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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으로 지은 집] 조상의 숨결을 찾아서, 서산 109.1㎡(33.0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 대개 묘막墓幕하면 무덤 가까이에 지은, 묘지기가 사는 작은 집만을 떠올린다. 그렇기에 경기도 여주군의 명성황후(1851∼1895) 생가가 1687년에 부원군 민유중의 묘막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솟을대문과 一자형 행랑채, ㄱ자형 문간채와 안채가 口자형 구조를 이루는 규모가 큰 집이기 때문이다. 이연영(73세) 씨가 충남 서산시 해미면 황락리 가야산 등산로 어귀에 지은 109.1㎡(33.0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도, 그 배경이 명성황후 생가와 비슷하다. 이곳에는 천주교 박해 때 관군을 피하여 들어와 화전火田을 일구던 건축주의 증조부모를 비롯하여 조부모와 부모의 묘를 모신 선산先山이 있다. 건축주는 15년 전 선산에 아버지를 모시면서, 그 가까이에서 살고자 1935년에 지은 고옥古屋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명절이나 기일忌日에 건축주 형제들이 다 모이면 집이 작고 낡아 여간 불편하기에, 올해 그 옆에다 ‘┌ ’형 현대식 한옥인 목구조 황토집을 지은 것이다. 건축주 형제들은 집이 가족 단위 휴양지로 사랑 받는 길이 2㎞인 황락계곡과 가깝기에 평소에도 휴양 삼아 자주 들른다.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서산시 해미면 황락리 ·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황토집(홑처마 팔작지붕) ·건축면적 : 109.1㎡(33.0평) ·외벽마감 : 전돌, 황토벽돌 줄눈 마감 ·내벽마감 : 한지, 루바, 타일(화장실) ·지 붕 재 : 한식 기와 ·바 닥 재 : 우물마루(거실, 주방/식당), 콩댐 한지(방), 타일(화장실) ·천 장 재 : 서까래·개판(거실), 루바(주방/식당, 화장실) ·창 호 재 : 수공 문살 목문, 새시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설계 및 시공 : 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는 500년의 풍파 속에서도 전국의 성城 가운데 원형이 잘 보존된 ‘해미읍성海美邑城’이 있다. 조선 초기 상왕上王인 태종이 1421년(세종 3년) 서해안에 출몰하는 왜구를 막고자 쌓기 시작하여 1491년(성종 22년)에 완성된 성으로, 1866년에서 1882년 사이 천주교 박해 때 충청도 각 고을에서 잡혀온 천주교인 수천 명을 참형한 곳이기도 하다. 해미읍성을 끼고 가야산 방면으로 접어들면 황락저수지와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일락사 사이에 109.1㎡(33.0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이 웅장하면서 부드러운 선을 드러낸다. 건축주 이연영(73세) 씨가 천주교 박해 때 관군을 피해 이곳에 들어와 화전火田을 일구던 증조부모를 비롯하여 조부모와 부모를 모신 선산先山을 가까이에서 돌보고자 마련한 집이다. 15년 전부터 1935년에 지은 집에서 살다가 명절이나 기일에 형제들이 다 모이면 집이 작고 낡아 불편하기에, 그 옆에다 현대식 한옥 구조로 황토집을 지은 것이다. 당초 기존 집을 헐고, 그 자리에다 집을 지으려고 했으나 지목地目이 하천〔川〕이라 건축이 불가능했다. 전통 ‘┌ ’형에 현대적 실용성 담아 이 집은 기둥과 보와 도리를 사개맞춤으로 짜서 맞추고 부연附椽(며느리서까래) 없이 처마 서까래만 뽑은 홑처마에, 위의 절반은 박공(‘∧’모양)이고 아래 절반은 네모꼴인 팔작지붕이다. 집터는 약 826.5㎡(250평)로 동에서 서로 뻗은 주머니형이고 좌측 도로 너머에 수령이 오랜 벚나무와 기존 살림집이 자리한다. 또한 좌측에서 북측으로 산자락을 에돌아 가야산 등산로가 이어지고, 우측으로 나지막한 산이 에두른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유홍준 저著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5대 사찰 중 하나로 꼽은 개심사가 나온다. 