을 때 크레파스로 그린 집을 떠올리며 소박하게 지은 17평 주택이다. 제천 주택은 7L 저에너지 주택이다. 건축주는 이사를 온 겨울부터 32만 원 정도의 기름으로 7개월간 생활하고 있다. 동사면이라 겨울철 아침 7시에 따사로운 햇살이 집 안 가득 들어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22도, 햇빛이 들면 26도까지 올라간다. 건축주는 겨울에 따듯한 집이 여름에 시원하다는 말이 있듯이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을 쾌적하고 보송보송하게 났다고 한다.글 최은지 기자 | 사진 윤홍로 기자취재협조 ㈜풍산우드홈 HOUSE NOTEDATA위치 충북 제천시 백운면건축구조 경량 목조주택대지면적 755.00㎡(228.78평)건축면적 56.75㎡(17.19평)건폐율 7.52%연면적 56.24㎡(17.04평) 1층 56.24㎡(17.04평) 다락 19.84㎡(6.01평)용적률 7.45%설계기간 2016년 10월공사기간 2016년 11월 ~ 2017년 2월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아스팔트 슁글 외벽 - 파렉스 DPR 내벽 - 합지벽지내부마감 바닥 - 강화마루 거실 - 합지벽지 침실 - 합지벽지 주방 - 타일 욕실 - 타일창호 토네이도 유럽식 시스템창호현관 캡스톤난방기구 경동 콘덴싱보일러설계 및 시공 (주)풍산우드홈 02-3414-8868 www.woodhomes.co.kr 건축주의 소박한 꿈을 담은 집건축주는 눈에 띄는 화려한 집이 아닌, 예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박한 집을 원했다.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박공지붕에 스타코플렉스로 외벽을 마감한 제천 주택이 바로 그러하다. 건축주가 어릴 적 크레파스로 그린 집, 그리고 평소 눈여겨봤던 집과 입면이나 재료, 색채를 빼닮았다고 한다. 마당엔 틈나는 대로 가꿀 수 있는 아담한 텃밭도 있다. 건축주가 바라던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춘 집이다. “예전부터 작은 패시브하우스를 짓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책도 구입해 공부하면서 설계·시공 업체를 만나 상담도 했죠. 계약 단계까지 간 업체도 있었는데 설계 과정에서 금액이 자꾸만 올라가는 거예요. 이상하다 싶어 다른 업체를 알아보던 중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풍산우드홈 김창근 대표를 알게 됐어요. 김 대표는 상담할 때 저의 예산에 맞춰 집을 지으면 패시브하우스는 불가능하고, 저에너지 주택으로 지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생각해 보니 이 말이 맞더라고요.” 주택 현관 모습. 현관 앞엔 데크를 뒀다. 텃밭을 가꾼 후 흙 묻은 도구들이나 신발을 집 안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돼 집 안을 더럽히지 않는다. 거실 앞 데크 마당 쪽으로 큰 창을 내 거실에 앉아 경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한 열고 닫을 수 있는 시스템 창호를 설치해 마당으로 바로 나갈 수 있다. 김창근 대표는 건축주에게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잘 설명해 이해시키고 벽체, 지붕 등과 같은 부분에 대해선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 줬다. 건축주는 “전문가적인 관점으로 제안하고 설득해 준 김창근 대표가 믿음직스럽고 고마웠다”면서, “장삿속이 아니라 기준이 반듯해 건축주 사이에서 ‘선비 노가다’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건축주는 주방 상부장을 모두 오픈시켜 물건을 쉽게 찾아 쓸 수 있게 했다. 거실에서 안방 상부를 보면 다락의 오픈창이 보인다. 이 창을 통해 집 안의 모든 공간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 작은 집건축주는 서재, 재봉실 등과 같은 전용공간이 있는 큰 평수의 집이 아닌, 겸용공간으로 구성된 작은 집을 원했다. 음악을 틀면 온 공간에 다 들리고, 커피 한잔을 끓여도 향이 가득 차 단절의 느낌이 없는 내부가 실용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좌식생활에 익숙한 건축주는 안방에 옷장만 두는 등, 소형주택에 맞게 필요한 가구만 배치했다. 제천 주택은 거실, 주방, 방, 다락 4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 공간들이 각각 나뉘어 있기보단, 어느 공간에 있어도 다른 공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거실을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개방된 구조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거실 천장은 목제 루버로 마감했다. 또한 거실의 천장고는 다락의 천장 높이에 맞춰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엔 문턱을 따로 두지 않았으며, 거실과 마당 사이엔 큰 창을 둬 공간을 연결했다. 