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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내 풀풀 나는 시골살이가 그리워 풍요와 빈곤이 아우성치는 도시를 떠나, 경남 하동의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온 이가 있다. 로아차(露芽茶)를 운영하는 신재남 씨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사라호 이후 최대라는 매미가 쓸고 간 자리를 추스르며 1년 가까운 기간을 바쳐 손수 집을 지었다. 그가 일일이 사진을 찍어가며 모은 자료를 소개한다. 정성들여 찍은 사진과 재치 넘치는 짤막한 설명을 읽어보면 ‘아, 황토집은 이렇게 짓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터닦기
1. 터닦기 전의 모습-하나
보이는 나무들은 벽체를 쌓으려고 준비해 둔 소나무다. 처서를 지나 우수 전에 자른 것이어야 한다. 전나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구하기 어렵다. 육송과 해송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다.

2. 터닦기 전의 모습-둘
나무가 놓인 터와 지금 보이는 계단식의 밭 두 개를 합쳐 집터로 삼을 예정이다. 옆에 녹차 나무가 있는 곳이 진입로가 된다. 터에서 물이 많이 나 조금 걱정이 된다.

3. 첫 삽을 뜨다
드디어 터닦기를 시작했다. 처음 예상은 이틀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사흘 걸렸다. 멀쩡한 자연을 훼손한다는 생각에 조금 죄책감이 든다. 여러 가지 감회가 얽히는 묘한 하루였다.

4. 진흙을 긁어내며
원래 논이었던 땅이라 진흙을 긁어내고 마사를 깔기로 했다. 다행히 옆의 밭이 질 좋은 마사로 되어 있어 타지에서 가져오거나 하는 수고는 덜었다. 근데 산 속인데도 돌이 하나도 안 나온다. 아주 걱정이다.

5. 물길 잡기
터 뒤편으로 물길을 잡고 있다. 물이 많은 땅이라 물길 잡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6. 성토 - 진흙을 긁어내고 마사로 되 메우다
진흙을 어느 정도 걷어 내고 마사를 깔고 있다. 깊이 1미터 이상 깔았더니 물빠짐 걱정을 조금 덜었다. 보이는 좌측에서 우측으로도 약간 경사를 주었다. 물론, 물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7. 나무 옮기기
미리 사 둔 나무 더미가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공사 진척은 더뎌지고… 미리 자재를 쌓아 둘 공간을 마련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경험이 없어 실수 연발이다.

8. 어느 정도 잡힌 물길
물길이 어느 정도 잡힌 것 같다. 이제 시간을 두고 재워 놓아야겠다.

9. 옹벽 쌓기
이상하리만치 땅을 파도 돌이 안 나와 기초만 쌓다 말았다. 정말 돌은 하나도 없고 흙만 나오는 이상한(?) 땅이다. 예상치도 못한 비용(돌을 사고 운반하는 비용)이 많이 들게 생겨 참으로 걱정이다.

10. 터닦기 완성
터닦기가 완성되었다. 예상보다 큰 터가 나와 상당히 만족스럽다. 옆의 차밭을 살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선택했는데, 일단은 훌륭하다.

11. 측량
집은 지목이 대지인 곳에 지을 수 있다. (물론 지목이 밭이나 논인 땅은 농지를 용도에 맞게 전용한 뒤 지을 수 있다.) 미리 측량하여 터를 확정하면, 집을 짓고 난 뒤 측량하는 것보다 측량비가 몇 십만 원 정도 싸다.

12. 집 지을 터 확정
집 지을 터를 확정했다. 농지전용 신고를 한 200평(660㎡)의 경계에다가, 사진에 보이는 빨간 말뚝을 박아 표시했다. 200평이라도 진입로와 뒤의 수로 등으로 생각보다 좁다.

?진입로 만들기
1. 진입로 닦기-하나
자재를 원활하게 옮길려면 진입로를 잘 닦아야 한다.

2. 진입로 닦기-둘
비나 눈이 오면 차바퀴가 물먹은 흙길에 빠져 이동할 수가 없다. 경험이나 예상에도 없던 일이다. 걱정이다.

3. 들 것에 담아 자갈 나르기
진입로에 자갈을 깔았다. 이제 비나 눈이와도 큰 걱정 없다. 흡족하다.

4. 완성된 진입로
드디어 진입로가 완성되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벽체 쌓을 나무 자르기
1. 불 피우기
새벽에는 따뜻한 남쪽이라도 날이 추워, 주변의 나뭇가지 등을 모아다 불을 피우고 조금이라도 언 몸을 녹였다. 어릴 적 불장난하던 것 같아, 아직 게으르고 싶은 새벽이 즐거워진다.