집은 주변의 자연과 문화유적과 잘 어우러져 편안해 보인다. 그 까닭은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를 담은 전통 가옥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자연에서 쉽게 구하는 나무와 흙과 돌로 집을 지을 때 천지인의 삼재를 담아냈다. 즉 하늘의 햇빛과 비와 바람 같은 천기天氣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천天의 구조’인 부드러운 지붕, 땅의 습기와 땅의 자기磁氣 같은 지기地氣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지地의 구조’인 기단과 구들과 마루 그리고 천기와 지기 사이에 위치한 사람이 거주하는 ‘인人의 구조’인 방이 그것이다. 또한 이 집은 전통 건축 양식에다 현대 과학과 실용성을 접목시킨 부분에 주목할 만하다. 충청도 일부를 포함한 중부지방의 전통 가옥인 ‘┌ ’형 배치 즉, 동선이 대문-마당-마루(대청)-안방 또는 건넌방, 대문-마당-부엌/광으로 이어지는 이 모든 공간을 현대인의 생활에 맞추어 마루(거실)에서 이어지도록 구성한 것이다. 대청 격인 거실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누마루를 뽑고, 그 뒤에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과 주방/식당·다용도실을, 좌측에는 건넌방과 공용 욕실을 배치했다. 또한 조망을 고려하여 전통 배치에서 주방/식당과 안방의 위치를 바꾸고 실용성을 살려 외부 공간인 화장실/욕실과 다용도실(광)을 실내에 드렸다. 건축주는 좌측의 누마루와 안방 주방/식당은 주인 공간으로, 대청과 건넌방은 공용 공간으로 사용한다. 한편 형제들이 자손을 데리고 다 모이면 30여 명에 이르기에, 그 때에 대비하여 주방/식당을 방으로 쓰도록 거실과 주방/식당 사이에 미닫이문을 달았다. 건넌방 뒤에 드린 화장실은 거실에서 바로 보이지 않도록 그 앞에 장식장을 놓은 점도 돋보인다. 황토 침대를 놓은 안방과 건넌방 모두 모서리 공간을 활용하여 붙박이장을 설치하고, 거실에는 현대식 벽난로를 놓았다. 현대 건축법으로 되살린 전통미 설계 및 시공사인 ㈜행인흙건축의 이동일 대표는 건축주가 15년간 터를 잡고 살아온 살림집 옆에 지은 집이라 늘 그곳에 있던 것처럼, 또한 주변의 자연 경관에 폭 안긴 것처럼 디자인했다고 한다. 홑처마 팔작지붕 양식을 따른, 이 집의 특징으로 황토벽돌 이중 쌓기와 외벽 창틀 하단부의 전돌 방수벽 구성, 각 공간별 다양한 형태의 창문 사용을 꼽을 수 있다. 황토벽돌 이중 쌓기 : 외풍과 웃풍을 막으려면 황토벽 자체의 보완이 절대적이기에 예전의 심벽 대신 황토벽돌로 이중 쌓기 방식을 도입했다. 나무 기둥의 질감을 살리고자 기둥(24㎝) 안쪽으로 폭 20㎝ 황토벽돌을 쌓고, 나무 기둥이 수축하며 발생하는 틈-황토벽돌은 진공 압착으로 제작하므로 수축이 현저하게 줄었음-을 보완하고 단열을 강화하고자 내부에서 나무 기둥까지 감싸도록 폭 10㎝ 황토벽돌을 1장 더 쌓는 방식이다. 또한 황토벽돌을 바깥기둥〔外陳柱〕과 서까래를 받치고자 기둥 위에 건너지르는 도리의 결합 부분에도 도리 위까지 높여 쌓음으로써 단열을 보강했다. 전돌 방수벽 구성 : 외벽의 중창 하단부에 전돌(까만 벽돌)로 마감하여 장마나 태풍에 대비하면서 사대부가士大夫家의 느낌을 살렸다. 외부에는 황토벽돌 소자, 내부에는 황토벽돌 대자 크기의 전돌을 쌓고, 그 위에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았다. 전돌은 방화벽처럼 돌출되지 않으면서 하방, 중방, 상방이 없는 단조로움을 보완하고 전통 가옥의 멋스러움을 살리며, 특히 창틀 하단부가 비에 노출되지 않게 막아준다. 각 공간별 창문 사용 : 외부는 새시를, 내부는 목창을 사용하여 전통 가옥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부 새시는 복층 유리로 단열을 높였으며, 내부 목창은 문살 바깥에 유리를 끼우고 안쪽에 창호지를 발랐다. 매년 새로 갈아주던 창호지 마감의 번거로움을 피하되 문살로 빛이 투과하는 정취는 그대로 살리고 단열성은 높인 것이다. 문살의 모양은 누마루와 연계된 황토 침대를 놓은 안방에는 불발기(문 한가운데에 교창交窓이나 완자창을 짜 넣고 창호지를 붙여 채광이 되게 문을 바르는 방식)로 멋을 살렸고, 중문 등 미닫이는 촉대구살, 중창 및 한식 창은 세살 목창으로 각 공간마다 창호의 특성을 살렸다. * 올해 3월 초에 착공하여 5월 말에 완공한 이 집은 조상을 모신 선산 가까이 형제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종가宗家 격이다. 