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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한 세월만큼 주택도 나이 들어 하나둘 고장이 났다. 그래서 부부는 그 자리에 자신들의 소소한 삶과 어울리는 작고 튼튼한 주택을 새로 앉혔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매스 분할하고, 이를 다시 복도로 연결한 주택은 구조가 간단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흥원토건

HOUSE NOTE
DATA
위치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지역/지구 농림지역, 농업보호구역, 가축사육제한구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691.00㎡(209.02평)
건축면적 111.76㎡(33.80평)
건폐율 16.17%
연면적 111.76㎡(33.80평)
용적률 16.17%
설계기간 2018년 7월~9월
공사기간 2018년 10월~2019년 2월
건축비용 2억 1천만 원(3.3㎡당 600만 원)
토목비용 2천만 원
설계   건축사사무소 아키토피아
          054-278-0781
          https://blog.naver.com/archi61
시공   흥원토건 010-3521-0081

구룡포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20여 분 달리면 양포항에 닿는다. 이곳에서 5분 정도 내륙으로 접어들면 항구의 정취는 온데간데없고 높고 낮은 산과 평지만 펼쳐진다. 드문 인가 사이로 작은 마을이 보일 무렵 마을 진입로인 삼거리가 나타난다. 진입로 초입에 자리 잡은 주택은 가까이 다가가야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폭 4m 마을 도로와 인접한 대지는 프라이버시와 차량 소음을 거르기 위해 도로보다 1.2m 높게 성토한 뒤 얇은 석재로 석축을 쌓아 멋을 냈다. 집 안이나 마당에서 봤을 때 답답하지 않게 석축 위로 담을 올리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동선이 다소 길어졌지만, 주차장도 마당보다 낮은 석축 옆에 뒀다. 마당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앞뒤(남북)로 낮은 산이 적당한 거리에서 풍경을 이루고, 좌우(동서)는 시원하게 열렸다. 서쪽에 대지와 나란히 붙어있는 약 350평의 딸기밭은 부부가 소일거리로 가꾸는 것이다.

프라이버시와 도로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1.2m 성토한 뒤 얇은 석재로 멋을 내 석축을 쌓았다. 석축 위로 시야를 가리지 않게 담을 올리지 않았다.

주택은 도로와 거리를 두고 북쪽에 근접 배치했다. 향은 도로를 따라 살짝 틀어 남향에 가까운 동남향이다. 구조는 ‘一’ 자형으로 두 개의 매스를 거리 두고 배치한 뒤 복도로 연결했는데, 이 때문에 복도 앞뒤로 아담한 외부 공간이 생겼다. 공용 공간으로 이뤄진 오른쪽 매스는 천장고를 높여 다른 공간보다 약간 높아졌다. 전체 익스테리어는 백색 스타코로 마감해 단열성능을 높이면서 볼륨감에 의한 빛과 그림자 대비를 극대화했다. 구성은 단순한 주택이지만, 볼수록 신선한 느낌이 든다.

목문과 어울리는 다용도 선반을 설치해 인테리어 효과를 냈다. 목재로 디자인 처리한 천장이 아늑함을 더한다.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슬래브 방수
   벽 - 스타코플렉스, 탄화목 루버
   데크 - 마천석, 콘크리트 연마
내부마감
   천장 - 안티코 스타코, 목재
   벽 - 안티코 스타코, 인조석, 편백
   바닥 - 강마루
단열재
   지붕 - 225T 비드법 보온판
   외벽(외단열) - 100T 비드법 보온판
창호  T41 로이유리 시스템창호(베카)
현관  목문(유림)
주방가구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거실에서 본 복도. 공간 틈으로 들어온 빛이 거친 석재의 질감을 살림과 동시에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천장은 현관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처리해 통일감을 줬다. 오른쪽 불투명 유리문은 다용도실이다.

사이 공간에 의한 입체감 강조
50대부터 주택을 짓고자 한 부부는, 그 열망에 비해 단출한 주택을 원했다.
“둘이 사는데 2층은 필요 없었어요. 25평대 작은 집을 원했죠. 지붕은 예전에 살던 집에서 비가 새 박공으로 하려고 했어요. 문제는 어떤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누구한테 맡겨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을까’였어요. 다행히 지인 소개로 경북에서 꼼꼼하게 시공을 잘한다는 흥원토건 양재형 대표를 만났어요. 듣던 대로 마무리까지 문제없이 잘 끝냈어요. 설계는 양 대표 소개로 아키토피아 건축사 권우영 소장에게 의뢰했어요. 집의 형태와 분위기는 건축사와 의논하면서 처음에 우리가 생각하던 거와 달라졌어요.”

