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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 건축주 김두식 씨에게 전원생활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그가 내놓은 답이다.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 제프 베조스 Jeff Bezos 대표의 말을 인용한 그는 늙어서 후회할 일이라면 지금 당장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퇴를 앞두고 전원주택을 지었다고 한다. 인근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그의 128.7㎡(39.0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을 들여다보자.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건축정보
위치  충북 제천시 고암동
건축형태  단층 목구조 황토집
대지면적  850㎡(257.6평)
건축면적  128.7㎡(39.0평)
외벽재  황토 벽돌
내벽재  황토 모르타르
지붕재 오지기와
바닥재  강화마루
난방형태  구들, 기름보일러, 화목보일러
설계  권병일건축사사무소 043-645-3342
시공  초원황토주택 031-987-7322

굵은 대들보와 서까래, 황토 모르타르로 마감한 벽에서 황토집다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하다.

아마존닷컴 제프 베조스 대표는 "만일 당신이 80세가 됐다고 가정하고 '그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당신의 일상적인 판단의 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제프 베조스는 이를 두고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Regret Minimization Framework)라고 불렀다. 즉 지금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면 80세라고 가정하고 그때 후회할 일인가 아닌가를 따져 보면 판단이 선다는 것이다. 후회할 일이라면 당장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만두라는 뜻이다.
    
제천 황토집 건축주 김두식 씨는 정년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전원생활에 대한 욕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교장으로 재직 중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몇 년 시간이 있었지만 그는 우연히 읽은 책에서 앞서 언급한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를 접하고는 바로 전원생활을 결심했다고 한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서두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계획은 정년퇴임하면서 집을 지으려고 했어요. 시간을 내기 어려워 퇴임 이후로 미루고 있었는데 책 구절을 접하고는 바로 마음을 다 잡았지요. '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시작하면 어찌 됐든 낫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상 입주를 하고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건축주가 애착을 가지는 거실 뒤편 다용도 공간.
개방감을 주고자 복도 천장을 높게 계획했다.
채광과 단열을 고려해 전면에 배치한 안방.

9년 전 매입해 정성스레 일군 부지
김두식 씨가 부지를 매입한 것은 9년 전이다. 계속 아파트에만 거주한 그는 나이가 들수록 닭장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면서 '탈출'에 대한 욕구가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아파트에서 벗어나 땅과 마주할 기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주말농장은 교직 생활과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받은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 주는 '탈출구'와 같았고 결국 나중에 이곳에 전원주택을 짓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점점 주말농장에 대한 애착이 늘면서 작물만 가득했던 곳에 하우스가 생겼고 전기가 들어오고 지하수가 나오게 됐다. 김두식 씨가 직접 짓고 끌어왔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해를 바라보는 일부 땅을 다듬어 집이 들어서는 그럴싸한 그림이 그려졌다. 그림이 현실이 돼 황토집에 입주했고 마침내 동경하던 전원생활을 하게 된 건축주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황토집을 선택한 것은 '어디서 살 것인가?'에 관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그는 황토집만 한 건강한 집이 없다고 여겼다. 2년간 여러 건축박람회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황토집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본지를 구독하면서 알게 된 초원황토주택에 시공을 맡겼다. 시공사가  지은 여러 집을 방문해 살고 있는 사람에게 시공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사후관리는 어떤지 등을 직접 묻는 등 세심하게 살펴 업체를 선정했다.
건축주는 "생각보다 훨씬 잘 나온 것 같아요"라며 전 건축 과정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책임진 시공사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평면도

고를 높여 개방감을 극대화한 내부
주택은 해를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북쪽 끝에 붙여 올리고 앞에는 정원과 텃밭을 뒀다. 정원 한쪽에는 주말농장을 하면서 만들었던 하우스가 아직 그대로 있는데 이곳은 지금 창고로 쓴다. 돌출된 거실 우측에 현관을 놓은 것은 좌측 마을 도로와 면한 부지 특성상 길로부터 현관을 감추기 위함이다.
    
김두식 · 최명화 부부와 최명화 씨 어머니, 3명만 거주하기에 내부는 아담하게 구성했다. 황토 모르타르와 목재로 마감한 내부는 전체적으로 건강함이 흐르고 동선이 단순해 이동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내부에서 특이한 것은 거실 뒤 뒷집을 보고 배치한 다용도 공간이다. 흡사 한옥의 툇마루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지붕에 천창을 달아 꽤나 신경 쓴 모습인데 실제 건축주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공간이라고 한다. 건축주는 책을 읽거나 쉬고 싶을 때 이곳을 이용한다.
    
천장 고를 높인 공간 계획도 인상적이다. 거실뿐만 아니라 좌측 끝에서 우측 끝을 연결하는 복도 천장 역시 매우 높다. 단층임을 감안해 개방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안에 있어도 전혀 답답함이 없다.

매입한 부지는 그간 주말농장으로 쓰다 전원주택 건축을 작심하면서 일부를 대지로 전용해 주택을 올렸다.
대문에서 이어진 덱은 전원의 운치를 더한다.
낮고 긴 나무 의자는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해를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북쪽에 앉혔다
부지는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시내 아파트가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 자리해 전원생활을 하기에 썩 좋은 환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건축주가 이곳을 고집한 이유는 경치보다 생활이 편리한 곳을 택했기 때문이다. 노년을 생각하면 한적한 곳보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9년을 작정하고 지은 김두식 씨의 황토집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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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에 대한 욕구를 실현시킨 제천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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