다락은 건축주의 요구로 계획됐다. 어릴 적 집에 있던 허름한 다락의 향수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재로 마감해 친환경 주택의 느낌을 줬다. 또한 오픈창 반대 편에 환기를 위한 작은 창을 뒀다. 건축주는 “요즘 텃밭에서 채취한 채소를 보면 벌레 먹어 모양은 예쁘지 않지만, 자연의 맛을 느껴 훨씬 맛있다”며 “꿈꿨던 생활을 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엔 새가 우체통에 둥지를 틀어 새끼를 낳았고, 새끼들이 점점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잊을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제천 주택의 겉모습은 수수하고 아담하지만, 속이 꽉 차 있다. 옛사람이 박옥혼금璞玉渾金이라 일컫던 말이 결코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은 주인을 닮는다는 말처럼 이제 한창 전원생활의 재미에 심취한 건축주에게서도 단아한 기품이 배어 나온다. 제천 주택으로 들어가는 입구. 목재로 된 계단을 내려가면 대문이 있고, 대문을 열고 디딤돌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현관이 나온다.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박공지붕에 스타코플렉스로 외벽을 마감한 제천 주택은 건축주가 어릴 적 크레파스로 그린 집과 유사하다. 건축주가 눈여겨봤던 집과 입면, 재료, 색채를 반영해 지었기 때문이다. 주택의 정면 우측면 주택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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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전원주택】 새소리와 햇살로 아침을 여는 소형 저에너지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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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시인의 시로 짓는 집] 크레타 섬에서
- 크레타 섬에서 김창범 집을 짓는다면 크레파스로 그리듯 짓고 싶다. 크레타 섬에서 만났던 바람을 따라 하얀 회벽에 파랗게 노랗게 색을 칠하고 창문마다 지중해 푸른 물을 담고 싶다. 층층이 매달린 빨간 꽃들이 멀리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집, 세찬 바람 속에 추녀를 낮추고 사라져가는 수평선을 지키는 집, 온종일 신들의 회랑을 거닐다가 밤이 되면 그리움의 등불을 켜드는 작고 소박한 집을 지으리라.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 길목에서 크레타 언덕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기다리며 말라버린 꽃다발은 그대로 놓아두리라. 늦은 오후, 그리스식 테라스에 앉아 석양처럼 가물대는 세월을 집어 올리며 남쪽 바닷가에 하얀 집을 세우리라. 노란 햇빛으로 벽을 바르고 파란 그리움으로 지붕을 얹으리라. 시작 노트 _ 집은 추억을 만들고 추억은 기쁨을 짓는다. 30년도 넘었지만 그리스의 크레타 섬은 아직 생생하다. 런던에 체류할 때, 혼자서 그리스를 여행하며 찾아간 곳이다. 아테네에서 배를 타고 연안을 일주한 코스 가운데 지중해에 떠있는 아름다운 섬들과 중세 마을들을 잊을 수 없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크레타 섬의 한 마을은 천국처럼 보였다. 배에서 내려 마을 골목을 찾아다닌 일과 지중해의 눈부신 물빛을 반사한 하얀 집들의 자태가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필자의 마음에 지어진 크레타의 집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 집은 내 마음에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은 나만의 기쁨을 지어간다. 추억의 집을 짓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가 깃든 아름다운 마음의 집을 지어가기 바란다. 그곳은 늘 우리를 기다린다. 언제나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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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시인의 시로 짓는 집] 크레타 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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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은 모으고, 상상력은 펼치고 '빈티지 문구 수납함'
