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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의 친밀함이 모녀母女보다 덜한 경우가 있다. 수염이 나기 시작한 아들의 뺨을 비비며 말하기 어색해진 아버지 그리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대꾸조차 않는 아들, 그 둘은 결국 서먹한 관계로 남기 마련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애심慈愛心과 존경심尊敬心이 자리한다면 부자 관계만큼 더 가까운 존재는 없을 터. 부자유친이란 사자성어가 잘 어울리는 김응준(82) 씨와 막내아들 김영호(46) 씨. 아들이 얼마 전 부모님을 위해 지어 드렸다는 강원도 홍천의 전원주택은 물 맑은 노일강변과 어우러져 아버지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기듯 편안하고 조용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홍천군 남면 남노일리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2″×4″, 2″×6″)
·부지면적 : 992㎡(300평)
·건축면적 : 139㎡(42평)
·외벽마감 : 시멘트 사이딩
·내벽마감 : 미송 루바, LG벽지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보조난방 : 벽난로
·난방형태 : 심야전기 보일러
·설계 및 시공 : 나무와 집
033-336-3847 / 011-9765-5469
www.iwoodhouse.co.kr


미지의 곳에서 맞이한 이별과 만남

25년 전, 김응준 씨는 우연히 들른 강원도 홍천군 노일리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와 낙향했다.
공기 맑은 곳에서 건강이 회복되길 원했던 바람과 다르게 아내는 2년 뒤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자녀들이 있는 서울로 되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이후 아들들은 홀로 농사짓는 아버지를 걱정해 재혼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들만 둘이던 김 씨는 재가再嫁를 통해 딸 셋과 귀여운 손자손녀들이 배로 늘어나 화목한 대가족을 이루게 됐다.

폭우가 내리는 여름과 추운 겨울이면 막내아들 김영호 씨는 걱정부터 앞섰단다. 부모님의 예전 집은 비가 내리면 지붕에서 물이 세고, 겨울이면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팔순과 칠순을 넘긴 노부모에게 안락하고 포근한 집을 지어 드리겠다는 마음을 갖자 일이 술술 풀렸다. 집 뒤편의 논이 때마침 매물로 나와 노일리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는 부모님에게는 안성맞춤이었고, 건축일도 ‘나무와 집(대표 문병화)’을 만나 순조롭게 진행됐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노일리에는 강변을 따라 군데군데 펜션 타운이 조성돼 있다. 펜션 수만 보더라도 유명 관광지에 버금갈 정도인데 의외로 번잡함이라곤 찾을 수 없다. 홍천군 양덕원에서 바로 이어지는 도로가 올해 말에나 개통되기에 한참을 우회해야 하고 비포장 도로도 많아 접근성이 쉽지 않다. 이러한 펜션타운의 맨 끝에 해당하는 곳이 남노일리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펜션들 사이에서 흰색 시멘트 사이딩의 깔끔한 외관과 3단으로 짜여진 입면의 박공지붕 주택은 단번에 외지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보다 더 좋은 터는 없다

입구를 지키는 멍멍이 한 마리와 어른 키 높이의 옥수수 밭이 울타리를 대신하는 이 주택에는 ‘ㄷ’자 형태의 널찍한 덱이 있다. 주택의 우측 덱에서는 푸르게 펼쳐진 논을, 전면에서는 물 맑은 노일강을, 좌측면에서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문학산을 바라볼 수 있다. 지난날 이러한 풍경에 반해 정착했다는 건축주의 말에 공감이 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얼마나 조용했는지 몰라. 지금에야 펜션이 들어서서 여름이면 외지인들로 북적이지만 도시에 비하면 봐줄 만하지”라면서 “막내가 에어컨을 사자고 했는데 안 하길 잘했지. 창문만 열어놓아도 이렇게 시원하니 말야”라고 말한다. 또 “목조주택이라서 나무향이 솔솔 배어 나오니 마치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 든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아들 김영호 씨는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집을 짓기까지 설계 및 시공사인 ‘나무와 집’하고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해서 모습을 드러낸 이 주택의 구조는 현관에서 복도를 지나 계단에 이르는 축을 중심으로 거실과 큰 방이 좌측에, 작은 방과 주방·욕실 그리고 보일러실이 우측에 자리한다. 거실에서 2층 천장고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면은 거실의 확장성과 2층의 공간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또한 주택 외부에서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밋밋하지 않게끔 다양한 크기의 박공지붕을 올렸다. 현관의 수평선상에 위치한 작은 방은 창의 따사로운 햇살이 좋아 낮잠 자는 곳으로 애용한단다. 주방과 2층 계단 입구, 2층 난간은 모두 ┌┐형태의 몰딩으로 통일감을 주었고, 거실 모서리에 벽난로를 설치해 운치를 더했다.

집은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짓는 것

김영호 씨는 ‘나무와 집’을 알게 된 후 계약을 맺기 전까지 축령산 공사 현장에 수시로 찾아가 문병화 대표를 귀찮게(?)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과 건축주를 배려하는 마음을 곁에서 지켜본 그는 ‘나무와 집’에 모든 것을 맡겼다. 아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도 시공사를 신뢰하면서 오후 3시면 으레 ‘아빠표 베지밀’을 내밀며 격려했다.

“내 생각엔 집은 돈으로 짓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이 풍요로워야 제대로 된 집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하는 김영호 씨는 주말이면 부모님이 계신 홍천을 찾는다. 이제는 물 샐 걱정, 추위 걱정을 말끔하게 씻어 낸 그의 발걸음은 전보다 더 가벼워졌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으로 지은 이 주택에서 가족은 전보다 더 깊은 부모의 정을 느끼고 얻어갈 것이다.田


글·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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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으로 지은 집] 아버지의 정과 아들의 효심이 가득한 홍천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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