건축주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해서 그런지 서구식 집은 가벼워 보이는데 우리 집은 묵직하면서 아름답고 편안하다고 한다. 지금도 상량식 때 형제들이 모여 부르는 ‘어머니’ 노래에 맞추어 상량 도리가 올라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田 글 윤홍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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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으로 지은 집] 조상의 숨결을 찾아서, 서산 109.1㎡(33.0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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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으로 지은 집] 삶의 향기 그윽한 용인161.7㎡ 복층 경량 목구조 황토집
- 수도권에서 전원주택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용인이다. 쾌적한 주거 환경과 자연 경관을 갖춘 데다 중부, 영동, 경부고속도로와 신갈-안산 외곽순환도로 등 고속도로 진입이 쉬운 교통의 요충지로 우리나라에서 전원주택단지가 많은 지역이다. 그 가운데 요즘 관심이 쏠리는 곳이 영동고속도로 양지나들목을 이용해 서울과 용인, 수원으로 진출입이 용이한 양지면과 원삼면이다. 그 가운데 원삼면 사암리에 자리한 ‘레이크 힐’ 전원주택단지는 양지리조트를 배경으로 사암저수지를 바라보는 배산임수형으로 I.M.F.를 전후해서 지주地主가 직접 분양해 눈길을 끌었던 곳이다. 대부분의 단지가 그렇듯 이곳에도 경량 목조주택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채롭게도 최근 황토집 한 채가 들어섰다. 외국어 전문 서적 총판인 ㈜리틀존을 운영하는 김연태(49세)·최은경(46세) 부부의 주택인데, 그렇다고 단지 내 주택들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공사인 ㈜행인흙건축에서 목구조 황토집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단지 내 다른 주택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 시공했기 때문이다. 전통 목구조 황토집의 현대적 개량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주택은 그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대지면적 : 620.4㎡ ·건축면적 : 161.7㎡(1층 122.1㎡, 2층 39.6㎡) ·부속면적 : 다용도실·보일러실 약 10㎡, 주방 연결 내부 덱 약 19.8㎡, 외부 덱 약 13.2㎡ ·건축구조 : 복층 경량 목구조 황토집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외 장 재 : 치장벽돌 ·내 장 재 : 황토 미장 위 한지 벽지 ·바 닥 재 : 황토미장 위 한지 장판 마감, 거실은 온돌마루(정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식 수 : 단지 내 지하수 ·난 방 : 기름보일러 ·설계 및 시공 : ㈜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도시든 농촌이든 단독주택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사람들은 이내 아파트생활에 염증을 느끼곤 한다. 관리 면에서는 편리하지만 사방이 콱 막혀 답답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아 각박한 탓이다. 김연태·최은경 부부는 올해로 여든넷인 어머니를 모시고 수원 광교산자락의 단독주택에서 10년 넘게 생활했으나 고속도로가 나면서 집을 수용당해 용인시 수지의 한 아파트로 이주해야 했다. 그러나 노모뿐만 아니라 부부도 아파트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1년 반 만에 이곳 레이크 힐 전원주택단지로 이주한 것이다. 