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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두메산골에 자리한 주택, 로뎀나무. 푸른 바다가 아닌 첩첩한 산과 맑은 계곡을 배경으로 단아하게 앉혀진 유럽풍 주택이 반전의 매력이다. 자연에 살포시 얹힌 집과 삶이기를 바란다는 조수길·박성숙 부부의 로뎀나무로 여행을 떠나보자.

 윤홍로 기자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나무집협동조합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거제시 둔덕면 
용도지역/지구 자연환경보전지역, 수산자원보호구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741.00㎡(224.15평)
전체부지 2499.00㎡(755.94평)
도로공제 253.00㎡(76.53평) 
제외부지 1505.00㎡(455.26평)
실사용면적 741.00㎡(224.15평)
건축면적 197.35㎡(59.69평)
건폐율 26.63%
연면적 
192.50㎡(58.23평)
주택 103.75㎡(31.38평)
다락 31.49㎡(9.52평)
근생시설 70.75㎡(21.40평)
창고 18.00㎡(5.44평)
용적률  25.98%
설계기간  2016년 7월~2017년 1월
공사기간  2017년 1월~4월
건축비용  2억 3,700만 원
설계  반철현 010-2084-0702
시공  나무집협동조합 1811-9663          http://cafe.naver.com/namoohyup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거제도. 이곳에 지은 전원주택이라면, 으레 몽돌해변과 푸른 바다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해안 도롯가 입지겠지, 이렇게 예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자꾸 해안도로가 아닌 굽이굽이 산길로만 안내한다. 오지를 탐험하듯이 도착한 곳은 거제시 둔덕면 상둔리 옥동마을, 푸른 바다와는 거리가 먼 백암산, 대봉산, 산방산에 폭 안긴 두메산골이다. 높은 산과 깊은 골, 물 맑은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 때문일까. 청마 유치환 시인을 기리기 위해 명명한 청마로 좌우로 외지인들이 근래 지은 듯한 전원주택이 눈에 띈다.

옥동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령이 족히 150년은 되어 보이는 멋들어진 팽나무 한 그루가 산방산을 배경으로 서 있고, 그 아래쪽으로 연붉은 기와를 인 지붕이 빼꼼히 보인다. 산방산을 헤집고 흘러내린 계곡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까이 다가가니 비로소 산과 산 사이에 차분하고 단정하게 맵시를 가다듬은 유럽풍 주택 한 채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조수길·박성숙 부부의 ‘로뎀나무’이다. 모양이 뫼 산자와 비슷하고 꽃같이 아름답다고 하여 이름 붙은 산방산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전면 계곡에서 바라본 전경. 여러 단으로 조성한 석축 위에 앉혀진 건물이 작은 성채처럼 다가온다.

건축주는 왜 거제도의 두메산골에 터를 잡은 것일까.

“저는 충청도 산골에서 나고 자랐는데, 거제도에 와서 30여 년을 조선소에 다니고 있고 취미도 20여 년 경력의 스킨스쿠버입니다. 젊어서 바다에서 보냈으니 이제부터 산에서 생활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이곳에 집을 지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조선소까지 20분 거리로 출퇴근에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거제도에선 산이 바라보이면서 계곡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흐르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이 마을은 자연환경보호지역과 수산자연보호구역이다 보니 공장과 축산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 그래서 다른 곳에 비해 발전이 매우 더딘 편입니다. 그래도 저는 동네 분들에게 ‘이게 재산입니다’, ‘여기가 오히려 나중에 더 좋아질 겁니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건축 얘기로 접어들자, 건축주의 아내 박성숙 씨가 따듯한 국화차를 건넨다. 야생 국화를 따서 말려 덖은 수제 차라고 하는데, 도시의 찻집이 아닌 고요한 산중에서 마셔서일까. 고운 색깔과 그윽한 향기, 깊은 맛이 눈과 코와 입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우측면 부분

자연 속에 녹아드는 집
조수길 씨가 경량 목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운동을 하면서 콘크리트의 유해성에 대해서 알고 있다 보니 처음부터 콘크리트 구조는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구조 중에서 비용 대비, 특히 단열 면에서 가성비를 꼼꼼하게 살폈더니 경량 목구조가 가장 좋았습니다. 집은 보통 30∼40년 후엔 재건축하는데, 경량 목구조는 잘만 관리하면 70년에서 100년 가는 데다 목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습니다.”