강렬한 인상의 대리석 아트월과 풍경을 담아낸 거실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주방의 넓은 창은 뒷산 풍경을 한껏 끌어들여 가사에 즐거움을 준다. 오른쪽 파티오도어는 전용 테라스와 장독대를 연결해 시골 생활에 필요한 야외 공간을 제공한다.
주방은 상부를 비우고 화이트 타일로 마감한 뒤 작은 선반을 설치하고 소품으로 장식해 산뜻하다.

설계에 정답은 없다. 건축주와 건축사 간의 이견을 좁혀가면서 최적의 결과물을 찾아가는 것이다. 건축주는 그동안 모아둔 그림과 사진을 참고해 권 소장과 양 대표와 함께 계획부터 자재, 시공 등 건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디자인은 현대 감각에 맞게, 공간은 부부 중심으로 설계하되 자녀 부부 가족이 놀러왔을 때 서로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않게, 기존 생활방식을 고려해 불편했던 공간은 개선하고 불필요한 공간은 덜어내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설계를 수정했다.

“지붕은 방수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기에 모던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평지붕으로 했어요. 시골에서 생활하다 보면 보조 주방은 물론 김치나 장을 담글 수 있는 넓은 야외 공간도 필요해요. 그래서 주방 바로 옆에 넓고 평평한 수돗가와 장독대를 뒀어요. 작은 연못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중정에 따로 만들려고 했는데, 양 대표가 ‘테라스 앞에 긴 수조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했어요. 생각해 보니 훨씬 예쁠 거 같아 계획을 수정한 거예요.”

현관 옆에 있는 취미 공간
창 너머로 중정이 보인다.
긴 복도 끝에 있는 안방은 자녀 내외가 놀러 와도 건축주 부부에게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해 편안한 공간이다. 창을 통해 중정과 취미 공간으로 연결된다.

매스를 복도로 분리하고 현관을 안으로 깊게 들이면서 발생한 공간 사이에 빛과 음영이 더해져 입체감을 더욱 강조한다. 중정과 후정은 부부의 고단하고 지루할 수 있는 시골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동서로 긴 주택 건물 정면에 맞춰 마련한 테라스는 앞산과 들녘의 사계를 감상할 여유를 준다. 그리고 이 주택의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기다란 수조는 연꽃을 심어 여름철 건물을 더욱 우아하게 꾸며줄 것이다.

안방 드레스룸과 욕실. 편안한 휴식과 건강을 위해 편백 욕조를 설치했다.

산과 들과 별을 담은 공간
진입 동선은 도로에서 스치듯 자연스럽게 마당으로 유도한다. 마당 답석을 따라 실내로 들어서면 거친 돌의 질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복도와 마주한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오후의 햇볕은 거친 질감을 누르고 복도에 부드러운 빛을 채운다. 복도 천장은 목재로 마감해 전체 분위기가 한결 아늑해졌다.

실내 공간은 현관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공용 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앞뒤로 배치하고, 왼쪽에 현관과 나란히 취미 공간을 두고 복도 끝에 안방을 배치한 구조다. 거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치 항공사진으로 지구 표면을 촬영한 것 같은 무늬의 대리석 아트월이다. 강렬한 이미지의 대리석 아트월은 가벼운 실내 분위기를 지그시 눌러 무게감을 주면서, 거실 창에 담긴 먼 산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중정에 계획했던 연못을 테라스 앞에 긴 수조로 변경했다.
중정에 향후 나무를 심어 한여름에도 그늘에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수조에 연꽃을 심어 여름이면 화사해질 주택을 기대한다.
후정

“아트월을 대리석으로 꾸미고 싶었는데, 사실 어디가 좋은지 몰랐어요. 그런데 양 대표가 선뜻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더니 이렇게 멋진 대리석을 구해다 줬어요. 지금도 아트월을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거실과 일체형으로 배치한 주방은 개수대 위에 선반을 설치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배치해 산뜻한 분위기를 냈다. 창은 안주인 눈높이에 맞추고 폭도 가로로 넓게 내 뒷산 풍경을 한가득 담아냈다. 또한, 주방과 연계한 다용도실과 전용 테라스는 시골생활에 필요한 넉넉한 수납을 제공하면서 바비큐 등 다양한 즐거움도 누리게 한다. 서쪽 끝에 배치한 안방은 중정으로 통하는 파티오도어를 설치해 자녀 부부 가족이 놀러와도 부부만의 영역을 확보해 언제나 편안한 휴식 공간 역할을 한다.

도심의 빛이 닿지 않는 주택은 낮에는 산과 들, 밤에는 별을 담는다. 또, 마당은 사계절 풍경을 연출한다. 부부는 꼭 크고 화려해야 좋은 주택이 아니라는 걸 담백한 삶의 모습을 통해 전한다.

주방과 연계한 전용 야외 공간. 수도와 장독대를 갖춰 김치나 장을 담글 때 그리고 가족들과 바비큐 파티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주택 측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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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출한 주택 속 담백한 부부의 삶, 포항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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