김연태 씨는 전원주택지를 찾을 때 쾌적한 전원주택단지만 고집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낯선 곳에서 쉽게 적응하시도록 단독 택지가 아닌 어느 정도 집이 들어선 쾌적한 단지만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찾은 이곳은 남향받이로 햇살이 잘 들이치고 뒤에는 양지리조트가 앞에는 저수지가 자리해 주거 환경이 썩 좋은 편이에요. 또한 우리 집은 단지 내에서 전면 좌측이라 조망이 좋고 바로 옆이 복숭아 과수원이라 한결 운치 있고 마을 2차선 진입로가 마당 옆에까지 들어오니 이만하면 완벽하지요. 무엇보다 어머니가 마을 주민과 잘 어울리시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김 씨는 집터를 마련하기 전부터 여러 가지 건축 구조에 대해 살폈는데 황토집을 선택한 이유는 ‘집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그동안 보아온 황토집들이 단지 내 서구식 경량 목조주택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택 설계와 시공은 현장에서 10분 거리인 양지나들목에 위치한 ㈜행인흙건축(대표 이동일)에 의뢰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 낸 것이다. 짜임새 있는 공간 구성으로 편리함 강조 이동일 대표는 “이 주택은 경량 목구조(2″×8″)로 샛기둥 사이에 작은 황토벽돌(200×90×60㎝)을 쌓고 외벽에 치장벽돌을 쌓았다”면서 “그렇기에 경량 목구조지만 외부에서 보면 치장벽돌 조적조 주택이고, 내부에서 보면 황토벽돌에 황토 미장으로 마감한 황토집”이라고 한다. 또한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모임지붕으로 피라미드 형태의 꼭지점이 1층과 2층에 중층적中層的으로 구성된 독특한 형태”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벽체와 지붕 구성으로 목구조 황토집이 서구식 목조주택과 조화를 이룬 것이다. 외부가 서구적 스타일에 가깝다면 거실 천장은 고풍스런 운치를 자아내는 한옥에 가깝다. 이 부분에 대해 이 대표는 “서구식 목조주택이 각재를 이용한 목재 경사 천장인 반면, 이 주택의 거실 천장은 경량 목구조 자재를 가공해 만든 대들보, 중보, 종도리, 사각 서까래로 구성된 오량 천장 형태”라고 한다. ㈜행인흙건축의 새로운 시도로, 한옥 목구조 오량 천장처럼 무겁지 않으면서 서구 목구조 경사 천장처럼 가볍지 않은 혼합 구조의 특색을 살린 것이다. 공간을 보면 1층은 김연태·최은경 부부가 노모를 모시면서 상시 거주하는 살림집으로, 2층은 외부 손님들이 자유롭게 머무르도록 구성했다. 1층은 노모방과 부부방, 거실과 주방, 공용 화장실로, 2층은 방과 화장실, 거실로 배치했다. 1층 거실 뒤편 주방은 뒤편으로 다용도실과 연결되고 측면으로는 새시와 폴리글래스 지붕으로 내부를 공간화한 덱을 증축해 야외 식당으로 구성했다. 이 내부 덱은 다시 야외 덱으로 연결돼 외부와의 동선을 일체화시킨 점이 특징이다. 정감을 느끼는 편안한 집 외부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도 현대 감각이 묻어나는데 내벽은 황토 미장에 한지벽지로 마감해 황토집의 고유 기능을 놓치지 않았다. 이동일 대표는 “일반 한옥이나 황토집이 우드 새시와 세살 목창 형태의 이중창인 반면, 이 주택은 유럽식 시스템 창으로 기능과 전망을 강조해 보다 현대 주택의 느낌에 다가섰다”면서 “주방 가구(싱크대)와 전등 등도 현대적 느낌을 강조해 현대 주택의 기능성을 최대한 살려 현대 흙집으로 완성했다”고 설명한다. 눈에 띄는 점은 안방에 딸린 욕실로 드레스룸을 경유한 이 공간은 작은 방 하나 크기다. 이 대표는 “세면기와 양변기 사용 공간은 바닥 마감을 온돌마루로 하여 방과 같은 느낌의 쾌적함을 강조했고, 외부 채광을 고려한 욕조(월풀 기능)와 샤워 공간을 별도로 두어 기능을 분리했다”고 한다. 또한 1층 복도 공간을 활용해 벽체의 한 면을 책장으로 구성하고, 2층 거실의 가구를 지붕선 안에 한식 붙박이장 가구로 구성한 점 등 세심한 공간 배려가 돋보인다. 이 주택은 마당이 넓은 반면 텃밭은 과수원과 경계를 이루는 담 밑에 만든 두 평 남짓이 전부다. 