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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낮아서 고개 위가 겨우 석자.”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잡은 평창고을을 읊은 정도전의 시구(詩句)다. 강원도의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태백산맥과 거기서 갈라져 나온 차령산맥을 삿갓처럼 쓰고 앉은 평창은 고원지대다. 동쪽에는 오대산과 황병산, 발왕산, 계방산이 북서쪽은 흥정산과 태기산, 백석산이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산악에서 발원한 물이 계곡을 따라 평창강을 이루고 다시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대표적인 골짜기가 이른바 펜션 명승지로 이름난 흥정계곡과 금당계곡이다. ‘그린팜(Green Farm)’ 펜션 타운도 금당계곡 상류 양쪽 기슭, 약 1만여 평의 넓은 땅에 자리잡고 있다.

장평I.C에서 평창 방면으로 3킬로미터 들어선 후, 금당계곡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1.5킬로미터 정도 들어서면 그린팜 입간판이 나온다. 입구는 생각보다 좁은 편인데 유리온실과 본관이 드넓게 펼쳐진 그린팜의 전경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공예 솜씨로 아기자기하게 세운 입간판은 곧 전개될 그린팜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일행이 찾아간 날은 장맛비가 쏟아지는데다 휴가철 막바지라 무척 조용했다. 본관 2층 카페룸에서 내려다보는 그린팜 전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불어난 물이 쉴새없이 흐르는 금당계곡을 가르는 다리 건너에 십여 채의 통나무집들이 가지런히 자리했다.

연락이 늦어서인지, 얼마를 기다린 후에야 안성숙 실장(31세)이 나타났다.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니, ‘여기가 펜션이구나’ 하고 실감했다. 안 실장은 그린팜과 ‘평창로그’ 대표인 백균현 사장(32세)의 부인이자, 설립자인 백찬수 회장(62세)의 며느리다. 안 실장이 그린팜의 실질적인 운영을 하는데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이곳 역시 패밀리 비즈니스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려 열다섯 채의 통나무집을 거느린 대규모 펜션 타운, 그린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었다.

그린팜, 그곳엔 엔도르핀이 넘친다
그린팜의 역사는 십여 년 전, 우리나라에 ‘엔도르핀(Endorphin)’이란 건강이론을 소개한 이상구 박사와 함께 한다. 엔도르핀 이론이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으자, 이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위마연구소에서 행했던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실행할 장소를 필요로 했다.

그 적격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그린팜이다. 강원도 평창이라는 지역적 이점은 물론이고 대규모 세미나실과 숙소, 식당 등의 시설을 고루 갖춘 그린팜은 뉴-스타트 운동의 최적지였다. 그 때문에 그린팜은 펜션보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건강 요양지로 더 알려져 왔다.

그린팜의 효시는 1991년 설립된 용평관광농원으로, 현재 목재 유통·가공 전문회사인 평창목재를 운영하는 백찬수 회장이 세웠다. 당시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촌 경제가 한참 어려울 때, 이곳 금당계곡 2만여 평의 부지를 사들여 특수작물 재배와 농촌관광을 연계한 관광농원을 시작했다. 건강과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생각해 물과 산, 통나무집, 유기농 등을 접목시킨 건강휴양센터였다.