건축주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나무집협동조합에 시공을 맡기고 느긋한 마음으로 착공을 기다렸다.

“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를 보니 그동안 시공한 집도 많았고, 한 채 한 채 그날그날의 시공 과정을 사진과 글로 올려놓은 게 믿음이 갔습니다. 애초 직영공사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카페를 통해 다른 분들이 집 짓는 과정을 보면서 저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집은 계약 후 착공을 늦췄는데, 서두를 일도 없는 데다 무엇보다 건축주들 사이에 평이 좋은 이동환 팀장을 찜해 놓고 이 팀장이 진행하는 현장이 끝나기를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편리성에다 쾌적성을 더한 현관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적색 스페니시 기와(테릴기와) 웜루프
벽 - 스타코 플렉스, 하단 - 벽돌
데크 - 햄퍼 방부목
내부마감
 천장 - 벽지
 벽 - 벽지
 바닥 - 합판마루
계단실  
디딤판 - 레드파인 집성목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에코베트)
내단열 - 글라스울(에코베트)
외단열 - T50 EPS
창호  미국식 창호(트라이캐슬 2등급)
현관문  단열도어(코렐)
침실문  예림도어
조명  LED
주방가구(싱크대)  한샘
위생기구  계림, 대림
난방기구  기름보일러
신재생에너지  태양광발전 3㎾

거실에서 바라본 현관 중문
현관으로 들어서 중문을 열면 시선은 시원스럽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그 끝에 놓인 의자와 시계, 창에 멎는다.

부지가 넓어서일까. 로뎀나무 주택은 복층이 아닌 단층 평면인 조방적粗放的[수평적] 토지 이용을 선택했다.

“저도 처음엔 복층으로 이뤄진 일반적인 주택 형태만 생각하고 정보를 수집하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면 오르내리기 힘들고, 거동이 불편하신 장모님도 계시고 …, 땅이 넓은데 굳이 2층으로 갈 필요가 있겠나 싶어 단층으로 바꿨습니다.”

로뎀나무의 지붕 구조는 정면에서 보면 높이를 달리한 좌우 대칭형 외경사 지붕이 중심부에서 만나는 형태인데, 좌측 외경사 지붕이 천연덕스럽게 계단실을 관통하는 모습이다. 정면으로 올려다보이는 첩첩한 산방산의 산세, 그리고 정상의 정자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연붉은 스페니쉬 기와를 얹은 외경사 지붕과 아이보리 톤의 스타코 플렉스를 주조로 하단에 알록달록한 벽돌로 포인트를 준 외벽, 선이 부드러운 하프라운드 창의 반복적인 배치, 잔잔한 재미를 주는 눈썹처마, 전면과 우측면의 포치 등이 한데 어우러진 입면에서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흐른다.

“설계 때 외관은 전체적으로 주변의 자연환경 속에 녹아드는 디자인을 요구했습니다. 곳곳에 심은 나무와 꽃이 제 자리를 잡으면, 자연 속에 얹힌 집에 운치가 더해져 더욱 풍성해질 겁니다.”

거실 인테리어는 한눈에 모던 빈티지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자연 속에 얹힌 집이기를 바란 아내의 아이디어다.
주방/식당
남편은 “우리 집에서 조망이 제일 좋은 곳이 주방인데, 도시에서 생활하다 시골에 들어온 아내를 위한 보상 공간”이라고 말한다.
1층 부부 방. 좌측면과 배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고기능성 창을 큼직하게 내어 풍경을 담아냄으로써 한결 넉넉하고 쾌적해 보인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
건축주가 구입한 땅은 755.94평이지만, 실제 사용한 대지면적은 224.15평으로 채 3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외부 진입로와 작은 폭포와 소沼로 이뤄진 계곡 주변에 있는 부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차밭이다. 계곡과 산방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대지는 좌우로 긴 장방형이며, 전면과 우측면은 열려 있고 배면과 좌측면은 야산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조건에 맞춰 조망과 채광, 외부 진입 여건 등이 유리한 좌측 뒤에 연면적 58.23평의 로뎀나무를 앉혔다.