- 아이의 미술 활동 시간만 되면 어지럽혀지는 책상 위를 정리하고자 마련한 수납함. 시각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함을 주기 위해 그린애플 컬러로 도색하고 커터칼을 이용해 빈티지 효과를 냈다. 스펀지로 깊이를 조절하고 위쪽에는 손잡이를 달아 편리성을 더했다. 수납함으로 넓어진 책상 공간만큼 스케치북 위 아이의 상상력이 넓게 펼쳐진다. 정리 최영희 기자 자료제공 임혜정 ywyw9753.blog.me "재료를 탐색하고 조작하면서 주변 세계에 대한 이해와 숙달감을 발달시켜 나갈 수 있는 예술적 표현을 통한 의사소통이다”라는 전문가의 말처럼 유아기 미술 활동은 아이의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집 안에서도 아이가 미술 활동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좁은 책상임에도 크레파스, 색연필 등 한자리에 올려두고 사용하려는 심리가 있다. 펼쳤을 때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미술용품을 한곳에 모아두도록 보관함을 만들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3칸으로 구성된 필통 2개를 연결해 6칸 문구류 수납함으로 재탄생시켰다. 스펀지를 이용해 깊이를 조절해 크레파스나 색연필이 아닌 풀이나 가위, 연필 등을 보관하고, 수납함을 세로로 세우면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준 비 물 반제 연필통 2개, 커터칼, 스펀지, 목공용 본드, 순간접착제, 오일 스테인, 마더스빈티지 물감(그린애플 색상), 바니시, 손잡이 - 빈티지 문구 수납함 만들기 - 1. 3칸으로 이뤄진 반제 수납함 2개를 준비한다. 2. 뒷면에 목공용 본드와 순간접착제를 올린다. 3. 뒷면끼리 서로 맞닿게 붙인다. 4. 하도색으로 블랙 페인트를 1회 바른다. 5. 상도색이 잘 벗겨지도록 오일 스테인을 가볍게 바른다. 6. 상도색으로 마더스빈티지 물감(그린애플 색상)을 총 3회 바른다. 7. 손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건조한다. 8. 건조된 수납함에 커터칼로 스크래치를 낸다. 9. 고광택 바니쉬를 1회 바른다. 10. 위쪽에 손잡이를 단다. 11 12. 크레파스를 넣을 칸 3개에 스펀지를 넣어 높이를 맞춘다(수납함의 1/2지점). 13 14.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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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은 모으고, 상상력은 펼치고 '빈티지 문구 수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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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무인카페 5월의 꽃
- 우리나라 3대 녹차밭 중 하나인 오설록다원과 오설록녹차박물관의 초록으로 눈을 개운하게 씻고 나서 차를 몰고 북쪽 분재예술원 방향으로 10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동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5월의 꽃'카페를 만난다. 화이트를 주조로 한 파스텔 톤의 푸근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벽과 지붕을 가진 건물이 이채로워 한 번쯤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한다. 음악인 이병형 씨가 2년간 손수 꾸민 무인카페로 아늑하고 편안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에서는 만든 이의 혼이 담겨 있어서인지 '물질에 대한 무욕無慾과 행복'에 대한 자기반성도 하게 된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5월의 꽃 064-772-5995 아니나 다를까 평일 한낮임에도 카페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읽히는데 화기애애함과 부산스러움이다. 손님은 있고 주인은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업원마저 없다. 손님이 직접 싱크대에서 커피를 준비해 자리에 가서 마시고 자리를 뜨기 전에는 자신이 사용한 찻잔을 설거지한 후 다음 사용할 사람을 위해 잘 전시해 놓는다. 실내 분위기가 왜 부산스럽나 했더니 바로 손님이 직접 서빙하고 뒤처리를 하기에 자연스레 움직임이 많은 것이다. 무인無人카페. 관리자나 종업원이 없는 이곳에서는 커피와 음악, 사람과 더불어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으로 돈은 알아서 내고 가면 된다. "이 백합을 보세요. 최근에 어떤 분이 이곳에 왔다가 돈 대신 두고 간 꽃이에요. 이렇게 화병에 꽂아 장식을 했더니 우리집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벌써 한참 지났는데도 잘 시들지도 않아요." 때론 돈 대신 고마움의 표시로 다른 물건을 남겨놓고 가는 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돈을 낸다. 