주 작물은 1500여 평의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청정 토마토로 당시 상류층의 식탁에 없어서는 안될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모았다. 지금도 대한항공 기내식은 물론 갤러리아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매월 3주에 걸쳐 이상구 박사의 뉴-스타트 세미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29기의 졸업생들을 배출했으며, 1998년부터는 365일 언제든지 참가할 수 있는 건강생활을 위한 교육센터로 발전했다. 본격적으로 365일 뉴-스타트 건강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현재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건강동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후 1998년 5월, 용평관광농원은 일대 변신을 시도했다. 평창하우징을 설립하고 계곡 건너편에 십여 채의 통나무주택을 지어 이른바 전원단지를 구성한 것이다. 설립자 백 회장은 누구라도 아름다운 자연과 농촌을 경험할 수 있는 건강한 자연 속의 처소를 마련한 것이다. 이름도 용평관광농원에서 청농원(淸農園)이라고 바꿨다.
당시는 펜션이 도입되기 이전이었으므로 전원형 별장이란 개념이 더 어울렸다. 규모도 최소 20평에서 30평, 60평, 100평 등 대형 통나무주택들로 구성했다. 요즘 10평 이하의 옹색한 펜션 룸의 규모하고 비교할 때, 오히려 이것이 진정한 펜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설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
2000년 이후, 평창에 불어닥친 펜션 붐과 함께 청농원도 단순한 건강 휴양사업에서 펜션사업으로 재차 변신을 시도했다. 2002년 말, 이름도 그린팜이라고 명명했는데 청농원의 영어식 표기다. 또한 홈페이지(www.green-pension.com)도 젊은 세대에게 걸맞은 디자인으로 참신하게 단장했다. 펜션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린팜은 지금 십여 년에 걸쳐 쌓아온 건강에 대한 경험과 명성에 펜션 개념을 새롭게 접목하는 사업적 리모델링을 전개하고 있다. 모험이 뒤따르긴 하지만, 이곳을 이용했던 수많은 건강동호인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그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린팜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숙박 레저문화를 일구는 품격 높은 펜션 타운이라 할 만하다. 테마형 펜션 타운으로 전원생활의 향수를 느끼고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조용한 휴식처다. 꽃과 나무, 맑은 계곡과 아름다운 산, 통나무주택이 어우러진 풍경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다.

건강과 자연, 이것이 그린팜의 테마다. 안 실장은 “기존 시설과 함께 새로운 펜션 시설을 증축해 평창의 대표적인 건강 펜션 타운으로 가꾸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기존 시설만 하더라도 이 계획을 충족시킬 만하다.

이색 프로그램으로 승마장을 운영 중인데 성인을 위한 네 필의 말과 아동을 위한 한 필의 작은말 그리고 마차를 끄는 한 필의 말이 있다. 전문교관이 지도하는 승마 체험코스나 경내를 일주하는 마차 코스는 인기 만점이다.

또한 금당계곡 기슭의 바비큐장과 D.I.Y를 즐기는 목공예실, 아름다운 숲과 어우러진 가든파티 및 소규모 콘서트장, 1500평의 네덜란드식 유리온실, 산악자전거 및 오프로드 코스, 다양한 물놀이 시설, 족구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황토찜질방과 건강강의, 다양한 채식식단 등으로 갖춰진 건강 프로그램은 그린팜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한편 금년 안에 가족 고객을 위한 원룸형 통나무 펜션(4인 기준)을 더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 16개 룸에 10평 정도로 지어지는 이 펜션은 그린팜의 대표적 펜션으로 이미지업하게 될 것이다.

그린팜의 역할은 시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과 자연을 나눠주는 진정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한다”고 안 실장은 강조한다. 그래서 성악을 전공한 백균현 사장은 “콘서트 무대를 개설해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는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지난 8월, 지역 주민과 금당계곡에 이웃한 펜션 고객들과 함께 200여 명이 참석하는 ‘작은 산골 음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안 실장은 전문가다운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누구나 집을 떠날 때는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기대합니다. 그러므로 펜션이라면 단순한 시설보다는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준비해야 하고, 또한 기분 좋은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田

■ 그린팜 (033-332-8966, www.green-pension.com)

■ 글 / 김창범<월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위원, ‘펜션으로 성공하기’ 저자>
■ 사진 / 윤홍로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재산리 1570
·부지면적 : 2만 평
·건축면적 : 아이리스 100평, 칸나 60평, 프리지아 60평, 튤립 60평,
데이지 30평, 펜지 30평, 로즈캐빈 20평 등
·건축형태 : 통나무주택
·외벽마감 : 통나무
·내벽마감 : 통나무, 통나무 위 원목 루바 또는 벽지
·지붕마감 : 아스팔트슁글
·천장마감 : 원목 루바
·바닥마감 : 온돌마루
·창호마감 : 통유리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기름보일러 겸용
·건 축 비 : 평당 350만 원

■ 설계·시공 : 평창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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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농원을 펜션 타운으로 리모델링한, 평창 ‘그린팜(Green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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