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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오곡리 신장부락에 위치한 수공식 통나무주택은 건축주 정천수(51세) 씨와 부인 장옥주(51세) 씨, 이들의 두 아들 욱이(24세)와 민이(21세)가 합작하여 이뤄낸 산물이다.

군산시내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사업을 하던 정 씨는 오랜 시간 시골에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기회가 되는 대로 집 지을 터를 보러 다녔고, 황토집을 구상하고 있었다.

손수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장성한 두 아들에게 말하자, 선뜻 아버지를 돕겠다며 나섰다. 정 씨는 '집 지을 소재로 무엇을 쓸까?' 고심 끝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소재인 통나무로 결정하게 됐다.

우선 큰아들 욱은 통나무학교에 등록해 집 짓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작은 아들 민이도 형과 동행하며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족 모두의 합심으로 일궈낸 집
정 씨는 2002년 6월, 720평의 임야를 구입했다. 야트막한 산자락 끝에 위치한 마을은 유난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4개의 지번이 있는 땅을 두 명의 소유주로부터 사들였고, 250평을 형질변경해 대지의 형태로 전용했다. 이후 그들의 집 짓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집 짓는 데 필요한 자재구입 담당은 큰아들 욱이었다. 2003년 1월 군산 외항에 있는 한 원목장에서 코르시칸 구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집 짓기가 시작됐다.

옹이가 나무를 빙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코르시칸 7.3미터 21본과 5.6미터 12본을 구입해 방갈로를 짓기 시작했다.

우선 나무정리와 데이타베이스화에 들어갔다. 33본의 나무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데 만도 반나절을 훌쩍 넘겼다.

노트의 한면에는 모든 목재를 수치화해 정리했고, 다른 면에는 나무가 어떠한 모양으로 쌓여있는지, 몇번 나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쉽게 알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2003년 3월, 바닥 평탄작업 및 기초를 다지는 것으로 본채 집 짓기에 들어갔다. 콘크리트 줄기초로 기초 공사를 마무리했고, 그 위에 아스팔트 프라이머를 바르고 시트를 덮은 뒤, 크레오소트유를 바른 2″×6″를 올려 통나무가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벽체 작업은 노치 작업이 끝난 후 그루브 작업으로 진행된다. 라토랄 그루브를 파기 위해서 총 6번의 작업을 거치면 W모양의 그루브가 나온다.

톱으로 작업을 끝낸 후 끌이나 손도끼로 마무리를 해주고 우드가드를 물에 10대 1로 희석해서 뿌려준 후 어느 정도 마르면 아마인유를 발라주고 유리면을 깔아줬다.

코르시칸 같은 나무는 옹이가 많고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그루브를 과감히 파줘야 수정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햄록은 코르시칸에 비하면 작업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나무를 올려놓은 후 철근으로 위 나무와 아래나무를 고정시켜주는 것으로 벽체에 대한 작업이 끝났다. 대략 9∼10단 정도의 반복 작업을 한 뒤, 2층 조이스트 작업과 지붕공사로 이어졌다.

지붕에 아스팔트 슁글을 덮는 것은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일 중에 하나다. 때마침 일을 돕겠다고 나선 민의 친구 덕에 조금은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집 짓는 일은 주변의 많은 도움과 협동으로 완성됐다.

"인건비와 재료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묻는 사람, 또 자신의 집도 지어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기초 공사와 바닥 미장, 타일과 마루를 깔 때 몇 명의 인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스로 완성했기 때문에 인건비는 100만 원 안팎, 나머진 자재비로 나간 돈인데… 근 6000만 원 정도 들었나 봅니다. 거의 1년여 동안 세 명이 집만 지었으니 돈으론 따질 수 없는 무언가가 있죠. "

젊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마무를 깔고 2층 덱을 설치하고, 8개에 달하는 문을 기성문으로 하기보다는 직접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실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큼은 그 누구도 잃지 않았다. 먼저 얇은 합판을 문 사이즈로 가공 후 가장 밑에 깔고 골조를 짰다.

나중에 대패로 밀어가면서 문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못이나 나사 등은 사용하지 않았다.
집을 지으며 기억에 남는 일은 너무 많아서 셀 수조차 없을 정도다. 7.5미터의 주도리와 중도리를 올릴 때 가장 무섭고 복잡한 일이었다.

큰맘 먹고 장만한 곡면대패를 망가뜨리기도 했고, 방미, 방충, 자외선 차단 효과는 조금 떨어지지만 목재 보호제(Oil-Stain)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해가 지면 부자(父子)는 하루에 대한 마감과 의논을 시작했다.

1층에는 메인 거실과 주방, 서재 겸 방이 있고, 2층에는 미니 거실과 복도형 방으로 꾸며졌다. 사방에 발코니를 설치해서 다양한 조망이 가능하다.

3층엔 출구를 달리한 작은 다락방이 2개 있다. 박공지붕 상단 부분이 아이들에겐 꿈을, 어른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탄생했다.

잘 가꿔진 정원과 파릇파릇 싹을 틔우는 텃밭. 배추, 아욱, 치커리, 상추, 더덕, 도라지, 콩, 고추, 고사리, 피마자, 딸기, 허브 등 은은한 향기가 멀리 돌아가는 나비를 붙잡는다.

정 씨는 정원 한 켠에 창고로 이용되는 비닐하우스는 유리온실로 만들 계획이다. 인근에 사는 20여 가구의 주민들은 인심이 좋고 우호적이다.

동네에 좋은 집이 생겨서 좋다며 구경도 자주 온다. 시내에 나가는 버스는 2시간마다 한 대씩 있지만, 7~10분 정도의 짧은 거리라서 특별한 불편함은 없다.

가족간 '참사랑' 확인
통나무집의 장점은 피로 회복을 빠르게 하고, 수분조절이 잘 되기 때문에 쾌적한 실내 환경 유지시켜 준다.

따라서 겨울철 실내에서도 목 따가움이 없고 통나무집에서 자고 일어나면 심신이 가뿐해 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 등 벌레들이 종종 서식하기도 하는데 정 씨는 "벌레와도 같이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넉넉한 마음가짐이다.

"사업을 하며 바쁘게 지낼 때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사주고 금전적으로 도와주면 부모로서 할 도리는 다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갈증은 소금을 입에 문 것과 같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 집 짓기를 계기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 고생했고,

자립·배려·협동을 통해 서로 사랑하는 마을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집은 그에 따른 부산물이죠. 우리가 함께 일궈낸 것, 그것은 집이 아니라 가족간의 '참사랑'이었습니다."

정 씨 가족에게는 오래된 통나무주택에서 우러나는 향처럼 참다운 가족 사랑의 향이 우러나오는 듯 하다.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오곡리
·건축구조 : 통나무 주택
·부지면적 : 720평
·대지면적 : 250평
·건축면적 : 1층 29평, 2층 20평, 총면적 49평
·외벽마감 : 통나무(1층), 핸디코드(2, 3층)
·내벽마감 : 통나무(1층), 실크벽지(2, 3층)
·천장마감 : 통나무
·지붕마감 : 아스팔트 슁글
·난 방 : 심야전기 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 설계·시공 : 직영
군산 통나무집(063-471-9379, www.woox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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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마음 모아 지은, 군산 2층 통나무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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