김연태 씨는 “예전에 살던 단독주택은 여기보다 마당이 훨씬 넓었는데 어머니가 텃밭에 너무 욕심을 내셔서 즐거움이 아닌 노동이 됐다”면서 “이곳에서는 어머니가 적적하지 않을 만큼만 텃밭을 만들고, 그 대신 마당에 잔디를 심고 낮은 울타리 주변에 화초와 유실수를 심었다”고 한다. 어머니를 위한 정성은 계단 대신 경사로로 만든 마당에서 현관에 이르는 진입로와 문턱을 없앤 화장실 그리고 부인 최은경 씨와 어머니가 함께 사용하는 방 하나 크기 만한 월풀 욕실 등 여기저기에서 엿볼 수 있다. 집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밖을 내다보아야 한다. 즉 아름다운 집보다 살기 편한 집이 더 우선해야 한다. 효성으로 지은 이 주택에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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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으로 지은 집] 삶의 향기 그윽한 용인161.7㎡ 복층 경량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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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으로 지은 집] 아버지의 정과 아들의 효심이 가득한 홍천 복층 목조주택
- 부자父子의 친밀함이 모녀母女보다 덜한 경우가 있다. 수염이 나기 시작한 아들의 뺨을 비비며 말하기 어색해진 아버지 그리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대꾸조차 않는 아들, 그 둘은 결국 서먹한 관계로 남기 마련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애심慈愛心과 존경심尊敬心이 자리한다면 부자 관계만큼 더 가까운 존재는 없을 터. 부자유친이란 사자성어가 잘 어울리는 김응준(82) 씨와 막내아들 김영호(46) 씨. 아들이 얼마 전 부모님을 위해 지어 드렸다는 강원도 홍천의 전원주택은 물 맑은 노일강변과 어우러져 아버지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기듯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홍천군 남면 남노일리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2″×4″, 2″×6″) ·부지면적 : 992㎡(300평) ·건축면적 : 139㎡(42평) ·외벽마감 : 시멘트 사이딩 ·내벽마감 : 미송 루바, LG벽지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보조난방 : 벽난로 ·난방형태 : 심야전기 보일러 ·설계 및 시공 : 나무와 집 033-336-3847 / 011-9765-5469 www.iwoodhouse.co.kr 미지의 곳에서 맞이한 이별과 만남 25년 전, 김응준 씨는 우연히 들른 강원도 홍천군 노일리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와 낙향했다. 공기 맑은 곳에서 건강이 회복되길 원했던 바람과 다르게 아내는 2년 뒤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자녀들이 있는 서울로 되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이후 아들들은 홀로 농사짓는 아버지를 걱정해 재혼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들만 둘이던 김 씨는 재가再嫁를 통해 딸 셋과 귀여운 손자손녀들이 배로 늘어나 화목한 대가족을 이루게 됐다. 폭우가 내리는 여름과 추운 겨울이면 막내아들 김영호 씨는 걱정부터 앞섰단다. 부모님의 예전 집은 비가 내리면 지붕에서 물이 세고, 겨울이면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팔순과 칠순을 넘긴 노부모에게 안락하고 포근한 집을 지어 드리겠다는 마음을 갖자 일이 술술 풀렸다. 집 뒤편의 논이 때마침 매물로 나와 노일리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는 부모님에게는 안성맞춤이었고, 건축일도 ‘나무와 집(대표 문병화)’을 만나 순조롭게 진행됐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노일리에는 강변을 따라 군데군데 펜션 타운이 조성돼 있다. 