외관은 유럽풍이지만, 세미클래식과 화이트 톤의 모던 빈티지 스타일로 차별화했다.

악취 제거와 습도 조절 성능을 지닌 자재로 마감한 화장실

현관으로 들어서 중문을 열면 시선은 시원스럽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그 끝에 놓인 의자와 시계, 창에 멎는다. 주택과 근생을 분리한 벽체로 인해 생긴 복도를 손님맞이 공간인 현관의 연장에 두고 포인트를 준 것이다. 공간 배치를 보면 전면 좌우에 주방/식당, 다용도실과 거실, 후면 좌우에 드레스룸을 사이에 두고 부부 방과 노모 방이 있다. 욕실은 동선과 시공, 관리의 편의성을 염두에 두고 노모 방에서 가까운 복도 안쪽 우측에 화장실과 나란히 배치돼 있다. 그리고 현관과 거실 사이에 넉넉하게 만든 다락방으로 통하는 계단실이 있다.

햇살이 잘 드는 거실과 현관 중문 사이 전면에 배치한 계단실

(출가하면)나중에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올 아이들 공간으로 조금 넉넉하게 계획한 다락

전체적으로 네모난 테두리 안에서 단순명료하게 전면에 공용 공간을, 후면에 사적 공간을 배치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전면 거실과 좌측면 다용도실에 낸 창호를 통해 테크와 마당으로 동선이 안팎으로 순환하는 구조다. 특히 좌측면과 배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두 개의 침실 모두 고단열 고기밀 창을 큼직하게 내어 풍경을 담아냄으로써 한결 넉넉하고 쾌적해 보인다.

“1층은 저희 부부와 장모님 공간이고, 다락은 지금 기숙사에서 지내는… 그리고 (출가하면)나중에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올 아이들 공간으로 조금 넉넉하게 계획했어요. 손님이 많이 오더라도 부대끼지 않도록 거실과 주방에 많은 면적을 할애해 쾌적하게 만들고, 특히 주방에 신경을 썼습니다. 우리 집에서 조망이 제일 좋은 곳이 주방인데, 도시에서 생활하다 시골에 들어온 아내를 위한 보상 공간인 셈이죠.”

벽, 천장, 바닥, 가구, 커튼 …, 한눈에 모던 빈티지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자연 속에 얹힌 집이기를 바란 건축주 아내의 아이디어다.

“유럽풍 집과 잘 어울리고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인테리어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화이트 톤을 베이스로 한 모던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거예요. 외부에서의 느낌이 집 안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는 분위기랄까. 화이트 톤하고 기존 아파트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소품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주방/식당 전면. 기능성을 더한 눈썹처마와 쪽마루가 인상적이다.

섬 하면 푸른 바다를 감상하는 해안 일주도로 드라이브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섬 속 두메산골에 자리한 로뎀나무는 역발상적 입지가 아닐 수 없다. 섬 안의 보기 드문 숲과 계곡, 그리고 그 가운데 들어앉은 단아한 유럽풍 주택이 반전의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면 산방산 위로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숲 속에서 내려온 맑고 쾌적한 공기가 맴돌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어느 순간 시나브로 행복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여유로워진 마음과 풍부해진 감성은 시골살이에서 얻은 덤이라고 할까요.”

이들 부부의 전원 속 행복한 주택과 삶에 과연 누가 자산성이니 환금성이니 하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주택 출입구를 전면에, 다른 출입구를 우측면에 두어 동선을 분리하면서 두 개의 파사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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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풍 모던 빈티지 스타일 거제 로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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