2. 묻은 흙 털기
톱질하려면 나무에 묻은 흙을 잘 털어야 한다. 톱날이 흙을 썰면 날이 무뎌져 자르는 데 애를 먹는다. 호미로 일일이 자를 부위의 흙을 긁어내고 턴다.

3. 나무 자르기
벽체 두께가 40센티미터이기 때문에 나무는 45센티미터 정도로 자른다. 자른 면이 영 고르지 않다. 숙달되면 차츰 나아지겠지.

4. 성취
놓인 나무들을 다 자르고 나니 마음이 흐뭇하다.

5. 자른 나무 쌓기
나무는 자른 뒤 잘 마르도록 차곡차곡 쌓아 둔다.

6. 쌓아둔 나무
나흘 간 일한 결과다. 전문가라면 하루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지치지 않을 만큼, 싫증나지 않을 만큼……. 우리의 흙집 짓기 제일 원칙이다.

?서까래 나르기
1. 강원도에서 도착한 서까래용 나무
현지에서 구하려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비싼 운임을 주고 강원도에서 가져왔다. 나무의 종류는 낙엽송이고, 길이는 12자(3.6m)다. 가격은 한 그루당 2000원 주었다(운임 38만 원 별도).

2. 부리기-하나
현장으로 가는 길이 좁아 마을로 들어가는 공터에 임시로 부리고 있다. 두 번 일을 하는 셈인데 좋은 곳에 살자면 치러야 할 대가라고 본다. 혹시 집 지을 생각이 있다면 땅을 구입하기 전, 길을 꼭 확인해야 한다. 시골에선 아직도 웬만한 길엔 5톤 이상의 대형차가 들어가기 어렵다.

3. 부리기-둘
5톤 트럭 한 대에 약 300개 정도 실었는데, 내리기만 하는 데도 한참 걸렸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큼 좁고 외길이라 지나다니는 차량 때문에 더욱 시간이 걸렸다. 악전고투라는 말이 실감난 하루였다.

4. 임시로 쌓아 둔 서까래 315개
혹시 옆길로 무너져 내릴까 봐 칭칭 동여매 놓았다. 이제 작은 차를 불러서 이것들을 모두 현장으로 옮겨야 한다.

?우리 밭으로 옮기기
1. 옮겨 싣기
1톤 트럭에 약 60여 개를 싣고 날랐다. 시간은 대략 한 번 옮기는데 40여 분 걸렸다. 집을 지을 때 트럭은 꼭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다. 특히 농촌용 사륜구동 트럭이면 더욱 좋다.

2. 뒷마무리
임시로 화물을 부릴 수 있도록 논을 빌려 준 이웃께 정말 감사한다. 이런 게 훈훈한 시골 인심이겠지…….

3. 현장에 부리기
현장에 가지고 올라와 부리고 있다.

4. 휴식시간
잠시 휴식 중. 이제 이것들만 부리면 끝이다.

?서까래 껍질 벗기기
1. 서까래 깎을 받침대 만들기-하나
서까래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 놓을 받침대를 만들고 있다. 망치질이 조금 어색한 듯한데!

2. 서까래 깎을 받침대 만들기-둘
철사로 이렇게 조여 튼튼하게 만든다.

3. 완성된 받침대와 깎을 서까래
이제 깎기만 하면 된다. 겨우(?) 300여 개뿐인 걸…….

4. 나무껍질 벗기는 도구
나무껍질을 쉽게 벗기려고 대장간에서 맞춘 도구다. 가격은 개당 2만 원 줬다. 그냥 낫으로 벗기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빠르다.

5. 서까래 껍질 벗기기-하나
낙엽송은 옹이가 많지 않아 껍질이 비교적 쉽게 벗겨진다. 옹이 부분은 기계톱으로 잘라 낸다. 셋이서 한 개 벗기는 데 한 5분 정도 걸린다.

6. 서까래 껍질 벗기기-둘
맞은편에선 하동댁도 열심히!

7. 서까래 세우기
껍질을 벗긴 낙엽송은 세워 두어야 잘 마르고, 마르면서 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8. 깎아 놓은 서까래
시작이 반이다. 다 깎는 데 일주일 걸렸다. 하루에 50개 이상 깎는 것은 무리였다.

■ 글·사진 신재남<로아차 대표, 055-883-5018, www.loac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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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 따라짓기] 아, 황토집은 이렇게 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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