펜션 수만 보더라도 유명 관광지에 버금갈 정도인데 의외로 번잡함이라곤 찾을 수 없다. 홍천군 양덕원에서 바로 이어지는 도로가 올해 말에나 개통되기에 한참을 우회해야 하고 비포장 도로도 많아 접근성이 쉽지 않다. 이러한 펜션타운의 맨 끝에 해당하는 곳이 남노일리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펜션들 사이에서 흰색 시멘트 사이딩의 깔끔한 외관과 3단으로 짜여진 입면의 박공지붕 주택은 단번에 외지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보다 더 좋은 터는 없다 입구를 지키는 멍멍이 한 마리와 어른 키 높이의 옥수수 밭이 울타리를 대신하는 이 주택에는 ‘ㄷ’자 형태의 널찍한 덱이 있다. 주택의 우측 덱에서는 푸르게 펼쳐진 논을, 전면에서는 물 맑은 노일강을, 좌측면에서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문학산을 바라볼 수 있다. 지난날 이러한 풍경에 반해 정착했다는 건축주의 말에 공감이 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얼마나 조용했는지 몰라. 지금에야 펜션이 들어서서 여름이면 외지인들로 북적이지만 도시에 비하면 봐줄 만하지”라면서 “막내가 에어컨을 사자고 했는데 안 하길 잘했지. 창문만 열어놓아도 이렇게 시원하니 말야”라고 말한다. 또 “목조주택이라서 나무향이 솔솔 배어 나오니 마치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 든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아들 김영호 씨는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집을 짓기까지 설계 및 시공사인 ‘나무와 집’하고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해서 모습을 드러낸 이 주택의 구조는 현관에서 복도를 지나 계단에 이르는 축을 중심으로 거실과 큰 방이 좌측에, 작은 방과 주방·욕실 그리고 보일러실이 우측에 자리한다. 거실에서 2층 천장고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면은 거실의 확장성과 2층의 공간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또한 주택 외부에서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밋밋하지 않게끔 다양한 크기의 박공지붕을 올렸다. 현관의 수평선상에 위치한 작은 방은 창의 따사로운 햇살이 좋아 낮잠 자는 곳으로 애용한단다. 주방과 2층 계단 입구, 2층 난간은 모두 ┌┐형태의 몰딩으로 통일감을 주었고, 거실 모서리에 벽난로를 설치해 운치를 더했다. 집은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짓는 것 김영호 씨는 ‘나무와 집’을 알게 된 후 계약을 맺기 전까지 축령산 공사 현장에 수시로 찾아가 문병화 대표를 귀찮게(?)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과 건축주를 배려하는 마음을 곁에서 지켜본 그는 ‘나무와 집’에 모든 것을 맡겼다. 아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도 시공사를 신뢰하면서 오후 3시면 으레 ‘아빠표 베지밀’을 내밀며 격려했다. “내 생각엔 집은 돈으로 짓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이 풍요로워야 제대로 된 집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하는 김영호 씨는 주말이면 부모님이 계신 홍천을 찾는다. 이제는 물 샐 걱정, 추위 걱정을 말끔하게 씻어 낸 그의 발걸음은 전보다 더 가벼워졌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으로 지은 이 주택에서 가족은 전보다 더 깊은 부모의 정을 느끼고 얻어갈 것이다.田 글·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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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으로 지은 집] 아버지의 정과 아들의 효심이 가득한 홍천 복층 목조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