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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 읍내에서 10여 분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익숙한 사람만이 찾아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비포장도로에 인적이 드문 공근면 창봉리는 이 마을 태생이 아니면 길을 찾기 힘들만큼 어렵다.

논둑보다 조금 더 넓은 곳이 차도이고, 흙을 바른 벽체가 기울어져 가는 집에서 아궁이에 불을 떼고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소박한 이들이 사는 곳이다.

그곳에 발을 내딛자, 텃밭을 일구며 검게 그을린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는 건축주와 소박한 이들의 삶에 어긋나지 않는 황토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건축주 조영기(54) 씨는 남대문에서 액세서리 관련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전원행 버스에 올랐다. 그는 아늑하고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황토집에서 결코 모나지 않은 둥근 모습으로 조심스레 새로운 봄을 맞고 있다.

건축주는 먼길을 오느라 고생했다며 맑은 물을 권한다. 끓인 물은 아니지만 약초를 우려낸 듯한 달지 않은 끝 맛에 한 모금 넘기다 말았으나, 자작나무에서 한 방울씩 받아낸 수액으로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단숨에 넘겨버린 스스로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전원으로의 결심과 실천의 어려움
건축주는 4년 전 토지 2000평을 평당 4만5000원에 구입했다. 서울에서 2시간 반 거리로 조금 먼 감이 있지만 땅값이 싸고, 아늑한 곳을 택하다 보니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

골짜기에 흙을 돋우고 집을 앉힐 계획을 하니 건축 구조가 고민이 된 게 사실이다. 가족들은 유럽식 목조주택을 원했지만, 건축주는 평소 기와집을 좋아했던 터라 인근에 위치한 (주)한성황토산업의 문을 두드렸다.

2000여 평의 토지는 3필지의 대지와 나머지는 밭이다. 145평, 199평, 70평 각각의 대지 중 145평에 황토집을 얹혔다.

경북 울진 태생인 건축주는 어린 시절 16년 동안 시골생활을 했던 아련한 향수를 안고 용기를 냈다. 아직 사업체를 정리하지 못한 부인은 서울과 횡성을 오가며 생활을 하고 있다.

우선 기초공사로 현지의 흙을 이용해 쌓아 다지고, 도면을 직접 완성해 시공사에 건네면서 건축이 시작됐다. 공사기간은 2003년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특히 그 해에 비가 많이 와서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건축시공은 봄에 시작해서 9∼10월 달에는 마무리지어야 야무진 공사로 튼실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간 배치에서 친구들을 좋아하는 건축주의 너그러운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방이 4개, 욕실 3개가 이를 증명한다.

그 중 작은 방에는 구들장을 놓고 적외선 히터를 설치해서 찜질방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집밖에는 항상 솥을 걸어두고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방의 온도를 조절한다. 현관은 약간의 설계 변경을 해서 돌출형으로 만들었다.

벽체는 두께 20센티미터의 황토벽돌을 쌓아 완성하고 내벽은 황토 모르타르 미장과 접촉이 많은 부분은 한지로 마감했다.

천장은 골조 후 산자를 엮어 황토를 올린 후 루바로 처리했고, 바닥은 황토 모르타르 미장을 한 뒤 온돌마루를 깔아서 집안 곳곳에서 나무 향내가 가득하다. 지붕은 시멘트기와로 마감했다.

난방비는 심야전기보일러와 온수기를 같이 사용하고 있어 겨울엔 25만 원 정도 들었다.

진정한 농민으로의 삶
“전원에 내려오자 해야할 일도 많고 시골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됐어요.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거라서 모르는 것도 많지만, 이젠 친구가 된 동네 주민들이 씨앗도 그냥 나눠주고 강아지도 얻었어요. 이게 시골살이 재미 아닌가요. 허허허~.”

11월에 입주한 후 근 5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시골사람이 다 된 건축주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흙 묻은 청바지를 보며 진정한 농민으로의 삶이 멀지 않은 듯했다. 전원생활이 적적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손 사레를 친다.

“동네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하나도 적적하지 않아요. 엊그제도 다같이 모여서 콘도에서 하룻밤 묶고 왔지요. 사업체를 정리하지 못한 부인이 서울에 있어서 밥을 혼자 먹는 게 가장 적적할 뿐이지요.”

매주 열리는 횡성5일장에 나가면 재미있는 것도 많이 구경한단다. 장터에서 구입한 닭 25마리와 토끼 4마리, 동네에서 얻은 강아지와 새끼를 나은 것까지 모두 합해 8마리의 개가 모두 한 식구가 됐다.

전원에 내려오니 생활비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건축주의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에 기름 넣고, 좋은 거 사먹고 동네사람들과 같이 술 한잔하는 재미에 해지는 줄도 모른단다.

이곳에서는 주로 감자, 옥수수, 담배, 고추농사를 짓는다. 특히 이 지역은 단호박이 유명해 단호박 농사로 한 달 1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건축주도 올해부터 팔 건 아니지만 친지들에게 나눠주고 집에서 먹기 위해 설레는 맘으로 호박씨를 뿌렸다.

집들이를 하는 날에는 인근 주민은 물론이고 면장까지 초대해서 한 마을 주민이 된 것을 알리고 서로 반가워했다.

농협 조합원에도 가입할 계획이다. 비료도 싸게 사고 혜택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더욱 빛났다.

30분 거리에 대명콘도, 현대 성우리조트가 위치하고, 강원 숱가마가 유명해 외지인들의 발길도 종종 이어진다. 집 앞의 시루봉 줄기에 고비나물, 두릅, 송이, 능이버섯이 즐비하고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주인이란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신이 먹을 만큼만 수확하고 그 나머지는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둔다.

큰 돌을 골라내 밭을 일구고 집 주위에 돌탑을 쌓으며 마을주민들과 동화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저녁노을보다 아름답게 빛났다.

포장되지 않은 길은 험하지만 토속적인 우리의 인생과 닮은 여유를 가르쳐 준다.

가을에 찾아오면 토끼를 한 마리 잡아 대접하겠다는 건축주의 환한 미소를 뒤로하고 또다시 덜커덩거리는 비포장 길로 향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창봉리
·건축구조 : 황토주택
·부지면적 : 2000평
·건축면적 : 37.56평(124.18㎡),
·외벽마감 : 황토벽돌
·내벽마감 : 황토 모르타르 미장 후 한지
·천장마감 : 루바
·지붕마감 : 시멘트기와
·바 닥 재 : 황토 모르타르 미장 후 온돌마루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온수기
·식수공급 : 지하수
·건 축 비 : 평당 300만 원

■ 설계·시공 : (주)한성황토산업(033-344-8945, 745-8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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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기쁨 두 배, 횡성 38평 황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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