기자가 방문한 동안에도 나가는 문 앞에서 일행과 얼마를 넣을까 의논하는 듯하더니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요금함에 넣었다. 이곳은 무인카페라는 콘셉트와 특이한 건물 때문에 호기심을 느낀 첫 방문객도 많지만 단골이 많다. "5월의 카페가 없어지면 우리만 손해지요. 그래서 돈을 안 내도 되지만 문 닫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카페 유지비에 보태도록 꼭 돈을 내고 가요. 이곳에 오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편안해져요. 저녁에는 사장님의 색소폰 연주도 감상할 수 있어 좋아요." 정직한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을 바라며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 you in style someday~'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이병형(58) 씨가 바리톤 색소폰 연주를 시작하면 카페 안은 부산스러움이 그치고 음악에 빠져든다. 보통 매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라이브 연주를 하는데 1975년부터'황소걸음', '머물래'등 3장의 음반을 낸 경력이 있는 음악인 이 씨는 색소폰 연 주는 물론 노래, 피아노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 씨를 잘 아는 지인이 그를 두고'70전 80기의 인생(7전 8기가 아닌)'이라 했을 만큼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강원도 태생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이 소속한 학교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몰래 훔쳐 인천으로 가출했다 한다.' 음악으로 성공하려거든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음악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인천의 클럽에서 '한동안 뜸했었지(1978년)'라는 노래로 인기를 얻은 그룹 '사랑과 평화'의 초창기 멤버들을 만나 활동을 같이했고 미8군 악단 활동을 5년간 하면서 음악에 대한 깊이를 더해 갔다. 20여 년간 음악인 외길인생을 살던 그는 1988년경 새로운 삶을 위해 목수일과 페인팅을 배워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는 늘 음악을 가슴에 품고 다녔고 야간에는 클럽 무대에 섰다. 그러던 중 그는 세속화돼 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 불현듯 자연으로 둘러싸인 섬 제주도로 이주하게 됐다. 그는 이곳에 와서 라이브 카페를 차렸으나 한 번 실패를 보고 두 번째 문을 연 곳이 바로 무인카페'5월의 꽃'이다. 꿈을 안고 서울서 내려와 아들을 데리고 손수 2년을 꾸며 5월 5일 오픈을 했습니다. 법이 없다 해도 서로를 믿으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바라는 사람으로 주인이 없더라도 좋은 매너로 이 공간을 이용하여 주실 것을 바라며. * 가격이 없으니 본인의 자유의지대로 카운터 앞 요금함에 넣고 가실 수 있습니다. - 5월의 꽃 주인 폐자재 90%가 들어간 핸드메이드 카페 이병형 씨는 우연히 길가에 다 쓰러져 가는 시멘트 집을 발견하고 건물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49.6㎡(15평)의 주택과 13.2㎡(4평)짜리 우사를 연결하고 기존 집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내외 벽과 지붕 위에 합판을 덧대고 그 위에 페인팅과 나무쪼가리로 장식을 입혀서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외벽은 테라코트, 내벽은 핸디코트로 마감하고 실내 탁자와 의자며 세세한 장식까지 모두 이 씨의 손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이 카페는 리모델링 하는 데 들인 재료의 90%가 폐자재를 재활용 했기에 리사이클(Recycle) 마크를 달아도 손색이 없다. 새것은 오로지 페인팅 재료뿐이었다. 이 씨는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목재와 합판 등을 가져다 썼고 해안가 바닷물에 떠밀려온 둥글둥글한 나무 쪼가리를 주워 모아서 기둥과 보에 붙여 장식을 더했다. 면을 마감한 합판 위에는 흰색 위주로 페인팅 했는데 허름한 목가구도 흰색으로 페인팅하고 나면 새 가구 느낌이 난다는 점을 이용했다. 화장실 바닥장식도 버려진 유리타일을 산산조각 내 붙이고 그 아래 조명기구를 설치해 근사한 인테리어가 완성됐고 쓰다 말고 버려진 크레파스 역시 벽면에 붙여 색다른 장식 효과를 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의 이병형 씨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솜씨가 카페 곳곳에 기록돼 있다. 홀로 작업하다 보니 무려 2년이 걸려 2003년 시작한 공사가 2005년 완성을 보고 그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한 5월 5일 카페 문을 열었다. '가난한 여행'을 즐기는 그는 앞으로 꿈이 있다면 무인카페 옆에다 '무인 룸'을 만드는 것이다. 