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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건축주 김광수 씨는 어릴 적 고향에서 뛰놀던 자연 풍경이 언제나 머릿속에 가득했다.

늘 사업에 쫓겨 도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전원에 대한 그리움은 더해만 갔다. 그래서 7년 전에 구입을 한 400여 평의 부지에 2층 황토주택을 지었다.

목구조 황토집으로 내부는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가족을 위해 현대적으로 꾸몄다. 100평이 넘는 텃밭에는 고구마와 배추를 비롯한 쌈거리만 8가지를, 마당 담벼락에는 10여 그루의 키 작은 주목을 심었다.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는, 자고 일어나도 몸이 묵직하고 개운한 느낌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한 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어요.

햇볕이 쨍한 날엔 마당에 이불을 널어 바짝 말릴 수 있고, 창만 열면 잔디 푸른 마당이 한눈에 들어오고… 맹꽁이 소리랑 닭 우는 소리에 눈이 떠지거든요. 보세요∼! 이 얼마나 좋습니까.”

텃밭의 푸성귀와 정원의 푸른 잔디를 보면 건축주의 전원생활 일면을 느낄 수 있다. ‘집을 짓고 난 후의 좋은 점은 무엇인지…’ 질문을 채 하자마자, 전원생활 예찬론은 열기를 더한다.

어린 시절, 자연환경이 그리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에 전원으로 이주해 왔다고 한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의 노랫말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의 향수를 엿볼 수 있다.

이곳 건축주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김광수 씨는, 어릴 적 고향에서 산으로 들로 내로… 동무들과 어울려 뛰놀던 모습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사업상 바쁘게 지내느라 줄곧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전원에 대한 그리움은 더해만 갔다.

건축주는 7년 전에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약 400여 평의 땅을 구입한 터라 한 가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이곳에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맘먹은 것은 3년 전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서구식 목조주택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여러 업체에서 지은 다양한 목조주택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지인(知人)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경기도 이천시 솟대전원마을의 황토집을 본 후로는 마음이 바뀌었다. 황토집 외 다른 구조의 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행인흙건축에서 조성한 솟대전원마을의 황토집들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연을 만끽하며 맘껏 뛰놀던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것처럼…. 그래서 목조주택에서 황토집으로 방향을 전환한 겁니다.”

한옥의 조형미를 살려

건축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건축주는 믿음이라는 말로 모든 일을 행인흙건축의 이동일 사장에게 맡겼다.

그렇게 해서 흙 건축에 대한 오랜 현장 경험을 살려 3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48평의 2층 황토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당과 텃밭보다 약 1미터 정도 높여 자연석으로 단을 쌓은 후 집을 앉혔다. 외부는 전통미가 물씬한 반면, 실내는 아파트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가족을 위해 현대적으로 공간을 배치했다.

1층에는 욕실이 딸린 안방과 주방, 세탁실, 작은방, 화장실을, 2층에는 자녀방 하나와 거실을 배치했다. 전면으로 돌출한 1층 거실과 2층 거실 천장 모두 오량구조로 서까래를 걸고 루바로 마감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도 역시 거실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가 통일되도록 구성했다.

이동일 사장은 “처마를 형성하는 기둥 위의 목재 수에 따라 삼량집, 오량집, 칠량집으로 나뉘지만, 요즘은 평면 구성이 다양해짐에 따라 건물의 폭과 길이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1층 거실을 돌출시켜 별도의 오량천장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전통 방식의 천장은 거실은 물론, 안방에서까지 볼 수 있다. 천장의 가운데 부분을 오목하게 단을 주어 만든 우물 천장은 여타 주택의 밋밋한 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풍스러운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전원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제2의 거실이라 불리는 넓은 덱(Deck)일 것이다. 이 집에선 그 역할을 대신하는 툇마루가 있다.

처마 선을 따라 동남쪽으로 낸 툇마루는 정원과 거실을 잇는 공간이자, 걸터앉아 전원의 운치를 만끽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전통 목구조 방식을 따르다 보면,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창호재이다. 황토벽돌과 기와지붕으로 마감한 집에 일반 새시(Sash) 창문이라니… 그렇다고 창호지를 바른 문을 설치할 수는 없는 일.

이동일 사장은 외부에는 새시를 사용해 간결함을 주고, 내부에는 조선 목창을 사용해 천장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각 방의 바닥은 황토미장 후 한지장판으로, 거실에는 강화마루를 깔아 자연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요즘 대부분의 전원주택에서 아스팔트 슁글을 지붕재로 사용하는 추세지만, 이 집의 팔작지붕에는 개량형 한옥기와를 올렸다. 한옥의 멋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는 부분이 기와를 올린 지붕선이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친구들을 데려와 집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마당에 있는 빈 창고에는 곧 헬스 기구와 노래방 기기를 들여놓을 예정입니다. 이 집을 가족뿐만 아니라 손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場)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마당에는 키 작은 주목들만 10여 그루 심었지만, 앞으로 소나무도 몇 그루 들여놓을 계획이다.

소나무를 어느 위치에 심어야 좋을지 고심하는 건축주의 얼굴에서 산과 들을 뛰놀던 소년의 웃음이 겹쳐진다. 田

■ 글 조영옥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원4리
·건축구조 : 목구조+황토 벽돌집
·부지면적 : 200평
·건축면적 : 총 48평. 1층 - 35평, 2층 - 13평
·외벽마감 : 300×200×140 황토벽돌
·내벽마감 : 레드파인 루바
·바 닥 재 : 한지장판 및 강화마루
·천장마감 : 레드파인 루바
·지붕마감 : 한식기와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공사기간 : 2003년 4월∼7월

■설계·시공 : (주)행인흙건축(031-338-0983, www. hang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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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향수를 담은, 이천 48평 2층 황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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