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지 않으면서 이웃한 집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음을 우리는 다년간 산천을 누비며 느껴 왔다. 같은 건축가의 작업이라도 건축주의 다양한 개성으로 그 결과물은 연계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숲 속의 5중주 같은 5채의 철근콘크리트 주택은 서로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자연과도 친밀하게 소통한다.
글 .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내부 사진 박영채
취재협조 ㈜건축사사무소 키아즈머스 파트너스
건축정보 (5개 주택 공통)
위치 강원 양구군 양구읍 공수리
건축형태 복층 철근콘크리트/철골조
총 부지면적 60000.0㎡(18181.8평)
대지면적 660.0㎡(200.0평)
건축면적 약 140.0㎡(42.4평)
연면적 약 150.0㎡(45.4평)
지붕재 이페, 징크
외벽재 이페
내벽재 V.P. 도장
바닥재 강화마루
창호재 T30 삼중유리 창호
난방형태 전기 바닥난방 시스템
설계 ㈜건축사사무소 키아즈머스 파트너스 02-594-2992 www.ar-chiasmus.com
시공 정재종(골조)
짐승의 무리가 숲 속에 저마다 다른 자세를 취한 채 휴식하는 듯하다. 서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룬 까닭에 서쪽을 향해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중앙 원형의 숲 빗발 같은 나무에 가려 표정이 자세히 관찰되지는 않는다. 든든한 산을 베개 삼고 저 앞 광활한 파로호 청량감마저 품었으니 휴식은 달콤할 것이다.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공수리 소재 Forest Quintet이라는 애칭을 얻은 다섯 동의 전원주택을 찾았다.
양구는 강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전원주택 신축공사도 비교적 드물게 이뤄지고 지가地價에 거품이 없다. 혹자는 강원권 마지막 남은 청정 전원주택지라 부르기도 한다.
유기적으로 놓인 자연과 집들
다섯 채의 주택이 '숲 속의 5중주'를 연주하는 듯 서로 하모니를 이룬다. 건축가 이현호(홍익대 건축대학 교수) 씨와 제임스 키James Wei Ke 씨가 이끄는 ㈜건축사사무소 키아즈머스 파트너스에서 5동 일괄 건축을 맡아 이런 조화로움이 가능했다.
친척이거나 아주 가까운 지인 사이인 건축주들은 은퇴 후 모여 살며 그들의 꿈을 함께 이루기로 약속하고 60000㎡(18181.8평) 부지를 구입해 이 마을을 계획했다. 단순히 휴식만 취하는 전원이 아닌 노후에도 노동의 보람을 느끼며 활기 넘치는 커뮤니티 마을을 지향하며 추후 생산 활동이 가능한 마을로 가꿀 예정이다. 그 첫 단계로 마을입구 부위에 주택을 먼저 세웠다.
건물들의 관계는 건축주들 관계를 반영한다. 중앙 숲을 중심으로 둔덕을 따라 빙 둘려 배치된 건물들은 뚝뚝 떨어진 채 전혀 다른 형상으로 서 있으나 서로 연결돼 있는 기운이 감지된다. 공통적인 주요 외부 마감재로 이페Ipe를 적용했으며, 이페로 건물을 감싸거나 목재 오브제를 사용하는 기법에서 통일감이 느껴진다.
이현호 대표는 "각각의 집이 앉혀진 지형이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므로, 그에 알맞고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맞도록 건물 형태를 디자인하되 모든 건물에 주요 재료를 매우 비슷하게 사용했다"며 "이페는 실용적인 재료로 부식과 마모에 강해 외관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그와 동시에 시간의 흐름에 순응해 천천히 은회색으로 변해 간다"고 설명한다.
또한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것을 넘어 사방 천지로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하는 대형 창을 과감하게 걸어 놓은 것도 일관적이다. 창 너머 반대 벽의 창이 보이고, 그 뒤로 자연이 펼쳐져 보이는 식이다. 실내에서 보면 다양한 자연의 표정을 담은 프레임들이 넘실댄다. 아니, 그것보다 이 집들은 벽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듯하다.
이 대표는 정자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각 건물 배치를 계획했다고 한다.
"정자는 원하는 조망을 향해 열려 있으며 자연에게 열려있다. 이처럼 주택들을 적당히 거리를 두어 어울리도록 하면서 조망권을 확보하는 위치에 배치했다. 주택은 다양한 조망을 향해 여러 개의 각도로 열려 있다. 공통적으로 빛과 바람, 조망이 주택을 가로지르는 사이공간이 있다."
이처럼 여러 각도에서 조망을 흡수하도록 설계됐기에 건물 자체만 본다면 건물의 앞뒤를 분간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한 면 앞에서는 반대쪽 입면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건물을 한 바퀴 빙 돌고 나서야 건물의 생김새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경사지형을 무리하게 절개하지 않고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하층을 만들고, 그 위로 지상 땅과 유연하게 이어지도록 한 점이나 주 전망을 향해 앞마당과 테라스, 발코니를 시원스럽게 배치하면서 야외 공간을 외부와 단절시키지 않은 점 등에서 자연과 이웃과의 유기적 관계를 표현했음을 읽을 수 있다.
건축주들은 꽤 신중하게 건축가를 선정했다.
키아즈머스 파트너스에 의뢰하기 전 다른 건축가들과 무려 16차례 면담을 가졌단다. 17번째 드디어 인연을 만난 건축주들, 그들이 입주하는 날 웬만큼 사람 소리 나지 않던 숲 속은 서로
"우리집이 최고야"하며 웃음꽃이 피어나 한 차례 떠들썩했다. 그런데 최고의 집이란 게 있을까.
여기에 건축가는 문득 이런 말을 던진다. 최고의 주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주택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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