길가다 지친 나그네가 맘 편히 잠잘 수 있는 숙소. 당연히 이곳 역시 잠자는 객은 있어도 주인은 없다. 숙박료도 기분 내키는 대로. 그리고 더 일찍 이뤄질 꿈은, 그가 2007년 가을부터 준비해 온 4번째 음반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것. 묵은 김치와 같은 소리, 애환을 달래는 노랫말이 담긴 그의 따듯한 음악은 마치 무인카페'5월의 꽃'을 닮았을 성싶다. 사람을 차별 없이 품어 주고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5월의 꽃처럼.田 5월의 꽃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2989-1 TEL. 064-772-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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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누가 우리 아이들 좀 말려줘요
- 찬밥에 물 말아서 된장에 찍어먹기 좋은 풋고추에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하고, 밭둑에 호박꽃들이 환하게 피고 있는 요즘 시골 마을에서는 논일보다 밭일, 들일이 많은 때이다. 한낮의 땡볕을 피해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의 들녘에는 허리 굽은 농부들이 콩을 심고 도시에 사는 손주들에게 보낼 고구마를 심는다. 시골에 살면 당연히 이렇게 땅과 가까이 지내며 아기자기하게 농작물들을 심고 가꿔야 하지만, 올해는 고추와 토마토밖에 심지 못했다. 어쩌다보니 텃밭을 가꾸는 일보다 글밭을 갈 일이 많아져 시기를 다 놓쳐 버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제 시골살이의 적지 않은 이력으로 텃밭 인심이 후한 이웃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속 보이는 속셈도 있었기 때문에 부지런을 떨지 않기도 한 것이지만. 막대기 돌리며 뛰어다니기 바쁜 딸 부지런한 농부들도 한숨 쉬어가는 한낮에도 나는 며칠째 아이들에게 등 돌리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야 할 정도로 밀린 일들이 많았다. 잠깐 쉬려고 방바닥에 벌러덩 누웠는데, 문득 벽에 붙어 있는 우리 아이들의 어설픈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벽에 걸어 놓을 만큼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화첩을 쭉 찢어서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을 아이들이 테이프로 엉성하게 붙여 놓은 것이었다. 아이들이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더라면 그 그림들이 내 시선을 잡지 못했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 흔한 유치원 미술대회에서도 입상 한번 못한 실력에 평소에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들이라 그림들이 더 신기해 보였다. “엄마, 엄마, 나와 보세요. 정선이가 사고쳤대요. 사고쳤대요” 아들아이의 고자질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딸아이는 막대기를 들고 서있고, 그 옆에는 항아리 뚜껑이 산산조각나 있었다. 다섯 살짜리 딸아이는 별로 잘못했다는 기색도 없이 서있었다. 상황을 보니 막대기를 가지고 마당의 항아리에 올라가 놀던 딸아이가 막대기를 잘못 놀려 뚜껑이 깨진 거였다. 젖먹이였을 때는 밤에 잠도 잘 자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순하기만 했던 딸아이였는데, 이렇게 말괄량이로 변해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접시며 컵은 딸아이의 손에 예사로 깨졌고, 노는 것은 얼마나 험한지 올여름 들어서 슬리퍼의 밑창이 세 켤레째나 나가버렸다. 딸아이의 사고를 수습해 놓고, 가만히 아이들의 그림을 들여다보니 일곱 살 아들과 다섯 살 딸아이의 성격이 그 그림 한 장에 다 드러나 있었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대신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들이 그린 그림에는 무지개와 하늘색 구름과 붉은 해가 그려져 있었고, 우리 집과 나무와 민들레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다섯 살 딸아이가 그린 그림은 빨간 볼펜을 이용해 과감한 필치와 추상적인 터치로 도화지 가득 뭔가를 그려 넣었지만 거의 낙서 수준이었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데 ‘눈이 오는 것’을 그린 거라고 했던 딸아이의 말이 떠올랐다. 남매를 키워오면서 아들과 딸아이의 성격이 많이 뒤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그림에서도 그런 부분이 여실히 보였다. 도화지의 여백 대부분을 남겨놓고 아래쪽에만 나무와 꽃을 오밀조밀하게 그려 놓고 찬찬하게 설명까지 써놓은 아들아이의 그림에는 흔히 말하는 남자다움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평소에 하는 짓도 과격한 딸아이의 그림에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더 큰 눈송이가 도화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빨간색으로만 그린 눈송이들의 파격하고 거침이 없는 색감이 아들아이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두 살의 나이차를 고려해도 우리집 남매의 그림을 보고 성을 구별해 보라고 하면 누구나 바꿔서 대답을 할 것 같다. 그네타기를 무서워하는 아들 이제는 잘 구할 수도 없는 옛날 항아리의 뚜껑을 깨트린 딸아이 때문에 속이 상했던 기분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삭히고 있을 때였다. “아아악, 엄마아” 밖에서 놀면 계속 일을 저지를 것 같아서 방 안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라고 몰아 넣었는데 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이번에도 아들아이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서 아이들 방으로 뛰어 들어갔던 나도 기절할 뻔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엄마, 생쥐가 너무 귀여워서 한번 만져봤어. 병현이 오빠도 만지는데.” 책장 옆으로 쥐가 다니길래 끈끈이 종이를 놓아두었는데 마침 거기에 작은 생쥐 한 마리가 붙어 있었고 딸아이는 천연덕스럽게 그 끈끈이 종이를 들고 있었다. 얼마 전 사촌 집의 아이들이 햄스터를 만지며 귀여워하던 것을 보고 왔던 딸아이였다. 이 시대에는 남자다움이나 여성스러움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양성이 고르게 발달하도록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 옳은 교육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온통 진흙 범벅이 돼서 지렁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으로 집어서 방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딸아이한테 어떻게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있으랴. 반면에 셔츠에 조금만 때가 묻어도 갈아입어야 하고, 진흙탕은 알아서 피해 다니고, 손등에 때가 좀 있고 콧물을 좀 흘리는 친구하고는 놀지 않겠다는 결벽증 증세를 보이는 아들 녀석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 나 가슴이 덜렁거려서 다시는 그네 안 탈거야” 영림이네 집 앞 플라타너스 나무에 매달아 놓은 그네에 탔던 아들은 가슴을 움켜쥐고는 꺼이꺼이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희와 영림이를 비롯해 우리 딸아이도 재미있다고 더 높이 밀어달라고 성화대는 그네를 우리 아들아이는 두 번 다시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아들 아이의 고소공포증을 치유해 주려고 영림이 아빠가 살살 달래서 태웠다가 하얗게 질려서 서럽게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뺄 정도의 여린 성격의 아들아이였다. 그래도 아직 세련되지 못한 내 사고 방식으로는 이왕이면 아들이 씩씩하고 듬직하게 자랐으면 하는 기대 쪽으로 기우는데 아들은 이렇게 번번이 내 기대를 무너뜨리고 대신 우악스럽고 용맹스런 딸아이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치를 채워주느라고 오늘도 주방 창가의 한참 보기 좋게 피기 시작한 능소화의 모가지를 똑똑 따놓고 다닌다. 아직 유치원의 여름방학은 반도 안 지나갔는데 우리 딸아이는 어떻게 말리고 아들아이한테는 어떻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줘야 할지 이 무더위에 머리를 싸매야할 지경이다. 田 ■ 글쓴이 오수향 (ocho290@hanmail.net) ∴ 글쓴이 오수향은 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 폐교에 살면서 글쓰기의 꿈을 좇아가고 있는 주부입니다. 공주 KBS,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수향의 시골살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메일을 보내보세요. 더욱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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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누가 우리 아이들 좀 말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